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65화 (366/898)

〈 365화 〉 365화 영웅 사관 학교 (4­6)

* * *

마과 7반의 수업은 학생 전원이 모인 상태로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결국 수업의 방향은 전과 마찬가지였다.

서지은은 견학을 하면서 생도와 성수아의 수업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 수업 방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서지은은 현재 능력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험했고, 계속 수업을 관찰하면서 주변에 마나의 흐름을 계속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성수아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견학은….

“….”

“….”

내 옆자리에 앉아서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었다.

서지은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에는 붙어 있는 거 싫었더니….’

마과 견학 전에 서지은은 수업 시간 내내 나와 꽤 떨어진 장소에 의자를 놓고 혼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봐도 이상함을 감지할 정도로 딱 붙어 있었다.

하지만 붙어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전과 같이 조용히 성수아와 생도들을 관찰할 뿐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힐끗 보면서 기질창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상하지? 전에도 이상하긴 했는데, 아무리 봐도 상태 이상이 걸려 있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이 안 보이는데.’

[확실히 이상합니다.]

서지은의 마나 폭주와 관련된 기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논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분량이 되는 모든 기질을 띄워놓고 차근차근 살펴봤지만, 마나 폭주 원인과 관련된 기질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말은….

[내부가 문제가 아닙니다.]

‘아리송하네….’

외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인데, 그 외부의 이유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약물을 복용했거나 이상한 능력에 잠식되었다면 기질창에 떴을 건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서지은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교실에는 나와 성수아가 같이 앉고, 건너편에는 서지은이 앉아 있었다.

“지은아, 일단 수업 방식을 바꿔보자.”

성수아가 제시한 건 바로 다른 생도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같이 수업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거리를 두고 수업을 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건 서지은의 거부로 기각됐다.

“교관님… 그냥 거리를 두는 건 너무 위험해요. 제 능력은 제가 더 잘 알아요. 최소한 따로 장소를 마련해주시면 거기서 연습하는 게….”

“그럼 아예 나랑 남아서 개인 교습을 받아보는 건 어떻니?”

“그건 다른 생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서지은은 무작정 성수아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수아가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서로의 배려만으로는 나아지는 것이 없는 것도 현실이었다.

“그럼 교실과 근처에 따로 실습실을 마련해서 해보자.”

“…저 때문에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죄송하긴… 그게 우리가 할 일이잖니.”

결국 서지은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고 성수아가 교실과 연습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서지은은 따로 돌봐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 수업을 모두 마치고, 서지은을 보낸 뒤 우리 둘은 식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같이 걸어가면서도 속으로 서지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의외네. 그때 있었던 일에 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마나 폭주를 일으키던 서지은에게 해체술을 썼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는 위급한 상황이라 경황이 없어서 넘어갔다고 하지만, 지금은 한마디 할만한데도 불구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나를 평범한 교관으로 대하고 있었다.

[일단 기질을 보면 입이 무거운 편에 속하는 거 같습니다.]

‘집안이 집안이다 보니 쉽게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성격은 아니겠지.’

일단 그녀의 입이 무겁다는 사실에 안심하면서 성수아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시간이었지만, 아직 학교 창문으로는 강한 노을빛이 흘러들어왔다.

다들 식사하기 위해 이미 분주하게 이동한 탓인지 복도는 조용하고 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런 복도를 같이 나란히 걷고 있을 때, 성수아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고마워요.”

“네? 고맙다뇨?”

“아까… 저를 높이 평가해줘서 고마워요.”

“아….”

아마 기철호와 기 싸움을 할 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런 성수아를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높이 평가하다뇨. 오히려 제가 괜한 소리를 해서 곤란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네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성수아는 미소를 감추고는 나를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저는 성수호 교관님이 걱정이에요.”

“네? 저요?”

“너무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한마디뿐이었지만, 그 한마디에는 그녀가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의미가 전부 담겨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입장에서 내 행동은 적극적이다 못해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아니, 너무 티가 나게 과하게 보일 것이다.

보조 교관이 목숨 걸고 생도를 구하러 다닌다든지, 재벌을 쥐락펴락하는 인간와 대립한다든지….

모르는 사람이 내 행동을 보면 철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당돌하게 보일 것이다.

‘뭐… 이쪽 세계도 임무 끝나면 바이바이이긴 하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분명 끝나는 날이 올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국 이 세계에 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단적이고, 당돌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내 미래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미래였다.

초서현, 성수아.

일단 임무가 완료되더라도 두 사람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함선에 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굉장히 희망찬 이야기일 뿐이고….

정작 내가 걱정하는 성수아가 나를 걱정하는 표정으로 사과하기 시작했다.

“도와주셨는데, 이렇게 말해서 죄송해요. 다만… 걱정돼서 그랬어요.”

“조언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성수아가 다른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

“네?”

“….”

성수아는 걸어가는 내내 침묵하더니,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되세요?”

..

..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성수아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토요일에 시간 비워둘게요.”

“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성수아는 아무런 설명 없이 대뜸 같이 식사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내가 이유를 물어도 어물쩍 넘기면서….

사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성수아의 생일.

그리고 그 생일은 마침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생일 선물 뭐로 줄까?’

이 순간만큼은 초서현과 성수아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들인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재력이 있어서 비싼 선물로 환심을 살 수 없고, 그렇다고 의미 있는 선물이랍시고 줬다가 마음에 안 들어 하면 곤란하니까.

초서현과 똑같이 선물할까 싶었지만, 그건 바로 기각했다.

