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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23화 (424/898)

〈 423화 〉 423화 마법 학교 슈트라 (3­34)

* * *

“혹시 오늘도 제 방에 사람을 보내실 겁니까?”

“….”

고요하던 응접실은 중압감이 들러붙은 침묵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상단주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입술이 바싹 타올랐는지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시간 오버에 걸렸다.

분명 내가 찌른 정곡은 상단주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5초라는 시간 동안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순간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서 내 말을 부정하게 되면 상인으로서 재능을 의심해야 할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상단주를 당황하게 한 건 그의 상재를 확인하려는 의도 따위는 없었다.

그저 카린 하나뿐이었다.

‘관심이 있으니, 그만큼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이 예의지.’

그래야지 나한테 더 관심을 두고 먼저 말을 걸 테니까.

먼저 말을 거는 쪽이 지는 게임.

나는 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상단주를 이용한 것뿐이었다.

상단주는 몇 시간 같은 10초를 넘기고 나서야 입을 열면서 대답했다.

그런데 생각 외의 대답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인정하시는군요.”

“미천한 실력으로 거짓을 고해봤자, 지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뿐이니까요.”

말재주는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신께서 이곳에 이렇게 방문을 해주셨다는 건 필시 기회를 주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말씀해주시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드리겠습니다.”

판단력이 좋다.

하지만 상단주는 또 하나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했다.

‘뢰베는 카린 소유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상단주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분명 옆방에 있던 카린의 눈치를 잠시 살폈다.

이제 상단주에게 볼일이 없어졌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보답… 뢰베의 책임자로서 지킬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상단주를 방에 홀로 놓고 다시 여관으로 향했다.

‘좋아. 이제 밤에 몰래 염탐하지 않겠지?’

[그럴 것 같습니다.]

‘흐흐흐… 오늘 밤은 무척이나 바쁘겠어. 공작부인이랑 루나, 둘 다 챙겨줘야 하니까.’

[….]

나는 아르모니아의 아름다운 침묵을 몸으로 느끼며 신나게 숙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성수호가 떠난 뒤, 상단주는 카린이 있던 방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기 시작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괜찮아. 애초에 내가 무리해서 시킨 일이니까.”

카린은 사람의 눈을 홀릴 정도로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물을 나가던 남자는 고개를 획 돌려서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를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획 돌려서 가버렸다.

그런 그를 보면서 카린은 중얼거렸다.

“수를 썼는데, 그 한 수로 인해서 우리가 궁지에 몰렸네.”

카린은 점차 멀어져가는 성수호를 보면서 의문을 품었다.

‘첫인상과 행동양식이 너무 달라.’

성수호의 첫인상은 딱 하나였다.

촐싹댐.

카린은 포츠 백작령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대감을 안고 그를 찾아갔었다.

소문으로 무성한 인물의 외형을 함부로 규정한다는 건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을 본인도 알았지만, 그녀가 그만큼 마법이라는 존재를 절대적인 능력을 생각했기 때문에 기대감이 부푼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처음 만나자마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망했을지언정 평가를 낮추지는 않았다.

슈트라의 우등생과 학장과의 친분은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인재였으니까.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에 대한 평가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별채에서 지내는 동안 그에 대해 여러 가지 알아낼 수 있었다.

‘루나와는 애초에 친한 것 같으니, 넘어가도…. 어머니는….’’

성수호가 루나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은 레빈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성수호가 공작부인과 잦은 만남을 가지자, 카린의 마음속은 심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어머니가?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카린은 평생 보지 못했던 공작부인의 표정과 눈빛을 떠올리면서 사심에 잠기기 시작했다.

공작부인을 그렇게 만든 성수호… 카린이 느끼는 성수호의 이미지는 호색한이었다.

“여색이 굉장히 짙어….”

카린의 중얼거림을 캐치한 상단주는 그녀에게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계획을 변경해서 그쪽으로 진행할까요?”

“좋아.”

“그럼 상단 쪽에 괜찮은 아이를 물색해서….”

상당주가 빠르게 계획을 세워서 그녀에게 설명해주려는 찰나에 카린은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

“…?”

카린은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내가 직접 맡을 테니, 당신은 한동안 그 남자를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야. 내가 저 남자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해서 이 상황으로 이어진 거야.”

