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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91화 (392/898)

〈 391화 〉 391화 마법 학교 슈트라 (3­2)

* * *

슈트라 마법 학교는 4학기로 구분된다.

봄학기, 여름학기, 가을학기, 겨울학기.

그리고 학기마다 3개월씩의 기간을 갖고, 그중에 수업을 진행하는 학기는 봄학기와 가을학기다.

그럼 나머지 여름학기와 겨울학기는?

방학, 휴식의 기간이다.

처음에 내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좀체 이해할 수 없었다.

1년 중에 절반은 휴식으로 깔고, 주 5일제의 교육으로 때우다니….

그게 교육기관으로서의 자세인가 싶었다.

‘존나 부럽네….’

[….]

‘아, 실수 거꾸로 말했다.’

생각으로 말하는 것뿐인데, 왜 이리 꼬이는지….

사실 슈트라의 방학이 긴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슈트라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문을 열어놓는 교육기관이다.

근방에 붙어 있는 국가부터 시작해서 대륙 끝에 간신히 삶을 유지하고 있는 화전민까지….

정식으로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한다면 누구든 슈트라의 학생이 될 수 있었다.

‘애초에 화전민으로 태어났다면 마법을 배우기는커녕 볼 일도 없겠지만….’

슈트라의 교육 기간은 총 3년.

아무리 학교의 복지가 좋다고 해도 3년 내내 가족과 생이별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걸 고려해서 슈트라는 휴식 학기의 기간을 3개월로 정한 것이었다.

고향이 먼 학생을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그 3개월도 현대가 아닌, 이곳에 있는 대륙에서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운송 수단이 말과 마차밖에 없는 세상이다.

아무리 말을 타고 주야장천 달려도 대륙 끝에 도달하는 건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편도 3개월로 계산하면 안 된다.

왕복 3개월로 계산해야 하므로 먼 곳에서 입학한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슈트라에 남는 경우도 많았다.

‘뭐… 애초에 그렇게 먼 곳에서 왔다면 오히려 슈트라가 천국처럼 느껴지겠지.’

기숙사는 등수에 따라 시설이 다르지만 좋은 편이었고, 식사도 호화로운 편에 속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노리고 학교에 남아서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슈트라는 평민이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니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 위치에 부합하는 게 바로 나였다.

다른 학생들 눈에 나는 먼 이국땅에서 간신히 슈트라에 입학한 평민이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여의찮은 그런 평민.

원래 설정대로라면 나느 슈트라에 남아서 본가로 향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처량한 신세였어야 했다.

그래, 분명 슈트라에 남는 학생의 설정이었어야 했지만….

‘루나랑 슈트라에 남아서 온종일 섹스하는 것도 좋겠는데?’

[이미 늦었습니다.]

‘망할….’

나는 루이스의 초대를 받아서 마차를 타고 그와 함께 레빈 왕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말발굽과 마차의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내가 타고 있는 마차는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그 어느 마차보다도 화려했다.

내부는 구조는 깔끔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화려했고, 지금 내가 앉고 있는 쿠션도 현대에서 생산하는 값비싼 쿠션보다 편했다.

장거리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마차.

루이스가 초대했길래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어떤 허접한 방식으로 나를 초대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루이스가 귀족이었다는 사실.

루이스는 나와 시험 등수로 내기를 했고, 그 결과… 졌다.

그리고 그 내기에 걸린 것은….

(레빈 왕국으로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문에 지내는 동안 내가 너를 귀족처럼 대해주지. 모든 비용도 내가 내겠어. 어때?)

가문의 초대와 귀족으로서의 대우.

저 말을 꺼낸 건 루이스 개인이었지만, 그의 말에는 가문의 힘이 실려 있었다.

본인의 자존심보다 가문의 자존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약속을 지키는 건 좋은데… 이게 뭐냐.’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차가 이렇게 호화롭고 안락한 건 장거리 이동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런 마차를 이용하는 건 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슈트라는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엄청 비싼 물가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곳에서 장거리 이동용 마차를 장기간 대여한다?

그것도 한창 이용객이 몰리는 여름학기 시즌에?

