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5화 〉 375화 영웅 사관 학교 (416)
* * *
독기뿐만이 아니었다.
아까까지 미래지향적으로 건축되었던 건물 내부가 혐오스럽게 녹이 슬기 시작했고, 벽이 갈라지며 폐건물 내부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예리엘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던 당황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잠식이야.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예리엘이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건물 내부에 경보음이 세차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건물 내부에="" 계신="" 분들은="" 외부로="" 신속하게="" 피난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피난이="" 불가할="" 시="" 주변에="" 에브리카=""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길=""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어린 모습의 예리엘은 안내 방송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던전 잠식… 이런 일이 도시 한복판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날 리가 없어.”
“어떻게 할까요?”
“일단 건물이 통째고 잠식되었으면 아직 본사 내부 직원이랑 연결은 될 거야. 잠깐 기다려봐.”
예리엘은 다급하게 스마트 워치를 작동시켜서 통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예리엘을 보면서 성수아에게 물어봤다.
“던전 잠식이 뭔가요?”
성수아는 내 물음에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래 던전이 어떻게 생기는지 아시나요?”
“음… 자연에서 생겨나는 거 아닌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
“코어를 중심으로 활성화돼요.”
“코어요?”
코어.
던전은 그저 동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었다.
코어라는 녀석이 자리를 잡으면서 작은 동굴이 던전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형태는 이끼가 가득한 동굴일 수도 있고, 건축물들이 나열되어 있는 멸망한 고대문명의 형태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코어에서 나온 독기가 몬스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이 현상이 바로….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잠식됐다는 건 누군가가 그 코어를 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활성화한 것 같아요. 코어가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미친….”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독기는 한번 경험해보고 나서 그게 얼마나 치명적인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단련된 영웅조차 피로하게 만드는 존재.
그 말은 이 건물 내부에 있는 일반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수아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예리엘이 우리를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일단 본사 측 인물과 통화했어. 그리고 지금 상황은… 두 사람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지?”
“네.”
지금 상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에브리카 본사에서 코어를 활성화했다.
어린 모습의 예리엘은 평소처럼 나긋한 표정이 아닌 카리스마가 담긴 목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말했다.
“두 사람, 오늘 휴일인 거 알아.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겠지. 내가 두 사람에게 부탁할 처지는 아니지만, 부탁할게. 지금 건물 내부를….”
“예리엘 님.”
“…응?”
예리엘의 말을 끊고 그녀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부탁하시면 저희가 억지로 하는 거 같잖아요. 말씀만 해주세요. 성수아 교관님과 저… 둘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
예리엘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미소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괜히 입만 아프게 길게 말했네. 좋아. 나는 왼쪽 건물로 가서 구조할게, 두 사람은 이쪽 건물을 최대한 탐색해서 인명을 구해줘.”
““네!””
“그럼… 두 사람, 조심해!”
예리엘은 나와 성수아의 대답을 듣고, 바로 몸을 허공에 띄우더니 쏜살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아가던 예리엘은 보던 성수아는 내게 미안한 감정을 담아서 말을 담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 미안해요. 괜히 제가 여기 오자고 해서….”
“성수아 교관님.”
“…네?”
성수아는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걱정하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성수아 교관님과 뭔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요. 오히려 고마운걸요.”
“아….”
성수아는 내 말에 안도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참고로 이런 상황까지 즐겁다는 건 아니에요. 빨리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가죠.”
“네.”
성수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나와 같이 나란히 뛰기 시작했다.
..
..
에브리카 본사의 건물은 두 개의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 건물은 일정 간격마다 다리를 만들어놔서 건물 사이사이를 오고 갈 수 있게 설계가 되어 있었다.
예리엘은 빠른 기동성을 이용해서 건너편 건물로 이동했고, 나와 성수아는 지금 있는 오른쪽 건물을 담당하기로 했다.
