〈 468화 〉 468화 위그드라실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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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가 가진 아이템 중에서 최고의 아이템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지목할 것이다.
언데드뿐만 아니라, 영혼조차 굴복시킬 수 있는 아이템.
마나를 소모하거나, 제한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사용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꺼내서 비추면 끝이다.
아직 다른 세계에서 좀비나 유령을 본 적은 없었지만, 이 아이템을 가지고 갈 수만 있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가지고 가는 건 불가능하지.’
케르베로스의 안구는 위그드라실의 ‘아이템’이었다. 다른 세계로의 반출이 불가능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식탁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옆에 종이를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금술을 활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비록 마법진으로 만들게 되면 아이템은 소멸할 것이고, 마나를 소모하는 마법진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어쩌면 능력이 하위호환 급의 마법진이 생성될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역시 마법진이 편하지.’
[옳은 말씀이십니다. 던전 기믹 구슬을 마법진으로 만든 것처럼 이것도 마법진으로 만든다면 분명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던전 기믹 구슬은 이미 연금술로 소모되어서 더 이상 내 손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마법진은 살아서 내 삶을 유용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슈트라에서 정체불명의 소리만 해결하면 바로 마법진 배워야지.’
나는 학장에서 부탁했던 마법진을 올리다가, 다시 눈앞에 있는 종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것부터 집중하자.’
그렇게 집중하며 여러 장의 종이에 마법진을 그려댔다.
그렇게 그려진 마법진 종이는 수십 장이 넘게 쌓여 있었다.
일단 한 장의 마법진 종이를 들어서 케르베로스의 안구와 겹쳐놓고 연금술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오는 메시지는….
불가
불가
….
어울리지 않는 형태라 전부 불가 판정이 뜨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불안해하지 않았다.
던전 기믹 구슬을 합칠 때도 똑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었으니까.
그렇게 진행하다 보니….
‘떴다! 어… 떴는데… 이게 뭐야?’
지금까지 연금술을 하면서 100% 이외의 확률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재료가 완전히 갖춰지고, 연금술로 만들 수만 있다면 100%를 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마법은….
[인도자의 안광 성공률 : 89%]
‘89%? 그럼 실패할 확률이 11%라는 거네?’
진짜 애매모호한 수치였다.
도전하기에는 11%가 너무 거슬렸고, 도전하지 않자니 89%가 아른거렸다.
하지만….
‘포기하자.’
연금술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재료가 증발해버린다.
위그드라실 외의 세계에서 도움이 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현명합니다. 무엇보다 저 아이템은 위그드라실에서 엄청난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도박은 좋지 않습니다.]
‘맞아. 그럼 이건 나중으로 넘기고 다른 것부터 정리하자. 일단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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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포인트 : 2,01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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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00만이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모아둔 건 다른 멤버들의 가호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여름… 분명 회귀할 거 같단 말이지.’
하지만 마냥 모아두자니 한여름의 회귀 한방에 의미 없이 초기화될까 봐 걱정됐다.
에넬과 다르게 포인트는 회귀에 영향을 받아서 초기화되는 존재였다.
다만 나와 민하연, 한봄은 상황에 따라서 스킬 레벨만큼은 초기화를 회피할 수단이 있었다.
‘일단 스킬 레벨업이나 해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직업 상태창을 전부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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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호
직업 : 상급 연금술사, 빙의술사
스킬 : [연금술 LV 48], [제조학 도감], [재료 변환 LV 1], [영혼 소환술 LV 1], [영혼 교감 LV 1], [빙의술 LV 1]
가호 : 타겟(한여름)이 죽으면 즉시 사망 사실을 알려주고, 나를 제외한 내 주변 반경 50미터 안에 존재들의 시간이 10초간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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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별로 관심을 주지 않던 상태창을 보니, 지금에서야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이야… 재료 변환 하나도 안 올렸네.’
마나를 이용해서 부족한 재료를 만드는 스킬, 재료 변환. 배우고 나서 단 한 번도 레벨을 올린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재료 변환의 설명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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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변환(액티브)
마나를 소모해서 연금술에 부족한 재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레벨을 올리면 소모되는 마나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스킬 레벨)% 만큼 줄어든다.