금액도 금액이지만, 마차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명이 여러대를 대여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루이스가 대여한 장거리 마차는 한 대.

그럼 이론상으로 마차에 나와 루나, 루이스 세명이 탑승해서 이동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루나는 없었다.

‘하아… 저 새끼가 아니라, 루나랑 탔으면 얼마나 좋아.’

[예상 이동 기간은 5일… 너무 조급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래 동행하게 될 인원은 나와 루나, 루이스뿐이었다.

하지만 예상외의 멤버가 우리와 동행하기를 원했다.

소냐와 칼….

두 사람은 레빈 왕국에 업무적 볼 일이 동시에 생겨서 우리와 동행하게 되었다.

당연히 칼의 재량으로 장거리 마차를 한 대 더 이용할 수 있었고, 지금 루나는 프리드리히 부부와 같이 탑승한 채 내가 탄 마차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놈팽이가 루나랑 단둘이 가는 것만 아니면 봐줄 만하지… 그런데….’

나는 건너편에서 실실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남자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저 양반은 도대체 왜 따라오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학장이 마차 안에서 앉은 채 나와 루이스를 번갈아 보면서 겸허하게 웃기 시작했다.

“허허, 슈트라 외부로 나가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요.”

“하하….”

“….”

나는 루이스와 학장과 같이 마차를 타고 레빈 왕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세계에서 대치하는 주인공 두 명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꼽사리 낀 엑스트라.

에넬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존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줄곧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예의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학장은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았다.

루이스가 입 닥치고 조용히 해주는 건 나로서도 땡큐다.

저 새끼랑 이야기하면 열에 열은 머리에 열불이 나는 대화가 오고 갈 테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

“….”

학장은 왜 자꾸 나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는 것인가….

‘아무리 호감형에다 우호적이라고 해도 남자 미소는 싫은데….’

나, 루이스, 학장.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는 존재들이 마차에 동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마차가 갑자기 점점 속도를 줄이더니, 급기야 멈춰서 버렸다.

무슨 문제인가 싶었지만, 마부가 마차 유리를 두드려왔다.

루이스가 격조 있게 유리창을 열어서 마부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마을까지 대략 6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여기서 미리 식사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도록.”

“네.”

마부는 루이스 가문의 소속이 아니었다.

하지만 귀족 고객을 많이 받아본 경험이 녹아내리듯 침착하게 모든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마차도 멈춘 뒤, 마부들이 일사불란하게 테이블과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와우…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나. 그냥 이동만 시켜주는 게 아니네.’

마부는 총 네 명.

하지만 무슨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집사들처럼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차도 잘 몰아… 고용인의 식사도 책임져…. 아마 싸움도 잘하겠지?’

마부 중에 한 명이 검을 착용한 것을 보면 검술도 어느 정도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부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마침 뒤편 마차에서 루나 일행이 내리기 시작했다.

슈트라에서 제공한 정복을 입고 있는 루나.

정말 보고 싶었다.

내가 루나를 향해 지긋이 바라보자, 루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루나의 입장에서 나를 본 건 하루 전이지만, 나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만에 보는 것이었다.

아마 루나는 감동의 재회가 담긴 내 눈빛을 의아해하겠지만….

내 입장에서 그녀가 느끼는 감회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문제는 입장상 지금 루나에게 치근덕댈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시선이 너무 많았다.

‘하아… 둘이서만 마차 타면 딱 맞는데.’

[루이스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입니다.]

‘흥, 이미 늦었어. 놈팽이 새끼야. 루나는 내 꺼야.’

하지만 놈팽이는 그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하필 학장이랑 소냐와 칼도 동행하는 바람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큰 나무들이 살랑거리며 자신들의 잎사귀를 붓 삼아 햇빛이라는 물감을 이용해서 흙 위에 자연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잎사귀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면서도 쏙 빠져들게 하는 묘미를 지니고 있었다.

나무 아래에 테이블이 놓였고, 마부 중 한 명이 우리에게 와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앉아 계시는 동안 저희는 식사 준비를 하겠습니다. 용무가 있으시다면 바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이스는 자신이 이곳의 주인인 것마냥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다른 한 명이 마부에게 친절하게 화답해줬다.

