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6화 〉 406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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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까, 카린 영애… 공작가에서 이미 시집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 어디인가?”
“그… 포츠 백작가라고 하더군.”
다른 귀족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들 곁에 있던 건 나뿐이었고, 나는 여전히 모르는 척하며 음식을 야금야금 먹을 뿐이었다.
그들은 나를 잠시 보더니, 금세 나에 대해서 신경을 끄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제프? 설마 그 망나니 말하는 건가?”
“소문일세, 소문…. 하지만… 포츠 백작가에서 브란트루프 공작가를 그렇게 지원한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맞을 걸세.”
“세상에….”
다들 한탄하면서 입 모아서 뒷담화를 까기 시작했다.
“그 둘이 어울리기는 하는가? 매일 술에 찌들어서 여색에 빠져 사는 인간 아닌가? 집창촌을 제집 드나들 듯이 간다고 하던데.”
“거기다 미수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메이드를 겁탈하려고 했다더군.”
“미수? 누가 구해준 건가? 이 성안에서?”
“알지 않는가? 제프, 그 얼간이가 여자한테도 제압당할 정도로 약골이라는 거…. 메이드가 발버둥을 치다가 간신히 도망친 모양일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내놈이….”
카린을 칭찬하며 흠모하던 귀족들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오로지 그 제프라는 녀석의 흉을 보는 것에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알코올중독, 여색, 매춘부, 사치, 겁탈….
그저 질투심에 의한 흉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제프라는 녀석의 행태를 솔직하게 주고받는 것이었다.
‘캬… 얼마나 정신 나간 놈인지 얼굴이 궁금하다 얼굴이….’
[포츠 백작의 자제라고 했으면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얼굴이나 보자. 어디 있냐.’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둥둥 떠 있는 기질창을 전부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귀족들의 말을 듣고 그가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제프 그 망나니… 연회에 참석 안 했나? 술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 녀석인데.”
“뻔하지 않겠나. 사절단으로 방문한 카린 영애를 찾아갔겠지.”
“후우… 나도 마법에 재능이 있거나, 재력이 풍부했다면 카린 영애에게 구애를 했을 텐데. 아쉽군.”
“포츠 가문이 마법사는 배출하지 못해도 재력 하나는 레빈에서 따라올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카린 영애도 불쌍하군. 그런 얼간이에게 시집가고 싶지는 않을 텐데….”
다들 수긍하면서 다시 제프라는 녀석의 뒷담화와 카린의 안타까움이 담긴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단 대충 카린이라는 인물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취합할 수 있었다.
‘대충 어떤 여자인지는 알겠다.’
[찾아가실 겁니까? 마침 자리를 비웠고, 성의 주요 인물들은 전부 연회장에 있어서 몰래 만나기에 적기입니다.]
아까 불시에 나를 찾아온 것에 대해서 명분으로 삼으며 만남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기각했다.
‘아니, 절대 먼저 찾아가면 안 돼.’
[어째서입니까?]
‘지금까지 카린에 대해서 알아낸 것을 따져보면….’
분명하다.
‘아까 나한테 보여줬던 행동… 나를 낚으려고 밑밥을 깔아 놓은 행동일 가능성이 커.’
사람의 심리를 잘 읽는 여자였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내가 아까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도 어느 정도 간파했을 것이다.
흥미가 있다고 말한 주제에 인사 몇 마디 주고받고 바로 떠나가 버린 여자.
‘분명 나 같은 남자를 수없이 만나봤을 거야. 즉, 남자를 다루는 것에 능하다는 이야기지.’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렇게 남자를 다루는 것에 능한 여자가 나한테도 떡밥을 뿌리기 시작했다? 일단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분명 다시 올 거야. 그때까지 무조건 참는 거야.’
일단 루나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합해보자면 카린 브란트루프가 남자에게 꼬리치면서 어장 관리하는 여우 같은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질을 보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남자를 홀려본 경험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저런 외모를 지니고 있으면 본인이 싫어도 남자들이 다 잘 보이려고 달려들 테니까.
그런데 그런 여자가 나한테 관심을 보였다?
‘분명 다시 올 거야.’
[만약에 다시 오지 않으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 부분도 가능성이 있었다.
