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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74화 (375/898)

〈 374화 〉 374화 영웅 사관 학교 (4­15)

* * *

나와 성수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바라보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예, 예리엘 님?”

다소곳이 서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는 예리엘은 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에게 물어왔다.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런데 두 사람은 여기에 무슨 일이야?”

“그, 그게….”

성수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저런 태도는 좋지 않았다.

뭔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니까.

나는 다급하게 변명거리를 생각해서 일단 내질러 버렸다.

“성수아 교관님께서 시간을 내주셔서 왔습니다.”

“…시간?”

의아해하는 예리엘에게 나는 최대한 내가 꾸밀 수 있는 거짓말을 내뱉었다.

탑에서 경험했던 VR이 신기했던 참에 성수아가 그것을 알고 이곳으로 같이 와 준 것.

단순하면서 합리적인 거짓말이었다.

성수아의 성격이라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잘해주는 편이니까 문제도 없었다.

예리엘은 내 말을 꼼꼼하게 경청하고는 살짝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하긴 수아가 배려심이 넘치긴 하지.”

“하하….”

예리엘의 칭찬에도 성수아는 마냥 식은땀을 흘릴 뿐이었다.

나는 일단 예리엘을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며 고개를 숙여서 이 대화을 강제로 마무리하려고 시도했다.

“예리엘 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하지만 예리엘은 내 조악한 꾀에 넘어가 주지 않았다.

“그럼 잘됐네. 마침 내가 시간이 남거든. 같이 구경해보자.”

“….”

그렇게 나와 성수아 사이에 예리엘이 낑기게 되었다.

..

..

예리엘이 싫은 건 아니다.

성수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오히려 성격이나 외형만 보면 예리엘은 극호감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트 중에 갑자기 끼어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 예리엘, 성수아.

예리엘은 어떤 식으로 걸어가더라도 나와 성수아의 사이에 끼어서 졸졸 따라다녔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화목한 가족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봤을 때였다.

오히려 나와 성수아가 예리엘의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중이었으니까.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예리엘은 살짝 앞장서서 걷다가 푸른색의 유리문을 앞두고 내게 뭔가를 건네줬다.

파란색의 카드.

딱 봐도 앞에 있는 유리문을 옆 수 있는 카드키였다.

“열어줘요.”

“네….”

나는 예리엘의 파란색 카드키를 받아서 문을 열고, 다시 그녀에게 돌려줬다.

그렇게 데이트라고 하기에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서 예리엘을 따라 도착한 곳은 푸른 빛으로 가득한 캡슐이 배치된 공간이었다.

대부분 VR 헤드기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 비해서 여기는 진짜 캡슐이 놓여 있었다.

‘본사니까 당연히 캡슐도 있겠지.’

[하지만 영사관과 탑에 있던 캡슐과 좀 달라 보입니다.]

캡슐은 대게 은색과 유리로 뒤덮여 있는 것에 반해서 여기 있는 캡슐들은 푸른색 유광을 띄고 있었다.

푸른 캡슐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나와 성수아를 보면서 예리엘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이번에 개발한 시제품이야.”

성수아는 아까까지 시무룩했다가 시제품이라는 단어에 의아함을 표현하며 물었다.

“시제품이요? 새로 바뀌는 부분이 생긴 건가요? 지금 캡슐도 이미 완벽한 거 같은데….”

그건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개발된 캡슐도 가상을 거의 완벽하게 현실처럼 만들어주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의문과 다르게 예리엘의 말은 우리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시제품은 마법 능력자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야.”

“!?”

더 이상의 추가 설명이 필요 없는 간단명료한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기운이 없어 보였던 성수아의 동공에 힘이 들어가면서 캡슐을 살살 쓰다듬더니, 되물었다.

“정말인가요?”

“응, 일단 본사에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어.”

“그런데 저희는 여기에 왜…?”

아무리 유명한 영웅이라고 해도 이곳은 성수아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에 성수아뿐만 아니라, 나까지 데리고 온 것이었다.

예리엘은 앙증맞은 손으로 캡슐을 툭툭 건드리거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운행 좀 해줘.”

