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화 〉 428화 마법 학교 슈트라 (339)
* * *
카린은 해가 자취를 감추자, 주변을 둘러보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숙영을 하도록 하죠.”
“네.”
카린의 목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전부 조용히 천막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병영 텐트와 다르게 딱 누워서 취침할 수 있는 공간만 마련된 텐트들이었다.
병사들이 카린의 텐트를 크게 지으려고 하자, 카린은 바로 제지하며 명령했다.
“나도 똑같이 만들도록. 딱 누워서 잘 수 있는 수준이면 돼요.”
“하지만 카린 님… 굉장히 힘드실 겁니다.”
“괜찮으니, 제 텐트도 똑같이 만들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카린의 말을 들은 병사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녀의 말대로 1인용 작은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설치된 카린의 텐트는 그녀가 딱 포복 자세로 들어가서 자야 할 정도로 작은 텐트였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 없을 텐데.’
사실 카린의 행동은 마냥 옳다고 볼 수 없었다.
본인 딴에는 병사들을 배려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병사들은 오히려 그녀의 행동을 불편해할 것이다.
다만 저 명령에는 배려라는 명분 하나만 들어있는 건 아닐 것이다.
카린은 토림 계곡에 들어섰을 때,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비해서 수색하는 내내 추위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이고… 입술 파란 거 봐라….’
카린과 기 싸움 중이다 보니 처음에는 추위에 약한 모습을 보며 쌤통이라고 고소해했는데, 수색을 지속되다 보니 점점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될 때쯤에는 그녀의 굳은 표정도 창백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병사들은 토림 계곡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추위에 버텨온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서 카린은 혹한의 환경에 노출된 경험이 적을 것이다.
마법도 쓸 수 없고, 육체적인 단련도 하지 않은 여자다.
아무리 그녀가 재능이 있고, 의지력이 높더라도 결국 평범한 여자의 몸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카린은 1인 텐트가 설치되자마자, 바로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모닥불 수를 최소화해주세요.”
모닥불을 최소화하고, 경계를 서는 곳에만 모닥불을 피워서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자는 것이었다.
“말씀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모닥불 수를 줄이게 되면 병사들의 잠자리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
카린도 병사의 말에 고민하는 눈치였다.
자는 도중에 습격당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특히 이곳은 도적의 본거지가 존재하는 지역.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극도로 위험 장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혹한의 환경에서 불조차 제대로 지피지 못한다면 다음 날 병사들의 상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카린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 거 같았다.
병사들의 사기냐, 병사들의 안전이냐.
그렇게 카린이 고민하는 사이에 나느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모닥불이 위험하면 핫팩을 쓰면 될 것을….’
[….]
내가 입고 있는 정복 모든 주머니에는 핫팩이 끼워져 있었다.
행복이다.
설산 꼭대기에서 라면을 먹으면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내가 그렇게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병사 한 명이 와서 내게 말을 걸었다.
“텐트는 어떻게 설치할까요?”
“저도 1인용 텐트로 해주세요.”
“굳이 카린 님처럼 따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 입장에서는 그게 더 곤란하거든요.”
카린의 행동은 언뜻 보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행위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병사들은 카린의 행동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저러다가 내일 탈이라도 나시면 다른 병사들이 불안해할 것입니다.”
“응? 그럼 그렇게 설명하면 되지 않나요?”
“휴우… 다들 카린 님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 말못하는 겁니다.”
여기 있는 병사들은 공작가 소속이기 때문에 이미 카린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 결정을 내리면 번복을 하지 않는 스타일.
인간적으로 대단하기는 하지만, 상사로 있을 때는 그만큼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심지어 카린은 자신의 결정으로 피해를 받으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에 병사들이 더더욱 그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병사는 그렇게 카린에 대해서 말한 뒤, 나를 힐끗 보면서 신기한 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단하시군요. 이런 추위에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으시다니…. 혹시 혹한 지방 출신이셨습니까?”
“아뇨.”
“허… 대단하시군요. 추우시면 이걸 드릴까 했는데….”