나한테 이득이 될만한 요소가 적다면 귀찮게 달라붙지 않고, 그냥 머릿속에서 금방 지워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런데도….
‘분명 올 거야.’
지금까지의 내 행적을 사전에 면밀히 조사한 여자다.
분명 내게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조사를 하고 접근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카린 브란트루프를 대하는 방식을 정할 때쯤, 서서히 연회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각자 술이 입술 안으로 들어가는 숫자가 늘어감에 따라서 대화 소리가 크게 퍼져나갔고, 그런 대화 소리에 맞춰서 음악도 점점 경쾌한 음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연회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응?’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내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귀족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뭐야? 루나 양 아냐?”
“우리 쪽으로 오는데? 설마 우리한테….”
하얀색의 대리석에 검은색 드레스를 끌고 오는 루나의 모습에 다들 홀려서 기대감에 부푼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품위를 유지하며 거의 다가올 때쯤에 갑자기 웬 귀족 사내 한 명이 루나의 앞을 막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엿듣던 대화를 주도했던 녀석 중의 한 명이었다.
“루나 슈타트펠트 양. 오랜만입니다.”
연회에서 유독 큰 키에 우람한 체격을 지닌 남자였다.
루나는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남자를 보며 쓰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기사 단장을 맡고 계시는 라이너 남작님… 이시죠?”
“네, 맞습니다. 1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셔서 감사….”
라이너라는 남자의 인사는 순식간에 루나의 사과에 먹혀버렸다.
“죄송해요. 제가 지금 다른 분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 그렇군요. 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루나의 거침없는 말에 라이너 남작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루나에게 길을 터줬다.
아까 내가 대화를 엿듣던 귀족들은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루나는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루나는….
“여기서 혼자 뭐 하세요?”
“응? 느긋하게 연회를 구경을… 자, 잠깐만….”
루나는 내 손목을 잡더니,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혼자 왜 구석에 있어요?”
“잠깐만… 지금 사람들이 보고 있어.”
내 말대로 루나의 행동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루나야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반면에 나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 내가 루나에게 끌려가니, 사람들도 덩달아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었다.
“흥… 그렇게 창피했으면 진작에 절 혼자 두지 말았어야죠.”
“아이고….”
루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을 보면 술이 좀 들어가서 엄한 곳에서 용기를 낸 모양이었다.
루나는 그렇게 나를 끌고는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무리에 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리에 있는 귀족들은 대충 봐도 고위직에 몸을 담고 있는 귀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귀족들 사이에는 내가 아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쟤는 왜 얼굴을 저렇게 구기고 있냐….’
루이스가 얼굴을 젖은 종이마냥 꾸깃꾸깃 구기고 있었다.
그렇게 루나에게 끌려온 곳은 그녀가 아까 한창 대화를 나누던 무리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중심에 세워둔 뒤 기품 있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이분이 아까 말씀드린 성수호 씨예요. 이번에 학교에서 1등을 하신 분이세요.”
..
..
아까까지는 나름 지루했어도 남의 이야기 엿듣는 재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과한 관심으로 인해서 귀찮다는 느낌이 강했다.
“오호… 슈트라의 우등생이시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나마 루나가 옆에서 계속 치켜세워주고 있어서 참고 버티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루나가 그동안 가르쳐준 예법도 동시에 활용해야했다.
나는 무수한 칭찬을 받으면서도 쉬지 않고 귀족들의 칭찬에 감사의 인사를 날렸다.
‘아오, 힘들어… 온종일 쉬지 않고 섹스를 해도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겠다.’
일단 모르는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인사하는 게 제일 힘들었고, 두 번째로는 익숙하지 않은 예법을 계속 신경 써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다.
손 발짓부터 시작해서 말까지 주의해야 하니….
‘이 상태라면 루나가 알몸으로 있어도 지쳐서 쓰러질 거 같아….’
[어차피 오늘은 루나 슈타트펠트와 잠자리를 못 가집니다. 좀 더 대화에 집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가끔 빈틈을 뚫고 훅 들어오는 아르모니아를 보면 그녀도 내가 하는 행동과 똑 닮았다.
내 곤란한 상황을 즐기는 가시나….
그렇게 루나 옆에 서서 사람들에게 한참을 칭찬받던 중에 덩치가 있는 귀족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흐흠…. 슈트라의 학생이라고?”
