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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86화 (387/898)

〈 386화 〉 386화 영웅 사관 학교 (4­27)

* * *

서로의 얼굴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교실에서 성수호의 단호한 말이 성수아의 귓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내일… 사표를 낼 생각입니다.”

“….”

성수아의 침묵은 침착함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낙뢰를 맞아서 정전이 난 도시처럼 성수아의 뇌도 성수호의 말로 인해서 모든 가동이 중단한 것이었다.

성수호는 성수아의 침묵에 맞춰서 달에서 흐르는 빛을 그저 포용하며 어둑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성수아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기울어가는 달빛이 성수호의 얼굴을 전부 비추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서… 성수호 교관님. 그게 무슨….”

성수호는 굳은 표정으로 성수아와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말씀 그대로입니다. 내일부로 교장님께 사표를 제출하고 영사관을 그만두려고….”

“왜요….”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성수아는 헛된 희망을 품으로 다른 이유를 말해주기를 빌고 있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치부를 자기 입으로 낱낱이 고발했다.

“제가 성수아 교관님에게 했던 행동… 도저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습니다. 아니면 제가 직접 경찰에 자수를….”

“아닌 거 알잖아요!”

성수아는 울먹이며 성수호에게 다가갔다.

“아니면… 진짜 모르시는 거예요?”

“….”

답답한 것을 넘어서서 피가 말리는 기분이었다.

성수아는 분명 성수호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을 동료가 아닌, 여자로 봐달라는 신호를….

비록 본능적으로 보낸 신호였지만, 분명 그가 알아차리리라고 생각했었다.

차라리 성수호가 신호를 캐치 못 한 것 같았다면 더 강한 신호로 그를 자극할 용의도 있었다.

하지만 성수아가 화가 나는 이유는 그가 신호를 인지 못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분명 수차례 느껴졌다.

그도 자신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여기서 성수아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제가… 인간적으로 싫은 건가요?”

이성으로서 마음에 들지만,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녀의 관계에 간혹 들어서는 반항심리가 존재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외모와 계속 이끌리는 매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남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혐오.

성수아는 그것 말고는 도저히 성수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그런 성수아의 확신을 단호하게 부정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럴 리가요. 성수아 교관님은 저의 우상 같은 분이십니다.”

“우… 우상이요?”

갑작스러운 치켜세움에 성수아는 분위기에 흐르지 못하고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수호는 흐릿해진 분위기의 종지부를 찍어 버렸다.

“그렇기 때문입니다.”

“네?”

“저 같은 사람은 결국 성수아 교관님의 치부로서 자리 잡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게… 무슨….”

성수호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하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성수아 교관님 곁에는 저 같은 사람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아니… 애초에 제가 있을 자리가 없었던 거겠죠.”

“….”

“성수아 교관님 옆에는… 저 같은 사람이 있을 자격이 없어요.”

성수아는 성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모든 실마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성수호가 저토록 의지를 보이면서 성수아와 거리를 벌리려는 이유.

‘오빠는….’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성수아는 창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성수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아냐….”

“….”

성수아는 한 남자를 위해서 인생을 홀로 쓸쓸히 보내기 시작했다.

그 남자를 탓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자신이 원해서 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성수아도 처음으로 원망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빠 때문에….’

꿋꿋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저 멀리 달을 바라보는 남자.

자신을 바라봐줄 수 있는 남자를 위축시킨 초강현이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존재만으로 자신을 외롭게 하고, 이제는 사랑의 권한마저 구속한 남자.

성수아는 자신을 꿋꿋이 바라보지 않는 성수호를 뒤에서 껴안자, 그는 거부의 반응을 보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직…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더 이상 오시면….”

“상관없어요.”

성수아는 거부감을 내비치는 성수호를 꽉 잡고 그의 뒤에서 강하게 포옹했다.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성수호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 성수아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

“가지 마세요… 제발… 제발 가지 마….”

“….”

“그냥 당신만 있으면 돼…. 제발….”

한참을 흐느끼던 성수아는 성수호의 움직임을 감지하며 꼭 끌어안았다.

혹시라도 그가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자신을 버리고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지 마… 가지 마….”

