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6화 〉 466화 위그드라실 (414)
* * *
“동료들은 엄청난 보상을 얻었다는데… 이분은 아무것도 못 얻었겠네.”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
한여름은 여자 영혼의 말에 정신이 팔려서 몸을 획 틀어 버렸다.
그리고….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버렸다.
‘씨발!!’
하마터면 입 밖으로 욕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은 뒤 고간 사이에서 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고통을 참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고꾸라진 한여름의 행동에 다들 당황하며 그를 부축해주기 시작했다.
“어머! 괜찮으세요?”
“아이고… 정말 몸이 안 좋은 거 같네요.”
“다시 방으로 부축해드릴게요.”
처음 한여름을 본 여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친절이었다.
그리고 한여름은 그런 친절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왔었다.
한여름에게 여자들의 친절은 배려가 아닌 권리였다.
그리고 그 권리를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고,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의 친절은 냉정하게 내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여름은 여자들의 친절에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바로 성수호를 만나고 나서였다.
그를 만나고 나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고, 자신이 원하는 여자들이 성수호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그제서야 정신이 든 것이었다.
민하연과 한봄.
두 여자가 한 번도 아닌 계속되는 회귀에도 불구하고 빼앗아 가는 성수호를 보면서….
‘잠깐…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한여름은 여자들의 부축을 받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며 다시 묻기 시작했다.
“말씀해주세요. 보상이라뇨?”
“저희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한여름이 들은 여자 유령들의 이야기를 취합해보자면 묘지기의 부탁을 위해 들어갔던 던전에서 엄청난 직업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직업…이요?”
“네. 그런데 저희도 소문으로 들은 거라서 아닐 수도 있어요.”
“제 동료들… 지금 어디 있어요?”
“지금 각자의 방으로 가셨을 거….”
여자 유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여름은 그 자리를 이탈하고, 재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당장에라도 뛰어가서 물어보고 싶었다. 뛰어가서 묻고 싶었지만….
‘씨발…. 못 뛰겠어.’
경보가 최선이었다.
그가 그렇게 어색한 꼭두각시 인형처럼 복도를 거닐고 있을 때, 익숙한 형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건…?’
삼인방이었다.
한여름이 0층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 동료로 맞이했던 세 여자.
‘개같는 년들….’
회귀 전에 자신에게 아양을 떨던 여자들….
하지만 지금 삼인방은 한여름과 어떠한 연관도 없었다.
‘0층에서 휘어잡고 왔어야 했는데….’
한여름이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를 후회하면서 그녀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점차 다가갈 때마다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한여름에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정원에서 같이 능력 테스트해 보자.”
“내가 껴도 되겠어?”
“에이, 우리 셋이서 같이 해야지. 그래야 합도 맞추고….”
“그래.”
세 사람은 가식 없는 발랄한 웃음으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여름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
“야… 왔다.”
“….”
한여름은 자기 얼굴을 보고 찡그리는 박선희의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개같은 년이….’
위그드라실에 소환되고 민하연을 제외하고,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첫 여자.
당돌하게 다가와서 아양을 부리던 여자.
그런 박선희의 모습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나중에 눈물 흘리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게 만들어 주겠어.’
한여름은 자신을 무시하는 박선희를 망가뜨리는 게 아닌, 과거처럼 자신에게 달라붙게 만들고 싶었다.
갑자기 합죽이가 된 삼인방에게 다가간 한여름은 인사를 건넸다.
“잘 갔다 왔어요?”
“아… 네.”
먼저 대답한 건 중심에 있던 박선희였다.
하지만 대화는 그걸로 마무리되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자, 잠시만요! 여쭤볼 게 있어요!”
“죄송해요. 저희가 막 돌아와서 피곤해서….”
삼인방은 한여름을 피해서 후다닥 자신들의 방으로 가 버렸다.
그 모습에 한여름은 다시 한번 입술을 질끈 깨물며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년들….’
속으로….
‘애초에 이년들에게 뭘 바란 게 아니야. 일단 하연이부터….’
한여름은 진짜 타겟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리 사이가 틀어졌다고 해도 민하연이라면 자신의 질문에 순순히 응답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수호 그 새끼랑 있는 거 아냐?’