“네.”
이제껏 보여주던 다른 귀족들의 태도와 꽤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배를 잔뜩 부풀리고 다가온 녀석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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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포츠
[상재], [자만심] , [허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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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서 있는 성의 영주, 본인이었다.
대부분 기질창에 부정적인 기질이 나와 있더라도 겸손하게 말하는 반면에 포츠 백작은 자신의 기질에 나타난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포츠 백작일세. 자네가 루나 양이 말하던 우등생인가 보군. 1등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그의 말과 동시에 내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침묵 안에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나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루이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먼 이국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 출신입니다. 아마 들어보신 적은 없으실 겁니다.”
“흐음… 뭐,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면 알 턱이 있나. 계급은?”
이쯤이면 대충 의도가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도발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도발에 심기가 불편해진 건 내가 아닌 루나였다.
루나는 포츠 백작의 저의를 알아차린 뒤, 불편한 심기가 담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평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히 계급은 없습니다.”
“허허… 그렇군.”
그는 나를 바라보며 살짝 비웃더니, 갑자기 루이스에게 시선을 주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루이스 브란트루프 경! 이번에 슈트라에서 굉장한 성적을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하군요.”
“크음… 감사합니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루이스에게 향했고, 다들 다시 루이스에게 칭찬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갑자기 관심을 받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사람들 중심이 되어서 대화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제야 한숨 돌리겠네.’
[…괜찮으십니까?]
‘응? 뭐가?’
[기분이 상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르모니아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저놈은 나중에 약점 잡아서 꼭 족치자.’
[후후… 알겠습니다. 괜한 걱정을 해서 죄송합니다.]
‘…?’
착각인가? 지금 아르모니아가 웃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내 옷소매를 누군가가 잡아서 끌어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무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요…. 이런 식으로 될 줄은….”
루나가 자책하듯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
“하지만….”
그녀가 올려보는 와중에도 포츠 백작은 끊임없이 루이스에게 칭찬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브란트루프의 이름이 슈트라에서도 당당한 위세를 뿜내다니! 이 나라의 미래가 참 밝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루이스 경께서는 레빈 귀족들의 우상입니다! 하하하!”
“하하하, 감사합니다. 포츠 백작님이야말로 이 나라를 지탱하시는 훌륭한 귀족이시지 않습니까.”
“크하하! 감사합니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바보 같다….’
내 눈에는 저 칭찬 핑퐁이 바보 같이 보이는데, 다른 귀족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다들 루이스와 포츠 백작을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결국 자기들이 소속하는 곳에서 영웅이 나와야 자신들의 위상도 올라가고, 그런 영웅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테니 말이다.
한참 칭찬 릴레이를 벌이던 포츠 백작은 갑자기 나를 보면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실력이 있는 모양인데, 졸업 후에 괜히 촌구석으로 돌아가지 말고 레빈으로 오게. 내가 잘 해주겠네! 하하하!”
“….”
이 양반 슬슬 선을 넘네.
대놓고 루이스를 편애하면서 나를 격하시키고, 떨어진 나의 위상을 이용해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있었다.
전형적인 악덕 영주의 모습이었다.
‘임무 끝나기 전? 아니… 이왕이면 여름학기 전에는 제대로 한 방 먹이고 싶은데.’
성전이나 조디악의 인물도 아닌 새끼한테 굳이 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침묵하며 포츠 백작을 어떻게 요리를 해줄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저기….”
“응?”
웬 메이드 한 명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메이드는 주변의 귀족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으면서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게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찾으시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 안내를….”
그 순간이었다.
포츠 백작이 메이드를 향해 호통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대화를 나누는 게 보이지 않나!?”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급히 데리고 와달라고….”
“뭐!? 누군데! 누구길래 내 말까지 끊어가면서 데리고 가려는 것이냐!”
“그, 그게….”
메이드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루이스의 표정도 탐탁지 않아 보였다.
한창 자기 기분을 상기시켜주던 사람의 말을 끊어버린 셈이 된 것이니 말이다.
메이드는 안절부절못하더니, 크게 고개를 숙이며 덜덜 떨리는 입으로 대답했다.
“하, 학장님께서… 성수호 학생을 급히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니 빨리 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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