카린은 짙게 깔린 어둠에 동화된 황금색 눈빛으로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어머니가 관심 있어 하는 남자… 궁금해졌어.’

***

벨루스를 떠나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실크로드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포츠 백작령과 왕국을 직통으로 지어 놓은 도로.

실크로드는 수많은 짐을 달고 있는 마차가 지나갈 때도 흔들림을 최소화함으로써 운송되는 상품의 손상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아틀러로 향하는 도로는 평범한 도로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의 흙밭에 불과했다.

이곳도 분명 상단의 마차들이 수없이 왕복하는 도로임에도 실크로드와의 격차를 확실하게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나는 이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게 마차지.’

그동안 너무 편해서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는데, 이렇게 흔들리니 진짜 마차는 타는 분위기를 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마차의 흔들린 만큼 마음에 드는 건 같이 탑승하고 있는 사람 덕분이었다.

“….”

“….”

“….”

이 마차에는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부 입을 다물고 그저 마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침묵할 뿐이었다.

나와 공작부인, 그리고….

“….”

창밖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는 카린이었다.

전날 밤에 몰래 나와 티타임을 가졌던 공작부인은 여행하는 동안 같이 마차를 타자고 권유했다.

내가 공작가의 손님인 만큼 자신이 손수 대접을 하고 싶다는 이유를 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 마음을 나는 이미 꿰뚫고 있었다.

­[페로몬 : 약한 중독]­

성교는 하지 않는데, 페로몬만 계속 맡게 하다 보니 어느새 약한 중독 증세까지 발현된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단둘이 마차를 타게 되면 없던 기회도 생길 가능성이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예상외의 인물이 동승하고 싶다고 나선 것이었다.

‘카린….’

공작부인은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했겠지만, 카린의 언변을 이기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카린은 내 건너편에 다소곳하게 앉아서 황금빛 눈동자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따.

‘끝까지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다 이거지?’

어제 뢰베에서 나를 봤을텐데도 불구하고, 카린은 보드라운 혓바닥을 내 앞에서 꼭꼭 숨기고 있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그녀의 붉은색의 혀가 입술이라는 옷을 벗고, 내 앞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요지부동이었고, 그녀의 노란빛이 흘러나오는 동공조차 미동하지 않고 풍경을 볼 뿐이었다.

결국 마차가 멈출 때까지 카린의 사색에 잠긴 모습만이 내 기억 속에 남을 뿐이었다.

바깥을 바라보니, 어느새 불그스름한 빛을 품고 있는 태양이 지면으로 뚫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브란트루프 경호원 중의 한 명이 우리에게 와서 입을 열었다.

“이곳에 텐트를 치겠습니다.”

아마 왕궁 병사와 이미 상의가 되어있겠지만, 예의상 물어보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공작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자, 경호원들이 모두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마을과 마을 사이의 간격이 마차로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없는 거리였기 때문에 노숙은 불가피했다.

공작부인과 카린이 지낼 텐트는 공작가의 병사들이 맡아서 설치했고, 저 멀리에 있는 병사들은 왕궁의 손님들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왕궁의 손님은 나와 루나도 포함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이 우리 쪽으로 후다닥 와서 대화를 시도했다.

“저… 카, 카린 영애. 여행길은 괜찮으십니까?”

제프가 마차에서 내린 카린에게 접근해서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린은….

“….”

무시로 대응하고 있었다.

제프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그의 말을 싹 다 씹으며 숲의 풍경을 감상할 뿐이었다.

제프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새빨개 졌지만, 계속 카린의 시선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노을이 아름답네요.”, “당신처럼 아름답습니다.”, “풍경을 보면서 같이 차라도….” 등등….

뭐랄까… 멘트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제프라는 인물이 멘트를 저렴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기다 목소리 톤도 앵앵거리는 녀석이라 그런지 더욱더 멘트에 싼티를 불어 넣고 있었다.

제프의 공격과 전략은 너무 허접했고, 카린의 수비벽은 천혜의 요새와 같았다.

공성전으로 치자면, 평생 함락당해본 적 없던 난공불락의 성채에 고블린이 나무 막대기를 쿡쿡 쑤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성채를 흐트러뜨리는 존재가 나타났다.

“카린.”

공작부인의 목소리였다.

그동안 무시와 침묵으로 일관했던 카린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어머니.”

