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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47화 (448/898)

〈 447화 〉 447화 마법 학교 슈트라 (3­58)

* * *

브란트루프 공작과 루이스가 아틀러에 도착하자마자 자작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들에게 충격은 안겨주고 있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 친구에 관해서 안 좋은 소문을 자주 접하기는 했지만, 그런 짓을 저지를 줄은….”

자작은 공작과 루이스에게 안나가 당할 뻔한 일과 제프가 한 범죄를 모두 낱낱이 고했다.

카이 브란트루프는 허탈함을 금치 못했고, 그의 옆에서 같이 듣고 있는 루이스도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제프, 이 미친놈이 제정신이 나간 건가?’

루이스는 제프의 성향에 대한 소문을 접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술 중독, 여자 중독, 심지어 기분이 안 좋으면 평민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성향까지….

그가 평소의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는 소문으로만 무성했기 때문에 설마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루이스는 이미 그 소문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루이스가 제프와 친분을 유지하는 건 그의 그런 저급한 평판을 반겼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렇게 망나니짓을 하고 다닐수록 카린이 혼인을 맺을 때 느끼는 절망감도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망나니짓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향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안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내가 찾아가니, 만나기를 거부하더군.”

“그날 새벽에 큰 충격을 받으시고, 지금도 식음을 전폐한 채 앓아누우셨다고 들었습니다.”

“허….”

“감히… 어머니를….”

루이스는 자작에게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을수록 이마에 솟구치는 열기가 그의 뇌를 점점 익히기 시작했다.

“제프… 그 새… 그… 녀석을 제가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루이스. 진정하거라.”

공작은 루이스의 흥분한 모습을 질타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머니가 겁탈당할 뻔했는데, 되려 그것을 인내하고 참고 있는 것이 남자로서 수치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루이스 경, 진정하게. 어차피 제프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상황일세.”

“그러고 보니, 큰일이 있다고만 들었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못 들었군.”

“그 부분을 이제 설명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공작부인께서 험한 일을 당할 뻔한 것을 성수호 씨가 구해줬습니다.”

“성수호?”

자작은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직접 본 것처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작은 성수호에게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을 넘어서서 그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공적과 전혀 무관함에도 그를 치켜세우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다.

제프를 책임지던 성수호는 그가 보이지 않자 성을 돌아다니며 그를 찾아다녔고, 우연히 그가 가는 방향을 봤다는 시종을 발견하고 그가 향한 곳으로 간 것이었다.

그리고 제프가 향한 곳을 토대로 그를 찾던 성수호는….

“정말 위험한 순간 소리를 듣고는 공작부인을 구하셨습니다.”

“정말 행운이 따랐군.”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수호 학생을 초대한 게 루이스 경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루이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그를 보는 공작의 표정은 평소에 그에게 보여주던 엄숙한 표정을 지우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네가 우리 가문에 귀빈을 초대했구나. 잘했다.”

“가,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칭찬받았지만,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언제나 엄격하던 아버지가 성수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공작의 웃음을 보면서 질투보다는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또 그 새끼랑 엮였어… 아버지가 가면 연회의 일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루이스는 공작을 보면서 한 장면을 떠올렸다.

자신이 초대한 남자가 어머니와 포옹하고 춤을 추던 장면을….

루이스의 그런 마음도 모르는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서는 입을 열었다.

“이럴 상황이 아니군. 루이스 가보자.”

“어딜 말씀이십니까?”

루이스의 의문에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디긴, 우리 가문의 은인에게 인사하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

루이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공작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브란트루프 공작이 향한 곳은 성수호의 객실이었다.

시종에게 안내받아서 어렵지 않게 찾아온 객실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도 같이 있었다.

“카린?”

“아버지, 어서 오세요.”

성수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카린이 일어나서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

공작과 루이스는 카린의 모습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했고, 그런 당황하는 모습을 보던 성수호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오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찾아가 뵀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괜찮네. 우리도 막 도착했네. 그리고 이렇게 불쑥 찾아온 쪽이 실례 아니겠나.”