최대 레벨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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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료 변환을 올리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레벨을 올려도 돌아오는 효율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재까지의 이야기였다.
[이제 위층을 가다 보면 마나 소모가 많이 되는 재료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슬슬 레벨을 올리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래. 포인트 버리는 것도 아깝고.’
나는 바로 재료 변환을 레벨 10까지 올렸다.
재료 변환 마나 소모가 영구적으로 10% 줄어들었다.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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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포인트 : 1,508,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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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인트의 사용처는 이미 정해졌다.
‘당연히 전설 직업 스킬이지! 일단 빙의술부터 가즈아아아~~’
라고 외치며 빙의술 레벨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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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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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설마 48짜리 연금술 레벨을 올리겠다고 잘못 말했나? 싶어서 다시 한번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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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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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드라실의 시스템에 오류를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잠깐 이거 설마….’
[필요한 포인트가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확인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빙의술의 레벨업에 필요한 포인트를 확인했다.
나는 한동안 내 눈에 보이는 게 착각인 줄 알았다.
‘…200만?’
빙의술 레벨 2를 위해 필요한 포인트의 수치였다.
[빙의술은 전설 재능에 분류되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설 재능?’
지금까지 에넬로 뚫어온 재능들은 특수 재능이었다.
마법력, 항마력 등등….
그리고 빙의술사의 전설 재능은 지금까지 배운 특수 재능과 다르게 능력 하나 자체가 지식과 재능이 모두 융화된 완전체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배운 것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설 재능은 능력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기본 레벨업조차 만만치 않다는 것이 아르모니아의 설명이었다.
‘쩝… 아쉽네.’
[반응이 생각보다 가벼우십니다.]
‘그만큼 대단한 능력이라는 거잖아.’
레벨업을 못 한다는 건 아쉬웠지만, 능력 자체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정도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기대되는데? 회귀하면서 계속 능력 얻고, 다른 직업 전직하면… 그냥 꽁으로 전설 재능 다 얻는다는 거 아냐?’
레벨업보다 더 좋은 정보를 얻은 셈이었다.
전설 직업 스킬은 일단 다 얻어놓고 봐야 한다는 사실….
‘지금쯤이면 하연이랑 다른 여자들도 알아차렸으려나?’
여기 오는 동안에는 스킬에 대해서만 생각하느라 아마 레벨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슬슬 알아차리고 곤란해하고 있을 것이다.
‘뭐… 그건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고. 일단 포인트는 잠깐 보류하자.’
전설 스킬 레벨을 못 올리면 당장 포인트를 쓸만한 곳이 재료 변환뿐인데, 그건 효율도 안 좋고 억지로 포인트를 욱여넣기에는 아까웠다.
‘일단… 다음으로 넘어가자.’
딱!
나는 바로 손가락을 튕기며 영혼 소환술 스킬을 사용했다.
쏴아악!
“뭐, 뭐야!”
내 앞에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소우타가 나타났다.
나는 소리치는 소우타를 향해 질타했다.
“시끄러워. 지금 밤이야.”
“하아… 제발 예고 좀 하라고.”
“너랑 나 사이에 무슨 예고는….”
“후우… 그래, 알았다. 내가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네. 무슨 일이야?”
나는 소우타를 불러낸 뒤, 궁금한 점을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그 던전에 전설 직업만 있는 거야?”
“아니, 전설 직업 말고 특수 직업도 있어.”
“특수 직업?”
“그래. 너랑 나처럼 기본 직업이 아닌 특수한 직업 말이야.”
최면술사, 연금술사, 회복사.
이 세 가지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대표적인 특수 직업이었다.
“다른 곳에 작은 제단들이 있는데, 거기서 특수 직업을 얻을 수 있어.”
“그건 왜 안 말해줬어?”
“굳이 안 말했다고 하기에는 그렇고… 사실, 까먹은 거였어.”
“까먹어?”
“그래. 특수 직업도 대단하긴 하지만, 3층 정도만 올라가도 자주 볼 수 있는 게 특수 직업이야. 네가 내민 괴상한 보석 때문에 그건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
이미 위층을 경험해본 그로서는 딱히 특수 직업에 메리트를 못 느낀 것이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특수 직업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두 기억하고 있지는 않아. 어차피 던전 자체에는 관심 없었거든.”
