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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05화 (406/898)

〈 405화 〉 405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6)

* * *

“카린 님께서는… 루이스를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증오하고 계시니까요.”

“…뭐?”

누나가 동생을 증오한다고?

‘…잠깐 당연한 말이잖아?’

[….]

생각해보니까 나도 누나를 증오하는데,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서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초서현처럼 독특한 케이스를 만나서 그런 건지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누나 새끼 떠올리니 살짝 빡침이 끓어 올랐고, 루이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놈팽아, 이참에 네 누나에게 복수해줄게.’

[….]

내가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을 때, 루나가 차분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카린 님은 어린 시절부터 굉장히 뛰어난 분이셨어요.”

어떤 분야에서든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고, 그 깨우친 열을 이용해서 백을 이해하는 여자였다고 한다.

교사가 첫 단추를 잘 끼워주면 그 지식으로 옷까지 수선하고, 급기야 옷을 만들어낼 정도의 천재.

“그 당시에는 루이스가 지금처럼 재능이 있지 않았어요.”

“그럼 그때는 괜찮았는데, 나중에 가서 사이가….”

“아뇨. 그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어요.”

“허허….”

두 사람의 재능이 역전되기 전에도 말 한마디를 오갈 때마다 입에 선인장을 넣고 대화하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난 관계.

하지만 좀 의아하긴 했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안 좋기도 힘든데.’

[혹시….]

아르모니아가 한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배가 다른 남매일 수도 있습니다.]

‘오호!’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추측이었지만, 아쉽게도 아르모니아의 추측은 빗나갔다.

루나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닐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어요.”

“그럼 친남매인데도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거구나.”

어린 시절부터 루이스와 알고 지내왔던 루나의 말이니 확신한 정보일 것이다.

여하튼….

과거에는 카린이 훨씬 우세한 위치에 있었지만, 그 상황은 루이스의 재능이 빛을 발하면서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법적 재능에 눈을 뜬 루이스는 카린이 지금까지 이루어온 업적들을 모두 집어삼킬 정도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에 비해서 카린은….

“카린 님께서는… 마법에 재능이 없다고 이미 결론이 난 상태예요.”

“흐음….”

카린이라는 여자가 그동안 루이스와 얼마나 사이가 나빴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재능이 있던 여자가 갑자기 뒤처지고, 넘을 수 없는 벽이 세워진다면 쉽게 납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서 루이스와의 관계를 개선할 자존심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고, 루나의 말대로 정말 증오하는 사이로 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카린 님은 루이스와 제가 사이가 좋다 보니 저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을 거예요.”

“흐음….”

거기다 루나도 마법에 재능이 있었으니, 질투심이 팍팍 피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루나는 그녀에 대해 험담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가 힘든 시기에 몰래 챙겨주시곤 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서는 다시 대화가 단절됐지만요.”

“…괜찮은 사람이네.”

일단 루나의 평가에 의하면 악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게 접근한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루이스와 악연이라면 아군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수호 님을 그저 이용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수작이라면 혼내줘야 한다는 이이기네.’

[….]

왜? 혼내주면 좋잖아. 이왕이면 섹스로….

내가 카린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루나는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면서 투덜거렸다.

“후우… 힘들게 입었더니, 나한테는 관심도 안 주네요.”

지금 루나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평소에 입던 드레스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루나는 그동안 보여줬던 밝은색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검은색 드레스로 치장하고 있었다.

가슴이 살짝 드러난 상태로 균일하게 모여 있었고, 밑단은 살짝 바닥에 끌리는 형태의 검은색의 드레스였다.

검은색으로 뒤덮인 드레스 덕분에 루나의 은빛 머리카락이 돋보이게 만드는 매력이 가득한 복장이었다.

나는 천천히 루나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미안…. 설마 관심을 안 가지고 있겠어? 오히려 너무 관심을 가지면 또 못 참을까 봐 그러지.”

“흥…. 말은 잘해요.”

“정말인데? 그럼 지금이라도….”

“자, 잠깐만요! 안 돼요!”

루나는 황급하게 나를 밀치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막 입은 드레스예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다시 고쳐 입어야 하는데… 그럼 또 사람을 불러야 해요.”

메이드들이야 부담없이 부를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녀들은 루나의 상태를 보고 의심을 넘어서서 바로 확신할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나는 그런 루나의 고집에도 그녀를 점차 품에 안기 시작했다.

루나는 투덜거리듯이 계속 몸을 아등바등해왔다.

‘안 되는데… 이러면….”

나는 그렇게 계속 중얼거리는 루나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손안에 넣고, 그 상태로 머리카락에 입술을 맞추며 말했다.

“준비되셨습니까? 루나 슈타트펠트 양?”

“아… 주, 준비됐어요.”

“자, 그럼 가시죠.”

내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란히 걷던 루나는 조용히 흥얼거렸다.

