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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02화 (403/898)

〈 402화 〉 402화 마법 학교 슈트라 (3­13)

* * *

내가 문을 열자마자 소냐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먼저 사과를 해왔다.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미안하긴요. 들어오세요.”

소냐는 내가 열어준 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들어와서는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 방을 둘러보던 소냐는 식탁을 손바닥으로 쓱 훑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2인실이랑 차이가 있네요. 저는 언제나 2인실만 사용해서 1인실은 처음 봐요.”

“그렇게 들어보니까, 저도 2인실이 궁금해지네요.”

소냐는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식탁 의자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잠시 앉아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럼요.”

나는 소냐를 위해 의자를 빼주면서 젠틀한 목소리를 내며 그녀의 얼굴을 차분하게 바라봤다.

“여기 앉으시죠. 소냐 프리드리히 부인.”

“어머….”

소냐는 환하게 웃으며 내 에스코트가 담긴 의자에 앉으며 감사의 인사를 해왔다.

“고마워요. 재미있는 걸 배워오셨네요?”

“하하… 너무 모르고 살아왔던 거 같아서 배우는 중이에요.”

나는 원래 목소리로 바꾼 뒤, 소냐에게 너스레를 떨면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서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흐음….”

소냐는 눈을 감고 잠시 고민하더니, 한쪽 눈을 씽긋 뜨더니, 조용히 내게 물어왔다.

“여행은 즐거우세요?”

“아… 네. 즐거워요.”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사실 굉장히 즐겁다고 할 수 있었다.

루나와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으니까.

내 뜸 들이는 모습을 본 소냐는 웃으면서 말했다.

“즐거워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들키지 않게 조심하세요.”

“…네?”

“마부들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어요.”

소냐는 다음 날 학장의 식사를 정하기 위해 마부를 찾아갔었다고 했다.

그런데 마부들은 소냐가 온 줄도 모르고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소냐는 얼떨결에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버린 것이었다.

(그거 정말이야?)

(어, 마침 여관에서 일하는 애가 나랑 친했는데, 둘이 엄청 격렬했다고 하더라.)

(이야… 우등생이라고 하는 슈트라 학생들도 우리랑 다를 게 없네.)

(심지어 공동 1등이라며? 캬….)

(….)

소냐는 마부들의 대화 주제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생각보다 입이 싼 녀석들이네.’

[아마 소냐 같은 고객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입니다.]

사실 마부들이 정말 운이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고객은 대부분 방안에 틀어박혀서 호출종으로 직원을 불러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이니까….

특히 이런 마을에 도착했다면 더욱더 긴장을 풀었을 것이다.

나는 소냐에게 사정을 듣고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그 일을 혼내러 온 게 아니에요. 두 사람은 성인이잖아요. 문제가 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녀는 질타를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와 루나 사이에 있는 루이스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돼서 온 것이었다.

“즐기는 건 좋지만, 조심하세요. 루이스 학생한테… 들켜서 좋을 건 없잖아요?”

“네, 주의하겠습니다.”

소냐는 내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천생연분이에요. 정말… 부럽네요.”

소냐는 침울한 표정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소냐의 미소에 이끌리듯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소냐 교수님….”

“수호… 학생….”

소냐는 잠시 흠칫 놀란 표정을 짓고는 앉아 있는 채 내가 다가오는 것을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의 눈앞까지 다다를 때쯤이었다.

“그, 그럼 저는 가볼게요.”

소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쓰게 웃으며 숙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소냐의 모습에 당황한 채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잠시만요. 교수님!”

“편히 쉬어요. 그리고….”

소냐는 문고리를 잡고 조용히 침묵하더니,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려서 나를 보지 않은 채 말했다.

“루나 학생한테… 잘해주세요. 그럼….”

소냐는 내가 잡은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친 뒤, 조용하고 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는 그런 소냐를 보면서 의자에 벌러덩 앉으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아이고… 어렵다.’

[소냐는 갈수록 힘든 스타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게… 처음에는 바로 넘어왔지.’

소냐는 그 당시 욕구불만이 제대로 쌓인 상태에서 내 페로몬의 영향을 받아서 이성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고 소냐와 첫 관계를 맺었을 때, 루나와 연인도 아니었고 칼도 나와 소냐의 관계를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칼과 루나가 허락했다고 해도 결국… 소냐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소냐한테 남편분이랑 제 여자친구가 허락했어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페로몬을 또 이용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최근에는 영사관이나 위그드라실처럼 위험한 곳을 다니는 경우가 허다해서 성기질을 올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성교 LV 12], [입 LV 10], [교감 LV 5], [페로몬 LV 8], [손기술 LV 555]­

초기에 에넬로 올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오른 능력치가 눈에 띄었다.

다만 올라간 건 성교와 입뿐.

교감과 페로몬은 애초에 노력한다고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아닌지라 그대로였다.

‘올리자.’

어차피 이쪽 세상에서 큰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

에넬도 꽤 여유가 있으니까. 어느 정도 소비를 하면서 성장하는 쪽이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보유 에넬은 대략 60만입니다.]

‘좋아. 교감과 페로몬을 올리자.’

교감을 10까지 올리고, 페로몬을 15까지 올렸다.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나서 내 감상은….

‘역시나… 아무런 느낌이 없구만!’

가령 던전화된 에브리카 본사에서 상태 이상 면역을 배웠을 때는 효과가 확연히 느껴진 반면에 지금은 단 1도 느낄 수 없었다.