성수아는 예리엘의 말을 듣자마자 눈에 의욕이 담기면서 캡슐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처럼 방방 뛰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었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품은 성수아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실력을 쌓아 놨으니까.

그런데도 저렇게 의욕을 내는 건 그녀가 마과 교관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탑이 교단에 밀리는 것도 마법 능력자의 수 때문이라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제대로 테스트를 마치고 영사관에 오면 엄청나겠네.’

재능을 기술로 커버하는 세대가 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생도들이 안전하게 캡슐 안에서 훈련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마과 생도들의 졸업률도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탑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고….

이 제품이 제대로 나오기만 한다면 탑의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에브리카에서 이 제품을 제공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가능하겠지만….

예리엘은 나와 성수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도와줄래?”

예리엘은 성수아를 보면서 부탁하고 있었지만, 은연중에 내게 눈짓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녀는 내 의사가 꽤 중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나는 내 눈치를 보는 성수아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수아 교관님께서 체험하시는 동안 저는 밖에서 기다릴….”

“아니. 같이 해줬으면 해서 데리고 왔어요.”

“저도요?”

“네.”

결국 나는 예리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옆에 있던 성수아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캡슐 문을 열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도 캡슐을 열고 들어갈 준비를 하자, 옆에 있던 예리엘이 멀뚱멀뚱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양팔을 살며시 들더니 내게 뻗으면서 조곤조곤 말했다.

“태워주세요.”

“…네?”

“내가 몸이 작아서 들어가려면 힘들어요. 들어서 캡슐에 태워주세요.”

말투만 빼면 영락없는 애였다.

살짝 기품이 있어 보이는 아이….

나는 예리엘의 양 옆구리를 살며시 잡고 들어서 캡슐 안에 조심스럽게 안착시켜줬다.

예리엘은 귀여운 치마를 살며시 가다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런데 예리엘 님은 마법을 써서 들어가실 수 있지 않았나요?”

예리엘은 미궁 던전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몸을 공중에 띄워서 쏜살같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아까 카드키도 마법을 쓰면 쉽게 열었을 것을 엉뚱한 부분에서 내게 이것저것 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의문에 예리엘은 피식 웃더니, 눈을 감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에브리카 본사 내부에서 허가 없이 마법을 쓰면 나라도 혼날걸요?”

“하하하….”

타당한 말이었다.

아무리 가벼운 마법이라고 해도 함부로 쓰면 괜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

나는 예리엘을 캡슐에 조심스럽게 안착시키고, 문을 닫은 뒤에 옆에서 준비하던 성수아를 바라봤다.

성수아는 준비하면서도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연신 보내고 있었다.

나는 괜찮다는 식으로 웃으며 빈 캡슐에 들어가서 접속을 시도했다.

그렇게 접속해서 들어온 장소는 어두운 배경의 둘러싸인 장소였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성수아와 예리엘을 찾았고, 성수아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성수아는 나와 마찬가지로 기기 안에서 제공하는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성수아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달려와서 조용히 귓속말을 해왔다.

“성수호 교관님… 죄송해요. 곤란하게 해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왕 시작한 거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해봐요.”

“네.”

성수아는 내 말에 안도감을 느꼈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주변을 다시 둘러보기 시작했다.

“예리엘 님은 어디에… 아!”

성수아의 외침과 함께 나도 그녀가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서 확인했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치고 있는 건 내가 알던 예리엘이 아니었다.

우아하며 기품이 넘치는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처음 보는 여성이 다가왔지만, 성수아는 경계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 대하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서도 그 모습이시군요.”

“응, 에브리카 본사에 내 아바타가 저장되어 있었나 봐.”

170 정도 되는 키와 D컵은 되어 보이는 가슴, 그리고 평상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굴곡 있는 몸매.

그리고 등뿐만 아니라, 탄탄한 히프를 넘어서 허벅지까지 전부 가릴 정도로 기다란 머리카락.

마녀처럼 보이는 미녀가 나를 보며 유혹하듯 몽환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내가 곤란해요.”

