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8화 〉 358화 새로운 휴가 (6)
* * *
“으으윽….”
“수아야! 깨어났어?”
“으엉? 지수, 니가 왜 우리 집에 있어?”
“우리 집이라니… 이제 집 가야지.”
“흐엉?”
강수아는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그저 눈을 비비며 정신을 차리는 것에 급급했다.
아직 어린 나이라 그런지 잠에서 깼을 때의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멍한 상태로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야 간신히 첫 번째 기억 퍼즐 조각이 끼워지면서 점차 기억을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퍼즐의 마지막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그, 그놈들 어디 있어!?”
“진정해. 이미 끝났어.”
“어…? 끄, 끝나다니?”
강수아는 신지수의 말에 지레짐작한 뒤 덜컥 겁을 먹고 그녀에게 불안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드레이크는 이미 다 도망쳤어.”
“…도망?”
“수아야, 기억 안 나?”
“기억? 그, 그러고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아빠라고 부른 사내.
얼굴이 보이지 않고, 누가 봐도 신뢰감 따위를 건네주기 힘든 인물.
그런 인물에게 일순간 안도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애타게 그리워하던 아빠와 투영되면서 긴장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잠들어 버린 것이었다.
“아까 그 사람이 우리 구해줬어.”
“누군데? 그 사람이 누군데?”
“…모르겠어.”
신지수는 자기가 겪었던 일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줬다.
하지만 그런 상세한 설명으로도 그 망토를 쓴 자에 대한 힌트조차 얻을 수 없었다.
“…설마 또 이상한 단체인가?”
“그럴 수도 있는데. 일단 적은 아닌 거 같았지?”
“….”
강수아는 내면에 피어오르는 긍정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도움을 줬다고 해서 그자가 아군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괜찮은 사람이었어.’
그것만큼은 확신하고 싶었다.
무작정 믿어서는 안 될 인물이지만, 믿어도 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사람.
강수아는 그렇게 마음속 한구석에 포근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신지수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맞아! 빨리 하늘이 찾아보자!”
“아! 통신! 통신!”
두 사람은 황급히 주머니에서 납작한 건전지만 한 통신기를 들고는 외치기 시작했다.
“야, 백하늘! 너 어디야? 안전해?”
“하늘아!”
하지만 두 여자의 외침에도 통신기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내부를 찾아보자!”
“응!”
두 여자는 그제야 어둠이 드리워진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일어나서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에테르를 이용해서 최대한 주변을 찾아보던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찾았다!”
차디찬 땅바닥에 누워서 여유롭게 자는 남자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일어나!”
“흐어억! 뭐, 뭐야! 강수아, 니가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흐이구….”
꼬마 삼총사들은 그렇게 모여서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에테르를 찾았는데, 놓쳤다고?”
“응, 미안….”
“….”
남자아이의 이름은 백하늘.
백하늘의 설명에 의하면 탐지기로 최초의 에테르를 발견, 그 뒤 에테르를 포획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후에 갑자기 에테르에 정신을 쏠리면서 기절했고, 지금 두 사람이 깨운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거기다 설상가상 가지고 있던 모든 기구들까지 전부 망가졌다는 것.
백하늘은 혼자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러한 현상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에테르를 내가 너무 얕봤나 봐. 보는 사람의 정신을 잃게 하는 무언가가 있던 거야. 거기다 기기들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것을 보면 아마 자기를 추적하는 방식도 이해하는 것 같고… 그리고….”
백하늘은 어떻게든 자기가 했던 실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최초의 에테르가 가진 능력에 대한 가설을 마구잡이로 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백하늘을 두고 신지수는 강수아에게 다가가서 귓속말하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하늘이한테 아까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해줄까? 떠날 때,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긴 했는데….”
“….”
강수아는 주절주절 혼자 떠드는 백하늘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도움받았잖아. 최소한 이번에는 비밀로 하자. 대신 다음에 만나면….”
강수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을 내려다보던 검은 실루엣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정체를 파헤쳐보자.”
“…응.”
신지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백하늘에게 가서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기 시작했다.
“분명 최초의 에테르는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능력이 있을 거야….”
“하하… 그래.”
“….”
두 사람을 본 뒤 강수아는 창고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창고 밖에는 요란스럽게 울리는 폭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파앙~ 파아아! 파바방!
강수아는 창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폭죽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다음에… 만나면….”
그녀를 수없이 중얼거렸지만, 폭죽 소리에 삼켜지면서 옆에 있던 친구들의 귓속에 들어가지 않았다.
***
퓨우우우웅… 파아아앙!
나는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뒤에 터지는 폭죽과 함께 간신히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어서 미안.”
“수호 씨!”
“주인님!”
“왜 이리 늦어냐냥.”
다들 내가 없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지 않고 되레 내가 자리에 없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했어요! 다음에는 꼭 같이 봐요!”
“응, 그러자.”
나는 그렇게 세 여자 사이에 낀 채 대화를 나누며 손잡이로 들고 있는 상자를 힐끗 바라봤다.
‘이거 어떡하지?’
[죄송합니다. 저로서도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습니다.]
가지고 가는 것도 안 되고, 그렇다고 어딘가 숨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 세상에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장소 따위는 없다.
거기다 상대는 에테르를 찾는 것에 재능이 보이는 주인공.
나와 아르모니아가 내놓은 대책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간파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럼 한동안 복귀하지 말고 여기서 지내면서 조디악이랑 교섭을 해볼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의심은 사겠지만, 증거가 없다면 괜찮을 겁니다.]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하면 자기들이 어쩌겠는가.