“하긴….”
“그나마 기억나는 건 유령 기사 정도였나?”
“유령 기사?”
“능력이….”
나는 소우타에게 유령 기사에 대한 대략적인 능력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설명을 전부 들은 나는….
“흐흐흐….”
“…?”
소우타를 앞에 뒀음에도 불구하고 실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래… 그거면….”
“갑자기 웬 혼잣말?”
“아, 아냐. 됐어.”
“싱겁긴…. 아! 혹시라도 말하는데, 우리 은신처로 사용했던 던전은 나도 모르는 게 많아. 시간 되면 나중에 들러서 한번 훑어보는 게 좋을 거다.”
의외였다.
소우타는 이미 나한테 잡혀서 굳이 속임수를 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조언을 해주는 걸까?
“나는 너와 거래했잖아. 그야 내가 한참 굽히는 처지지만, 네가 복수만 해준다면 언제든 도울 거다.”
“아하….”
미형의 꼬맹이가 저렇게 말하니 그래도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제프 같은 녀석이 저렇게 말했으면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죽방에 주먹을 꽂았을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너, 채널의 존재도 별로 없어서 그쪽으로는 포인트 수급이 쉽지 않을 테니까. 던전을 탐색하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내 채널의 존재는 딱 한 명 게꼬수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게꼬수 이후로 어떠한 채널의 존재도 내 채널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예전에 잘 나가면 채널의 존재들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상했다.
소우타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기 시작했다.
“역시 정답이네.”
“뭐야? 어떻게 알았냐고.”
“그야, 단순하지. 평범한 외모에, 말도 안 되는 스펙. 그런 녀석은 대부분 채널의 존재가 적을 수밖에 없어.”
채널의 존재가 소환사를 선택할 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막 0층에 소환된 초보자 소환사.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미 소환되어서 위그드라실 등반을 진행하고 있는 소환사.
그럼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 그건….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에 달렸지.”
“포인트?”
“그래. 0층에서 막 시작한 소환사의 채널은 포인트 없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어.”
포인트가 없는 대부분 채널의 존재들은 저렴하면서도 미형이 뛰어난 소환사에게 달라붙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니면 반대로 외형이 독특해서 위그드라실 등반을 잘할 것 같은 소환사에게 붙는다고 설명해줬다.
“너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
“그럼 지금은 왜 안 들어오는 건데? 채널 입장료가 비싸?”
“이미 진행하고 있는 소환사의 채널에 들어가려면 그 소환사의 실력과 실적, 모든 것이 계산되어서 거기에 걸맞은 포인트를 입장료로 내야 해.”
“아!”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내 채널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지….
그리고 내가 이제 막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 그런 시스템이 있었구나. 몰랐네….
게꼬수도 지금 알아버린 듯싶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채널 대화로 게꼬수를 질타했다.
“아니! 그걸 당신이 모르면 어떡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에이… 나는 언제나 초보자한테 붙어서 몰랐지. 그리고 내가 들어온 채널 중에서 너처럼 잘나가는 애는 네가 처음이었어.
대부분 소환사에게는 들러붙어서 매번 딸딸이만 거리다가 벤 당하기 일쑤여서 입장료의 개념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벤 당하면 막 소환된 소환사에게 붙는 일상을 보냈다는 의미였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왠지… 저번에 네가 학살하고 나서 우르르 몰려올 줄 알았는데, 안 온 이유가 그 학살 때문이었구나.
1층에서 여관 패거리를 학살하는 바람에 내 입장료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었다.
심지어 그전에는 0층 보스를 죽이고, 그 이후에는 1층 보스의 눈깔까지 뽑아버렸다.
내가 생각해도 과연 그런 인재가 나 말고 있을까 싶었다.
“잠깐 그럼….”
그럼 내 채널은 영원히….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응원할게! 너는 진짜 마지막 층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아!
“….”
1인 1시청자로 유지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런 의미에서 딸딸이 타임!
“맙소사….”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딸딸이 쳐서 응원하자! 아니지… 딸딸이 쳐서 응원하게 하자! 딸딸딸….
‘지저스 크라이스트….’
진짜 신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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