“오셨으니 앉으시죠.”

공작과 루이스는 성수호의 배려를 받으며 테이블로 향했다.

루이스는 성수호와 카린을 한눈에 담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뭐야? 왜 같이 있는 거야?’

딱히 기분이 나쁜 건 아니었다.

이 자리에 루나가 있었다면 짜증이 폭발했겠지만, 이 장소에 있던 건 자기가 그토록 혐오하는 카린이었다.

테이블에 도착한 공작은 앉기 전에 성수호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로베로 자작에게 모든 이야기를 들었네. 자작의 구출부터 시작해서 우리 가문의 안사람을 구한 일까지… 정말 고맙네.”

그냥 말만 감사하는 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의 행동이었다.

공작은 허리를 굽히고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한 것이었다.

“아, 아버지!?”

루이스는 놀란 표정으로 공작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성수호가 부담스러운 눈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공작님, 제가 도움이 되어서 오히려 기쁠 따름입니다.”

“저도 감사드려요.”

공작의 인사에 이어서 카린도 성수호에게 허리를 굽혔다.

카린은 이미 성수호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음에도 공작이 허리를 굽히자, 본인도 위치에 맞게 허리를 굽히고 성수호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서 당신과 웃고 있지 못했겠죠. 정말 고마워요.”

“하하….”

브란트루프 공작과 그 가문의 장녀가 허리를 숙인 상황.

단 한 명만이 허리를 뻣뻣하게 펴고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루이스 옆에 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몸을 움찔거리게 했다.

“루이스.”

“아, 네!”

루이스는 아버지의 조용한 질타에 허겁지겁 허리를 숙여서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고… 고맙다.”

“고맙긴, 친구끼리….”

분명 성수호의 대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씨익….

그가 자신을 보며 비릿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짜증 나는 새끼….’

어머니를 구한 그에게 느껴지던 고마움은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루이스의 마음속에서 증발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럼… 이렇게 방문한 거 이야기라도 나누지.”

그렇게 공작의 인사가 마무리되자, 같이 테이블에 앉아서 그간 있었던 일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공작과 루이스는 이미 자작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한 부분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도착한 두 사람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고맙네. 내가 이미 말했겠지만, 우리 가문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것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해주게.”

“지금도 충분히 큰 환영을 받은 거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고맙군. 시간을 봐서 이따 저녁을 같이하세. 그럼 이만….”

공작은 발걸음을 옮기며 카린과 루이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 신호에 다르게 응답하는 존재가 있었다.

“아버지, 저는 이분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는데. 마저 대화를 마치고 가도 될까요?”

“…그렇게 하거라.”

공작은 카린의 미소를 보면서 잠시 흠칫거렸지만, 표정을 바로 풀고 루이스에게 눈치를 주면서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이스는….

‘저년이 저렇게 웃으면서 사람을 대한다고?’

카린은 평소에도 대외적인 자리에서는 미소로 상대방을 홀리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녀를 평생 옆에서 봐왔던 루이스는 그녀의 표정에서 평소와 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면처럼 보이던 그녀의 표정이 오늘은 유독 생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생기가 담긴 모습은 평생 루이스에게 보여주던 진심이 담긴 표정과 비슷해 보였다.

다만 루이스에게는 표독스러운 악녀였다면 성수호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미소 같은 느낌이라는 게 다르다면 달랐다.

루이스는 카린이 누군가에게 친절하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았었다.

어차피 가식이라는 철면피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응어리져있던 박탈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한테 그 지랄을 하던 년이 왜 저 새끼한테는….’

언제나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자신을 하대하던 여자가 정작 자신이 경멸하는 존재에게 진심이 담긴 미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은 보기 싫은 것을 넘어서서 환멸을 일으켰다.