그는 그런 불안함을 품고 민하연의 방에 노크를 시작했다.
똑, 똑, 똑.
‘제발… 혼자 있어라.’
한여름은 간절히 기도했고….
└제발! 안에서 섹스하고 있어라!!
채널의 존재들도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흑백 기도.
어느 한쪽의 기도에는 신이 응답할 수밖에 없는 그런 기도.
그리고 누군가의 기도에 신이 응답해줬다.
“누구… 뭐야? 한여름?”
민하연은 별일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방 건너편에 서 있었다.
‘휴우….’
└씨발!
└안돼!!
└왜!!!
희비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만약 방 안에서 불순한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빨리 문을 열어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다들 확신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여름이 안심하는 사이에 민하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도,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얼굴이나 보려고 했지.”
“그래…. 봤으면 돌아가.”
“자, 잠깐만!”
한여름은 굳게 닫히려는 민하연의 방문을 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연아!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
“나 지금 바빠.”
“자, 잠깐이면 돼!”
“….”
민하연은 짜증이 담긴 표정으로 한여름을 바라보지 않고 딴청부리듯 입을 열었다.
“말해.”
“아,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싫어.”
“….”
한여름은 냉정한 민하연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다시 되돌리겠어.’
한여름은 속으로 민하연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삼인방을 떠올렸던 방식과 달랐다.
한여름은 아직 민하연을 연인으로서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걱정돼서… 잘 갔다 왔나.”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잘 갔다 왔어.”
“이런저런 일?”
한여름은 귀가 번뜩하며 그녀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어?”
“야, 한여름.”
“어?”
민하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자고 했을 때는 가기 싫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나한테 다 보고하라고?”
“그,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싫어. 귀찮아. 그렇게 알고 싶으면 다른 사람 찾아봐. 그럼 난 들어간다.”
“하, 하연아!”
한여름의 애타게 부르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민하연은 냉정하게 방문을 닫아버리고, 더 이상 한여름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아. 회귀가 있으니까…. 다음 회차에는 어차피 같이 갈 거니까.’
민하연에게 실망감을 주더라도 다시 복구할 수단이 있다고 착각한 한여름은 한숨을 쉬며 다음 타겟을 찾기 시작했다.
‘…한봄.’
그는 그렇게 속으로 여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똑, 똑, 똑.
몇 번을 두드려도 그녀의 방 안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뭐지? 이 방 맞지 않나?”
한봄의 방은 한여름이 기절하던 첫날, 지내봤기 때문에 잘못 방문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차례 문에 노크하던 한여름은 얼굴을 험상궂게 찡그리면서 경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성수호!”
***
나는 한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양보해줘서 고마워.”
한봄은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헤실헤실 웃으며 내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부비하기 시작했다.
“에이, 양보는 무슨… 다 같이 좋자고 한 거죠.”
박선희와 마찬가지로 한봄도 전설 직업을 포기한 여자 중의 한 명이었다.
한봄의 말대로 회복사라는 직업을 버리는 것이 손해이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체의 손해일 뿐이었다.
한봄 개인에게는 평생 몇 번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봄은 후회하기는커녕 아쉬워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저는 회복사가 좋아요. 직업도 좋고, 무엇보다 서포트로는 안성맞춤이잖아요.”
한봄의 말대로 회복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감은 다양했다.
붉은 초승달이 한봄을 회유하려고 했을 정도였으니, 회복사는 그만큼 장래가 유망한 직업일 것이다.
‘하긴… 거기다 남은 직업은 사령기사랑 강령술사였는데. 한봄이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
두 직업을 비하할 생각은 없지만, 생기발랄한 컨셉의 한봄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역시 모유는 회복사 모유가 최고지.’
[….]
생명을 보듬어주는 여자의 모유… 그런 상징적인 메리트가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그런데, 모유 하니까 갑자기 땡기네.
나는 침대에 한봄과 같이 누운 채 그녀의 가슴을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얀색 티셔츠에 봉긋 올라온 언덕.
그런 언덕 안에 살아 숨쉬는 붉은색 바위에서 나오는 천연모유.
