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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14화 (415/898)

〈 414화 〉 414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5)

* * *

‘와… 이건 에반데?’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었다.

아무리 공작 저택이 커도 은신과 수면이 있다면 몰래 잠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몰래 보니, 자신감이 아니라 자만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경비 병력의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수호 님의 능력으로 완벽하게 몸을 숨기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비원들 자체는 몰래 잠입해서 몰살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목적은 들키지 않고 카린의 방에 몰래 잠입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들키는 순간 기회는 완전히 날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내 신분이 들키지 않더라도 공작가에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경계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삼엄해질 테니까.

‘은신 레벨을 올려볼까?’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올려봤자 얼마 올리지 못할 것이고, 그 수치로는 지금 당장 좋은 효율을 끌어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능력 자체는 언젠가 올려야 하니까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고, 잠입 가능성이 얼마 올라가지 않는다면 굳이 에넬을 털어낼 필요도 없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

[레나 씨와 베아트리체 씨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아르모니아가 제시한 계획은 이러했다.

브란트루프 공작가의 저택 정도 된다면 경비 루트와 시간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레나와 베아트리체가 몰래 잠입해서 내부를 완벽하게 파악한 다음에 어느 정도 완벽하다 싶으면 내가 몰래 잠입하는 형태로 진행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공작부인의 위치도 알아보자! 어차피 남편이랑 같이 자겠지만….’

[…알겠습니다.]

공작의 방을 알고 싶은 거다. 공작의 방….

일단 루이스랑 연관된 여자… 아니, 인간은 모조리 알아둬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레나 씨와 베아트리체 씨는 쉽게 들키지 않을 것이고, 들키더라도 워프로 잘만 소환한다면 경비원이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며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다 인식 저해 망토까지 쓰고 가면 얼핏 보면 귀신인 줄 알 가능성도 컸다.

‘그럼 그렇게 하자.’

역시 안전 제일이다.

..

..

다음 날 아침, 나는 루나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가면 환영회?”

“네, 이번에 왕궁에서 학장님에 대한 환영회를 가면 환영회로 진행한다고 했어요.”

가면을 쓰고 환영회를 한다는 건 이해가 됐다. 그런데 왜?

“굳이 왜 가면을 쓰는 걸까?”

“원래 가면 연회라는 이름으로, 미혼의 젊은 귀족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연회가 있어요.”

가면 연회란, 매년 봄이 되면 왕궁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레빈에 있는 미혼의 젊은 귀족들을 전부 초대해서 그들에게 만남의 장을 만들어주는 행사였다.

연회장에 들어가는 모든 인원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가면을 착용하고 신원을 숨긴 채 대화를 나눔으로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가령 영지도 없고, 재산도 없는 남자 귀족이 지식을 뽐내면서 다른 고위 귀족의 자제에게 능력을 어필하기도 하고, 주목받지 못하던 영애가 얼굴을 가린 채 말재주로 다른 남자 귀족을 홀려서 혼인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했다.

몇몇 고위 귀족들의 자제는 이미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가면을 썼다고 해도 체형이나 목소리를 완벽하게 숨기기는 힘들 것이다.

기회가 필요한 귀족들이 전부 고위 귀족의 자제에게 달라붙으면 가면 연회라는 의도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 연회는 다른 연회와 또 다른 점이 있었다.

“궁정 마법사들이 나서서 마법으로 외형과 목소리를 변조 시켜줘요.”

“아….”

왕궁에서 주관하는 만큼 궁정 마법사들을 투입해서 연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가령 공작새의 가면을 쓰고 있다 치면 그 사람의 얼굴이 공작새처럼 변하고, 목소리도 변조가 되어서 구분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가면 환영회는….

“모든 사람이 가면을 착용하고 연회에 참석한다고 들었어요. 폐하까지 예외 없이 말이죠.”

“…그런데 학장님한테 그 마법이 통하나?”

애초에 이런 질문 자체가 의미가 있나 싶었다.

궁정 마법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학장님은커녕 소냐에게도 통하지 않을 거 같은데….