하지만 최선을 다해 끌어안고 있음에도 성수호는 그녀의 손길을 벗어나서 그녀를 정면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성수아가 방문한 내내 그녀를 단 한 차례의 눈길도 주지 않던 성수호는 성수아를 내려다보면서 그녀가 애타게 기다려왔던 대사를 내뱉었다.

“성수아 교관님… .”

“흐읍….”

성수호의 대사 한마디로 성수아에게 쌓여 있던 무거운 깃털들은 가벼워졌고, 그의 입술이 깃털을 촉촉하게 적시며 바람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게 해줬다.

그녀를 덮고 있던 수많은 외로움은….

“츄읍… 흐읍… 하읍….”

한 남자의 입술로 다시 태양의 온화함을 맛볼 수 있었다.

***

나는 문주아를 처리한 뒤, 레나와 베아트리체를 데리고 바로 코어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코어를 없애는 거?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하기에도 무색하게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모든 괴한을 쓰러뜨리고, 코어를 파괴하는 순간이었다.

(주인님, 누군가가 오고 있습니다.)

레나가 인기척을 느껴준 덕분에 빠르게 숨어서 상대를 몰래 관찰할 수 있었다.

상대는 성수아.

나는 나를 찾아 헤매는 성수아를 보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떠날 때까지 여기서 숨자. 진료실… 여기서 따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없네.)

계획은 간단했다.

그녀가 나를 찾아 헤매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그녀의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어렵지 않았다.

누군가가 재채기만 하지 않았다면….

(푸취!)

(….)

(….)

[….]

베아트리체는 시원하게 재채기를 날린 뒤에 우리를 어색하게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새, 생리였다냥.)

(대박… 서큐버스도 생리해?)

서큐버스도 생리를 하는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성수호 교관님! 문에서 떨어지세요! 제가 강제로 열게요!)

그 재채기로 인해서 성수아에게 위치를 발각당하고, 그녀가 진료실 안으로 쳐들어오려는 순간이었다.

(워프!)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일단 나 빼고 워프시켜!)

콰지지직!

나는 문이 부서지는 것과 동시에 성수아에게 달려들어서 키스를 퍼부었다.

거창한 계획 따위는 없었다.

그냥 레나와 베아트리체가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내 엉망진창의 행동은….

‘좋아…. 계획대로 됐다.’

[연기가 정말 좋으십니다.]

결과적으로 계획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었다.

나는 성수아의 입속을 탐하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설마 이렇게 진행될 줄은 몰랐네.’

오늘이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성수아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데이트 마지막을 평범한 인사로 마무리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진득한 키스를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최소한 그녀의 마음과 내 마음을 서로 드러내며 흙 속에 파묻힌 나무들처럼 서로의 뿌리를 얽히는 관계로 진전 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사건이 모든 중간 과정을 생략시켜줬다.

얕고 눅눅한 과정이 아닌, 깊고 강렬한 과정으로 나와 성수아를 엮어 줬다.

성수아의 마음을 강제로 열어젖히며 그녀의 심장에 내 감정이 뿌리내리며 강하게 파고 들어갈 수 있었다.

오만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성수아의 심장에 뿌리내린 내 애정은 그녀의 심장을 뽑아내지 않는 이상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일은 하나다.

‘여기서 그냥 가는 건 섭섭하지.’

성수아는 나를 발정 걸린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거기에 맞춰서 연기를 해줘야겠지?’

분명 내 행위를 모두 이해해줄 것이다.

나는 입술을 떼고, 성수아를 내려다봤다.

언제나 산뜻하고,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던 성수아의 모습은 없었다.

꿈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 구출되어서 탈진한 여자의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수아의 가슴을 쥐면서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성수아 교관님….”

“흐으응….”

그녀의 신음에 나는 다시 손을 떼며 망설이듯 그녀를 바라봤다.

성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떼어졌던 내 손을 살포시 감싸면서 자기 가슴 위에 올리며 입을 열었다.

“참지 않아도 돼요. 아니….”

성수아는 내 손을 이용해서 자기 가슴을 크게 쥐며 매혹적인 미소로 화답했다.

“참지 못하게 하겠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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