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4화 〉 464화 위그드라실 (412)
* * *
민하연이 타나토스의 신녀를 고른 이후, 나도 바로 직업권으로 빙의술사를 선택했다.
여기서 의외인 점은….
“와, 언니 진짜 예쁘다.”
“그, 그런가? 나는 좀 거추장스러워서 창피한데….”
타나토스의 신녀는 전직과 동시에 화려한 신녀복을 받았지만, 빙의술사는 그냥 전직하고 땡이라는 사실이었다.
민하연의 복장은 동양 무녀들의 복장을 잘 맞물려놓은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나토스의 상징인 보라색과 하얀색이 섞인 옷감과 액세서리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옷 곳곳이 시스루 형태로 속살이 비치긴 했지만, 야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속살이 비추는 형태 때문에 고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민하연의 복장을 보고 떠올린 건….
‘하고 싶다!’
[….]
‘진심이야! 하고 싶다고!’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저 복장 입은 민하연과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허벅지가 비치는 시스루 치마를 들어 올려서 바로 박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내가 민하연을 멍하니 바라보자, 민하연은 내 시선을 눈치채고는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옷으로 교체하자, 민하연의 복장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민하연은 평소에 입던 블라우스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여, 역시 안 되겠다. 이 옷이 최고야.”
“아….”
내가 아쉽게 바라봐도 민하연은 다시 신녀복으로 갈아입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나와 민하연이 직업 선택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직업은 두 개….
“….”
다들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침묵하던 도중에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올린 건 한봄이었다.
“저는 포기할게요.”
“뭐!? 왜?”
한봄의 선언에 놀라 한 건 다름 아닌 민하연이었다.
아무리 민하연이 다른 파티 멤버를 좋아한다고 해도 한봄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녀를 먼저 챙겨주고 싶은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한봄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나는 회복사잖아. 이미 좋은 직업이니까. 내가 직업을 바꾸면 오히려 손해 아닐까? 나는 언니처럼 직업권을 가진 게 아니니까.”
“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건 굉장한 결단력을 요구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생각 같아서는 한봄을 잠시 따로 데리고 가서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회귀가 있으니까 일단 고르고 보자고….
일단 골라서 스킬만 배우고, 회귀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봄을 따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지금까지 양보한 삼인방이 섭섭해할 것이다.
나와 민하연은 일단 한봄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래, 그럼 세 분이 남았는데….”
그렇게 삼인방이 남게 되었다.
문제는 직업의 숫자였다.
‘두 개 남았네.’
사령기사와 강령술사가 남게 되었다.
문제는 직업을 골라야 하는 인원은 세 명이라는 사실이었다.
‘회귀가 있지만, 이런 부분까지 회귀를 앞세워서 진행해도 곤란하지.’
한여름은 이제 내 명령에 움직이는 녀석이 아니었다.
만약 녀석이 우리 몰래 3층으로 가버린다면 이 기회는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이 부분에 관해서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섭섭해할 거 같은데….’
서로 마음이 상하지 않게 직업을 분배하는 방법… 그게 과연 있을까 싶었다.
결국 한 명이 먼저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침묵이 흐르는 순간이었다.
“제가 포기할게요.”
박선희가 손을 들고 한 말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의문이 담긴 눈빛을 받으며 어깨를 으쓱하기 시작했다.
“근접은 일단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혜은이는 창을 잘 쓰니까, 사령기사의 기병술이랑 어울리고. 진희는 근접보다는 서포트 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어요.”
확실히 박선희의 말대로 그렇게 진행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효율을 추구한다는 건 누군가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박선희가 털털하게 웃으며 우리를 쭉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설마 직업 다 고르고, 저 버리는 건 아니겠죠?”
“서, 설마요! 다들 그런 생각 없어요!”
“그럼 됐네요. 저는 나중을 기약하면서 물러날게요.”
다들 박선희에게 고마움이 담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의 행동에 놀랐던 건 다름 아닌 민하연이었다.
비록 회귀 전이지만, 박선희는 민하연을 한여름과 떼어 놓기 위해 이간질을 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야 민하연은 그 당시에 이미 한여름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상태였지만….
행동대장이 손혜은이었다면, 박선희는 리더에 가까웠다.
언제나 말만 앞세우리라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양보하는 마음도 지니고 있던 것이었다.
‘1회차에서 바로 올라왔으면 이런 성격도 아니었겠지?’
[오히려 늦게 올라온 것이 득이 된 케이스입니다.]
과거에는 한여름의 여자였지만, 지금 박선희는 한여름과 어떠한 관계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한여름을 방해꾼으로 생각할 뿐….
박선희는 털털하게 웃으며 손혜은과 박진희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자, 빨리 선택해. 계속 미루면 내가 먹어버린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중에 더 좋은 직업 나와도 후회나 하지 말아.”