“포츠 백작 자제분의 말에 신경을 써줘야겠지 않겠느냐.”

단 한마디에 성채가 무너진 것이었다.

제프는 환한 웃음으로 공작부인을 바라봤고, 카린은 꿈틀거리는 미간으로 자신의 기분을 표출했다.

하지만 카린은 금세 표정을 되돌린 후, 천천히 걸어가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제프 경… 차라도 한잔하시죠.”

“네!”

카린은 마침 설치된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경호원에게 차를 내오라고 명령했다.

카린은 그 와중에도 나한테는 시선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카린의 시선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한껏 받을 수 있었다.

“제 딸이… 마음에 드시나 보네요.”

공작부인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 워낙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셔서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네요.”

“….”

나는 이미 공작부인이 어떤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

질투.

지금 카린을 제프에게 붙인 것도 질투라는 감정에 지배된 결과였던 것이었다.

내가 괜한 시선을 주지 않았다면 카린은 고요하게 사색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마차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더군요.”

“아….”

만약 카린이 마차에 타지 않았다면 공작부인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을 것이다.

하지만 카린이 마차에 같이 함께 타게 되면서 침묵에 빠져들었고, 나도 모르게 그녀를 홀린 듯 계속 바라보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 정말이십니까?]

‘일단 상황 모면부터 하자….’

나를 노려보는 공작부인의 시선을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

“부러웠습니다.”

“…부럽다뇨?”

공작부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보는 순간이었다.

“텐트가 완성되었습니다.”

“….”

“….”

경호원의 대사로 인해서 대화의 흐름이 끊겼다.

경호원이 왔던 방향을 바라보자, 거대한 원형 텐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경호원의 존재 때문에 공작부인은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 채 내게 말했다.

“안에서 차라도 한잔 마시겠어요?”

“네.”

나는 공작부인의 강압이 담긴 초대를 받고는 그녀와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룻밤을 위한 텐트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화려한 장식과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화려함이 깃든 곳에 들어갔음에도 공작부인은 주변에 관심을 주지 않고, 시종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차를 내오고, 다 나가 있도록.”

“네.”

메이드들은 간단하게 차와 다과를 식탁 위에 놓은 뒤에 빠르게 텐트 밖으로 빠져나갔다.

공작부인은 모두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뒤에 조용히 설명했다.

“저희 저택의 경호 마법사가 소음 차단 마법을 펼쳤어요.”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저 말을 했다는 의미는 내 진솔한 심정을 듣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제프 경이 부럽다는 말이었나요?”

“….”

“아니면 제가 부럽다는 이야기였나요? 제 딸과 계속 옆에 있으니까?”

그녀는 그동안 쌓여 있던 나에 대한 의심을, 얽혀 있던 실타래를 보듯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홧김에 가위로 얽혀 있는 실타래 자체를 잘라버릴 것 같았다.

울분을 토하듯 이야기하고 숨을 고르는 공작부인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말했다.

“공작님이 부러웠습니다.”

“네? 남편이요?”

“제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을 그분은 가지셨으니까요.”

나는 공작부인의 눈앞까지 다가가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최소한 가질 수 없어도 옆에서 지켜볼 방법이 뭘까 떠올렸습니다.”

“….”

여기서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하수이다.

이렇게 말했으면 공작부인도 내 말의 뜻을 파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안나 님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럼….”

“잠깐….”

공작부인은 나가려는 내 팔을 당기면서 나를 끌어안다시피 몸을 붙이고는 입술을 열었다.

“부엉이… 당신 맞죠?”

“….”

나는 그녀의 질문을 침묵으로 답해줬다.

그 순간이었다.

“흐읍… 츄읍, 츄르릅….”

공작부인은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고개를 올려서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진득한 키스가 이어진 후, 공작부인을 입술을 데고 황홀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지금 행위는 내가 저지른 죄예요. 당신은 그저… 내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면 돼요. 당신은… 흐읍!”

나는 공작부인이 말을 끊고 그녀를 껴안으며 다시 입술을 겹치기 시작했다.

“흐응… 흐읍… 츄르읍….”

서로의 혀가 서로의 입술을 넘어서 체액과 체온 넘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토록 갈망해왔던 공작부인의 입술을 맛보기 시작했다.

‘루이스… 너네 엄마 입술… 존나 달콤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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