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62화 (363/898)

〈 362화 〉 362화 영웅 사관 학교 (4­3)

* * *

[저자가 초강현입니다.]

‘….’

아르모니아가 말해주지 않아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180 정도 되는 키에 수려한 외모, 주변을 완전히 잠재우는 분위기.

무표정을 넘어서서 무의미를 담고 있는 눈.

이 녀석이 누군지 모르는 동네 꼬마도 이 녀석 눈앞에 서면 입도 뻥긋 못하고 오므릴 것이다.

분명 점잖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사람의 정신은 강렬하게 휘어잡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무의미한 눈동자로 나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던 초강현은 시선을 돌려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어가던 그가 도착한 곳은….

“오랜만이야. 두 사람.”

“오빠… 여긴 어쩐 일로….”

“너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초서현과 성수아가 서 있는 식당 입구였다.

분명 식당 입구는 사람들도 붐비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건 세 사람뿐이었다.

오롯이 세 사람만이 입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받은 것처럼 다들 조용히 경청할 뿐이었다.

“응, 급한 일이 있어서 외부에 다녀오는 길이야.”

“아하,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야? 설마 너도 여기서 밥 먹으려고?”

초서현의 말에 잠시 침묵하던 초강현은 무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히려 초서현에게 물었다.

“…누나는 여기서 밥을 먹어?”

“아! 요새는 가끔 먹어. 하하하.”

“…그래.”

그리고 이어지는 안부.

“수아야, 잘 지냈어?”

“네… 오빠. 오빠는 잘 지내셨어요?”

“응.”

분명 대화였다.

하지만 절대 연인이나 가족과 나누는 대화가 아니었다.

필요한 말만 하고, 필요한 대답만 듣는 그저 의사소통에 불과했다.

‘그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상했는데, 이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게 보입니다.]

내 목적이 성수아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최종 목적인 초강현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초강현의 모습을 보고 추측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되지 않았다.

‘혹시 게이가 됐나?’

[그렇다면 타겟이 남자가 되는….]

‘웃기지 마!!! 게이 새끼가 타겟이 되면 나 그만둘 거야!’

남자 새끼를 꼬셔야 한다고?

꼬실 자신도 없고, 꼬실 마음도 없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한 가지 추측.

[혹시 이성에 대한 마음 자체가 사라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으허….’

그야말로 차악의 상황.

그래도 게이보다는 낫다는 점에서 최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뭐… 만약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온 김에 초서현이랑 성수아 꼬시는 걸로 만족해야겠네.’

[그래도 시간을 들인 만큼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령 진짜 남자를….]

‘그만….’

나는 혹시라도 아르모니아의 입에서 남자 꼬시라는 소리가 나올까 봐 공포에 휩싸인 나머지 그녀의 말을 끊어 버렸다.

상급자의 명령이라고 해도 일단 듣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명령이니까….

내가 그렇게 초강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초강현이 두 여자에게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렇게 만난 거 오랜만에 같이 먹을까?”

“어!? 너 식당 밥 먹게?”

“…누나 많이 변했네.”

초강현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고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두 여자를 보면서 말했다.

“하긴… 이런 분위기도 여기서만 느낄 수 있으니까.”

“…언제나 어려운 이야기만 하는구나 너는.”

초서현이 멋쩍은 웃음을 낸 뒤 나를 보더니, 오라는 식으로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불안한데.’

사실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나는 초서현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내가 다가가서 초서현과 성수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마자 초서현이 바로 초강현에게 나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여기, 이분은 나랑 합을 맞추고 있는 교관, 성수호 씨. 그리고 여기는… 이미 알고 있지? 내 동생 초강현.”

“…안녕하세요.”

“….”

초강현은 내 인사에도 눈썹에 달린 털끝 하나 미동하지 않고 바라보더니 손을 쓱 내밀었다.

나는 그의 내민 손을 뚫어지게 보다가 조심스럽게 내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준비하겠습니다.]

‘….’

다른 상황이었다면 오버하지 말라고 웃으며 넘겼겠지만, 지금은 나도 웃으며 넘길 수 없었다.

전에 나를 죽이려고 했던 용의선상에 오른 놈과 악수하는 건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손을 내밀어서… 잡았다.

그렇게 내가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완전무결한 무감정을 담아내던 표정과 눈이 갑자기 미세하게 일그러지면서 내면의 요동이 내게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

“….”

그렇게 악수한 채 내 손을 빤히 보던 초강현은 손을 거둬들인 뒤에 내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먹을까요?”

..

..

초강현과의 식사 자리는 그야말로 가시방석이었다.

상대는 나를 죽이려고 했던 녀석이었다.

비록 확증도 아니었고, 상대방이 나를 정확히 보고 공격했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거기다 그런 사실과 더불어서 초강현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

나뿐만 아니라, 성수아, 초서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식당 내에 있는 사람들도 평소처럼 떠드는 모습 없이 조용히 속닥거릴 뿐이었다.