루나가 그랬다면 그냥 질투심이 담긴 짜증이었겠지만, 카린의 저런 행동은 그동안 하찮은 인간 취급을 받아오던 루이스에게 심한 박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그렇게 속으로 울분을 쌓고 있는 순간 그의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이스, 왜 그러느냐?”

“죄, 죄송합니다. 잠시 정신을….”

“네 어머니에게 가보자. 이번에는 만날 수 있겠지.”

“네.”

루이스는 점점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시선은 성수호와 카린에게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나왔을 때,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상한 장면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차… 착각이겠지?’

루이스는 자신이 본 것이 너무 해괴한 탓에 착각이라고 생각하며 공작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

방에는 적막한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

“….”

그리고 그 적막한 침묵 안에는 나와 카린이 입술을 교차한 그림과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림이라는 작품 안에 빨려 들어와서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와 카린의 색감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이스가 방을 나가는 순간 카린이 내게 갑자기 키스를 해와서 뭔가 싶었지만, 나는 아무 거부 반응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그녀의 입술의 온기를 느끼며 침묵했다.

카린은 내 입술에 닿고 있던 입술을 차분하게 떼면서 말했다.

“덕분에 기분이 풀렸네요.”

“기분? 뭔가 불편한 게 있었나요?”

카린은 내 체액이 묻은 입술을 잠시 입 안으로 넣고는 맛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아까 루이스가 저를 뚫어지게 쳐다봐서 짜증이 났어요.”

“허….”

카린의 입에서 짜증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면 정말 싫었던 모양이었다.

이쯤 되니 진심을 알고 싶었다.

카린은 루이스를 혐오할 정도로 싫어하지만, 한편으로 인정한다고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진짜 생각을 알고 싶었다.

“루이스를 왜 싫어하게 된 거야?”

“별거 없어요.”

카린은 자기 체액이 묻은 내 입술에 손가락으로 쓱 닦더니, 내 입술을 닦은 자기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약하기 짝이 없어서 싫어했어요.”

“나약?”

의외였다.

지금 내가 아는 루이스랑 꽤 많이 다른 느낌인데?

아니면 카린의 입장에서 다르게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

카린은 마법에 재능이 없었을 뿐, 그녀는 신동 중에서 신동이었으니까.

“루이스가 왜 저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 얼굴을 하는지 알아요? 바로 나약했기 때문이에요.”

마법에 재능을 깨우치기 전, 루이스의 모습은 하찮기 그지없었다고 말했다.

“너무 의존적인 모습이 꼴 보기 싫었어요.”

“….”

생각해보면 루이스는 아직도 루나에게 징징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심지어 어렸을 때는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어머니에게 매달려서 울기까지 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싫었어요.”

질투심?

그런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저 남자답지 못한 행동에 짜증과 분노가 끓어올랐을 뿐.

만약 루이스가 기가 세서 카린에게 손찌검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매번 칭얼대다가 어머니한테 혼나는 모습… 그 장면을 떠올리니까 짜증이 나네요. 그나마 지금은 볼만해서 다행이에요.”

그나마 지금 그의 평가가 괜찮아진 것도 실력보다는 자신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부터 대충 느낌이 왔어요.”

“…?”

“루이스는 자신보다 약자를 이용해서 능구렁이처럼 잡아먹으려는 성격이 그때도 보였어요.”

“하하….”

“차라리 본성이라도 쉽사리 드러냈으면 모를까… 숨기는 모습도 짜증 났어요.”

차라리 지금처럼 도발하면서 약을 올리는 쪽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었다.

카린… 정말 기괴한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짜증을 내는 카린의 모습이 내 물건에 반응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내가 카린에게 서서히 다가가자 카린은 눈매를 좁히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늘은 안 돼요. 아버지도 방문하셨고, 만약 들키기라도 한다면… 흐읏….”

나는 카린의 말을 끊고, 앉아 있던 그녀의 몸을 감싸면서 가슴을 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귓속에 속삭였다.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빨리 다리나 벌려.”

“정말이지… 저는 행복하기는 글렀네요.”

카린은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드레스 치마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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