[효과를 확인하려면 루나 양을 찾아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오케이! 어차피 소냐는 오늘 물 건너 갔으니까. 루나한테 가자.’

나는 방 안에 불을 전부 끈 뒤, 망토를 휘날리며 루나의 숙실로 달려갔다.

***

“하아….”

모든 일을 마친 소냐는 숙실로 돌아오자마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숙실에는 이미 그녀의 남편인 칼이 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아내가 들어왔을 때를 배려해서인지 방안에 조명을 끄지 않고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소냐는 그런 칼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아… 내가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소냐는 성수호라는 존재를 좋아하지만, 그에게 빠져든 자신을 혐오하고 있었다.

사실 소냐는 아까 성수호에게 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려고 했다.

‘오늘도 실패했어….’

선을 긋고, 그에게 더 이상 만남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려고 했다.

만약 성수호에게 루나가 없었다면 소냐는 자신의 마음속 정원 구석에 죄책감을 흙으로 감춘 뒤, 영원히 그와 함께 정원을 같이 거닐었을 것이다.

하지만 루나의 존재와 남편의 존재 덕분에 흙에 파묻혔던 소냐의 죄책감의 씨앗이 나무로 성장하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 정원에 있는 죄책감이라는 나무의 열매는 그녀를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기 시작했다.

‘수호 학생한테만 가면 왜 그렇게 정신이 흐릿해지는 건지….’

처음 성수호에게 빠져들게 된 향기.

비록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향기를 맡아도 이성을 유지했지만, 성수호의 체향을 맡을 때마다 그와의 섹스가 계속 떠오르게 된 것이었다.

내성이 생기지 않은 성수호의 향기 때문에 소냐의 단호함은 살살 녹으면서 오늘도 그녀가 헛걸음하게 했다.

‘…이대로는 안 돼.’

소냐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바람을 피우다가 들켜서 욕을 먹는 건 무섭지 않았다.

그녀는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 행동으로 인해 남편이 상처받고, 그의 사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칼은….’

소냐는 조용히 그가 잠들어 있는 침대로 향해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칼은 중후한 인상으로 잠자는 동안에도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남편을 보면서 생각했다.

‘…설마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소냐는 칼의 의도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가 보내오는 낌새를 간혹 느끼곤 했다.

일이 없는 주말에도 저택을 비워주고, 심지어 방을 분리해서 빈틈을 쉽사리 노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택에 놀러 온 남자를 재워주는 남편.

아무리 칼이 슈트라의 학생을 좋아한다고 해도 좀처럼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소냐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품기 시작했다.

소냐는 잠시 의심했지만, 바로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칼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지. 괜히 이상한 희망 품지 말자.’

인간은 불확실성을 지닌 부분에서 유독 희망적인 생각으로 가득 채우는 심리가 존재했다.

오늘도 들키지 않겠지? 이번에는 딸 수 있겠지? 등등….

사실 소냐도 성수호와 잠자리를 가지면서 그런 무수한 희망에 인생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폭주하며 빠져들었던 도박은 루나로 인해서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소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

‘이번 여행… 끝나기 전에는 결단을 내리자.’

..

..

“흐으….”

소냐의 신음에 그녀의 옆에 있던 칼이 걱정하듯 물어왔다.

“왜 그래? 혹시 아파?”

“괘, 괜찮아요.”

소냐는 쓰게 웃으며 눈을 바싹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소냐가 그렇게 정신을 차리기 위해 집중할수록 오히려 그녀의 감각이 또렷해지면서 정신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소냐는 잠시 흐트러진 정신과 함께 멍한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진짜 향수를 뿌리는 게 아니라고?’

막 식사를 마치고, 마차에 탑승하려는 성수호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의 곁을 잠시 지나쳤을 뿐인데, 성수호에게서 퍼져나오는 향기는 소냐의 하복부를 자극했다.

‘내가 괜히 신경 써서 그런가? 오늘은 유독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

어제 결단을 내렸던 소냐는 강렬하게 뚫고 들어오는 향기에 다시 결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후우….”

“응? 소냐 교수, 괜찮습니까?”

그리고 그녀의 혼미한 상태는 한창 집중하던 학장에게도 전해져 버렸다.

소냐는 당황하며 바로 학장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괘, 괜찮습니다.”

“흐음? 얼굴이 빨개진 거 보니까. 괜찮아 보이지 않는군요.”

“신경 쓰이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신경이라….”

학장은 쓰게 웃으며 소냐에게 말했다.

“내가 너무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저야말로 신경을 못 썼군요. 소냐 교수, 이제 제 신경을 쓰지 말고 여행을 좀 즐기세요.”

“아, 아닙니다. 제가….”

“소냐 교수.”

학장은 흐뭇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소냐에게 명령했다.

“이건 명령이에요. 제가 급한 용무가 있으면 부탁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쉬세요.”

“…알겠습니다.”

학장의 입에서 명령이라는 단어가 나온 이상 소냐도 더는 자기주장을 펼칠 수 없었다.

그리고 학장은 한 가지 더 명령했다.

“소냐 교수 오늘은….”

..

..

‘그냥 억지로라도 학장님 마차에 탔어야 했는데….’

소냐는 속으로 안달복달하면서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소냐의 한숨 소리와 함께 걱정스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소냐 교수님, 괜찮으세요?”

“흐읏… 괘, 괜찮아요.”

“혹시라도… 몸이 안 좋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마부에게 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고, 고마워요.”

자신과 같은 마차를 타고 있는 성수호가 자신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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