나와 성수아가 있던 장소는 시제품이 있는 곳이었던 만큼 거의 꼭대기 층이었고, 덕분에 에브리카 본사 직원을 금세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직원 중에는 실 능력자도 있었지만, 평범한 일반인도 꽤 섞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사건의 심각성을 더 크게 깨달을 수 있었다.
“끄으으….”
“우에엑….”
대부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구토와 헛구역질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능력이 있는 보안직원이 그나마 우리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상태였었다.
“죄송합니다. 지금 위층은 사무직과 기술직 직원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서 저희가 쉽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네, 이해해요. 안전한 곳에서 최대한 버텨주세요.”
엘리베이터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들을 데리고 입구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경비 직원을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나와 성수아는 계단을 이용해서 모든 층을 샅샅이 뒤지며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을 찾으면서 안도하는 건 성수아였다.
“위층은 대부분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네, 일단 빠르게 흩으면서 밑으로 내려가면 될 거 같아요.”
직원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이 사건이 인위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일반인들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
아까까지 폐건물의 형태를 띠던 내부는 훨씬 더 기괴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갈라지고 녹슬던 벽 건물은 점차 점액질로 변하면서 건물 내부가 거대한 괴물의 내부장기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성수아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큰일이에요! 슬슬 확장하려는 거 같아요!”
“확장이요?”
“코어가 자기 구역을 잠식을 완료하고 나서 슬슬 그 공간 자체를 넓히려는 거예요.”
잠식이 자기의 터전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면, 확장은 그 잠식된 공간을 강제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원래라면 몇 시간 걸어가면 끝에 도달해야 할 동굴이 며칠을 헤집어야 하는 수준으로 길게 늘어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개념이지만, 코어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그게 바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던전이라는 존재였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걸까요?”
“아직 밝혀진 건 없어요.”
어떤 학자는 코어 내부에 공간이 압축되어 있던 것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어떤 학자는 코어가 다른 공간과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이론으로 정립된 것이 없었다.
”코어라는 존재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하지만 한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지금 이 건물을 던전화 시키고 있는 코어가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거예요.”
던전 잠식조차 대개 며칠을 넘어서서 몇 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잠식을 마치고,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대로는 시내 한복판에 진짜 던전이 생길 수도 있어요.”
“…정말 큰 일이네요.”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두 단체가 떠올랐다.
그중에 하나는….
‘괴인 단체인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일단 제 임의로 조디악에 연락해놨습니다.]
‘잘했어.’
연락이 바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떠오는 곳이 하나 더 있었다.
‘만약 조디악이 아니라고 하면 거기밖에 없는데?’
[무조건 확정 짓기는 그렇지만… 만약 괴인 단체가 아니라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교단….’
영사관을 침입한 것도 고충신이 속한 교단이었다.
그런 짓도 했으면 분명 이런 짓도 가능하리라….
‘일단 조디악의 연락을 기다려보자. 대처는 그 후에 생각해보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대한 계획을 대충 세우고 성수아와 열심히 탐색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악!”
“끄아아악!”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비명이 내 고막을 찌를 듯이 귓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성수아를 바라봤고, 성수아도 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는 바로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뛰어간 장소에는 몇몇 사람들이 괴한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다, 당신들 누구야!”
“사, 살려주세요….”
“엄마…. 흐으윽….”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일반인들…. 그리고 그들을 보는 괴한들은….
“독기에 저항할 수 있는 일반인이 있네.”
“희소성이 있습니다.”
인식 저해 망토를 두른 녀석들이었다.
‘이거 범인이 또 정해지는 거 같지?’
[인식 저해 망토는 괴인 단체에서도 자주 애용할 테니 확정 짓기는 곤란합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확정 짓기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나는 일단 그 부분을 잊고 다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괴한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같이 숨어 있는 성수아에게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일단 숫자가 많네요.”
“네, 거기다 일반인들까지 뭉쳐있어요.”
성수아의 말대로 함부로 나섰다가는 일반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였다.
‘아르모니아, 일단 저놈들 기질 좀 다 확인해줘.’