다만 내가 이렇게 아쉬워하는 이유는 지금 조디악의 재정 상태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안 좋아서 한 세계관에 오래 머무르면 눈치를 보며 항의를 하는 녀석들이다.
돈 없는 녀석과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비싸게 부른 다음에 할부로 갚으라고 할까?’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는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서 상자를 열어봤다.
‘그래, 그렇게라도 진행을… 응?’
[왜 그러십니까?]
‘어, 없어!!!!!!’
케이스 안에 있던 투병 케이스는 분명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투명 케이스 안에 있던 에테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었다.
외부 케이스뿐만 아니라, 내부에 있던 유리 케이스 조차도 어떠한 손상된 흔적이 없었다.
분명 깨끗하고 완전히 잘 밀봉되어 있었다.
에테르만 없었다.
‘어, 어딨지! 설마 중간에 탈취당했나!?’
[일단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쪽이…. 수호 님!]
‘왜, 발견했어?’
[비올라입니다!]
‘응?’
퓨우우우웅…. 파앙! 파아앙! 파바박!
하늘 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폭죽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비올라는 하늘 쪽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앞에 살랑거리는 신비한 무언가를 보며 손을 뻗었다.
“와, 폭죽이 눈앞에 있는 거 같아요!”
“비올라 안돼!”
내 외침과 함께 엄청난 폭죽 세례가 터지면서 퍼레이드가 마무리되었다.
..
..
촤아악.
나는 기압이 빠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들어서 문을 나오는 상대를 바라봤다.
아르모니아는 평소와 같이 정장을 입은 채 침착한 표정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다가오자마자 바로 물었다.
“어때? 떼어낼 수 있겠어?”
“죄송합니다. 현재 저희 수준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아….”
나는 팔짱을 낀 채 아까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감추고, 보관했다고 생각했던 에테르는 제 마음대로 탈출해서 비올라의 앞에 나타났다.
그런 에테르를 아름다운 폭죽의 한 장면이라고 착각한 비올라가 손을 뻗은 것이었다.
문제는 에테르가 아무 반응이 없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아주 잘 반응해서….
“혹시 이상 증세가 나오거나 하지 않았어?”
“그런 조짐은 없었습니다.”
비올라에게 붙어서 그녀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내가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걱정하기 시작하자, 아르모니아가 나를 다독이며 안심시켜주기 시작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어떻습니까? 비올라 덕분에 저희는 에테르를 숨길 필요도 없어졌고, 오히려 에테르를 함선에 가지고 올 수 있었습니다.”
“….”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비올라의 몸에 들어간 에테르는 그녀의 소유물이 되면서 내가 가진 위그드라실의 씨앗처럼 함선에 그대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가지고 온다고 해서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사실 나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물질이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하지만 에테르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나로서 비올라에게 붙은 에테르는 기생충같이 보였다.
아무리 대단한 물질이라고 해도 결국 정체 모를 물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일단 저 물질의 정확한 정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원래라면 에넬을 써서 알아내야 하는 정보였지만, 비올라의 소유가 된 덕분에 그녀의 기질창으로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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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에테르]
다양한 형태로 자유자재로 변화 가능한 복합성 물질.
기본 형태는 무기체에 가깝지만, 자아를 가지고 있고, 원한다면 유기체 형태로 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생에 단 하나의 주인만을 바라보는 존재로, 한번 소유주가 되면 그 소유주가 죽어도 다른 주인을 맞이하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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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상을 통째로 변화시키는 물건이라 그런지 설명이 기질창을 꽉 채우다 못해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있었다.
위쪽 설명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기본 성능은 그 애들이 가지고 있던 에테르랑 비슷한 건 가보네.”
일단 기질 내용을 보면 그 꼬마들이 사용하던 색깔이 담긴 에테르와 비슷해 보였다.
아마 꼬마들이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을 보면 상위 호환일 가능성도 크고….
“제일 긍정적인 부분은 비올라 씨의 안전입니다.”
비올라는 특출난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레나처럼 무술이 뛰어나거나 베아트리체처럼 특출난 능력을 지니지도 않았다.
삶의 대부분은 지하 궁전에서 지내왔고, 그 탓에 노력이라는 개념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그녀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이었다.
“…그건 괜찮네.”
“그렇습니다. 충분히 긍정적으로 봐도 좋은 현상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응? 무슨 문제?”
나는 아르모니아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는 무표정에 담긴 걱정을 살짝 비추며 말했다.
“관계입니다.”
“…관계?”
“최하단에 기재되어 있는 설명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터치 스크롤을 이용해서 원시 에테르의 설명이 담긴 기질창을 다급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밑단에 가서야 아르모니아가 말했던 관계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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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존재에게만 끌린다.대표적인 존재 : 여성
그 이유는 에테르는 분명 자아를 가진 존재이지만, 태초에 우주의 에너지로 인해 홀로 생성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줄 존재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에테르가 원하지 않는 존재가 에테르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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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명을 읽은 것만으로도 두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치겠군. 이거 설마 이 에테르만 그런 거야?”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모든 에테르가 그런 특성을 지닌 것 같습니다.”
“정말 살다 살다 이런 미친 물질은 또 처음이네.”
나는 눈을 비빈 뒤 다시 기질창에 시선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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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를 가진 자와의 여러 차례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에테르와 동화되고, 일정 관계 이상 지속하면 에테르에 대한 명령권을 가질 수 있다. (단, 소유권은 양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에테르는 자신의 소유주가 교접이 가능한 생물체와 붙는 것에 엄청난 거부반응과 함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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