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화 〉 354화 새로운 휴가 (2)
* * *
“비올라, 재미있었어?”
“네! 너무 재미있었어요! 최고예요!!”
비올라는 처음 마을을 떠나서 함선에 왔을 때처럼 기쁨에 젖어서는 자신이 품고 있는 흥분된 감정을 막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비올라를 보면서 안도하는 것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챙겨줘야지 하면서도 결국 바쁜 일정을 눈앞에 두면 또 잊어버리곤 했다.
아르모니아가 아니었다면 또 잊어버린 뒤에 기억나면 또 나중으로 미뤘을 것이다.
‘아르모니아한테 고맙다고 해야겠네.’
내가 그렇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하늘을 보고 있을 때, 하늘은 어느새 주황빛으로 물들며 하루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끝내는 건 아니었다.
오늘 이 유원지의 마무리인 퍼레이드를 보고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퍼레이드는 완전 해가 저문 뒤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유원지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는 운영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 슬로우한 놀이기구는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제일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나는 저 멀리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번에는 저거 타보자.”
유원지에서 제일 크고, 제일 눈에 띄며, 모른 척 지나치고 싶어도 지나칠 수 없는 존재.
회전 관람차였다.
다들 내 뒤를 따라오면서 관람차에 대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와… 저것도 타는 거군요.”
“우리 마왕님보다 크다냐.”
“여기는 신기한 존재들이 정말 많습니다.”
세 여자는 어느새 이곳의 분위기에 적응하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회전 관람차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고개를 절로 올라가는 높이를 자랑하는 놀이기구.
‘이야… 이렇게 직접 보는 건 또 처음이네.’
나도 관람차는 여러 매체로만 접해보고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는 타이밍이라 그런지 회전 관람차를 타기 위한 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다들 석양과 야경을 보기 위해서 줄을 서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다가 못 타겠다. 빨리 줄 서서 기다리… 응?”
앞장서서 줄 끝에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줄 끝에는… 내가 익히 봤던 인물들이 서 있었다.
“이제 여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없다고?”
“응… 높은 곳이라면 탐지도 쉬울 거야.”
“나, 나… 노, 높는 곳 무서운데….”
나를 몸통 박치기로 포격을 가했던 야구모자 소녀와 그 아이의 뒤를 쫓던 꼬마들.
세 꼬마는 우리를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회전 관람차를 유심히 올려다보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줄 끝으로 향하면서 아르모니아와 귓속말을 나눴다.
“저 꼬마들 아까 걔들 맞지?”
“그렇습니다.”
“뭐야. 애들끼리만 유원지 온 건가?”
아까 보여줬던 다급한 행동도 그렇고, 보호자 없이 왔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뭐… 어차피 나랑 상관없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꼬맹이들 뒤에 선 다음 비올라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실 이야기를 나눴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그녀의 즐거움을 받아줬다고 볼 수 있었다.
비올라는 오늘 나와 동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내게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신나게 읊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올라의 미소를 보며 나도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였다.
야구모자 소녀가 속닥거리며 입을 열었다.
“야… 어디 보냐?”
“어!? 아, 아냐… 그냥 외국인이 신기해서….”
“흥, 바보 같아.”
“바, 바보 같다니….”
그제서야 꼬마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내 눈에 띄는 녀석은 당연코 남자 꼬맹이였다.
‘비올라가 예쁘긴 예쁜가 보네.’
옆에 야구모자 소녀가 닦달하는데도 불구하고 남자 꼬맹이의 시선은 비올라에게서 쉽사리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올라는 그런 꼬마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내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줄을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꼬맹이들이 탈 차례가 되었다.
나는 슬슬 한가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한 칸에 모조리 탈 수 있나? 못 타면 어떻게 나눠야 하나….’
우리 차례가 왔을 때를 생각하며 인원 분배를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야구모자 소녀와 직원이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안된다.”
“어!? 왜요!”
“너희는 너무 어려. 이 기구는 보호자 없이는 탈 수 없어.”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느릿한 놀이기구라고 해도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회전 관람차를 보호자 없이 꼬마들만 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야구모자 소녀는 직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꼭 이거 타야 한단 말이에요!”
“뭐, 어쩌겠냐. 규정이 안 되는 걸…. 부모님 모시고 와라. 그동안 기다린 걸 고려해서 부모님 데려오시면 줄 안 서도 바로 태워주마.”
“우리끼리 왔단 말이에요! 제발요!”
‘역시 애들끼리만 온 거였네.’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보호자 없이 왔던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저 못타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야구모자 소녀가 했던 말이 꼬맹이들을 더욱 난처하게 만든 것이었다.
