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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07화 (408/898)

〈 407화 〉 407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8)

* * *

“하, 학장님께서… 성수호 학생을 급히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니 빨리 와달라고….”

“….”

포츠 백작과 루이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귀족들도 전부 입을 다물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포츠 백작에게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학장님께서 찾으신다면 가봐야겠군요. 한창 대화 중에 자리를 비워서 죄송합니다.”

“….”

내 예의 바른 태도에도 불구하고 포츠 백작은 얼굴을 붉히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침묵할 뿐이었다.

얼굴이 붉은 것이 술 때문인지 그저 자신의 기분을 해쳐서인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런 포츠 백작을 뒤로한 채 메이드를 향해 겸손하게 묻기 시작했다.

“저만 따로 부르신 건가요?”

“네…. 주변에 모든 사람을 물리고, 성수호 학생분만 데리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루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리 마련해줬는데, 먼저 비워서 미안해.”

“아니에요. 저야말로….”

“그럼 가볼게. 재미있게 즐겨.”

나는 일부러 루나의 사과가 담긴 대사를 끊고 발걸음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루나가 사과한다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잘못한 것 따위는 없으니까. 사과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침체된 자리를 뒤로 하고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

포츠 백작이 갑자기 나와 메이드를 부르며 멈춰 세우고는 뒤뚱거리며 내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나도 동행하지. 마침 뵙고 싶기도 했고.”

“그… 그게… 학생 혼자만 데려오시라고….”

“네년 고용주가 누군지 까먹은 건 아니겠지?”

“죄… 죄송합니다.”

아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만만해하던 포츠 백작은 사라지고, 자존심만 내세우며 갑질하는 뚱보만이 내 옆에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초록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시죠?”

소냐였다.

방금까지 자신만만해하던 포츠 백작은 소냐의 등장과 함께 이마에 땀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하, 학장님께서 부르셔서 같이 가는 중이었습니다.”

“학장님이요?”

소냐는 의문을 가지며 나와 메이드를 번갈아 봤고, 안절부절못하는 메이드 대신 내가 설명했다.

“학장님께서 급한 용무가 있다고 저를 찾으셨다고 하네요.”

“포츠 백작님이랑요?”

“일단 용무는 저한테만 있다고….”

내 대답에, 포츠 백작의 얼굴에서 비지땀을 흘리듯이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갑자기 혼자 쫄렸는지 허겁지겁 소냐에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하, 학장님을 위한 연회에 학장님께서 참석하지 않으셔서 걱정이 돼서 저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포츠 백작님, 학장님을 위해나 연회를 마련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 그렇다면 저도….”

“하지만….”

소냐는 순식간에 미소를 지우고 곱게 치장된 손을 쥐었다 펴면서 푸른색 빛나는 줄기들을 생성했다 지우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귀족들도 경계하는 표정으로 소냐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들 그 푸른 빛줄기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소냐는 몇차례 빛줄기를 생성했다 지웠다 한 뒤 포츠 백작에게 날카로운 눈매를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학장님을 귀찮게 하시면 그런 감사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주세요.”

“쿠읏…. 죄, 죄송합니다.”

“취기 때문에 실수하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건 그저 용서해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위협을 담고 있는 용서였다.

“….”

포츠 백작은 소냐의 용서를 받은 뒤, 발걸음을 되돌려서 자신이 있던 무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야… 바닥에 땀이….’

포츠 백작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가 흘리던 땀들이 줄을 이으며 그가 지나간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의 혐오 버전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되자, 소냐가 나를 보면서 다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학장님께서 부르셨다면 빨리 가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소냐 덕분에 금세 상황을 정리하고 여유롭게 학장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다.

..

..

학장의 방 주위에는 나와 메이드 한 명뿐이었다.

경비원도 없었고, 하물며 주변을 돌아다닐 법한 메이드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메이드가 나를 학장의 방 앞까지 안내하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 학장님께서 주위의 모든 사람을 물리라는 명령을 내리셔서….”

나는 메이드에게 정중하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안내해줘서 감사합니다.”

“아… 그…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그럼….”

메이드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허둥지둥 떠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마 학장에게 직접 부름을 받은 탓에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거참… 진짜 대단한 양반이네.’

매번 학장과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그에 대한 위세가 어느 정도로 뛰어난지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살짝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학장의 방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들어오세요.)

나를 기다린 듯한 즉답이었다.

나는 방문을 열면서 아르모니아에게 당부했다.

‘혹시라도 통신 끊겨도 너무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뜸 들인 대답을 들으며 방문을 통과하자마자 자기장 몸을 통과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끊겼겠네.’

역시나 아르모니아의 대답은 없었다.

나는 방 안에 들어가서 학장의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그 마법을 쓰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동 중에는 불안정해서 쓰지 못했었습니다.”

“단둘이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겠네요.”

그렇게 말했지만,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채권자가 같이 식사를 제안해서 억지로 끌려온 기분이었다.

학장이 사채업자처럼 나를 몰아세우는 인간은 아니지만, 약속 이야기가 나오면 마냥 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학장을 어떻게 죽일 수 있는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부담감을 이해한 학장은 바로 고개를 절레거리며 입을 열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약속에 관해서는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차단 마법을 쓴 건 이 순간만큼은 저도 느긋해지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학장은 미소로 나를 안심시킨 뒤에 허공에 커다란 마법진 하나를 그려냈다.

희색의 빛줄기로 이루어진 마법진이었다.

학장은 마법진 하나를 완성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마법진을 분해하고 재결합한 결과… 총 10개의 마법진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건 [독]을 거는 능력을 지닌 마법진입니다.”