나를 향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누군지 확신할 수 있었다.

“예리엘 님?”

“후후….”

..

..

캡슐 내부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주변 환경을 바꾸고, 전투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전부였었다.

애초에 그런 용도로 개발된 것이니 당연하겠지만….

나는 자유롭게 마법을 사용하는 성수아를 보면서 감탄했다.

‘와, 막상 이렇게 보니까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네.’

[괜히 상급 영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생도들을 가르치면서 간단하게 마법을 펼쳐오던 성수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주변을 휘몰아치듯 능력을 구사하는 성수아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각종 속성의 마법을 구사하며 주변에서 달려드는 적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성수아의 곁에서 같이 전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 후달려서 서럽네…. 빨리 마법력을 올리든가 해야지.’

[마법진이 사기와 같은 능력은 맞지만, 여기서 구현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VR의 치명적인 문제.

바로 마법진이 구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마나를 감지하는 것조차 이제 막 개발된 기기에서 그런 것을 바라는 것도 웃기지만….

덕분에 나는 생도 수준의 마법을 구사하다가 일찌감치 물러난 상태였었다.

그렇게 성수아를 감탄하며 구경하고 있을 때, 옆에 발걸음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나요?”

“네. 성수아 교관님 수준에 맞추다가는 제가 뱁새 꼴 날 것 같아서요.”

“수아가 보통 실력은 아니죠.”

성인 모습을 하는 예리엘은 몽환적인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 원래 이런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어린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고, 그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된 것이었다.

그러던 중 에브리카에서 VR이 개발되었을 때, 과거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하게 아바타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예리엘은 내 힐끗거리는 모습을 감지했는지 팔짱을 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모습보다 이 모습이 훨씬 보기 좋은가 보네요.”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모습이 바뀐 터라 적응이 안 돼서….”

“괜찮아요. 그래도 이해해줘요.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런 가상 속에서도 어린애의 모습으로 계속 있고 싶지는 않아요.”

충분히 이해됐다.

무슨 사연으로 그런 어린애의 모습으로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으로 일생을 살아왔다면 피곤할 만하니까.

이런 세계에서라도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건 예리엘의 욕구이자, 희망일 것이다.

나는 예리엘의 모습을 보면서 한 여자가 떠올랐다.

‘루나가 서른 넘으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확실히…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예리엘이랑 섹스하면 미래의 루나랑 하는 게 되는 걸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아르모니아는 내 예리한 질문에 감탄한 나머지 더 이상 입을 벌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루나의 알몸을 떠올려보면 대충 몸매가 어떤지 각이 나오겠군.’

[….]

그렇게 예리엘의 알몸을 혼자 상상하고 있을 때였다.

파아앙!

예리엘은 손바닥을 펼쳐서 염력파를 쏘아서 저 멀리서 날아다니는 괴수를 터트려버렸다.

흠칫!

나는 갑작스러운 예리엘의 행동에 흠칫 놀라며 홀로그램처럼 사라지는 괴수를 바라봤다.

예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나는 재접속하면 충전될 거예요. 어디까지나 진짜 쓰는 게 아니라, 측정한 수치를 토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거니까.”

“아… 네.”

내 생각을 읽은 줄 알고 식겁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나 보네….

그렇게 다시 예리엘의 알몸을 상상하는 찰나였다.

삐익!! 삐익!! 삐익!!

괴수들의 함성조차 파묻을 정도의 큰 신호음이 가상공간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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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무슨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파아아앗!

“뭐야!”

엄청난 빛이 내 눈을 학대하면서 멀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멀미가 멈추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눈을 뜨자마자 내 시야에 들어온 건 강제로 열려 있는 캡슐이었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서 성수아와 예리엘을 확인했다.

당황한 얼굴로 캡슐에서 기상한 성수아와 예리엘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안심했지만, 주변을 보는 순간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이 기운…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잠깐 느끼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잠식해서 점차 갉아먹는 느낌.

이건….

‘…독기?’

우리가 있는 공간이 옅은 독기에 잠식되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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