병사가 내민 건 주먹만 한 천이었다.
“이게 뭔가요?”
“안에 달궈진 쇳덩이가 있습니다.”
병사는 싸구려 천은 풀어낸 뒤 안에 들어 있던 주먹만 한 철광석을 보여줬다.
철광석은 불에 달궈져서 그런지 불그스름한 빛깔을 내며 아지랑이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병사를 보면서 의문을 가졌다.
“혹시 챙겨오신 건가요?”
“하하하, 아닙니다. 조금 전에 주운 철광석입니다.”
토림 계곡에는 이따금 철광석이 돌아다닌다고 설명해줬다.
“아까 올 때 주워서 모닥불에 하나 담가뒀던 겁니다.”
“오… 그럼 그거 잔뜩 주워서 불에 달구면 밤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겠네요.”
모닥불을 많이 지피지 못하니, 쇳덩이를 달궈서 저렇게 천에 감싸면 무난하게 밤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한번 달궈지면 한동안 따뜻할 테니, 텐트 안에 잘 넣어놔도 되겠고….
하지만 병사는 실망감이 깃든 대답을 해줬다.
“그러면 좋겠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달굴 때 너무 불똥이 너무 튄다는 점입니다.”
철광석 하나만 모닥불에 넣어도 사방팔방으로 불똥이 튀어서 주변을 환하게 비출 정도라고 했다.
심지어 불똥이 튀는 소리도 요란한 편이라고 했다.
아까는 하나를 달군 거라 조용한 편이었지만, 개수를 늘리는 순간 불똥 소리가 주변을 울릴 정도로 커진다고 했다.
지금 병사의 숫자가 대략 50명인데, 모두를 커버할 수준의 철광석을 달구는 것보다 캠프파이어를 하는 쪽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병사는 그렇게 설명하면서도 그 상황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말했다.
“저는 추위 잘 타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럼 이거는 카린 님에게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뭐… 또 받으려고 하시지 않겠지만요.”
“혹시 철광석 더 있나요?”
“밤중이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아, 마침 발밑에 있네요.”
병사가 가리킨 방향은 내 발밑이었다.
나는 겉이 녹슬어서 갈색으로 뒤덮인 철광석을 들어 올렸다.
크기는 병사가 들고 있는 철광석과 비슷한 주먹만 한 크기였다.
내가 철광석을 골똘히 보고 있으니, 아르모니아가 철광석의 상태를 파악하고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철의 함유량이 80%로, 굉장히 높습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엄청난 값어치를 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에서야 철 제련 기술이 뛰어나니 함유량이 적더라도 괜찮지만, 이쪽의 제련 기술은 중세에 그친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철의 함유량이 곧 철제 도구나 무기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과거에 그렇게 큰 전쟁이 있었음에도 제련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게 재미있는 점이었다.
마법 외의 분야는 뭐든 하위 호환 취급을 당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궁금한 건 그런 제련술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이거… 전기로 지질 수 있을까?’
..
..
뇌속성 마법의 단점이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꼽자면 마나 소모이다.
대부분 마법은 한번 발동하면 그 현상을 유지하면서 적에게 날아가지만, 뇌속성 마법은 중간에 전류가 끊기지 않게 엄청난 출력을 담아서 마법을 사용해야 했다.
즉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장소가 멀수록 소비하는 마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다음 문제는 바로 뇌속성의 통제이다.
뇌속성 마법진을 아무리 잘 그렸다고 해도 사용하고 날아는 중에 주변 환경에 의해서 변형이 잘 일어난다.
일자로 뻗어나가던 마법이 갑자기 주변에 있는 쇳덩이들의 영향을 받아서 사방팔방 퍼지는 것이다.
그야 그 방식으로 대다수 적을 감전사 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문제는… 아군도 감전사 시킨다는 점이었다.
결국 엄청난 마나 소모와 통제 불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뇌속성 마법은 대륙 전쟁에서 사용되지 않았고, 슈트라에서도 현재 뇌속성 교수의 죽음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실용성과 학문적인 부분을 모두 버림받은 녀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녀석은 내게 최고의 재능을 부여해줬다.