루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면서 대답했다.

“당연히 학장님에게는 통하지 않죠. 중요한 건 학장님을 제외하고 모든 인원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회라는 점이에요.”

“와….”

내가 레빈의 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엄청나게 큰 결단을 내리고 연회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조차 학장 앞에서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연회를 열었다면 그 밑에 있는 대신들이 제안한 연회는 절대 아닐 것이다.

누가 미쳤다고 왕 앞에서 평등한 연회를 열자고 말할까….

가문이 멸족당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루나는 내게 가면 환영회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초대된 사람들은 각자 자택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돼요. 그러면 왕실에서 모든 사람이 따로 탈 수 있는 1인승 마차가 올 거예요.”

나와 루나가 같이 있다고 해도 마차는 두 대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공작가에서 지내는 것이니, 브란트루프 가족들까지 포함한 숫자의 마차가 도착한다고 했다.

각자 1인승 마차에 탑승하면 그 안에서 원하는 가면을 쓰고, 가면을 착용한 채 왕실에서 준비한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기하고 있다가 연회가 시작되면 천천히 연회장으로 입장해서 절차에 따른 환영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가면 연회와 같아요.”

가면 연회는 계급의 위아래가 없이 자유로운 대화를 추구한다.

다만, 주의 사항이 존재한다.

절대 다른 가문이나 인물에 대한 흉을 보지 말 것. 자칫 관련된 상대가 옆에 있으면 트러블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가끔 가면을 쓰고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귀족들이 더러 있어서 왕실에서 신신당부하는 주의 사항이라고 설명해줬다.

“작은 실수 정도는 조용히 넘어가는 게 가면 연회의 특징이에요.”

“만약 정말 큰 실수를 하면?”

“그때는 바로 퇴장하면 돼요.”

가면 연회는 기회를 위해 마련한 연회인 만큼 실수에 관대한 편이었다.

가면 연회의 특징은 연회가 끝나고 나서 서로 가면을 벗어서 누군지 확인하는 식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만약 실수를 너무 크게 한 나머지 가면을 벗으면 안 되는 상황이 왔다면 연회가 종료되기 전에 빠르게 빠져나가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 된다.

그것 또한 왕실에서 정한 규칙이었다.

나가는 자를 억지로 붙잡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일단 이번에 열리는 가면 환영회도 똑같은 규칙이 적용돼요.”

“그런데 걱정이네.”

“어떤 거요?”

“학장님이 참석하시려나 모르겠네.”

포츠 백작이 주관한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양반이었다.

만약 이렇게 레빈의 왕이 자신을 낮추면서 마련한 자리에 학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왕의 입장이 굉장히 곤란해질 것이다.

그저 나라 안에서 창피를 당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륙 전체에 소문이 쫙 퍼질 것이다.

하지만 루나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소냐 교수님에게 연락받았는데, 다행히 참석하신다고 하셨어요.”

“다행이네.”

하긴… 학장이 아무리 마이페이스라고 해도 어제 같은 환영을 받아놓고 무시하기에는 좀 그랬겠지.

포츠 백작의 연회의 경우에는 애초에 백작성에서 잘 생각이 없었는데, 그쪽이 알아서 제공한 케이스였다.

그에 비해서 레빈 왕궁의 경우에는 원래 목적지가 레빈이었던 만큼 예우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고로 규칙상 1인 마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연회에 입장할 때까지 다른 사람을 보더라도 대화를 하면 안 돼요.”

그리고 대기실에서 마법의 영향을 받은 채 연회장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루나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마… 연회장에 들어가시면 저도 못 알아보실 거예요.”

“에이… 왠지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절대 못 찾을걸요? 궁정 마법사분들은 교수님만큼은 아니지만, 슈트라에서 최상위권으로 졸업하신 분들이세요.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시죠.”

“만약 찾으면?”

루나는 나를 가소롭게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만약에 절 찾으시면 원하는 소원 하나 들어드릴게요. 대신… 반대로 제가 발견하면 수호 씨가 제 부탁을 들어주세요.”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면 환영회… 기대되네.”

