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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13화 (414/898)

〈 413화 〉 413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4)

* * *

루이스와 카린이 브란트루프 공작에게 불려간 이유는 그저 식사 자리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누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것치고는 분위기가 굉장히 무겁게 깔려 있었다.

“2등을 했다고?”

“…네.”

루이스는 긴장하며 자신의 아버지는 긴장하는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마법에 재능을 갖기 전에는 그저 재능이 없는 평범한 귀족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매번 카린 브란트루프와 비교가 되었고, 장남으로서 유능함을 뽐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작에게 언제나 혼이 나고는 했었다.

다만 공작의 질타는 가주로서 행해진 것이었고, 루이스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로부터 어느 순간 재능이 생긴 뒤에는, 공작과 공작부인에게 질타를 받는 날이 눈에 띄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재능이 생겨도 과거에 받았던 질타 덕분에 공작 앞에 서면 무슨 질타를 받을까 두려움에 떠는 몸이 된 것이었다.

그에 비해서 카린은….

‘저 석상 같은 년은 그대로군.’

근엄한 공작 앞에서도 석상처럼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루이스는 그렇게 자신의 누나를 보며 부러움과 짜증을 느끼면서 아버지의 말에 경청했다.

“그래….”

“….”

“아주 잘했다.”

“가… 감사합니다.”

루이스는 그동안 공작에게 수많은 질타와 칭찬을 들어왔었다.

그리고 공작이 칭찬할 때, 저렇게 단순하게 잘했다는 표현을 썼다는 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만약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 아쉬운 부분을 거침없이 말하는 인간이 바로 공작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네가 2등이라는 사실에 공작으로서 만족스럽고, 아버지로서 자랑스럽게 여긴다.”

“감사 합니다. 아버지.”

“하지만….”

루이스는 떨리는 마음을 앉고 공작을 바라봤고, 공작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네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갔으면 하는구나.”

“…노력하겠습니다.”

공작의 아쉬움이 담긴 말에 루이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다음 학기… 그때는 이런 식으로 되지는 않을 거야.’

루이스가 그렇게 다짐하는 사이에 공작은 고개를 돌려서 그의 옆에 서 있던 카린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갑자기 사절단을 보내서 걱정했는데, 잘 다녀왔느냐?”

“네, 잘 다녀왔습니다.”

가냘픈 여자의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방안에 흐르는 묵직함은 공작의 목소리와 비슷한 힘이 실려있었다.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 백작께는 안부를 잘 전해줬고?”

“…네, 직접 만나서 인사드렸습니다.”

루이스는 잠깐의 찰나였지만,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카린의 눈썹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때가 제일 기분이 좋군.’

카린의 가식적인 웃음과 무표정을 평생 봐왔던 루이스였기 때문에 그녀의 균열이 섞인 표정을 확실히 포착할 수 있었다.

아무리 싫은 소리를 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않던 카린도 포츠 백작과 제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루이스에게 감지가 될 정도로 불편함을 드러내곤 했다.

루이스는 그것이 바로 카린의 약점이라고 판단했다.

‘빨리 포츠 백작가에 시집 보내서 엉망진창이 되는 꼴을 보고 싶네.’

루이스는 어린 시절 석고상처럼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경멸하던 카린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집가면 끝낼 줄 알아? 아무리 네가 포츠 백작가에 몸을 담아도 포츠 백작가는 이미 내 수중에 있어. 견고하던 그 얼굴을 흙처럼 갈아서 땅에 파묻어 주마.’

루이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작은 카린과의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세상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지.”

“….”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은 중의적인 표현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포츠 백작가에서 사건이 일어난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카린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루이스는 특히 카린에게는 후자의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역시 아버지도 슬슬 어머니의 입김에 넘어갔나 보군. 간접적으로도 잘 거론하지 않으셨는데.’

원래 브란트루프 공작은 카린을 포츠 백작가에 시집 보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공작부인은 아니었다.

브란트루프가 중립적이었다면 공작부인은 현실적이었다.

두 사람 다 엄격하고, 가문을 위해서 움직였지만, 공작부인은 유독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후계자의 자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해지는 순간 한 명은 가문을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공작부인은 이미 후계자를 결정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계자는….

‘이미 끝난 거지. 아버지도 어차피 질질 끌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신 거야. 거기다 어머니는 일단 결정을 내리면 빠르게 일 처리 하는 것을 선호하시니까.’

공작은 할 말을 마친 뒤,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둘 다, 고생했다. 가서 쉬어라.”

“네, 아버지.”

동시에 대답한 루이스와 카린은 공작의 방을 나와서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스산한 분위기의 복도를 걸으면서도 숨소리조차 새어 나오지 않고 입을 닫고 있었다.

또각, 또각, 또각.

복도는 그저 구두 소리로 가득 채울 뿐이었다.

카린이 자신의 방으로 향하기 위해 구두의 방향을 틀면서 등을 돌린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

루이스의 목소리에 카린은 등을 보인 채 멈춰 서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런 카린의 등을 보면서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요새 분주하게 돌아다닌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더라.”

“….”

루이스도 귀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카린이 최근 다른 귀족들과 만남을 자주 가지면서 친분을 쌓는 것에 여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원래 사교성이 뛰어난 여자였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사뭇 달라 보였다.

‘급하겠지…. 제프 같은 새끼랑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어디 있겠어.’

루이스는 평소에 보여주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등을 돌린 카린에게 말했다.