비록 뇌속성 마법을 완벽하게 익힌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활용해서 극대화 한 점에서는 아마 슈트라 내부에서는 나보다 뇌속성 마법을 잘 사용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뇌속성을 사용해오면서 정말 중요한 점을 알아냈다.
그건 바로 거리와 변수 제거이다.
뇌속성은 거리가 좁혀질수록 마나 소모가 최소화되고, 변수를 제거할수록 효율이 극대화된다.
대표적으로 내 딱콩.
총알을 튕겨내서 멀리 있는 적을 처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뇌속성 마법진을 축소화한 뒤, 총알 바로 앞에 놓고 전류를 흘려 넣는 방식이다.
만약 멀리서 총알에 전류를 흘려 넣는 방식이었다면 나도 지금쯤 조교수처럼 미이라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변수도 마찬가지다.
총알의 재질을 전류가 변수가 작용하지 않게 초전도체로 만드는 것이었다.
즉, 뇌속성 마법을 과학적인 접근했기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뇌속성을 이용해서 과학적인 효과를 누리는 상황이었다.
나는 나무판 위에 올려져 있는 철광석에 노란색 마법진을 그려서 전류를 흘려 넣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직!
여러 개의 철광석이 전류가 흐르는 소리와 함께 서로 노란 빛의 스파크를 연결하며 점차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스파크가 튀는 소리가 종종 나긴 했지만, 소리 자체는 평소에 들려오던 전류가 이동하는 소리 수준이었다.
다들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감탄사를 입에 담기 시작했다.
“와… 눈앞에서 마법 보는 거 처음이야.”
“그런데 저게 뭐래? 불은 아니고 뭔가 튀기는 거 같은데?”
“저게 뇌속성 마법이라고 하더라. 그 있잖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
“저게 그거라고? 맙소사… 저런 걸 마음대로 만들어내다니….”
내 눈에 전류는 딱히 신기한 거 없는 그저 조심해야 할 존재였지만, 병사들에게 이 뇌속성 마법은 진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이런 시대에 태어나서 저들이 보는 전류라는 존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뿐일 것이다.
뇌속성은 심지어 인기도 없어서 궁정 마법사들도 못 쓰는 존재일 것이다.
한껏 전류를 흘려 넣다 보니 철광석은 어느새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아지랑이를 내뿜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바라보던 병사들에게 말했다.
“다 됐습니다. 이걸 천에 감싸서 병사들에게 나눠주세요.”
“버, 벌써요? 아, 알겠습니다!”
병사들의 숫자는 50명 정도로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꺼번에 여러 개에 전류를 흘려 넣으면 금세 전부 커버할 양을 달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여분으로 만들어서 텐트 안에 잘 배치만 해놓는다면 이 혹한의 추위를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가지고 왔습니다.”
“네. 나무판자 위에 올려놓고, 다들 떨어지세요. 이건 그냥 빈말이 아니에요. 정말 위험해요.”
“네, 네!”
다들 무슨 저주라도 받을까 싶어서 그런지 나무판 위에 찾아온 철광석을 놓은 뒤에 후다닥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철광석에 전류를 흘려 넣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는 순간이었다.
“….”
카린이 옆에서 나를… 아니, 내가 그리는 마법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을 하던 카린은 사뭇 어린아이가 신기한 것에 매료된 것처럼 내가 그리는 마법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동공에는 오로지 내 노란색 마법진이 담겨 있었고, 아무 말도 없이 정말 황홀한 장면을 보는 듯이 내 마법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카린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병사들이 가지고 오는 철광석에 전류를 흘려 넣고 건네주고 했다.
그렇게 철광석을 만들어 주다 보니 어느새 텐트 주변이 후끈후끈 달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경계병들도 하나씩 들고 있고, 텐트 안에 열기를 담은 철광석을 조심스럽게 넣은 뒤 다들 환한 미소로 따뜻함을 맛보고 있었다.
나는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깨워주세요. 부담갖지 않아도 됩니다.”
“네.”
