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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36화 (437/898)

〈 436화 〉 436화 마법 학교 슈트라 (3­47)

* * *

“흐으….”

카린은 신음과 함께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평소 잠에서 깰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이 흐릿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느끼는 깨어나는 감각과 다르게 그녀의 시야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안 보여.’

아무리 잠에서 막 깨어나더라도 시야에 뭔가 들어와야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앞에는 어두운 장막이 뒤덮고 있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고, 그저 장님이 된 것 같은 불안함이 그녀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카린은 놀란 나머지 주변을 다듬으며 상황 파악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 여긴 어디지?”

“아, 깨어나셨어요?”

“누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카린의 이성을 잡아 삼킬 정도로 커다란 경계심을 몰고 왔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은 황급히 카린의 팔을 잡고 대화를 시도했다.

“저예요. 성수호.”

“아! 휴우… 죄송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놀랐어요.”

카린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을 붙잡고 있는 성수호의 팔을 더듬더듬 붙잡으며 물었다.

“여긴 어딘가요? 앞이 보이지 않아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성수호의 말과 함께 갑자기 눈 안에 매서울 정도로 강렬한 빛이 동공 안에 쏘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읏….”

“됐다.”

그의 말과 함께 주변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카린은 그저 빛에 적응하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시력이 정상이 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간신히 빛에 적응한 카린은 눈을 뜨고 불을 밝혀준 성수호를 보며 안도하기 시작했다.

“여긴…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도적들은!?”

“다행히 잘 도망칠 수 있었어요.”

카린은 그 이후로 성수호에게 상황에 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동굴이 무너질 때 떨어졌던 철광석에 카린이 기절했고, 성수호는 그런 카린을 끌고 마법을 사용해서 그 자리를 탈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아까 도적들은 확실히 매몰됐어요. 그러니까 안심해도 괜찮아요.”

“…죄송해요.”

“네?”

카린은 내 의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침체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입을 열었다.

“괜히 제가 와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해버렸네요.”

“….”

카린은 지금까지 남자 앞에서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아니, 심지어 가족 앞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성수호와 고작 며칠을 지냈을 뿐인데, 그의 앞에서 연쇄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의기소침해진 것이다.

아무리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되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몸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었다.

‘나… 진짜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는 건가?’

자기 능력에 만족하지 않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던 카린이었다.

벽이 있더라도 깨부술 각오를 하며 평생을 살아왔던 그녀가 루이스라는 벽에 의해 좌절하고, 성수호라는 존재에 의해서 무기력해진 것이었다.

벽을 앞에 두고 부수거나 뛰어넘기는커녕 어느 순간 벽의 그늘에 움츠리며 시기와 질투로 그 벽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행위를 본인이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의기소침해하고 있을 때였다.

성수호는 마법진을 펼치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걸 방해라고 말해도 곤란하네요.”

“…목숨이요?”

“아까 카린 영애가 제 앞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저는 진짜 팔을 잘랐어야 했을 거예요.”

“….”

카린은 성수호의 말을 듣고 아까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위해 팔을 자르겠다던 남자.

‘…진심 같았어.’

카린은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는 재주는 없지만, 상대방의 진위를 파악하는 재주는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성수호의 행동은 허세와 거짓, 둘 다 없었다.

진심으로 팔을 자를 각오를 하는 눈을 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 내 환심을 사기 위해서?’

카린의 결론은 그것뿐이었다.

카린은 성수호를 처음 봤을 때부터 여색이 짙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그에게서 여자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틀러에 도착하고 나서 그의 여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간파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이 남자의 품에 안긴 이유를 알 거 같아.’

안나가 성수호와의 관계를 철저하게 숨긴다고 숨겼지만, 카린의 레이더에는 결국 포착되어 버렸다.

‘하지만 어머니가 그런 빈틈을 보일 줄은 몰랐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시종은 카린의 충복 중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사실이 외부로 새어 나갈 염려는 없었다.

카린이 위험을 무릅쓰고 토림 계곡에 온 이유도 성수호 때문이었다.

성수호가 어떤 인간인지 확실히 알고 싶던 것이었다.

그런 성수호가 카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죠. 이런 곳에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어요.”

“네.”

카린은 그의 팔로부터 전해져오는 온기에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카린은 그의 듬직한 등을 바라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나를 원해서 기뻐…. 하지만…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야.’

카린은 자신을 구해준 남자의 뒤에서 한없이 자신의 존재를 후회하며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그렇게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식탁과 의자, 불이 지글지글 타오르는 랜턴, 잠자리, 그리고 각종 식량이 창고처럼 모여 있었다.

