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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15화 (416/898)

〈 415화 〉 415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6)

* * *

연회장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와우… 이색 동물원에 입장한 기분이야.’

동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얼굴을 한 채 연회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거부감이나 혐오감은 들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니까 진짜 동물이랑 좀 다른 느낌이네.’

연회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이 동물이긴 했지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사람의 느낌과 동물의 느낌을 교묘하게 섞어서 거부감을 확 줄인 티가 묻어 놨다.

불쾌한 골짜기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동물의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가면에 따라서 얼굴과 체형이 바뀌어서 누가 누군지 절대 알아볼 수 없었다.

유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의 성별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주변을 돌아다니는 귀족들이 아니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 여인을 찾았다.

‘자… 그럼 일단 루나를 찾아볼까?’

막 시작한 게임을 시시하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승부는 언제나 냉정해야 하는 법.

그리고 돌아본 지 5초 만에 루나를 찾을 수 있었다.

‘앵무새?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루나의 얼굴은 형형색색의 깃털이 달린 앵무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드레스도 아까 입던 것과 완전 다른 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만약 기질창이 아니었다면 루나 슈타트펠트라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외형입니다.]

‘아, 그렇네.’

앵무새는 예쁘긴 하지만, 루나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앵무새 자체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더라도 시끄러운 이미지 덕분에 기품과는 거리가 있는 동물 중에 하나니까….

[아마 수호 님과의 내기를 고려해서 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악하구만.’

하지만 그런 점이 귀여웠다.

당연히 지금 당장 달려가서 민망함을 줄 생각은 없었다.

연회장에는 사람이 점차 들어섰지만, 다들 입을 닫고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뿐이었다.

대부분 레빈의 귀족들은 가면 연회를 겪어봐서 익숙했겠지만, 아직 연회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런지 조용히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연회장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고, 연회장 단상에 익숙한 얼굴의 여인이 올라와서 입을 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렇게 학장님의 환영회에 방문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소냐였다.

소냐는 따로 가면을 쓰지 않고, 원래 얼굴 그대로 드러낸 채 연회장 단상에 서 있었다.

“현재 학장님께서는 여러분들과 같이 가면을 쓰고 연회장에 참석한 상태입니다.”

소냐의 말과 함께 연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학장님께서는 여러분들의 연회를 방해하고 싶지 않으셔서 가면을 쓰시고 참석하신 것이니, 부디 가면 연회에 걸맞은 규칙을 지키면서 연회를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소냐가 한 말의 의미는 심플했다.

슈트라와 학장에 대해 험담을 하다가 걸리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을 건넨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절호의 찬스가 주어진 것이기도 했다.

자신의 옆에 학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을 흥분하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럼 부디 즐거운 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소냐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 퇴장해버렸다.

그 이후 클래식 음악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이동하며 연회장을 꽉 채우며 귓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혹시라도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이 학장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즐겁게 대화를 시작했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람부터 체크해보자.’

나는 애초에 학장에게 관심이 없었다. 학장과는 평소에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내게 필요한 인물들과의 접선이었다.

‘루나는 나중에 챙겨주고…. 보인다… 보여….’

내가 지금까지 기질을 띄워놓은 인물들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제프 녀석은 호랑이 가면을 쓰고 멍청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카린은 카나리아 가면을 쓰고 사색에 잠긴 채 우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브란트루프 공작은 늑대 가면을 쓰고 주변 사람들과 슬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공작의 기질창을 유심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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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 브란트루프

[마법], [냉정함], [고지식], [회의적], [근심]…

[마법력 LV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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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성격에 비해서 정신이 살짝 불안해 보였다.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법에 재능은 있지만….

‘능력은 있는데,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네. 슈트라에서 졸업했어도 중하위권으로 졸업했을 듯?’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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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브란트루프

[침착함], [사교적], [완고함] ,[단호함], [리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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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은 여우 가면을 착용한 채 천천히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여우 가면에 맞춰져서 그런지 주황색의 드레스가 유독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루이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루이스를 어떻게 찾을까나….’

기질창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다.

주인공들 제외하고는 말이지….

