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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61화 (362/898)

〈 361화 〉 361화 영웅 사관 학교 (4­2)

* * *

나는 근무표를 전부 작성한 뒤 경비과 관리실을 나오면서 실실 웃었다.

‘흐흐… 내일 출근하면 얼굴 볼만 하겠네.’

사냥꾼이 쳐 놓은 덫에 무조건 걸릴 수밖에 없는 곰을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아무리 쉽게 잡힌다고 해도 걸리는 사냥감이 곰이라면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이따 시간 되면 저녁에 출근하는 모습이나 한번 봐둬야겠다.’

근무표는 내일 공개하더라도 또 만나서 갈구는 건 오늘도 가능하니까.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어디긴….’

나는 경비과 건물을 나온 뒤 중천에 뜬 태양을 보면서 기지개를 켰다.

‘교장한테 가서 승부를 봐야지.’

..

..

“예리엘 님께 들었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교장실을 찾아가서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교장은 이미 모든 정황을 확인한 상태였었다.

그리고 그 정황을 전부 정리할 때, 교장이 제일 귀를 기울였던 인물들이 예리엘과 성수아.

두 사람이 내가 했던 행동들을 전부 긍정적으로 교장에게 전달해준 것이었다.

특히 그중에서 제일 교장의 마음에 들어 했던 건 단연코 서지은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지은 생도는 바로 귀가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지은 생도가 안전한 건 전적으로 성수호 교관님 덕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성수아 교관님이랑 예리엘 님께서 안 계셨다면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겁니다.”

“하하하. 서로서로 감싸 안는 모습이 보기 좋군요.”

아마 예리엘이나 성수아나 모두 나와 비슷하게 상대방의 행동을 더 치켜세워줬을 것이다.

사실 자기 자랑을 함부로 하는 인물만큼 멍청한 인물도 없으니까.

예리엘과 성수아 덕분에 나는 교장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고, 내가 교장실에 온 목적을 이루기에 더없이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살며시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 혹시 이번에 파견된 경비원들에게는….”

“일단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돈 문제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교장이 이미 해결해 놓은 상황이었다.

영사관은 각종 단체에서 어마어마한 기부를 받아 운영하는 곳이었다.

뉴스에도 떴던 사건인데, 거기에 휩쓸렸던 경비원들이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일했다고 보도되어봐라.

굳이 돈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내려봤자 좋을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군요. 더 이상 뭔가 해주고 싶어도 학교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으니까.”

“저… 혹시 이건 어떻습니까?”

“…?”

나는 내가 생각해놨던 경비원들에게 베풀 수 있는 복지를 교장에서 일단 말해봤다.

교장은 내 첫마디에 흥미롭게 귀를 기울이다가 점차 안색이 굳어지면서 마지막에는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건 나쁘지 않습니다만….”

“어차피 영사관 내에 여분의 기계들이 많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VR 헤드기어라….”

내가 교장에게 제안한 경비원의 복지는 바로 VR 헤드기어였다.

시가 5억 원이나 하는 고가의 기계.

영사관 내에는 꽤 많은 VR 헤드기어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VR 헤드기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창고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유는 그 VR 헤드기어는 오롯이 정식 교관들을 위해 마련된 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식 교관들은 굳이 영사관 내에 있는 VR 헤드기어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었다.

손쉽게 헤드기어를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정식 교관들이 굳이 타인의 손에 닿았던 VR 헤드기어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 영사관 내부에 있는 VR 헤드기어는 사용 한번 못하고 망가지기를 기다리는 불쌍한 기계들일 뿐이었다.

“제가 함부로 말씀드리면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굳이 쓰지 않는다면 사용처를 좀 늘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흠… 맞는 말씀입니다만… 쉽지 않은 문제군요.”

사실 VR 헤드기어를 경비원들에게 대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그 뒤이다.

VR 헤드기어는 정식 생도나 보조 교관들도 대여를 못 받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비원들에게만 대여해준다?

분명 뒷말이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나는 고민하는 교장에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당연한 말씀이지만, 저는 거기에 포함시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교장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교장의 생각은 뻔했다.