[알겠습니다.]
신원을 확인해놓는다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도움이 되겠지….
내가 하나하나 띄워지는 기질창을 보고 있을 때, 성수아가 조용하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일단 바로 헤칠 가능성은 적어 보이니까 빈틈이 나오면 그때….”
성수아가 그렇게 말을 잇는 중에 갑자기 괴한 한 명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시작해보자.”
거칠고 허스키한 목소리였지만, 지금 대사로 여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인가?’
[이름은 문주아… 여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여자 괴한이 품에서 꺼낸 건….
‘…뭐지? 바늘인가?’
[검은색 바늘로 추정됩니다.]
그녀는 망토 때문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요리조리 돌리더니, 일반인들 사이에 누군가를 끄집어내서 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빼낸 사람은….
“꺄아아악! 어, 엄마!!”
딱 봐도 일반인 중에서 제일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외모만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아이가 갑자기 끌려 나가자 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 안돼! 수민아! 꺄아악!”
“내 딸에게서 손 떼! 크아악!”
빼앗긴 딸을 되찾기 위해 난동을 피운 두 부모는 금세 주변 괴한에게 제압되어서 큰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여자 괴한이 바둥거리는 아이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으며 비웃기 시작했다.
“흥… 아주 가관이네.”
“엄마… 아빠… 흐아아앙!”
“안 닥쳐?”
“히끄읏! 아파앗!”
여자 괴한은 딸로 보이는 아이의 목덜미를 한 손으로 크게 잡고는 남은 한 손에 들고 있는 바늘을 들고는 비열하게 웃기 시작했다.
“잘 봐. 딸이 괴물이 되는 장면을 어디서 또 보겠어? 기념으로 그 딸이 너희를 먼저 죽이게 명령해줄게. 잘 보라….”
괴한의 바늘이 아이의 목덜미에 박히려는 순간이었다.
타아앙! 파아아앙!
“끄아아아아아아!!”
여자 괴한의 팔에 화살이 박히고, 그녀의 몸이 저 멀리 튕기듯 날아가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일반인뿐만 아니라, 괴한들까지 혼비백산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누, 누구야!!”
나와 성수아를 보며 소리치는 괴한들을 향해 예의가 아닌, 화살로 응답해줬다.
파아앙!
“끄아악!”
“죽여! 상대는 두 새끼밖에 없어!”
그리고 이런 혼비백산이 된 상황에서 일반인들의 선택은 하나였다.
“도, 도망쳐!”
“도망가는 새끼들 잡아야! 끄아아앗!”
일반인들에게 해코지하려던 괴한 한 명이 갑자기 몸이 불에 타면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앗! 사, 살려줘!! 사, 살려줘~!!!!!”
“저년 마법사야! 저년부터 죽여!”
한 남자의 외침과 동시에 괴한들은 일반인을 상대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바로 성수아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근거리, 원거리, 마법.
모든 게 성수아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죽어!!”
“그렇게 틈을 노리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면 곤란하죠!”
“조, 조심해!”
오히려 성수아에게 날아오던 불덩이들은 그녀가 사용하는 강력한 바람에 방향을 틀어서 다른 괴환들에게 날아갔다.
콰앙!
“히이이익! 끄아아아!”
“저년부터 어떻게든 조져!”
성수아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내 눈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까 VR 기기 안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하며 주변에 괴한들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있었다.
그리고 괴한들의 시선은 모두 성수아에게 쏠렸다.
그게 녀석들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차라리 날 먼저 공격했으면 수월했을 텐데.’
사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괴한들 입장에서 합리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궁사와 마법사, 둘 다 원거리 형 능력자들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위상은 차원이 달랐다.
그들의 입장에서 제일 위협이 되는 마법사를 타겟으로 잡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건 내가 마법을 못 쓴다는 전제일 때, 현명하다는 의미였다.
슈우욱! 파악!
“크억….”