“식사, 기대하겠습니다.”

학장은 미소를 지으며 마부에게 기대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침착하게 대응하던 마부는 학장의 말을 듣자마자 환희에 찬 표정으로 변하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소리쳤다.

“흐읍…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설마 우니?

아까까지 침착하던 마부가 갑자기 학장의 말을 듣고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부담은 갖지 마세요.”

“허억! 배려! 감사합니다!”

마부는 그렇게 대답한 뒤, 다른 마부들에게 가서 소곤소곤 자랑하기 시작했다.

“나, 나한테 말 걸어주시는 거 들었지? 들었지?”

“와… 부럽다… 나한테도 말 걸어주셨으면….”

“저기 몸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오셔….”

광채요? 학장님 몸에는 그냥 햇볕이 비추는 게 전부인데요?

‘무슨 광신도들도 아니고….’

[광신도와 다를 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들에게 학장은 성인(?人)이나 마찬가지이니….]

사실 종교를 믿기보다는 사람을 믿는 것이다.

살아 있는 영웅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신화였다.

사실 여기서 전혀 긴장하지 않는 건 나와 루이스뿐이었다.

나는 그냥 무덤덤한 거고, 루이스는 마부의 행동에 또 뭔가 삔또가 상했는지 불평이 담긴 표정으로 마부들의 소란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 있는 멤버들도 사실상 마부들과 다르지 않았다.

소냐의 남편인 칼이 학장을 보면서 겸손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단하군요. 슈트라의 마부들이 저렇게 흥분하는 모습은 처음입니다.”

“허허허…. 아마 우리 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긴장을 한 모양입니다.”

고막만 나이를 드신 건가? 대놓고 옆에서 당신 좋다고 말했는데?

겸손하게 대답하는 학장을 향해 칼은 긴장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저도 흥분되는 건 사실입니다. 학장님을 이렇게 눈앞에서 뵙는 날이 올 줄이야….”

“허허허… 저 같은 노인네를 동행해줘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하, 학장님….”

“노, 노인네라뇨….”

“허허허….”

학장의 외모는 대략 30대 초반.

칼 프리드리히의 외모는 40대 중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직책이 높은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아랫 사람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일단 내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그 이후는 우리는 마부가 차려준 식사를 하고, 다시 마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부는 자신을 고용한 루이스가 아닌, 학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일정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음 마을까지 6시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혹시 중간에 원하시는 장소가 있으시다면 그쪽으로 경유해드리겠습니다!”

“허허허, 아닙니다. 해가 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는 게 중요하니, 제 걱정하지 마시고 안전 운전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최, 최선을 다해서 안전하겠습니다! 아니!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아까 그 엘리트들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마부를 보면서 루이스가 조용히 이를 갈기 시작했다.

“으드득….”

돈을 낸 건 루이스다.

그런데 마부들의 행동을 보면 누가 봐도 학장이 고용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다른 고용주인 칼은 딱히 그들의 모습을 나무라는 느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그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이런 모습은 당연하다.

한 국가의 왕이 앞에 있더라도 모든 사람은 학장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왕도 결국 언젠가 죽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원래 탔던 마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저 멀리 루나가 나를 힐끗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학장과 루이스가 있어서 그런지 루나와 따로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았다.

일단 마차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서로 눈빛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만에 보는 루나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가슴 만지고 싶다.’

[….]

그렇게 욕구를 참아내며 마차에 올라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배도 부르겠다. 눈이나 좀 붙이자.’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마차가 이동하기를 기다렸다.

마차 안에 누군가가 탔다.

그런데….

‘응? 출발? 한 명만 탄 거 같은데….’

소리로만 들었을 때, 마차에 탑승한 인원은 분명 한 명뿐이었다.

설마… 설마….

나는 기대감에 찬 눈동자를 품은 눈꺼풀을 살며시 열어서 건너편에 앉은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온 상대방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야, 단둘이 됐군요.”

학장의 미소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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