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9화 〉 409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0)
* * *
“요새 소문을 들었습니다. 모라민이라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꽃이 있다고요?”
포츠 백작은 루이스의 말을 듣자마자 골머리를 앓듯이 고개를 좌우로 젓기 시작했다.
‘끙… 또 그 이야기군.’
모라민은 현재 포츠 백작령에서 유통되고 있는 식물의 이름이었다.
포츠 백작령 근처에 있는 산에서만 굉장히 드문드문 자라나는 식물로 원래는 향이 좋은 식물 정도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모라민의 꽃잎이 아닌, 잎사귀를 가루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루를 태워서 코로 흡입하면 몽롱한 정신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며, 물에 타서 마시면 심장이 터질 듯이 펌프질하면서 끝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즉, 마약의 한 종류였다.
하지만 슈트라가 존재하는 이 대륙에는 마약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약이 존재는 할 수는 있겠지만, 따로 세상을 들썩일 정도의 약이 돌아다닌 역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포츠 백작은 모라민을 제재의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라민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었다.
‘잔뜩 기대하고 사용해봤는데, 뭐 별것도 없는 녀석이었지.’
대표적으로 포츠 백작은 모라민 가루를 사용해봤지만, 단 1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저 향이 좋은 가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포츠 백작은 그동안 모라민을 달라고 했던 몇몇 귀족들에게 말하듯 똑같이 설명을 시작했다.
“루이스 경… 모라민은 소문이 너무 과장된 경향이 있습니다. 소문처럼 극적인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대부분 사람은 오히려 효과를 못 보기도 합니다.”
“하하. 혹시 제가 그걸 사용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뭣 하러 그런 꽃의 힘을 빌려서 행복한 기분과 자신감을 얻으려고 하겠습니까? 저는 언제나 저 자신을 믿고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를 중시합니다.”
“하하하….”
루이스의 말에 포츠 백작은 속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하긴… 슈트라에 입학하고, 그만한 성적을 냈으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만하지.’
의외로 슈트라의 상위권 학생 중에는 귀족이 적은 편에 속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귀족의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마법은 귀족과 평민을 구분해서 재능을 부여하지 않는다.
귀족도 당연히 상위권에 도달할 수 있지만, 평민의 숫자가 훨씬 많다 보니 귀족의 표본적인 수치가 더 낮게 잡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루이스는 2위를 한 것이다.
심지어 슈트라에 발도 못 붙여본 포츠 백작의 입장에서 루이스는 천재 중의 천재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많이 달라는 건 아닙니다. 참고로… 이건 포츠 백작님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저를 위해서?”
“빨리 사돈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포츠 백작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카린 영애를 빨리 가문에서 내쫓고 싶은 모양이군.’
포츠 백작은 루이스의 계획을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카린 브란트루프는 남녀 관계에 있어서 철벽을 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남자에게 친절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교적인 부분에서 친절하게 대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같은 귀족인 제프에게는 꼬리를 치기는커녕 눈꼬리를 접으며 경멸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제프가 레빈 왕국으로 동행하게 됐고, 루이스가 카린에게 적절한 타이밍에 모라민 가루만 써준다면….
‘카린 영애에게 모라민 가루가 통할지는 의문이지만…. 만약 통한다면…. ’
철벽같은 카린 브란트루프가 아들 앞에서 실수만 해준다면 루이스의 졸업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혼인 시기를 앞당기면… 로얄 크리스탈 정도는 오히려 싸게 먹히는 거지.’
포츠 백작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모라민 가루와… 로얄 크리스탈은 제가 준비해놓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포츠 백작님은 말이 쉽게 통해서 좋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루이스는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백작의 방을 떠나갔다.
그렇게 방 안에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면서 포츠 백작이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아들 녀석 장가보내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군.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어. 루이스 녀석도 우리의 편이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왕가도 이제는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거다. 푸흐흐….”
***
넓은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포츠 백작령은 교역 도시인 만큼 수많은 볼거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백작성에 마련돼있는 객실은 그동안 쌓여왔던 피로를 하루 만에 풀어줄 정도로 훌륭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서 며칠 정도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어제까지는….
‘그 새끼 진짜 답 없는 놈이네.’
포츠 백작성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지금 사절단의 보호를 받으며 마차를 타고 레빈 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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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포츠
[나태함], [자만심], [허영심], [야망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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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의 아들놈이 학장이 지내는 객실을 와서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결국 분위기상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심지어 포츠 백작과 다르게 영주로서의 재능조차 없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포츠 백작은 그래도 영지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재능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나를 적대하는 쓰레기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의 자식새끼인 제프 포츠는 그냥 쓰레기였다.