“역시 가르치기를 잘했네요.”

..

..

연회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루이스와 루나는 이미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서 그들과 쉴새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냐는 칼과 같이 대동한 채 다른 귀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루이스와 루나는 애초에 레빈 출신인데다가 이번에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환대를 받았다.

아무리 루나가 몰락 귀족이라고 해도 슈트라 1등이라는 성적을 거머쥐었으니 사람들이 몰릴법했다.

대개 여성이나 나이가 지긋한 고위 귀족은 루이스에게, 젊은 남성 귀족은 루나에게 접근했다.

지금 당장 루나 앞에서 알짱거리는 놈팽이 집단을 들쑤시고 싶었지만, 그들의 머리 위를 보면서 참았다.

‘니들 이름 다 기억해 놨어. 밤거리 조심해.’

[….]

밤거리에서도 니들 이름은 또렷이 보일 테니, 꼭 조심해라.

소냐와 칼 주변에도 만만치 않게 인파가 몰려 있었다.

슈트라의 교수가 직접 나라를 방문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뽑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득 중에 제일 큰 하나는….

(학장님께서는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십니까?)

(학장님께서 혹시 좋아하시는 게 뭔지 아십니까?)

(혹시 교수님께서 원하시는 거라도….)

바로 학장과의 만남이었다.

귀족들도 이 순간만큼은 마을에서 봐왔던 상인들과 별 다를 바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슈트라 학교 출신의 귀족도, 슈트라에서 수업받지 못했던 귀족도… 모두 학장을 만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학장은 연회에 나타나지 않았고, 소냐는 그런 학장의 대리인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귀족들을 상대로 소냐는 간단하고, 유려하게 대처했다.

(학장님께서는 당분간 휴식을 즐기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하… 그, 그렇군요.)

그렇게 내 지인들 모두가 주변의 귀찮음을 받고 있을 때, 나는 느긋하게 연회를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수많은 샹들리에와 고급 테이블, 그리고 이어지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음악과 사람들의 흥겨운 목소리.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게 정상이지.’

[카린 브란트루프… 그런 뛰어난 정보력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합니다.]

디지털로 정보를 전송하는 곳이 아닌 이곳에서 내가 오리라는 것을 예상했다는 듯이 내 행적을 수집했다.

다른 귀족들의 정보력도 만만치 않을 건데, 카린은 그런 범주를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혼자 힘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카린에 대해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다른 귀족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있던 귀족들이 루이스와 루나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후… 부럽네. 나도 슈트라에 입학하고 싶었는데.”

“아직 모르지 않는가. 갑자기 마법에 재능이 생길지….”

“지금까지 그런 전례가 있던가? 후우…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활로를 찾아봐야겠어.”

나는 테이블에 있는 음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귀만 그들 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

‘여기 있는 녀석들은 다 마법에 재능이 없네.’

딱히 안타깝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이 즐거웠다.

‘역시 남의 이야기 엿듣는 게 최고야.’

나는 그렇게 속으로 흥얼거리면서 계속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다.

대부분 오가는 이야기는 자신들을 루나와 루이스와 비교하며 박탈감이 섞인 신세 한탄들이었다.

그러던 중에 한 남자의 대사와 함께 대화의 주제가 변경되기 시작했다.

“이제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지?”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내 귀를 쫑긋 세우는 단어가 흘러 들어갔다.

“브란트루프 가문의 정식 후계자는 역시 루이스 공의 차지가 되는 거겠지?”

“….”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 온몸에 퍼진 신경을 귀로 집중했다.

귀족들은 내 존재에 대해서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흘러가듯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브란트루프 공작님께서 3년 후에 후계자를 결정한다고 했지만… 이미 끝난 거지.”

“사실상 슈트라에 입학한 순간 끝난 셈이지.”

“카린 영애… 그렇게 똑똑하던 여자가 마법 앞에서 무너져 버리네.”

카린 브란트루프….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주변을 계속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회장 내부를 주의 깊게 둘러봐도 카린의 모습이나 기질창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정도면 확실하다.

‘뭐지? 참석하지 않은 건가?’

[기질창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다.]

아까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막상 연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라….

카린과 얼굴을 마주한 건 고작 해봐야 1분 정도였고, 그녀의 기질을 보면 분명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할 성격이었다.

무엇보다 오늘 주관하는 연회는 레빈 왕국에 방문한 학장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도 카린은 사절단과 같이 와놓고 머리카락 한 올 비추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거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기질창으로 보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의 여자입니다. 분명 오늘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었는데….’

연회를 시작한 지 꽤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보면 만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포기하며 음식을 집어 먹는 순간이었다.

한 귀족의 대사가 내 고막을 뚫고 뇌 속으로 바늘처럼 솟구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까, 카린 영애… 공작가에서 이미 시집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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