카린은 사람의 흔적을 보면서 경계하기 시작했다.

“여긴 어딜까요?”

“아마 아까 갱도를 무너뜨린 녀석들이 지내는 곳 같아요.”

“도적들이요?”

“네.”

갱도는 대량의 침입자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서 도적들이 만들어 놓은 곳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곳은 언제나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자칫 침입자가 없을 때 무너질 수도 있었고, 반대로 침입자가 들이닥쳤을 때 관리가 허술해서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곳에서 며칠씩 지내면서 교대를 하는 식으로 동굴을 관리해왔을 거예요.”

“의외로 체계적이네요. 도적 주제에….”

“그냥 어중이떠중이 도적이면 몰라도 마법까지 배운 녀석들이 있었다면 효율을 중시했을 가능성이 크죠.”

“하긴….”

카린은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마친 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미 여기는 버리고 도망친 모양이에요. 마침 저희는 동굴의 지리를 모르잖아요. 여기서 식량을 조달해보죠.”

“네.”

카린은 차분하게 대답하면서 나와 같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카린은 감탄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고작 해봐야 교대하는 장소인데 이런 좋은 품질의 식량을 쌓아 놓다니….”

카린의 말대로 그들이 쌓아 놓은 식량들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얼음과 같은 냉기를 품고 있는 계곡과 그 내부의 동굴.

식료품이 잘 보관되기 좋은 환경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그중에 카린의 눈을 휘어잡을 정도의 대단한 물품도 존재했었다.

“맙소사 이건….”

“…?”

카린은 보라색 액체가 가득 차 있는 병을 들어 올리면서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북부 지방에서 왕가에 진상하는 포도주예요.”

“오… 비싸겠네요?”

“비싼 개념이 아니에요. 이건 판매할 수 없어요.”

카린은 신줏단지 모시듯 와인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척박한 북부에서만 자라는 산포도가 존재하는데, 그 포도를 이용해서 30년간 숙성한 와인이라는 것이었다.

북부 산포도가 희귀한 수준은 아니지만, 30년간 숙성했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대개 10년 안팎으로는 아틀러에 자주 들어와서 판매하지만, 30년을 넘게 숙성한 것들은 매년 왕가에 진상품으로 올리고 있어요. 여기 표기된 것이 그 품질 보증이에요.”

“아… 그럼, 여기 도적들은 이게 그냥 판매용 와인인 줄 알았나 보네요? 여기다 덩그러니 놓은 걸 보니….”

“네… 작년에 도난당했다고 들었는데… 아마 이 물건인 거 같아요.”

카린은 라이온 킹의 한장면을 연상시키듯 와인을 들어올려서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카린을 보면서 묻기 시작했다.

“그럼 그 포도주는 이미 찾는 것을 포기했겠네요?”

“네… 그래서 폐하께서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의외네요. 그 정도로 중요한 물품인데도 토벌대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

“북부지역에는 생각보다 도적이 많이 출몰해요. 이번처럼 자작께서 납치된 경우가 아니라면 특정해서 도적을 지목하는 게 불가능해요.”

도적을 잡는 건 중요하지만, 그 이유가 고작 포도주 하나 잃었다는 명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즉, 와인 한 병 찾자고 모든 도적단을 들쑤실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원래는 금화를 이용해서 포로 교환 형식으로 자작님을 구할 예정이었어요. 학장님께서 그렇게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원래는 돈을 쓰려고 했지만, 학장이 나서니 계획이 틀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틀어진 계획 때문에 도적을 손쉽게 토벌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이 합류해줘서 정말 다행이에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지금쯤이면 저와 병사들은 포로 신분이 되어서 애물단지가 되었을 거예요.”

“어디까지나 결과죠.”

카린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저와 병사들은 봤어요. 당신은 과정과 결과, 전부 다 완벽했어요. 그 부분에 관해서 낮추지 마세요.”

“하하….”

나는 과도한 칭찬에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가 들고 있는 와인에 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그 와인….”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이제 없는 셈 치는 거니까 마셔도 괜찮겠죠?”

나는 인생을 살면서 술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신 적도 없었다.

내가 술을 마시게 된 건 순전히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여자들과 관계를 개선할 목적으로 마시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딱히 주류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다 보니 비싼 술이라는 개념도 별로 내게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30년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맛이 있냐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유니크함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흐음….”

내 말은 들은 카린은 썩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도적으로부터 안전해졌다고 해도 술을 마시고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몰래 챙겨서 가지고 가는 것도 문제였다.