귀로 들려온 평판에 걸맞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쓰레기였다.
[그런데, 수호 님.]
‘응?’
[어째서 살려두신 겁니까?]
원래라면 제프는 소냐에게 마법을 맞고 뒤졌어야 할 운명이었지만, 지금 사절단에 껴서 행렬 뒤편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학장조차 제프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가 살아 있는 이유는 순전히 나 때문이다.
나는 학장에게 부탁해서 제프를 살려달라고 부탁했고, 그를 동행시켜서 교화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했었다.
당연히 학장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눈치였지만, 그 정도 부탁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고 승낙해 준 것이었다.
제프를 여행 내내 데리고 다니려는 이유는 복수 따위가 아니었다.
‘카린 브란트루프… 그 여자에 대해서 알아내려면 카드가 많을수록 좋지.’
카린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일단 내가 카린을 대하는 방침으로 정한 것은 그녀에게 먼저 접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가락 빨면서 기다리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주변 인물들과 계속 엮이면서 그녀의 시야에 내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해보면 제프라는 녀석이 살아 있어야지 그 여자가 더 곤란한 것 같단 말이지….’
카린과 제프는 어제 백작이 주관한 연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행적을 완벽하게 꿰는 건 아니지만, 어제 분명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이 컸다.
심지어 제프라는 녀석의 기질을 보면 카린이라는 여자에게 농락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였다.
‘분명 어제 그 여자가 뭔가 손을 썼을 것 같단 말이지….’
내막은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랬다.
[수호 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그를 데리고 가는 이유가…]
‘카린 때문이긴 한데. 한가지 이유가 더 있어.’
[…?]
‘제프라는 녀석을 이용하면 포츠 백작의 약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메인이 카린 브란트루프라면, 서브는 포츠 백작이었다.
제프는 그저 메인과 서브를 요리하기 위한 향신료에 지나지 않았다.
제프의 실수가 크긴 했어도 그 실수 한 번으로 포츠 백작과 연계시키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포츠 백작… 그 새끼한테 복수하려면 역시 아들을 이용하는 게 제일 좋아 보이더라고.’
[수호 님의 실력이면 암살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암살… 가능하지….’
레나까지 이용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암살은 섹시하지 않아.’
[….]
암살로 죽이면 포츠 백작은 그냥 저승 코인에 탑승하고 유유히 이승을 떠나면 그만이다.
절망이 필요하다.
지옥에서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절망을 죽기 전에 선사해줘야지. 그것이 진정한….
‘섹시함이지.’
[….]
여하튼….
포츠 백작에게 복수하려면 큰 게 필요하다. 가문 전체를 뒤집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실수를 하게 만들려면 학장의 옆에 두는 게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학장에게 부탁하면 애초에 그런 것도 없이 백작성 자체를 지도상에서 없애줄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좀 아니더라고.’
[현명한 생각입니다. 학장이 아무리 수호 님에게 호의적이라고 해도 도움을 청하는 것과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벽을 넘기 위해 좋은 장비를 부탁하는 것과 그저 편하게 지나가고 싶은 마음에, 벽을 부술 탱크를 달라고 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학장이 아무리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준다고 해도 사람이란,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고 하면 그걸 깨닫는 순간 점차 반발 심리가 작용하기 마련이다.
학장과 내가 거래를 한 관계라고 해도 쓸데없이 신뢰를 깎을 필요는 없었다.
‘학장에게 부탁할 때는 마법진 위주로 부탁하려고. 그리고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오면 그때는 철판깔고 도움을 청해야지.’
일단 마법진에 관련된 부탁은 학장 본인도 굉장히 좋아하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계획을 짜고 있을 때, 내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학장이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했는데… 아쉽군요.”
“하하… 여행은 이제 막 시작이니, 금방 시간을 낼 수 있을 겁니다.”
전날 제프가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학장과의 술자리를 포함해서 그에게 마법진도 전수받지 못한 상태였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어수선하게 이동하는 중에 마법진을 배우는 것도 좋지 않아 보였다.
“도착하고 나서 제가 먼저 제안할 테니, 시간 비워주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학장은 내 장난기가 섞인 말에 웃기 시작했고, 주변에 말을 타며 우리를 따라오던 귀족들이 웃음소리를 듣고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숲속에서 울려 퍼지는 마차 바퀴와 말발굽 소리에도 불구하고 다들 학장의 웃음소리를 캐치한 것이었다.
현재 이 마차에 탑승하고 있는 건 나와 학장뿐이었다.