아마 내가 경비원들의 고생을 앞으로 내세워서 본인의 이득을 취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이미 성수아에게 VR 헤드기어를 받은 마당에 나중에 들어올 경비 관리자에게 좋은 일을 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교장으로서는 내가 하는 부탁에 내 욕심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생각할 테니,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애초에 저는 임시로 관리직을 맡은 상태입니다. 저는 당연히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는 제일 큰 이유는 영사관의 안전 때문입니다.”

경비원들이 이미 충분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해도 정작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불평불만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저번에 영사관 습격 사건으로 어마어마한 인원의 경비원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

분명 경비원의 위치가 보조 교관이나, 생도보다는 낮다고 할 수 있지만, 업무의 중요성까지 낮다고 할 수 없었다.

“만약 보조 교관들의 눈치가 보이신다면 제 이름을 파셔도 됩니다.”

경비 관리직을 하는 내가 말했다고 하면 보조 교관들도 쉽게 불만을 표출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를 제외하고 진행한다면 그들도 쉽게 입을 열지 못 할 테니까.

교장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자기 턱수염을 어루만지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교장의 허락과 별개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없던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문제가 생기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야 했다.

“이 건은 이번 주 안에 조율하는 대로 바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볼일은 마치고 교장에게 인사를 한 뒤 교장실을 나와서 기숙사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로 향하고 있을 때, 아르모니아에게서 통신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어서 놀랐습니다.]

‘그러게, 아마 그만큼 VR 헤드기어가 너무 쓸모없이 방치되어서 그런가 봐.’

사실 나는 거절할 가능성을 더 높이 두고 부탁을 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예리엘과 성수아가 던전에 있었던 내 활약을 잘 설명해줬고, 교장이 그 점을 높이 평가해서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한 이유는 절대 경비원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만약 교장이 부탁을 잘 들어준다면 경비원들이 수호 님에게 표출하는 불만이 현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한 명의 의견을 묵살하려면 다수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법이지.’

바로 고충신을 고립시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다른 직원에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해봐야 근무표를 잘 짜주고, 휴일을 융통성 있게 변경해주는 게 전부였다.

내가 그렇게 잘해준다고 해도 근처에 있는 동료가 말도 안 되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자기와 제일 가까운 사람의 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급자로부터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게 된다면?

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이다.

압도적인 부당함을 보더라도 자기에게 돌아온 혜택이 크면 클수록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 되길 기대해야지.’

나는 그렇게 기대하며 기숙사로 향했다.

..

..

나는 오랜만에 들른 기숙사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비과 건물로 향하기 시작했다.

1차 목표는 고충신을 보는 것.

2차 목표는 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미리 선빵 쳐놔야지 사람들이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오르겠지.’

경비원들 특성상 나이대가 높지 않은 편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는 건 VR 헤드기어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가능성이 컸고, 만약 영사관에서 대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의욕이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굳이 미리 말할 이유가 있습니까? 혹시라도 안되면 곤란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 말이 맞긴 하지.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안 되면 귀찮아지긴 할 거야.’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내가 제안했던 복지가 갑자기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 말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근무표는 내일 보여줘야 하잖아. 잠시라도 눈가리개용으로 쓸 수 있으면 써줘야지.’

괜히 근무표부터 보여줘서 고충신이 직원들에게 말하고 다니면 쓸데없는 동료애만 생겨서 귀찮아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미리 선빵을 치기로 했다.

내가 경비과 건물을 들렀을 때, 마침 밤 근무에 투입할 경비원들이 출근한 상태였었다.

직원들은 다들 나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최고는 역시 고충신이었다.

“잘 지냈어?”

“아… 네. 잘 지냈습니다.”

고충신은 내 인사에 잠시 움찔하더니, 파르르 떠는 광대뼈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소식 들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나는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여준 뒤 막 출근한 직원들을 전부 한자리에 모은 뒤에 탑 견학에 있었던 사건과 연결하며 더욱더 근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경비원들의 표정은 점차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비 근무에 대한 강조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일로 고생하신 경비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조금 전까지 시큰둥하게 듣던 경비원들이 성과급이라는 말에 얼굴에 옅게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돈 싫어하는 인간은 없으니까.

“그리고….”

“…?”

“이번에 잘만 하면 여러분들께서도 VR 헤드기어가 대여 가능할 것 같습니다.”