이 와인은 왕가에 헌상할 정도로 귀한 술이었고, 도난당한 물건이라고 해도 왕가의 물건을 부정 소지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카린은 천천히 와인을 식탁 위에 올려다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10년산과… 30년산의 차이. 저도 그 유혹을 이기지는 못하겠네요.”

“하하….”

“무엇보다….”

“…?”

카린은 고개를 기울며 미소를 지었다.

“저를 구해준 분의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제 마음속이 편치 않을 거 같네요.”

즉, 상대가 나라서 봐준다는 의미였다.

그녀는 마음을 굳혔는지, 나와 마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린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식기들을 살펴보더니 미간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잔이 있긴 한데… 너무 더럽네요.”

카린의 말대로 그들이 사용하는 식기는 제대로 세척이 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깨끗한 잔도 철광석의 녹을 잔뜩 머금고 있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런 더러운 잔에, 왕가에 헌납하는 와인을 마신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저한테 맡기세요.”

“…?”

나는 그렇게 말하며 푸른색 마법진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물 마법의 기초는 주변의 수분을 끌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끌어오는 수분의 양은 식기 세척 정도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녹슨 철 사이사이에 들어 있던 수분이 한데 모여서 볼링공만 한 구체를 형성했다.

그렇게 떠다니는 물덩이 안에 잔을 넣어서 씻기 시작했다.

카린은 내 물구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생각보다 기초적인 마법이라 어렵지 않아요.”

“그 기초를 못 하는 사람을 농락하시는 건가요?”

“하하….”

카린은 시기심이 깃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정색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겠지만, 한편으로 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세척을 마무리하고, 깨끗해진 식기를 식탁 위에 올려다 놨다.

“철광석 갱도라 녹 냄새가 많이 풍기지만… 맛은 변하지 않겠죠?”

“저도 이 와인은 처음 맛보는 거라… 장담할 수는 없겠네요.”

그렇게 나와 카린은 와인을 잔에 따르고,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코끝에 피어나오는 와인 향을 느끼기 시작했다.

‘으음… 향이….’

[어떻습니까?]

‘…그냥 와인인데?’

진짜 모르겠다.

그냥 전에 마셨던 와인들과 뭐가 다른 걸까?

하지만 나와 다르게 카린은 눈을 감은 채 향을 맡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단해요. 이런 향… 10년 산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하는 그런 향이에요.”

“그…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미안, 사실 하나도 모르겠어.

맛은 다르려나?

카린은 향을 전부 맡고는 내게 잔을 내밀면서 랜턴에 반사된 빛과 함께 미소를 내게 보여줬다.

“정말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이런 귀한 술도 마셔보네요.”

“저야말로 카린 영애와 이렇게 마실 수 있어서 영광이네요.”

“후후… 그 말을 한 게 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거 같네요.”

“하하….”

챙….

나는 어물쩍 넘기면서 카린이 내민 잔에 내가 들고 있는 잔을 부딪치자, 동굴에 있던 철광석을 튕기며 잔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리 둘은 천천히 입으로 가져다 대며 와인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흐음….”

“음….”

그리고 생각했다.

‘…모르겠다.’

[….]

진짜 모르겠어. 그냥 와인이야. 1년산이든, 10년산이든, 30년산이든, 내 코와 입은 그저 와인이라는 정보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카린은 달라보였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오버하지는 않았지만, 한 모금 마신 것만으로도 감동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몇십 초를 머금은 와인은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목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의 몸 안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카린은 이내 입 안에 와인이 전부 사라지고 나서야 나를 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맛이라 저도 모르게 정신이 팔렸어요.”

“아닙니다. 와인이 마음에 드셔서 다행이네요.”

“후후….”

카린은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와인잔을 올려두고 천천히 와인잔을 굴리기 시작했다.

와인잔 안에 있던 와인이 찰랑거리며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카린의 와인잔 내부에는 작은 와인 바다가 폭풍우를 만난 듯 세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잔을 흔들던 카린은 손을 멈추더니, 잔을 들어서 내게 뻗어 올렸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나는 그녀에게 맞춰서 잔을 들어서 천천히 그녀의 잔에 부딪혀 줬다.

챙….

“네, 말씀하세요.”

동굴 전역에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잔 울림의 소리를 배경음으로 삼으며 카린이 예상치도 못했던 말을 건네왔다.

“저희 어머니의 마음을 홀린 건 그저 당신의 만족감 때문인가요? 아니면 루이스에 대한 앙심 때문인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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