다들 계곡에 숨어든 것을 인지하고 목소리를 낮춰서 기분 좋게 대답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저마다 자신의 자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무리 짓고, 나도 슬슬 잠자리에 들기 위해 텐트로 가려는 순간이었다.
내 귀를 타고, 고막을 사르르 녹일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네?”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뒤를 돌아보자, 카린은 고개를 숙이며 내게 감사를 표하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도 물론이고, 병사분들께서 엄동설한 추위에 고생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
아까까지 핏기 하나 없이 파랗던 그녀의 새파란 얼굴은 어느새 생기를 찾아서 평소처럼 단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린의 표정에서 감사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뭐랄까 막상 이렇게 허무하게 기 싸움에서 이기고 나니까 허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애 같긴 했네.’
[이제 아셨습니까?]
‘….’
통신으로 말하지 말걸….
나는 그렇게 후회하는 방향을 잘못 잡으며 카린에게 미소를 지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이에요. 오히려 제가 좀 더 빨리 알아차렸으면 수색이 훨씬 수월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카린은 화를 내는 건 아니었지만, 내 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이미 남자의 사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여자를 알고 있었다.
‘아하… 안나랑 똑 닮았네.’
진짜 유전자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또 새삼 느끼게 됐다.
카린은 자신이 지었던 냉담한 표정을 깨닫고는 표정을 풀면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
나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카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녀는 몇차례 꾸물거리더니, 나를 힐끗 바라보며 철광석 하나를 건네주면서 부탁하기 시작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물론 가능하죠.”
내가 가볍게 대답하자, 카린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한 일이 당신에게는 간단한 일처럼 느껴지는 게… 정말 대단하네요.”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무판자 위에 철광석을 올려놓은 뒤에 마법진을 구사해서 뇌속성 마법을 시전했다.
파지지직….
한 개의 철광석이라 그런지 아까와 달리 소리도 적게 흘러나왔고, 아까처럼 휘황찬란한 불빛도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카린은 경이로운 장면을 보듯 내 마법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만지면 안 되나요?”
“네, 마법 중에는 절대 만지면 안 돼요. 간단히 말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의 축소판이라고 보시면 돼요. 불보다 위험해요.”
나는 뇌속성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불처럼 외부만이 아니라, 사람의 내부도 망칠 정도로 위험한 녀석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 그녀는 내가 알려줄 때마다 경청하는 학생처럼 질문을 해왔다.
“…영혼 같은 것을 지우는 그런 건가요?”
“하하… 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사람 몸속 기능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그게 더 나아가면… 아시겠지만, 목숨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솔직하시네요.”
“네?”
카린은 멍한 표정을 지우고 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저 같은 사람은 마법을 책으로나 간간이 접할 뿐이에요. 당신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말하더라도 우리는 그저 믿으면서 당신을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였을 거예요.”
카린도 마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있겠지만, 그게 전부였다.
슈트라의 학생이 아니라면 실전을 경험해보기는커녕 실전을 눈앞에서 보는 것도 흔하지 않은 것이 마법이었다.
거기다 뇌속성은 배우는 사람도 없고….
즉, 사람들이 모르는 미지의 힘을 이용해서 내가 그 힘을 과시하고, 과대평가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쓸데없는 허세를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신뢰를 중시합니다.”
“신뢰라… 정말 훌륭한 마음가짐이시네요.”
카린은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장난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능력을 속이는 건, 숨어서 몰래 엿듣는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숨기는 것과 숨는 건 결국 상대방을 깔보는 행위이니까요.”
“….”
카린은 전에 학장 말을 듣고 당황했을 때와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쯤이면 카린도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 정도로 똑똑한 여자니까.
나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앞에 서자, 카린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다 됐습니다. 부디 따뜻한 밤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카린을 놓고 나는 내 텐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흐흐… 좋아! 이겼어!! 이거야! 승리의 짜릿함!!’
[…아까는 어린애 같았다고 반성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어린애면 어때! 이기는 게 최고야! 킇르흐흐!’
그렇게 카린과의 첫 대화는 나의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