‘똑같은 선물은 에바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일단 토요일까지 시간 있으니까, 그때까지 고민해보자.’

그렇게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하늘을 보면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갈까, 말까….’

나는 스마트 워치를 켜고, 화면을 계속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내 고민을 알아차린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말했다.

[최소한의 대화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아무리 편한 관계라고 해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건 실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고충신은 관리실 앞에서 대기하며 성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관리실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관리실을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내일 아침에 만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한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씨발, 빨리 약점을 잡아야겠어. 개같은 새끼!’

낮에 있던 일 때문에 그는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출근한 상태였었다.

분명 기숙사로 돌아가자마자 엄청난 졸음이 몰려왔지만, 그럼에도 성수호만 떠올리면 바로 잠이 달아나면서 그의 복장을 뒤집어 놓기 일쑤였다.

결국 그 덕분에 한숨도 자지 못하고 그저 성수호를 엿 먹일 계획을 세우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약점을 알아내려고 해도 문제가 있었다.

‘일단 정확한 기숙사 위치를 알아야 해. 그다음에 파리에 빙의해서 들어가면….’

오늘 그가 담당하게 될 경비 장소는 남자 교관 기숙사.

성수호가 지내고 있는 곳이었다.

방 내부를 마음대로 들락날락하지는 못해도, 기숙사를 순찰하다 보면 분명 성수호의 기숙사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씨발 새끼… 설마 일부러 한 건가? 아냐… 씹새끼가 아무리 나랑 사이가 안 좋아도 그런 식으로 근무를 짜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돼.’

평생 이런 교대 근무를 해본 적이 없던 고충신조차도 자기 근무표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 알 수 있었다.

결국 그는 그 얼토당토않은 근무표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점심시간에 성수호를 찾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하게 깨지는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평생 남의 밑에서 일하거나 그런 굴욕을 당한 적이 없던 고충신이었다.

그런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녀석에게 그런 취급을 당한 것이었다.

‘씨발… 그런데 왜 이 짓을 하라는 거야?’

그가 품고 있는 분노의 타겟은 순식간에 교단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안에 쑤셔 넣었으면 뭔가 시킬 게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건데!’

교단에서 실수와 조건을 빌미로 그를 여기로 잠입시켰다.

하지만 그렇게 잠입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근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전혀 소식이 없었다.

‘…씨발, 일단 단장. 단장만 되면 다 끝나. 그래도 약속 하나는 제대로 지키는 놈들이니까.’

그는 그렇게 미래의 꿈을 꾸며 분을 삭이고 다시 성수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는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마침 복도가 꺾여 있어서 누군지 모르지만, 발걸음 소리가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고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씨발… 일단 근무 시간만 바꾸자. 어떻게든 부탁해서라도 바꿔야 해. 이대로는 지아랑 만나기는커녕 같이 통화조차 하기 힘들어져.’

그는 자존심을 굽히며 바로 앞에 나타나는 인물을 향해 기강이 잡힌 자세를 하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바로 앞에서 코너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는 순간 고충신이 허리를 숙이며 크게 입을 벌렸다.

“안녕하십니까!”

***

나는 코너를 돌자마자 보이는 상대방을 향해 웃으며 인사했다.

“아, 계셨군요.”

“….”

하지만 상대방은 퉁명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혹시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뇨.”

누가 봐도 오래 기다린 티가 나는 모습.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실실 웃으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초서현을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하하, 죄송해요. 연락해놓고 늦어서.”

“뭐, 뭐 하는 거예요! 누,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저랑 있는 거 누가 볼까 봐 걱정되세요?”

“…흥.”

내게 껴안긴 작은 키의 여자는 나를 콧소리를 내며 뒤돌아서 나를 와락 껴안고 흥얼거렸다.

“아니~ 전혀~”

초서현이 나를 올려다보며 실실 웃으며 나를 힘껏 껴안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한껏 껴안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다가 떨어져서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사격 훈련장이었고, 다행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예전이라면 간혹 열정적인 생도들이 나와서 훈련을 하겠지만, 최근에는 다들 외출, 외박을 못 해서 그런지 스트레스 때문에 훈련할 힘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사격장을 다 둘러보고 있을 때, 초서현이 훈련용 활을 하나 꺼내서는 자세를 잡고 활시위를 퉁퉁 튕기면서 내게 말했다.

“오늘도 잘 부탁할게요. 성수호… 교관님?”

“하하하….”

나는 나를 애교가 담긴 표정으로 바라보는 초서현의 뒤에서 살포시 껴안으며 그녀의 자세를 잡아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뜩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뭐지?’

[왜 그러십니까?]

‘아… 뭔가 까먹은 거 같아서….’

하지만 그런 의문도 초서현의 따뜻한 살결이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산산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뭐…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초서현의 몸을 뒤에서 천천히 감싸기 시작했다.

***

고충신이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 건 다름 아닌 연차가 있는 자기와 같은 직원이었다.

“고민혁 씨. 여기서 뭐 하세요? 근무 안 가요?”

“그, 그게 관리자님을 기다리느라….”

“그렇다고 여기서 혼자 빠져 있으면 다른 분들 기다리잖아요. 빨리 근무 가세요!”

“하, 하지만 관리자님이랑 대화를….”

고충신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그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안 오셨으면 오늘은 안 오시는 거겠죠. 이 일만 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자, 빨리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는 대답과 동시에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씨발 새끼! 씨발 새끼가!!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고충신은 이빨이 깨질 듯이 깨물며 파르르 떨면서 새벽 근무를 향하기 시작했다.

* *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