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화 〉 430화 마법 학교 슈트라 (341)
* * *
카린은 나를 살짝 경계하고 있긴 했지만, 나에게 적의까지 보이는 않고 있었다.
그저 어제 마지막에 했던 말과 꿈이 영향을 미쳐서 행동에 경계가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가 저물면서 저녁이 되었다.
“하루 더 지나면 학장님과 마주할 수 있는 교차로 지점에 도달하게 돼요.”
“네. 그럼 저는 철광석을 데울 준비를 할게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카린의 떨떠름한 감사를 받으며 어제처럼 철광석을 데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철광석을 모으는 사이에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몰래 돌아다니는 도적들은 대략 다섯 명.
아까 몰래 돌아다니는 것을 잘 캐치해서 이미 기질창을 전부 확인해둔 상태였었다.
‘자기들 구역이라 그런지 잘 숨네.’
[실력은 병사들에 비해서 형편없지만, 숨는 자질들은 뛰어납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그들의 전투 실력은 병사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았지만, 그나마 그들보다 뛰어난 부분이 바로 숨는 것이었다.
저런 상태로 잘 숨어 있다가 밤 중에 한꺼번에 기습을 감행하면 전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서 싸움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치졸하다고 볼 수 있지만, 환경과 능력을 잘 활용하는 부분만 따지면 도적치고는 상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마법사가 안 보이네….’
카린의 설명을 들었을 때, 도적단에 마법사가 있다고 했다.
마법을 이용해서 교란 작전을 주로 펼친다고 했으니 올 것이 분명했다.
[아마 마법사라면 그저 평범한 부하 취급은 아닐 것입니다. 준비가 다 되면 올 가능성이 큽니다.]
‘미리 기질이나 보고 싶었는데…. 자는 도중에 오겠네.’
저렇게 몰래 잘 숨었다면 지금 당장 기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취침하는 도중….
그렇게 확정 지으며 기다리자, 병사들이 철광석을 들고 내 쪽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경계는 경계고, 구경은 구경이라는 건가.’
카린이 내 마법진을 보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어제처럼 마법진을 구사해서 마법을 펼쳤고, 카린과 병사들은 어제처럼 내 마법을 보면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각자 감탄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대부분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기뻐하지만 카린은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마법의 장면을 평생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싶어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철광석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다.
카린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내게 겸손하게 감사의 인사를 해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혹시 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시간이요?”
“네…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뢰베 상단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 뻔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늘도 침몽으로 들어가서 뢰베와 무슨 관계인지 확인해볼까?’
[저는 레나 씨와 베아트리체 씨를 대기 시켜 놓겠습니다.]
‘기습할 거 같으면 대충 느낌이 올 테니까, 움직임이 수상하다 싶으면 바로 깨워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정하며 나는 천에 둘러싸인 철광석을 끌어안고 작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이번에는 카린의 꿈속에 들어가서 등장하지 않고, 조금씩 조작하면서 그녀의 과거를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린의 인생은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올 수밖에 없는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녀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그녀를 한번 대하는 것만으로 탄성을 내뱉게 하고, 감탄했으며, 질투심을 피우게 했다.
정말 대단한 점은 카린의 재능이었다.
그녀가 가진 재능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
‘흡수한 지식을 재능으로 꽃피우는 재능…. 진짜 천재네.’
한번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그걸 완벽하게 이해해서 다른 지식과 조립하는 재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진짜 천재….
하지만 그런 재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마법은 그냥 머릿속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일단 마나를 다룰 수 있어야지 시작이 될 텐데. 그런 시작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법이라는 부족한 부분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루이스가 아직 마법을 익히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세력을 구축해서 상회를 만든 것이었다.
‘…개쩌네. 고작 10살에 그런 생각을 하고, 실행했다는 거네.’
카린은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후계자 자리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의외인 점은 나에게 접촉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카린이 제프와 결혼하기 싫어서 나를 이용하려는 계획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는 순수하게 자신이 몰래 운영하는 뢰베 상회가 슈트라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나와 손을 잡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네. 그런데….’
의외인 점은 루이스가 슈트라에 입학할 때쯤이었다.
카린은 매일 몰래 비명을 지르며 마법진 구사에 몰두하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제프와의 결혼?
카린의 마음속에서 그 부분은 오물처럼 혐오감이 역류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안나의 명령이니까.
그리고 브란트루프 가문의 자제로써 응당 받아들여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안나의 딸, 브란트루프의 자제 그 두 가지 사실만으로 카린은 제프와 결혼할 각오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왜 제프에게 쌀쌀맞게 굴고, 그의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었을까?
