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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12화 (413/898)

〈 412화 〉 412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3)

* * *

“아가씨!”

“응?”

큰 소리와 함께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멀리서 메이드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메이드 복의 치마를 펄럭일 정도로 힘차게 달려오던 여자는 나와 제프를 지나친 뒤, 루나의 앞에서 멈추고는 방방 뛰기 시작했다.

“아가씨!”

“쉐릴. 그동안 잘 지냈어?”

“저는 아가씨 걱정에 한숨도 못 잤어요! 흐으으!”

“누가 보면 내가 엄한 곳에 간 줄 알겠어.”

쉐릴이라고 불린 여자는 160 정도 되는 키에, 갈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 형태로 묶은 평범한 소녀였다.

일단 기질창에는 특출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오두방정떠는 성격이 있다는 것 정도?

루나는 쉐릴이라는 메이드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짧게 인사를 마치고, 그녀를 내게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켜줬다.

“이쪽은 쉐릴, 어렸을 때부터 저를 보살펴준 아이예요. 이쪽은 성수호 씨, 나랑… 슈트라에 같이 공부하고 있는 친구야.”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

낯을 가리는 성격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쉐릴은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적당히 고개 숙여 인사할 뿐이었다.

설마 애도 귀족 타령하려나? 본인부터가 귀족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중에 루나는 아차 싶었는지 옆에 있던 제프도 소개해줬다.

“이쪽은 제프 경, 포츠 백작가의 장남이셔.”

“아…. 안녕하세요. 브란트루프 가에서 일하고 있는 쉐릴입니다.”

“어, 그래.”

제프는 대충 손을 휘저으며 알았으니 괜히 말 걸지 말라는 식으로 무례함을 표현했다.

포츠 백작가에 있는 하인들이 불쌍해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뭐… 일단 포츠 백작가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불쌍한 건 불쌍한 거고….

나를 슬며시 노려보는 쉐릴이 신경 쓰였다.

‘왜 저렇게 나를 노려보는 거지?’

[너무 당당하게 적의를 내놓는 것을 봐서는 그저 수호 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을 때, 쉐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루나에게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공작님께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셨어요.”

“브란트루프 공작님께서…?”

“네. 그리고… 일행분들도 같이 데리고 오셨으면 한다고 전하셨어요.”

“응, 알았어.”

루나는 쉐릴에게 대답한 뒤, 나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일단 옷을 갈아입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정복도 나쁘지 않지만, 공작님은 좀 엄하신 편이셔서 갈아입는 게 좋아요.”

“그래… 그럼….”

“아가씨~ 오랜만에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응… 고마워.”

쉐릴은 루나의 짐을 힘을 주며 들고는 그녀를 데리고 별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루나와 쉐릴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내 옆에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제프를 보면서 말했다.

“야, 너는 여기 남아서 짐 정리 좀 해.”

“뭐!?”

제프는 큰소리로 내게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나도 초대받았거든? 일단 같이 식사는….”

“무슨 소리야. 너는 공작가에 초대된 사람이 아니라, 내 시종으로 온 사람이야. 아, 원래는 학장님 시종이지만….”

“이런 씨….”

며칠 동안 나를 경험한 제프는 내가 하는 말에 괜히 자존심을 내세워봤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고 그저 시키면 무조건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부, 부탁한다. 제발… 저녁 식사 자리 정도는 괜찮잖아?”

“….”

그가 이렇게 부탁하는 이유를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카린 브란트루프.

분명 그녀가 공작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 등장할 것이다.

그녀를 어떻게든 보고 싶은 거겠지….

나는 제프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고 목소리를 낮게 깔며 입을 열었다.

“부탁하는 태도가 아닌데?”

“….”

한차례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 제프의 목에서 떨리는 음색이 들려왔다.

“제… 제발… 부탁해….”

“설마 그게 끝이야?”

제프의 새빨간 이마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렸다.

다행히 그의 이마와 목청이 터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 부탁… 합니다.”

“…좋아!”

일단 이 정도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이 녀석이 내게 비굴하게 부탁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는 어깨에서 손을 뗀 뒤에 말했다.

“평소에는 상관없는데, 나랑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예의를 차리면 나도 잘해줄 거야. 알았지?”

“아… 알겠…. 습니다.”

오우… 지금 니가 짓고 있는 표정은 알겠다는 표정이 아닌데?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그를 보냈다.

“자, 옷 갈아입고 준비하자.”

“으드득….”

제프는 빠르게 짐을 챙긴 뒤에 별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웃었다.

“어차피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

..

공작의 초대를 받은 나는 식사 자리에 앉아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카린 브란트루프를 바라봤다.

그녀를 보면서 통신으로 말했다.

‘데미지 0?’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0.5 정도는 타격을 입힌 것 같습니다.]

‘이야… 그 정도 데미지를 감지한 거야? 역시 CEO님….’

카린 브란트루프는 제프의 모습을 보고도 어떤 반응도 없이 그저 평온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기다란 식탁에는 총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왼쪽 라인은 루나, 나, 제프가 앉아 있었고, 오른쪽 라인에는 루이스, 카린이 앉아 있었다.

루나 앞에는 자리가 비어 있었고, 내 앞에는 루이스, 제프 앞에는 카린이 앉아 있었다.

왼쪽 라인은 외부인, 오른쪽 라인은 공작가의 사람들….

상석과 루이스의 옆자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식당 전체에 퍼지면서 다들 시선을 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170 후반쯤 되는 키의 중년 남성은 단정한 금발 머리와 수염 하나 없이 깔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복장은 외부에서 막 도착했는지 군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을 걷고 있는 여자는 160 후반 정도 되는 키에 블론드 색깔의 긴 머리카락을 지니고,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차분히 걸어오고 있었다.