간혹 초서현이 먼저 입을 열어서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노력했지만, 초강현은 대화를 짧고 간결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조용히 식사하는 성수아의 모습은 더 보기 안쓰러웠다.

분명 바로 옆에서 같이 식사하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나뉘어서 식사하는 듯 보였다.

초강현은 그저 눈앞에 있는 식사에 집중할 뿐이었다.

도저히 가족이나 약혼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결국 식사는 정말 식사만 하고 끝마쳐졌다.

“오늘 즐거웠어.”

“…그래.”

“…다음에 봬요.”

초강현은 두 여자의 배웅을 받고는 가려다가 잠시 멈춰서는 잠시 고개를 돌려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금세 고개를 돌려서 회과 건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숨통이 트인 듯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와… 포스 장난 아니다.)

(나 진짜 숨 막히는 줄….)

(그런데 잘 생기긴 개 잘생겼네.)

(나는 눈앞에서 보니까, 그런 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더라.)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녀석들과 차원이 다른 분위기였다.

그나마 내가 만난 인물 중에 저런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간이 하나 있긴 했지만….

‘포스가 거의 학장이나 마왕급인데?’

내가 봐온 성전 녀석들이 너무 허당끼가 있어서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초강현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여름이나 루이스는 이제 막 빛을 발해서 그런 것 일 겁니다.]

‘…그 이야기는 결국 두 녀석도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된다는 거네?’

시간은 주인공의 편이다.

내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한여름이나 루이스는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나중에 슈트라에 가면 루이스도 한여름처럼 초장에 박살 내야겠다.’

그나마 한여름은 제대로 박살 내서 그런지 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루이스는 아직 일어설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일단 지금 집중해야 하는 인물은 초강현이었다.

내가 그렇게 초강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초서현이 내 팔을 툭툭 치면서 말을 걸어왔다.

“쟤, 원래 저렇게 퉁명스러운 애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네? 아….”

아마 내가 골똘히 보는 장면을 기분이 상해서 그런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카리스마가 엄청난 분이네요.”

“강현이가 한 카리스마 하지.”

초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대답한 뒤 옆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는 왜 강현이랑 오랜만이라고 그랬냐? 응? 성수아, 어디 갔어?”

나와 초서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성수아를 찾았지만, 결국 끝내 그녀를 마지막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다.

“아니… 얜,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네.”

“….”

이 상황을 직접 마주하니 대충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기질에 [순애보]와 [현모양처]가 있는 여자가 왜 내게 한눈을 팔았나에 대한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인에 대한 애정 결핍] 기질이 생긴 이유도….

나는 사라진 성수아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초서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빨리 VR로 가보자.’

..

..

나는 초서현과 헤어진 뒤 기숙사로 돌아와서 바로 VR을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초서현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그녀의 불만이 엿보였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단은 성수아가 급하니까….’

초서현의 기숙사는 한 번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또 방문할 수 있었지만, 성수아는 그렇게 방문할 수 없었다.

내가 그녀와 단둘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후우… 부디 안에 있기를….’

나는 그렇게 기도하며 VR 헤드기어를 머리에 쓰고 작동시키기 시작했다.

***

성수아는 정장을 입은 채 방에 불을 꺼놓고 침대에 누워서 하염없이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다.

‘…몇 달만이지? 석 달? 넉 달?’

그녀는 그렇게 간절하게 기다려왔던 약혼자와 만날 수 있었다.

몇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던 초강현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예전이었다면 그저 같이 시간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활기를 품었을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식사하는 내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속이 턱턱 막히는 듯한 불쾌함이 올라올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오랜만에 초강현과 만나서 답답해서 그런 건가 싶었지만,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게 아냐….’

초강현은 처음부터 저런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지만, 영사관을 졸업한 뒤로부터 계속 저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점차 감정을 잃어가는 모습.

즉,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랬기 때문에 성수아는 천천히 변해가는 초강현에게 익숙해질 수 있었고, 다른 사람과 다르게 감정이 없어 보이는 그의 옆에서도 추억을 되새기며 어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성수호 교관님… 나를 어떤 여자라고 생각했을까?’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성수호 때문이었다.

만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에게 느끼는 감정이 동료애 이상으로 뻗어나갔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동료라기에는 비밀 공간을 만들고 이성의 감정을 공유했다.

처음부터 이상한 감정을 품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둘만의 비밀 공간은 성수아를 안심시켰고, 성수호의 어린 외모는 그녀를 홀리면서 점차 가상의 세계에 정신이 빠지기 시작했다.

성수아는 침대맡에 놓여 있는 VR 헤드기어에 눈을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겠지?’

성수아는 눈앞에 있던 성수호와 시선이 마주칠 자신이 없어진 나머지 도망치듯 방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쳤음에도 그녀의 손은 천천히 VR 헤드기어로 뻗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중독된 듯 빨려 들어가던 VR 세계는 어느새 그녀에게 없어선 안 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상 현실의 중독성보다 불안감이 더 앞선 상태였었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혹시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렇게 안 들어오면 내일은 어떻게 대화를….’