그 천연모유가 분출하는 장면을 맛보고 싶었다.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한봄이 얼굴을 붉히며 양팔로 가슴을 감싸기 시작했다.
“부끄럽게 시리….”
“왜 부끄러워?”
나는 장난기가 담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한봄은 내가 손가락으로 찌를 때마다 짧은 신음을 내면서 코웃음을 쳤다.
“나 슬슬 모유 안 나오는데… 어떡해요?”
모유 촉진제의 유효 기간은 대략 한 달이다.
최근 한봄의 가슴에서 모유가 새어 나오는 일은 줄어들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흡입해도 나오는 양이 점차 줄어들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다른 세계에 왔다 갔다 하는 데다가 심지어 회귀도 밥 먹듯이 하다 보니 잊고 있었다.
하지만 잊어버린 것과 별개로 살짝 걱정이 들었다.
“괜찮겠어? 그거 먹으면 한동안 나올 텐데.”
이제 젖몸살은 없어져서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모유라는 게 생산자도 자기 마음대로 생성을 제어할 수 없는 액체였다.
약을 먹고 나면 한동안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내 걱정이 담긴 말에도 한봄은 피식 웃으며 나를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그나마 다른 여자들이랑 다른 게 이거잖아요. 아저씨도 좋아하고. 그리고….”
“…?”
“나도 좋으니까요. 히히….”
“오호….”
생각해보면 한봄은 섹스하면서 모유 수유하는 것에 꽤 중독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연금술로 약을 만들어 냈다.
“자, 만들었어. 어!?”
한봄은 내가 약을 건네주자마자 전혀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내가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냈다.
“너무 거침없는데? 괜찮겠어?”
“아저씨가 만들어 준 건데 별일 있겠어요? 뭐, 별일 있으면 바로 아저씨한테 AS 해달라고 하면 되지.”
“하하….”
그리고 약효는 생각보다 빨리 드러났다.
“아저씨… 나, 나올 거 같은데요?”
한봄은 내 쪽으로 가슴을 살며시 내밀면서 유혹하기 시작했다.
한봄은 평생을 가슴에 컴플렉스를 달고 살았던 아이였다.
하지만 모유가 나오고 나서는 어느 순간부터 그 장점을 살려서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모유 타임이 돌아왔군!’
내가 그렇게 환호하며 한봄의 티셔츠를 천천히 벗기는 순간이었다.
[수호 님.]
‘응?’
[한여름이 왔습니다.]
‘…미친놈.’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침실에 달린 거울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거울로 비치는 침실 문에는 자그마한 틈이 열려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한여름이 몰래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내가 안전지대를 막지 않았다고 해도, 들키면 어쩌려고 저러냐.’
[한번 들키지 않은 전적이 있어서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한여름은 전에 나와 민하연과 한봄의 3P를 몰래 엿보고, 도촬한 전적이 있었다.
당시에 나한테는 들켰지만, 들킨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회귀가 있어서 더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회귀 사기네.’
도촬과 관음을 위한 회귀라니… 그것참 대단한 힘일세.
나는 가슴을 내밀고 있는 한봄과 거울 너머에서 우리를 염탐하는 한여름을 보면서 고민했다.
그냥 섹스만 해? 그건 좀 싱거웠다.
한여름은 이미 나와 한봄이 섹스하는 장면을 꽤 많이 본 상황이었다.
자극적인 상황이 필요했다.
회귀 후에 도저히 잊히지 않는 그런 자극적인 장면이….
‘아! 그거 좋겠다.’
[…?]
‘아르모니아!’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한여름은 저번처럼 성수호의 객실을 들어와서 몰래 엿보기 시작했다.
원래 엿볼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성수호의 객실은 한여름을 저번처럼 쉽사리 들여보내 준 것이었다.
마치 자신을 전혀 위협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한여름은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바로 침실을 엿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엿본 침실 안에서는….
‘이 개새끼가!!’
쭈아아압!
“하아! 아, 아저씨! 하으으읏! 이거 너무 쌔요!”
“봄아, 좀 더 힘내! 일단 한 병만 채우자! 내가 짜줄게!”
“히끄으읏!!”
성수호가 여동생 가슴에 착유기를 달고, 가축처럼 모유를 뽑아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