..

..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곱 대의 마차가 공작가 철문 입구에 앞에 나란히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문 앞에서는 마차에 탑승할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브란트루프 공작가의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루나와 나… 그리고….

“환영회는 내 눈치 보지 말고 즐기도록 해.”

“…네.”

제프가 나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 제프의 표정을 보며 웃고 있을 때, 브란트루프 공작이 근엄하게 목소리를 냈다.

“자, 그럼 가지.”

“네.”

브란트루프 공작이 마차에 탑승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들 뒤따라 마차에 타기 시작했다.

마차의 형태는 누가 탔는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마차에 탑승하니, 앞에 타고 있던 마부가 고개를 돌려서 내게 간략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면은 옆에 있는 상자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종류가 많으니, 원하시는 것을 고른 뒤 바로 착용해주시면 됩니다. 규칙상 한번 착용하시면 환영회가 끝날 때까지 벗으시면 안 됩니다.”

“네.”

내 대답과 함께 마차가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갈색으로 뒤덮인 목각 상자를 열어서 가면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가면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형태를 채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조류와 포유류 형태의 가면이었다.

‘뭘 착용할까? 조류? 포유류?’

[개인적으로 조류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맹금류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 왜?’

[별 이유는 없습니다.]

‘뭐… 맹금류가 멋있기는 하지.’

대머리독수리 같은 것만 아니면 웬만해서 평타 이상은 치니까.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니, 멋있는 조류는 또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 멋있는 거 골라서 끼지 않을까?’

나는 튀는 걸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죄다 독수리를 착용라고 올 거 같은데, 그사이에 또 독수리로 서 있는다면 너무 묻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상자를 뒤지고 있을 때, 마침 눈에 띄는 가면이 들어왔다.

‘오… 이거 좋겠다. 어때?’

[…차선책으로 제일 괜찮은 선택 같습니다.]

내가 독수리를 고르길 바란 모양이지만, 독수리는 분명 개나 소나 낄 거 같아서 패스하기로 했다.

나는 그렇게 선택한 가면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착용하고는 왕궁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고 대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마차는 왕궁에 도착했고, 마차를 세운 마부가 마무리 설명을 시작했다.

“내리시면 안내를 해줄 것입니다. 규칙상 대화는 삼가시길 바랍니다. 즐거운 연회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 내려서 마차 앞에서 대기하던 메이드의 안내를 받기 시작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나처럼 안내받으면서 이동하고 있었다.

메이드는 나를 대기실로 안내하는 내내 연회에 대한 설명을 다른 사람이 최대한 들리지 않게 조용히 설명해줬다.

이미 루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듣는 것뿐이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내 전용 대기실에 도착했다.

“여기서 대기하고 계시면 얼마 후에 궁정 마법사님들께서 마법을 시전하실 겁니다. 그럼 가면에 맞춰서 체형과 목소리가 변조될 것이니, 모습을 확인한 뒤에 입장하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기실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혼자 대기실에서 껄끄럽게 기다리고 있자, 시야가 갑자기 일렁이기 시작했다.

‘시작된 건가?’

나는 잔뜩 기대하며 대기실에 걸려 있는 거울로 향했다.

나는 가면과 동화된 얼굴을 손바닥으로 이리저리 만지면서 신기한 눈으로 거울 안에 있는 내 모습을 바라봤다.

‘오… 이거 진짜 신기하네.’

아까 내가 썼던 이질적인 가면은 변화되어서 진짜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심지어 대단한 건 복장도 가면에 맞춰서 변화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 모습을 생소한 눈으로 바라보며 통신으로 물어봤다.

‘어울려?’

[생각보다….]

‘생각보다?’

아르모니아는 한 텀 쉬고는 대사를 입에 담았다.

[강렬한 인상을 담고 있는 가면이라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르모니아가 칭찬을 들으며 기분 좋게 거울을 바라봤다.

‘다행이네.’

거울 앞에 비친 내 모습은 눈매를 날카롭게 부라리고 있는 강렬한 인상의 부엉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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