10개의 마법진의 성능은 [독], [출혈], [마비], [실명], [수면], [전이], [환각], [폭주], [발정], [마나 제어 불능]이었다.

원래라면 랜덤으로 발동되어야 하는 마기 트랩이 쪼개진 뒤, 모두 세분화된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성능을 구현해내는 트랩 마법진들….

그걸 학장이 완벽하게 구성한 것이었다.

“와… 이걸 진짜 해내시네요.”

그저 빈말로 하는 칭찬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감탄하는 것이었다.

학장은 내 진심이 담긴 감탄을 들으며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간만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탈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학장의 표정은 모든 것을 풀어낸 수학자의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욕망이 없는 사람은 목표가 없고, 목표가 없는 사람은 죽은 것과 같다.

학장은 간만에 성취감을 얻어서 그런지 의자에 쓰러져서 지친 표정으로도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기분 오랜만입니다. 다시는 이런 감정을 못 느끼리라 생각했는데…. 고맙습니다.”

“뭐랄까… 오히려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제가, 감사를 받으니 당황스럽네요.”

“허허허, 지금 생각해보니 저도 모르게 너무 기뻐서 바로 불렀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 이번에는 사과까지 받네요.”

학장은 내 멋쩍은 웃음을 보면서 환하게 웃으며 묻기 시작했다.

“쉬고 계셨습니까?”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습니다.”

“연회요?”

이 양반… 자기를 위한 연회가 열린 것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소냐가 이야기했겠지만, 관심이 없어서 한 귀로 흘려들었을 것이 뻔했다.

“지금 학장님을 환영하는 연회가 열리는 중입니다.”

“이런… 저 때문에 즐기는 것을 방해해버렸군요.”

저기요… 본인 연회라고요.

본인의 연회라는 단어는 관심 없고 그냥 그저 내가 연회에서 빠진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장에게 연회에 참석하겠냐는 물음을 보냈다.

“학장님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십니까?”

“허허… 저는 그런 자리가 어렵습니다.”

“사람 많은 자리 말씀인가요?”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이 껄끄럽습니다.”

“아하….”

학장은 아직도 과거에 파묻혀 사는 인간이었다.

자신의 편을 소중히 하고, 적을 무참하게 죽이는 인간.

다만 세월이 흐르고, 슈트라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다 보니 성격이 많이 누그러진 것일 뿐이었다.

학장에게 이 세상은 대륙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학장이 머무는 세상은 시대를 타고 점차 다르게 흘러갔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학장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예전 그대로인 것이다.

학장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사람… 그것도 친한 사람과의 자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학장은 양주가 진열된 장식장에서 양주를 한 병 꺼내더니, 식탁에 놓으며 말했다.

“열 개의 마법진을 전부 확실하게 알려드리자면 시간이 걸리겠죠. 잔을 기울이면서 알려줬으면 싶군요.”

“하하… 영광입니다.”

처음 슈트라로 왔을 때, 내가 느끼던 학장과 지금 내가 느끼는 학장은 완전 다른 인물이었다.

나도 결국 이 세계에서 학장에 대해서 보고 듣다 보니 어느새 그의 위압감을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조심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에 학장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거리기 시작했다.

“아쉽군요. 저는 당신이 저를 마주했을 때의 거침없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편하게 대해주세요.”

“흠… 그건….”

“어색함과 어려움은 제 부탁을 들어주실 때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저 또한 다음 부탁을 들어줄 때 부담이 될 테고요.”

“…알겠습니다.”

설마 나중에 ‘감히 내게 그런 망발을!’이라고 소리치면서 뒷목잡는 일은 없겠지.

내가 식탁에 앉자, 학장이 술을 따르면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건 오랜만이라 실수를 해도 양해를 부탁합니다.”

나는 학장의 말에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정도는 눈감아드리죠.”

“하하하.”

학장은 환하게 웃으면서 잔을 들어 올렸다.

“일단 한잔 마시면서 시작하죠.”

“네.”

그렇게 우리 둘이 잔을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짠.

쾅! 쾅! 쾅!

“응?”

기분 좋은 잔의 울림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불쾌한 소리가 객실 안에 울려 퍼졌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쾅! 쾅! 쾅!

(나와! 나오라고!)

학장은 문을 두들겨대는 소리와 거침 음성을 듣고나서,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찾아온 모양이군요….”

“기다리세요.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수호 학생은 손님이니. 제가 확인을….”

“이럴 때는 봐주세요. 만약 이런 자리에서 학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소냐 교수님을 뵐 면목이 없어져요.”

“하하… 알겠습니다.”

학장은 쓰게 웃으며 자리에 다시 앉아서 내가 이동하는 장면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객실 문으로 향했다.

워낙 넓은 방이라 그런지 식탁에서 문으로 향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었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에도 소란은 멈추지 않았다.

쾅쾅쾅쾅쾅!

(야이씨! 나와!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그 순간 문을 벌떡 열고서 물어봤다.

“당신이 누구길래?”

“흐헝? 뭐야? 니가 학장이냐?”

문 건너편에는 160 정도 되는 키에 삐쩍 마른 사내가 완전히 술에 꼴아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딸꾹… 니가 학장이냐고! 임마!”

“….”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너무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있자, 상대방이 엉거주춤하며 간신히 일어선 뒤에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내 이름은… 히끅! 제프 포츠! 히끅! 대마법사! 너한테 결투를 신청한다! 내 남자다움을 보여주마! 끄푸어~”

“맙소사….”

제프 포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면상이었지만, 설마 이곳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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