의외로 이유가 재미있었다.
‘입지… 결혼하기 전에 제프의 입지를 나락으로 만들어서 포츠 백작가를 손에 넣겠다는 건가? 진짜 대단하네.’
그녀는 포츠 백작가에 시집을 가서 포츠 가문을 멸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어떻게 더 위세를 끌어올릴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제프가 어설프게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포츠 백작가는 분명 망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카린은 일부러 제프의 기세를 더 누그러뜨리면서 결혼 후에 휘어잡기 위해 그를 더 곤란한 처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었다.
포츠 백작조차 포기하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만들 정도로 처참하게….
카린은 자신이 소속하게 될 포츠 백작가가 역사에 길이 장식될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고 싶어 한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긍지다.’
카린과 비슷한 부류의 여성을 알고 있었다.
레나.
그런 굳세고 당당했던 레나도 결국 무너졌다.
하지만 카린은 그런 레나와 다르게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자신의 이기심과 어머니에 대한 복종심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다.
레나는 모든 것을 품으려다가 망가진 케이스였다.
아마 카린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열등감은 평생 안고 살겠지.’
루이스에게 패배했던 감각은 아마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루이스가 후계자가 되고, 카린이 결혼간다고 해서 그녀를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더 괴롭히겠지….
대략적인 정보는 취합했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었다.
‘제프한테 뭔 짓을 한 거지? 연회 당일에 뭔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보자.’
그렇게 그녀의 과거를 훑어보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큰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레나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주인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적이야?’
[네! 현재 열다섯 명 정도 에워싼 것으로 추측됩니다.]
레나가 감지한 것이니 거의 정확할 것이다.
[현재 적들의 동향을 감지한바, 카린 브란트루프를 노리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역시나….’
일단 여자라는 점도 한몫했겠지만, 아마 그녀가 이 병사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도 이미 파악해서 그녀를 납치하려고 드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지휘관이 없다면 대부분 병사는 금방 오합지졸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카린이 납치되거나 다치는 상황은 막아야했다.
하지만 문제는 도적이 먼저 습격하기 전에 내가 먼저 눈치를 까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흠… 아르모니아.’
[네.]
‘저 녀석들 내 은신 감지할 수 있는 녀석 있어?’
***
콰콰콰콰쾅!! 콰쾅!
“흐읏!? 무, 무슨!?”
카린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라서 텐트 안에서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바로 옆에서 들려왔던 폭발음으로 인한 고막을 찌르는 듯한 이명과 잠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어두운 텐트 안에서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텐트 밖이 붉은색으로 뒤덮여 있어서 입구를 파악하고 바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텐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저, 저건!?”
흐릿한 시야 너머로 붉은색 기둥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느낀 카린은 두려움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팔목만 한 불길은 카린을 덮치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의 주변을 덮쳤을 뿐….
그녀의 주변으로 날아간 불길은 그녀의 주변에 있던 돌들 위에 안착하고 있었다.
“이, 이건 뭐야… 설마 마법?”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콰콰콰쾅!!
“꺄아악!”
카린은 간신히 정신이 들려는 찰나에 다시 고막에 엄청난 이명이 들리면서 폭발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나뒹굴며 쓰러졌다.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시야에 초점을 맞춰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병사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습을 받고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으로 인해 터지는 토림석과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불길은 막 잠에서 깬 병사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어버렸다.
“적이… 빨리…!”
“화… 마법…!”
고막에 울려 퍼지는 이명 덕분에 카린은 병사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저 아까 폭발로 인해 넘어진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일어나려는 순간 또 한 번 불길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아, 안돼! 피, 피할 수가!”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카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불길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콰당.
“끄으읏!”
피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 버린 것이었다.
‘이, 이대로는!’
그녀는 본능이 따르는 대로 양팔을 들어 올려서 불길을 막기 위해 엑스자로 교차했다.
알고 있었다.
분명 이렇게 막는 행위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몸이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그렇게 불길이 그녀를 덮치려는 순간이었다.
‘…?’
분명 느껴져야 할 불길의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이명만이 그녀의 귀를 울릴 뿐이었다.
점차 이명이 잦아들면서 주변 병사들의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카린은 비명과도 같은 소리 사이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를 캐치할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
카린은 주변에 비명과 같은 소리 사이에 들려오던 남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렇게 고개를 들어 올리자마자 남자가 자신에게 망토를 던져주면서 입을 열었다.
“그거 입고 계세요. 불길이나 폭발에는 갑옷보다 나을 거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