나는 봐주지 않고 바로 마법사로 추정되는 녀석들의 머리에 화살을 발사해서 정확하게 가운데에 꽂아줬다.
‘성수아가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다.’
일반인들은 이미 도망친 상황이었고, 괴한들의 숫자는 이미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였었다.
죽거나 다쳐서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어가는 조짐이 보이려는 순간이었다.
“이 씨발 새끼들… 죽여버리겠어….”
아까 내 화살에 손이 꿰뚫리고, 성수아의 마법에 몸이 곤두박질쳐진 여자가 욕설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동료 한 명의 목을 잡고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뭐지? 치료하려는 건가?’
[행동을 보면 치료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치료하려는 동료의 목덜미를 잡고 들을 리가 없으니까.
목덜미를 잡힌 남자는 어두운 망토로도 느껴질 정도로 괴로움을 토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회, 회복을… 빨리….”
“시끄러! 쓸모없는 새끼!”
팍!
아까 들고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바늘을 죽어가는 동료의 가슴팍에 꽂아버렸다.
“크앗! 그, 그건! 씨, 씨발 뭔 짓이야! 빼! 빨리 빼라고!!”
“어차피 죽을 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잖아?”
“주, 죽여… 버릴… 끄어억….”
여자는 남자에게 모든 액체를 주입한 뒤 그의 몸을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그렇게 내팽개쳐진 남자는 처음에는 힘없이 쓰러지더니, 금세 회복한 것처럼 몸을 흐느적거리며 일으켜 세웠다.
그와 동시에 여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가서 죽여버려!”
“__!!”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바늘에 꽂혔던 남자가 성수아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성수아에게 돌진하는 괴한의 모습에 나는 위기감을 느끼고 녀석의 머리를 관통하기 위해 화살을 발사했다.
하지만 내 화살은….
파삭!
“_!”
“미친!”
화살이 녀석의 머리를 맞췄지만, 잠시 경직시킨 게 전부였었다.
그나마 내게 시선을 주면 좋겠지만….
“___!”
녀석은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성수아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성수아 교관님!”
“!?”
한창 주변에 공세에 전투를 벌이고 있던 성수아는 내 외침을 듣고, 그제서야 자신 쪽으로 달려오는 괴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수아는 순식간에 불과 바람의 마법을 융화해서 괴수에게 직격으로 날려버렸다.
원래라면 분명 정통으로 맞고 날아가야 정상이었지만….
파아아….
“설마!”
그녀의 마법은 괴한에게 닿자마자 겉에 망토만 태우고는 돌진을 저지할 수 없었다.
성수아는 괴생명체의 돌진에 당황해서 주변을 보지 못한 탓에 주변에 달려들던 괴한들에게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큿!"
“지금이야! 죽여! 이년만 죽이면…! 끄아악!”
“씨발! 마법사들! 활쟁이부터 죽이라고!!”
나는 1단계 화살을 쏘며 성수아에게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차 악화되었다.
“=__!”
“_!”
두 마리가 더 추가되어서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미치겠네!’
[수호 님 일단 레나 씨를 출격을!]
‘아냐! 좀 더!’
레나가 와준다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은?
실수로 레나의 등장 장면이 초강현의 눈에 들어간다면?
성수아에게 레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내게 달려드는 괴물들을 무시하며 성수아의 엄호를 하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__!”
‘일단 한 마리 컷!’
효과가 미비했지만, 성수아의 마법과 내 화살 세례를 받던 괴생명체 한 마리가 쓰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__!”
“_!”
나는 내게 달려드는 괴생명체를 보면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그거 써보자!’
나는 바로 생각과 동시에 괴생명체를 타겟으로 잡고 전에 배웠던 트랩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구사한 마법진은….
‘뭐야? 왜 땅바닥에…!’
나와 괴생명체뿐만 아니라, 저 멀리 있던 괴한과 성수아를 덮을 정도로 거대한 바닥에 구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마법진은….
파아아악!!
바닥에 거대하게 깔린 상태로 갈색빛을 내면서 발동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