공작 부인은… 중년 여성의 느낌보다는 미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젊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예쁘네.’

[….]

‘왜? 감상 정도는 괜찮잖아!’

[저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아서 문제야!’

[….]

내 질타를 받은 아르모니아는 침묵했고, 나는 점차 다가오는 두 사람을 계속 바라봤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일어서서 그 두 사람을 바라보자, 중후한 인상의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왕궁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늦었군. 그동안 잘 지냈느냐. 두 사람.”

브란트루프 공작의 말에 루이스와 루나가 차례대로 대답했다.

“네, 아버지.”

“네, 공작님.”

“그리고….”

공작은 자리에 앉지 안고 내게 다가와서 나를 지긋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가 그 소문이 자자한 성수호인가?”

“어떤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이름이 성수호는 맞습니다.”

브란트루프 공작은 내게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하자는 제스쳐를 보내왔다.

내가 악수를 받자,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루이스에게 미리 연락받았네. 여름 학기 동안 우리 별채에 지내면서 몸과 마음에 쌓였던 피로를 전부 풀도록 하게. 혹시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말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브란트루프 공작은 내 옆에 앉아 있는 제프를 보면서 말했다.

“포츠 백작은 잘 지내는가?”

“자,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래… 요새 힘든 일이 많으셨다고 들었는데. 다행이군.”

“허윽….”

제프는 공작의 말에 양심에 찔렸는지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브란트 루프 공작은 제프를 흘겨본 뒤, 상석 쪽으로 다시 자리를 이동했다.

“자, 인사는 이쯤하고…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브란트루프 공작의 대사와 동시에 집사와 메이드들이 식당 안으로 음식이 담긴 카트를 끌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음식이 놓이면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 자체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루이스의 학교생활.

브란트루프 공작이 대부분 대화를 주도하고, 다른 사람은 대부분 대화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정작 내가 관심을 가졌던 공작부인은 입을 꾹 닫고 천천히 우아하게 식사할 뿐이었다.

나는 잠시 공작부인에 대한 신경을 끄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탄했다.

‘이야… 한 식탁에 인간관계가 이렇게 얽힐 수도 있네.’

나와 루나는 연인, 그걸 모르는 루이스는 루나를 짝사랑, 그리고 그런 루이스와 철천지원수인 카린, 그리고 그런 카린을 흠모하는 제프, 그리고 그런 제프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나, 그리고 나에게 관심을 주는 카린까지….

개판이다.

“학교생활이 순조로워서 다행이군. 계속 그런 식으로 정진하도록 해라.”

“네, 아버지.”

손님인 나와 제프가 있는 식사 자리라 그런지 무거운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

결국 식사는 간단한 대화를 마지막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공작은 식사를 마치고 내게 말했다.

“별채는 마음대로 이용하도록 하게. 그리고 불편한 점이 있다면 서슴없이 말하고.”

“배려 감사합니다. 브란트루프 공작님.”

“흐음….”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고, 공작부인은 나를 잠시 힐끗 보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공작을 따라 나갔다.

‘휴… 이제 끝이네. 응?’

아까까지 공작 앞에서 석상처럼 대답만 하던 루이스가 갑자기 활발한 모습을 하며 루나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루나, 그러고 보니까 별채로 갔다면서? 왜 그랬어? 빨리 우리 저택으로 와.”

“아냐. 애초에 나는 별채에서 살았고, 이번 학기 동안에도 별채에서 지낼 생각이야.”

“설마 지금 저 녀석이랑 같이 별채에 있겠다는 말이야?”

루이스는 내가 근처에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거리낌 없이 이상한 놈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루나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루이스… 친구한테 그런 표현을 꼭 해야 해?”

“…친구?”

‘친구우우우우? 친구우우우우!?’

[….]

순간 나도 놀라서 입 밖으로 통신으로 말한 소리를 외칠 뻔했다.

루나는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짓는 루이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루이스, 아무리 내가 친분이 있다고 해도 너희 저택에서 자는 게 말이 돼?”

“하지만….”

“그동안 별채에 지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묵어 갔잖아. 지금 와서 나를 이상하게 만들지 말아줘.”

“…알았어.”

루나… 위기의 순간에 어마어마한 반사신경으로 내뱉는 변명이 가히 일품이구나.

루이스는 루나에게 대답한 뒤 내게 와서 조용히 말했다.

“별채에는 네 시중을 들 사람을 보내줄게… 조심해라.”

“거참….”

감시를 보낼 테니 허튼짓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 순간이었다. 식당 안으로 메이드 한 명이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며 루이스와 카린에게 말했다.

“루이스 도련님, 카린 아가씨. 공작님께서 찾으십니다.”

“읏…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루나, 내일 보자.”

“응.”

루이스는 갑작스러운 부름에 불안한 얼굴을 하며 메이드를 따라갔고, 카린은….

“훗….”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카린 브란트루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녀가 살짝 눈웃음을 보내면서 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외였다.

식사하는 동안 공작에게 눈을 떼지 않고 무표정으로 침묵하던 카린이 갑자기 내게 미소를 지어준 것이었다.

‘뭐지?’

하지만 내가 의문을 해결할 사이도 없이 카린은 루이스의 뒤를 따라 식당을 나가버렸다.

위치상 루나에게 카린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내 옆에 있던 놈이었다.

나는 제프가 괜히 난동을 피우는 게 아닌가 싶어서 슬쩍 그를 내려다봤다.

“나, 나한테 지금 미소를 지어준 건가? 역시 오길 잘했어. 히히히….”

“….”

이제 이 머저리의 머릿속을 엿볼 차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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