[연회장에 있는 인원은 대략 300명 정도… 기질창을 다 열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기질창 여는 건 에넬이 거의 소모되지 않기도 하고, 일단 열어 놓고 필요 없는 인물의 기질창은 닫아놓으면 그만이니까.

‘좋아. 개방!’

순식간에 주변에 수백 개의 기질창이 떴다가 다시 접히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찾았습니다. 다만 학장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같이 발견되어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검은 독수리 얼굴을 하는 자부터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검은 독수리? 죄다 검은 독수리인데….’

농담이 아니라, 연회에 참석한 인원의 3할이 독수리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독수리의 절반은 검은색이었다.

[연회장 중앙, 검은색 독수리, 그리고 목에 하얀 끈을 묶고 있고, 푸른색 브로치를 착용하고 있는 자입니다.]

‘…아! 찾았다.’

복장들이 전부 비슷비슷해지긴 했지만, 몇몇 장신구가 다른 점을 바탕으로 루이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루이스 맞겠지?’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학장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 루이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찾아 헤매는 듯 보였다.

‘설마 루나 찾나? 멍청한 녀석….’

하는 행동이 제프와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제프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굉장히 절도 있게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평생 찾아봐라…. 그럼 학장은 어디 있어?’

[….]

‘아르모니아?’

[바로 옆에 있습니다.]

‘….’

나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그곳에는 살인마가 아닌….

‘…잘 어울리네.’

흰색 독수리의 가면을 쓴 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독수리의 표정은 온화하다 못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내 표정을 보고는 금세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벌써 들킨 겁니까?”

“하하… 누구시죠?”

“들킨 것도 모자라서 놀림까지 당하는군요.”

“하하….”

“이 정도 마법이라면 제 정체를 잘 숨겨줄 줄 알았는데, 아쉽군요.”

내가 학장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인물을 학장이라고 단정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얼굴과 체형도 바뀌고, 심지어 목소리도 다르게 들려왔으니까.

“레빈은 어떠신가요?”

“혼자 틀어박혀 있으려니, 심심하더군요.”

“하하….”

자기를 혼자 놓고 브란트루프 공작가로 갔다고 뭐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학장에게 정확한 사정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브란트루프 가문의 초대를 받은 입장이라는 변명으로 왕궁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진짜 목적은 루나와 별채에서 같이 지내는 거였지만….

나는 주변에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이듯 물었다.

“연회는 어떠신가요?”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습니다. 다들 저를 못 알아보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다행이네요.”

“보아하니… 다른 볼일이 있어 보이는군요.”

학장은 미소가 담긴 얼굴을 돌리며 내게 말했다.

“저번에 연회를 방해했는데, 이번에도 방해할 수는 없겠군요. 즐거운 연회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학장은 그렇게 대답한 뒤 조용히 다른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학장이 눈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무리 괜찮은 양반이라고 해도 오늘도 달라붙으면 곤란했을 텐데.’

독특한 컨셉의 연회인 만큼 나도 기대하고 들어온 입장이었다.

심지어 재미있는 건 다른 사람은 나를 못 알아보지만, 나는 모든 사람의 정보를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루나는… 나중에 상대해주자. 그럼 타겟은 카린과 공작부인인데….’

솔직히 공작부인을 탐하겠다고 말한 건 농담이 섞인 요소가 강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제일 중요 인물인 카린에게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너무 혼자 동떨어져 있네. 괜히 접근하면 거부감만 잔뜩 들게 만들겠어.’

카린은 현재 혼자서 연회장 외곽에서 사색에 잠긴 듯하면서 주변을 조심스럽게 훑어보고 있었다.

생각이 깊다 보니 오히려 이런 곳에서는 고민이 많아지는 모양이었다.

성향을 보면 실익을 추구하는 여자인 만큼 중요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카린에게 시선을 떼고 마지막 타겟을 보면서 속삭였다.

‘아르모니아… 이건 임무 때문이야. 공작부인도… 루이스의 가족이니까.’

[그렇게까지 변명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하시면 말을 걸으셔도 좋습니다.]

‘흐흐….’

[그런데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요?’

설마 나중에 혼내기 위한 밑밥을 깔려는 건가 싶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아르모니아의 대사가 내 귀를 찌르듯 들어왔다.

[루이스 브란트루프가 루나 슈타트펠트에게 접근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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