박선희의 털털한 웃음 덕분에 두 사람은 가벼운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손혜은은 사령기사를, 박진희는 강령술사를 선택했다.
화려한 보라색 빛기둥을 두 차례 더 보고 나서야 우리는 직업 선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민하연은 모든 것을 마친 뒤, 손뼉을 치며 우리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 시작했다.
“자, 드디어 끝났네. 그럼 이제 마무리해 볼까?”
“….”
민하연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소우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어떻게 해볼까?”
소우타는 망토를 뒤집어쓴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망토 안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민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아, 일단 용서해주면 안 될까?”
“….”
“사실 내가 저 녀석이랑….”
나는 민하연에게 소우타를 살리기 위해 설득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래.”
“거래를… 응?”
민하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고. 용서해주자.”
“그냥 그렇게 용서해줘도 되겠어?”
“솔직히 저 녀석을 지금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하여야. 하지만….”
민하연은 내게 다가와서 옆구리를 툭툭 건드리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용서해달라고 했잖아. 그럼 용서해줄래.”
“…이해해줘서 고마워.”
“훗… 자, 그럼 가자!”
그렇게 우리는 민하연의 외침과 함께 묘지기의 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던전 안에 있던 영혼들을 이끌고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영혼들은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인지 우리들의 인솔에 잘 협조했다.
오히려 던전에 있던 영혼들보다 더 두려움에 떠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괘, 괜찮겠지?”
소우타였다.
애초에 이 녀석이 제일 중요한 목표였던 만큼 데리고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녀석을 한심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묘지기에게 어떻게든 사정을 설명해줄 테니까.”
“….”
“생각보다 겁이 많네….”
“죽는 건 무섭지 않아. 복수도 못 하고 그냥 죽는 게 무서울 뿐이지.”
“정말 무섭지 않다고?”
나는 인벤토리에 있던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꺼내며 녀석에게 살짝 들이밀어 봤다.
소우타는 초록색 보석을 보자마자 기겁하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야!”
“죽는 게 무섭지 않다길래. 시험해보려고….”
“그건 예외로 쳐야지!”
“그래, 그래….”
내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자, 소우타는 안심하면서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한숨을 내쉬는 건 소우타뿐만이 아니었다.
“허억… 휴우….”
“간 떨어질 뻔했네….”
“간이 어딨냐 우리가….”
“….”
근처에 있던 혼령들이 내 행동에 기겁하던 것이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혼령들에게는 핵폭탄 버튼을 앞에 둔 손가락을 보는 기분일 것이다.
‘그냥 싹 다 죽이고 소우타만 데리고 갈 걸 그랬나?’
이 영혼들 대부분이 살아생전에도 나를 귀찮게 했던 녀석들이었다.
굳이 살려서 데리고 갈 이유가 있나 싶었다.
[소우타가 메인이긴 하지만, 다른 영혼들도 데리고 가는 쪽이 묘지기에게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씁… 어쩔 수 없지.’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의미 없는 학살을 했다가 괜히 까발려지면 나만 곤란해진다.
나는 영혼들을 인솔하면서 새로 얻은 직업에 대한 설명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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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술사(전설)
영혼 소환술(액티브)
마나를 소모해서 영계에 있는 영혼을 소환할 수 있다.
능력과 성향이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어서, 원하는 능력의 영혼을 찾을 수 있다.
특정 영혼을 지명해서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영혼 교감(액티브)
영혼과의 자주 만나거나, 근접해 있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한다.
빙의술(액티브)
소환하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는 영혼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켜서 생애 동안 그가 가졌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레벨과 호감도에 따라서 유지 시간과 능력의 수준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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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영계는 이 네오 니플헤임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바로 영혼 소환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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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영혼의 능력 카테고리를 결정해주세요.
무술, 마법,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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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심플했다.
일단 능력 카테고리를 결정하면 그 안에 직업 카테고리가 나오면서 원하는 직업을 소환하는 식이었다.
소환되는 존재는 어느 정도 빙의술사의 성향에 맞게 알아서 소환된다고 설명도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그런 직업 소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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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목 : 타케이치 소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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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목하자, 갑자기 내 뒤에서 걸어오던 소우타가 슉하고 사라지더니, 내 앞에 텔레포트 하듯 튀어나왔다.
“크엇! 뭐, 뭐야!”
“아, 소환 해봤어. 잘 되네.”
“후우… 깜짝이야.”
간이 작으시구먼… 아, 영혼이니까 간이 없다고 했지?
나는 그렇게 내 앞에 소환된 소우타를 보면서 빙의술을 전개했다.
그 순간이었다.
“흐어어….”
갑자기 소우타가 내 몸속에 빨려 들어가더니, 사라지고 없어졌다.
그리고 내 눈앞에 설명이 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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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술
대상 : 타케이치 소우타
직업 : 최면 술사
능력 리스트
최면 세뇌(패시브)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면 세뇌 게이지가 생성되고, 오래 바라볼수록 세뇌 게이지가 증가한다.