사절단에서 이끌어온 마차의 숫자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리해서 마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루이스는 바로 자기가 마음에 드는 귀족들과 같이 탑승했고, 소냐와 칼은 전날 연회로 친해진 부부와 같이 탑승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외인 점은 루나가 나와 같이 타지 않고, 루이스처럼 다른 귀족들과 섞여서 탑승하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이유는 대충 눈에 보였다.
[아마 수호 님의 평판을 위해서 일부러 다른 귀족과 타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나는 통신으로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루나는 자기 때문에 내가 질 낮은 대우를 받았다고 자책하는 듯 보였다.
마지막에는 결국 좋게 해결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루나가 해결한 게 아니었다.
루나는 아직도 어제 일 때문에 죄책감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며 평판을 올려주는 것이고….
‘기특하군. 나중에 섹스로 칭찬해줘야지.’
[….]
섹스란 대단하다.
혼도 내줄 수 있고, 칭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에게 비참함을 선사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행복을 만끽 시켜줄 수도 있다는 최고의 수단이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의 여자를 뺏어서 섹스를 이용해서 복수할 수도 있다.
‘역시 섹스는 만능이야.’
[….]
그렇게 헛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중에 마차가 멈추고, 누군가가 마차 문을 연 뒤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식사 시간이라 행렬을 멈췄습니다. 식사 준비를 마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중에 학장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지금까지 다녀왔던 곳과 다르군요. 잠시 나가서 바람을 쐬어도 되겠습니까?”
“무, 물론입니다! 지, 지금 당장 호위를!”
“하하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내려서 도로를 감상하고 싶을 뿐입니다.”
학장이 내리다 말고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혼자 있기 뻘줌해 보여서 말을 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 저는 잠시 볼 일이 있어서 끝내고 따라가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학장이 그렇게 대답한 뒤, 마차에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도 일단 마차에서 내린 뒤에 소냐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나를 보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거절하는 거 봤어?)
(아무리 생각해도 친하지 않고서야 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젠장, 어제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말이라도 걸어보는 건데….)
(마을에 도착하면 바로 말 걸어보자.)
귀찮다, 귀찮아….
나는 귀족들의 수군거림을 뒤로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저 멀리 보이는 소냐를 향해 다가갔다.
소냐가 있는 곳에는 마침 제프도 있었다.
소냐는 팔짱을 끼고, 어제 포츠 백작에게 보여줬던 적의를 넘어서는 살의를 풍기며 제프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었다.
“만약 한 번만 더 실수하시게 되면 다시는 이승의 술을 입에 대실 수 없으실 겁니다. 알았나요?”
“네, 네! 며, 명심하겠습니다. 죄, 죄송하….”
“죄송하다는 말 다시는 하지 마세요. 모든 말에 죄송하다는 말을 붙인다고 어제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죄… 아,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싹 잡혀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한창 제프를 향해 질타하던 소냐는 점점 다가가는 나를 보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줬다.
“학장님과 같이 계셨던 게 아니신가요?”
“도로를 구경하고 싶다고 하셔서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제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수호입니다.”
제프는 내 인사를 받자마자 나를 올려다보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네가 그… 공부 잘한다는 평민 맞지?”
“….”
“그런데 왜 함부로 와서 말을 거는 거야? 내가 말 걸기 전에는 함부로 말 걸지 말도록.”
“….”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 파악을 소냐가 대신 새겨주기 시작했다.
“지금 수호 학생한테 그 태도가 뭔가요!”
“네? 이, 이 친구 평민 아닙니까?”
“슈트라의 학생입니다!”
“네? 하, 하지만 결국 평민이라는….”
소냐는 제프를 내려다보면서 동공으로 그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당신이 이렇게 흙밭에 발을 붙일 수 있는 이유를 아시나요?”
“네? 그, 그야… 학장님께서 용서를….”
“학장님의 용서가 어디서 나왔는지 아시나요?”
“…네?”
“바로 여기 있는 성수호 학생이 부탁해서 당신께서 이렇게 살아서 두 발로 땅에 딛고 있는 겁니다!”
소냐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시작으로 나로 인해 그가 살아 있음을 계속 상기시켜주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제프는 내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고, 고맙다. 덕분에 살았네. 나중에 내가 꼭 보답을….”
소냐는 그의 말을 끊고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한 가지 명심하세요.”
“…?”
“만약 수호 학생에게 실수한다면… 그때는 두 발이 아니라 온몸이 흙밭 아래에 파묻힐 거예요. 이건 제가 협박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여기 있는 학생이 학장님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아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저는 학장님에게 가볼게요.”
“네.”
소냐는 내 대답을 듣고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나와 학장이 타던 마차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라지자 주변이 고요해졌다.
나는 조용히 운을 띄웠다.
“자… 그럼….”
그리고는 제프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니가 꼴통으로 유명한 제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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