“!?”

다들 내 말에 이해했으면서도 이해를 못 한 것처럼 옆에 사람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걸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좋아. 역시 효과가 있겠어.’

경비과에 다니는 직원들이 전부 VR 헤드기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용.”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를 잠재운 뒤에 마저 모든 상황을 설명해줬다.

내가 교장에게 가서 직접 VR 헤드기어 대여 건에 관해서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는 것.

새로운 절차를 만드는 일인 만큼 시기는 걸리겠지만,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만약 문제가 생겨도 내가 나서서라도 어떻게든 대여 가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즉, 내 말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내 기분 잡치게 하면 너희들은 국물도 없다는 소리지.’

다들 내 말을 듣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도 쥐새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기분 좋아서 옆 사람과 실컷 떠들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내 기분을 거스르지 않게 하려는 것도 눈에 보였다.

‘안타까운 중생들이여…. VR이 진짜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네.’

나는 그렇게 모든 설명을 마친 뒤 직원들을 향해서 말했다.

“이건 아직 확정된 게 아닌 만큼 경비과 직원들 외에는 따로 외부에 발설하지 않게 주의해주세요.”

“네!”

다들 우렁찬 함성과 함께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친, 진짜 대박 아냐?)

(와… 나 본사에서 체험해볼 때 바로 은행에서 VR 자금 대출받을 뻔했는데.)

(진짜 되면 나 여기 평생 일할 거 같아.)

다들 그렇게 VR 헤드기어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태에서 유일하게 그 대화에 끼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다.

고충신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충신에게 이 VR 헤드기어 대여는 좋은 복지라고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미 있으니까, 별로 내키지 않겠지. 차라리 휴가 같은 걸 내줬으면 했을 테니까.’

하지만 일부로 휴가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나는 고충신이 뭘 원하고, 뭘 싫어하는지 정확히 꿰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 기대되는 건 내일이었다.

‘내일 근무표 보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흐흐흐….’

[….]

나는 그렇게 고충신의 썩은 표정을 보면서 기분 좋게 경비과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

..

내가 경비과를 나왔을 때는 이미 태양은 사라지고 어두운 하늘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식당 문 닫는 거 아냐?’

나는 그렇게 걱정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식당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식당에는….

“….”

“….”

초서현과 성수아가가 조용히 식당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여자는 아직 내가 나타난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서로의 눈치를 보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냥 굶을까?’

[오히려 자리를 빼면 더 귀찮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불편하다고 무작정 피하다가 보면 괜히 더 큰 일로 번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지금 초서현과의 관계는 꽤 깊게 진전되어 있는 반면에 성수아는 아직 옷 한 겹 벗겨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비록 그녀와 VR 안에서 껴안고 잤지만….

하지만 결국 그렇게 자면서도 그녀의 가슴 하나 제대로 터치해본 적이 없었다.

비록 자는 나를 껴안고 자위는 했지만….

지금까지 여타 다른 여자들과 거쳐왔던 진도와는 다르게 루트가 엉망진창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 1차 목적은 성수아였다.

비록 초서현과 좀 더 일찍 연결되었지만, 그 목표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없는 사이에 초서현이 나와의 관계를 뽀록 내버리면 성수아는 영영 아웃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초서현이 함부로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초서현이 입이 가벼운 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와의 관계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컸다.

서로 곤란해지는 것이다.

‘최소한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해결해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초서현과 성수아는 이내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는 미소를 지으며 내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삽시간 사라져서 놀란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응? 왜 저러지? 설마 나 기다린 거 아닌가?’

[하지만 분명 조금 전까지 수호 님을 보고 반가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럼 뭐지…?’

내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주변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침묵 속에서 구두 굽이 바닥을 천천히 울리는 소리가 내 등 뒤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는 그 구두 굽 소리는 내 등 뒤에서 마지막으로 울려 퍼지면서 멈춰 섰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시끌벅적하던 모든 사람이 나… 아니, 내 뒤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 보니, 내 동공에는 웬 사내 한 명이 비치고 있었다.

무표정… 아니, 무감정이 더 어울릴 정도로 감정이 단 1도 담겨있지 않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사내.

[수호 님… 이 자입니다.]

나는 단번에 이 사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자가 초강현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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