“이왕이면 나도 상대해줘.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으니까. 조만간 따로 식사나 하자.”

“…마음대로.”

카린은 그렇게 대답하고 표정 한 올 보여주지 않은 채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 카린이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 루이스는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흐흐… 저년이 나한테 얌전하게 대답하는 날이 올 줄이야.”

루이스는 그렇게 흥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만약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바로 호출 종을 울려주세요.”

메이드가 그렇게 말하고는 내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갔다.

나는 방을 둘러보면서 흥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네.’

포츠 백작성에 있던 객실에 비하면 작고, 단출했지만, 그런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있을 건 다 있으니까.’

방이 마음에 드는 것과 별개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여섯 명 맞지?’

[맞습니다. 특별히 무술이나 마법적 재능은 없지만… 별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별채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 별채에서 경비를 서는 하인들이 나를 보면 바로 루이스에게 보고할 것이다.

이곳에 오면 루나랑 하하호호 즐겁게 섹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고개를 좌우로 휙휙 저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루나는 나중에 생각하고, 제프 녀석이나 신경을 쓰자. 어떻게 침몽을 할까?’

[일단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베아트리체를 소환해서 침몽을 거는 것, 나머지 하나는 별채에 있는 하인들을 전부 재우고 내가 직접 가서 침몽을 하는 것.

원래라면 남자 새끼 꿈속에 들어가는 건 꺼려서 베아트리체에게 부탁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한 만큼 내가 직접 들어가야겠어.’

[혹시 모르니, 두 사람을 워프실에 대기 시켜놓겠습니다.]

‘좋아… 가자!’

나는 방 밖에 기질창이 띄워져 있는 곳을 바라보며 수면 스킬을 사용한 뒤, 조용히 방문을 열고 빼꼼 쳐다봤다.

의자에 앉아 있던 메이드는 잠들어서 고개를 꾸벅이고 있었다.

‘대부분 돌아다니지 않고 앉아서 보초를 서고 있네, 그러면 쉽지.’

제프의 방을 가는 동안 보이는 하인들을 족족 수면으로 잠재워 버렸다.

어차피 다들 앉아서 보초를 서고 있었고, 모두 재운다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설마하니 제 발 저려서 졸았다고 고백하는 멍청이는 없겠지.’

그렇게 재우다 보니 큰 방해 없이 제프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자고 있는 제프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들어가기 싫다.’

차라리 루이스가 내 옷소매를 잡았을 때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혐오감이 피어올랐다.

나는 깊게 한숨을 쉰 다음 눈을 부라리며 결심했다.

‘들어가서 최대한 필요한 것만 빨리 알아내서 올게!’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제프의 꿈속으로 다이빙하기 시작했다.

..

..

결과는….

‘아오, 븅신 같은 새끼… 아는 게 없냐.’

[그 정도였습니까?]

‘진짜 하나도 아는 게 없어.’

대실망이었다.

이 녀석이 평소에 하던 생활은 술과 여자의 반복일 뿐이었다.

그 술과 여자에 깊게 빠지게 된 이유가 카린 브란트루프라는 것까지는 알았는데, 그전에도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카린을 알기 전에는 술과 여자에 빠져도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던 반면에, 카린과 관련되면서부터 미친 행동을 일삼기 시작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겁탈.

‘미친놈인건가? 오히려 카린이랑 연관되면 조심해야할 판인데, 왜 더 병신이 되는 걸까….’

[포츠 백작에 대해서 알아내신 것도 없습니까?]

‘하아… 전혀….’

내가 제프 꿈 속에 들어간 제일 큰 이유는 카린과 포츠 백작이었다.

그런데…..

포츠 백작이나, 영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도 전혀 의미가 없었다.

영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포츠 백작이 번 돈으로 유흥과 향락을 즐기는 데에 인생을 소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알아낸 사실이 있다면….

‘카린이 존나 싫어하긴 싫어하더라.’

제프는 본인 꿈인데도 불구하고 카린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그걸 악몽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경멸과 멸시, 혐오와 증오.

특히 그 감정들은 공작가와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면서 도드라지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낸 사실….

‘연회 하던 날 대화를 좀 알아낼 수 있었어. 술에 취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난동을 피우는 장면 자체는 장본인인 제프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전에 카린과 같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었다.

고작 술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 갑자기 대화의 흐름이 엉망이 되고, 필름이 끊기듯 뚝뚝 끊어져 있던 것이었다.

그나마 캐치한 대사가 있다면….

(저는… 하찮은 남자는 질색이에요. 용기 있고, 과감한 남자가 좋죠.)

(나, 나도… 히끅 요… 용기가 있소!)

여기까지는 그저 평범한 대화였다.

하지만 그 뒤가 중요했다.

(제 말은… 그만큼의 실력을 갖춘 남자를 말하는 거예요. 가령… 학장님의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을 말이죠.)

정말 영악한 여인이었다.

대사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학장 앞에서 당당하게 맞선다는 표현 자체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드니까.

문제는 그걸 받아들이는 제프가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진짜 대단하네.’

[저 말이 외부에 퍼졌더라도 카린 브란트루프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술 취한 놈의 말이면 교묘하게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겠고….’

아마 내가 학장과 같이 있지 않았다면 카린이 의도한 대로 일이 술술 풀렸을 가능성이 컸다.

카린…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물어왔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수면이 걸린 제프의 뺨을 치면서 외쳤다.

짝!

‘…가자!’

브란트루프 공작의 저택으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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