결국 성수아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그 고민의 끝은 그녀의 눈꺼풀이 내려앉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

..

“어!? 몇 시지?”

성수아는 고요한 새벽에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벽에 붙어 있는 디지털시계를 확인했다.

2:24

성수아는 시계를 보자마자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쥐어 잡더니, 이내 한숨을 쉬면서 다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하아…. 그래, 어차피 안 들어왔을 거야. 나 같은 여자랑 만나고 싶겠어?”

성수아는 접속하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에 옷을 입은 채 잠을 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번 깬 잠은 그녀의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걱정은 점점 더 응축되어서는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혹시 들어와 있으면 어떡하지?’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한편으로 상대가 기다릴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

‘…친구 목록만 보면 되잖아.’

성수아는 옷은 입은 채 아기를 다루듯 VR 헤드기어를 어루만지더니, 이내 머리에 착용하고는 접속하기 시작했다.

접속하는 순간 몸으로 느껴지던 불편했던 복장의 느낌이 사르르 풀리면서 따뜻한 천이 감싸지듯 따듯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현실보다 더 안락한 현실이라….’

VR 세계에 빠지는 제일 큰 이유는 현실에서 갈망하는 체험을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없는 자들도 능력을 쓸 수 있고, 빛 한줄기 닿지 않는 반지하에서도 밝은 태양을 맛보며 거창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비록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애초에 이런 기기를 손에 쥐기 힘든 게 현실이었지만….

성수아는 능력도 있고, 화창한 하늘 밑에서 행복한 삶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런 성수아에게도 없는 것이 있었다.

가족.

인간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하면서 기본이 되는 소속.

성수아에게는 그 소속이 결핍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가면서 그걸 채워줄 뻔한 사람이 바로 초강현이었다.

‘오늘 오빠를 봤을 때만 해도 분명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하지만 결국 초강현은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지 않았고, 그녀를 더욱더 깊은 외로움을 선사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결핍을 채워준 진짜 존재가 나타난 것이었다.

‘왜 하필 성수호 교관님이 계실 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친구 목록만 확인해보자고 생각했던 성수아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물의 마을 게임으로 접속했다.

‘분명 안 계실 거야. 그냥… 혼자라도 여기서 자자.’

확인만 해보겠다던 성수아는 어느새 동물의 마을 환경에 매료되어서 집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쓸쓸하더라도 그와 같이 잤던 기억을 되살려도 침대에 눕고 싶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쿨… 쿨….”

“응?”

어두운 배경의 하늘 아래에 있는 집 쪽에서 누군가의 곤히 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수아는 고개를 저으며 집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냐… 계실리가 없지.’

하지만 그녀의 부정적인 생각이 더욱더 증가할수록 그녀의 시야에는 집 문 앞에서 웅크리고 자는 누군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그리고 그녀가 집 앞까지 다가갔을 때, 그녀의 눈에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부정적인 생각을 전부 씻겨버렸다.

“성수호… 교관님?”

“흐어…? 아… 성수아 교관님.”

성수아의 목소리에 웅크리고 자던 작은 성수호가 깨서 눈을 비비적거리며 조용히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그렇게 힘겹게 일어나서는 졸린 눈으로 성수아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피곤하셔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아….”

성수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며 눈을 비비적거리는 성수호를 와락 껴안으며 울먹거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네? 왜,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뇨… 아니에요.”

성수아는 어리둥절한 성수호를 껴안고 한참을 울먹이고 나서야 진정하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역시 없으면 안 돼. 이제 성수호 교관님 없이는 도저히 못 버틸 거 같아.’

이성과 모성이 겹친 그녀에게 성수호는 어느새 심장 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인물이 되어 버렸다.

성수아는 자신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 성수호를 보고는 사과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너무 피곤해서 들어오지 못했어요.”

“하하. 괜찮아요. 애초에 게임인데, 못 들어오실 수도 있죠. 저도 들어왔다가 잠들어버린 거예요.”

“성수호 교관님. 그러면….”

성수아는 깊은 고민을 한 뒤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붙잡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어차피 들어온 거… 같이 잘래요?”

***

“….”

초강현은 무감정을 담은 눈과 표정으로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기숙사 펜트하우스에 들어오자마자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거실에서 창밖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쳐다보던 그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서 쥐었다 피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쥐었다 피기를 몇 차례 반복하더니, 갑자기 크게 움켜쥐면서 눈썹을 찡그리며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방해꾼이 있다고 했지만, 설마 두 사람과 같이 붙어 있을 줄은 몰랐군.”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초강현은 몸을 돌려서 창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창가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그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서 창가 너머에 있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더 귀찮게 하면 죽여야겠군.”

그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침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