게이지가 차오르는 속도는 상대방의 종합적인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정신 조작
세뇌 게이지를 소모해서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
기억 조작
세뇌 게이지를 소모해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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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나는 리스트에 뜬 능력들을 보면서 속으로 환호 질렀다.
[능력이 한번 발현되었으므로 빙의를 풀더라도, 능력을 배우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좋아!’
이거다.
이걸 원했다.
나는 즉시 빙의술을 해제하면서 다시 몸속에 있던 소우타를 끄집어냈다.
“크허읏… 놀랐잖아! 간단한 언질 정도는 줘라!”
“아, 미안, 미안.”
사실 안 미안.
나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휘저으며 비키라는 식으로 녀석을 옆으로 치웠다.
소우타는 툴툴거리면서 다시 내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최면에 관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우리를 따라오는 혼령들과 멤버들이 들리지 않게,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 최면 능력은 게이지를 모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첫 번째 능력인 최면 세뇌는 패시브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자동으로 세뇌 게이지가 차오른다고 설명해줬다.
게이지는 상대방마다 따로 축적되고, 그렇게 상대방에게 쌓아놓은 세뇌 게이지를 소모해서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게이지를 모으는 행위는 전혀 문제가 안 돼. 문제는 그다음이야.”
게이지를 모으는 행위 자체는 범죄 요소가 아니었지만, 게이지를 소모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 행위로 간주 된다는 의미였다.
즉, 다른 공격 능력과 마찬가지로 PVP 대결과 레드 소환사를 제외하고는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심지어 다른 공격 능력과는 다르게 최면 능력은….
“사용하는 순간 단번에 레드 소환사가 되니까 주의해야 해.”
“주황색을 거치지 않고 바로?”
“그래. 다만, 정신 조작을 넘어서서 기억 조작까지 완벽하게 이뤄낸다면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기는 해. 게이지 관리가 관건이지….”
정신 조작은 상태 이상의 한 종류였다.
하지만 기억 조작은 그런 상태 이상의 상태를 인지 불가로 만드는 능력을 지닌 스킬이었다.
능력을 잘 활용하면 들키지 않고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실수하는 순간….
“바로 아웃이니까 조심해.”
“오케이.”
사실 위그드라실에서 최면술을 쓸 생각 따위는 없었다.
위그드라실은 감시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어서 최면을 사용하는 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물며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주황색 소환사 마크조차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으니까….
애초에 최면술을 배우려고 했던 이유는 다른 세계에 갔을 때를 위함이었다.
‘다른 곳에 가면 그만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지. 일단… 좀 이 녀석을 이용해서 연습 좀 해볼까?’
나는 소우타를 이용해서 빙의술과 영혼 소환술을 연습해봤다.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멤버들도 각자 이번에 습득한 스킬들을 활용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각자 새로운 능력을 연습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고, 금세 묘지기의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성에 도착하자마자 묘지기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호호호! 설마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해결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묘지기님, 제가 데리고 온 친구….”
나는 저 멀리서 벌벌 떨고 있는 소우타에 관해서 설명해준 뒤, 그가 혹시라도 영혼을 소멸 시킬까 싶어서 묘지기을 향해 변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외로 묘지기는 소우타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호호호.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곳의 관리자이지, 죄의 집행을 담당하는 자가 아닙니다.”
“아하… 그럼 죽이지는 않겠네요?”
“애초에 영혼은 그렇게 죽지 않습니다.”
“어? 제가 죽인 영혼들은요?”
“그 친구들은 이미 마을에 다시 소환된 상태입니다.”
내가 번개로 죽였다고 생각하던 영혼들은 마을에 소환된 상태라고 설명해줬다.
신성 계통의 마법이었다면 진짜 소멸했겠지만, 다행히 뇌속성 마법에는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이 묘지기의 설명이었다.
“다만 당신이 사용하신 마법을 계속 맞다 보면 분명 소멸할 것입니다. 주의해주세요. 마지막 영혼의 불씨를 꺼트리는 건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 말, 명심하겠습니다.”
“호호호. 제가 도와주신 은인에게 너무 잔소리를 해버렸군요. 이번에 고생하셨으니 여기서 한동안… 아니, 평생 쉬다 가셔도 좋습니다.”
죽은 자의 조크라고 생각하며 웃어줬다.
나는 웃으며 묘지기에게 한 가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성에 남아 있는 제 동료는 저희가 떠나있는 동안 혹시 사고 치지 않았나요?”
한여름.
혹시라도 내가 잠시 자리 비운 사이에 사고를 쳤을까 봐 걱정됐다.
무엇보다 민하연과 한봄도 자리를 비운 터라 폭주하면 제어해줄 사람이 없기도 했고….
“아… 그 친구는….”
묘지기는 뼈다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떠날 날부터 방 안에서 도통 나오지 않더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