직원은 보호자가 없이 왔다는 말을 듣고 경악하며 꼬마들을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뭐…? 그럼 보호자도 없이 너희들끼리 여기에 왔다고? 너희들 무슨 생각으로 온 거냐? 안 되겠다. 일단 기다려라. 지금 바로 안내소에 연락해서 직원을 호출할 테니까.”
“네!? 그, 그게 아니라!”
당차게 말하던 야구모자 소녀의 말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었다.
‘앞에 줄 하나 사라져서 빨리 타겠네.’
애초에 꼬맹이들한테 좋은 감정이나 나쁜 감정을 가지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나랑 인연도 없는 애들한테 연민을 느낄 정도로 내가 열린 마음을 가진 게 아닌 것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서서히 내려오는 회전 관람차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수호 씨….”
“왜? 비올라? 빨리 타고 싶어?”
“그게 아니라….”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꼬마들을 보면서 내게 소곤거렸다.
“저 아이들… 안타까운데, 같이 태워주는 게 어때요?”
..
..
긴 머리의 소녀가 다소곳하게 양손을 배꼽에 모은 뒤 허리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탈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비올라는 그런 긴 머리 소녀에게 웃으며 응대해줬다.
긴 머리 소녀는 푸른색 원피스에 옅은 검은색의 조끼를 입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검은색 구두와 함께 하얀색 양말까지… 야구모자 소녀와 완전히 상반된 복장과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애는….
“가… 감사합니다… 누나.”
어느새 자기 마음대로 비올라에게 누나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올라는 그런 꼬맹이를 보며 도리어 미소를 지어줬다.
“후후.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진짜 타고 싶었거든요.”
“아… 으… 네….”
꼬맹이는 수줍음 때문에 비올라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주변을 돌아보며 어버버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꼬맹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야구모자 소녀….
“하아… 바보 같아.”
“바, 바보라니!”
원래라면 이 꼬마들은 내가 직원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같이 타지 못했을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 누가 봐도 타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애들 보호자라고 나타나서 데리고 간다면 정말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 부탁이 아닌, 비올라의 부탁으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이 꼭 타고 싶나 봐요. 어떻게 안 될까요?)
(아… 안되긴요. 안 돼도 되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직원이 비올라에게 제대로 홀려서 바로 태워준 것이었다.
그렇게 꼬맹이 삼인방과 나와 비올라는 한 가족처럼 같은 칸에 탔고, 나머지 아르모니아, 베아트리체, 레나는 다음 칸에 탄 뒤 관람하는 것으로 인원 분배를 하게 되었다.
관람차는 천천히 이동하는 것과 동시에 올라가면서 석양과 유원지를 한눈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비올라는 허겁지겁 일어나서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와, 진짜 예쁘다….”
비올라는 흥분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황홀한 눈으로 창밖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비올라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흠… 아르모니아랑 단둘이 좀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르모니아는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준 인물이었다.
옆에 있는 비올라를 만나는 것도 아르모니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다른 여자들과의 인연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 것도 결과적으로 아르모니아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간 촐랑대며 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아쉽네 아쉬워…. 이럴 때 아니면 말하기 쑥스러운데….’
[정 말하기 힘들면 따로 녹음하셔서 전달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 그것도 좋을 거 같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속으로 말했다.
‘…내 마음속 마음대로 읽지 마.’
[통신으로 들려와서 대답한 것뿐이었습니다.]
‘함선 아니잖아? 어떻게 들은 거야?’
[제가 함선을 비우긴 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비운 것은 아닙니다.]
아르모니아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기본적인 기능이 수행 가능한 장비를 착용했다고 한다.
함선 소속 인물과 소통을 할 수 있는 통신장비부터 긴급 워프 장치까지….
함선에 있는 워프실처럼 시야 공유가 되는 것도 아니고, 빠릿빠릿한 대처가 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필수적인 건 챙겨왔다는 것이었다.
‘진짜 철두철미하네. 대단해.’
[칭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대화의 장이 열리니 정작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비올라는 계속 창밖을 보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야경에 시선이 쏠렸고, 건너편에 앉아 있던 꼬마들은 뭔가 장비를 꺼내더니 무릎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저 꼬마들은 뭘까? 신비 현상 감지 모임 같은 건가?’
[그렇다고 해도 신기합니다. 장비를 보니 아이들이 다룰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꼬마들이 다루는 장비들은 그냥 장난감의 수준이 아니었다.
뭔가 수치가 왔다 갔다 거리는 측정기에, 심지어 웬 레이더도 들고 있었다.
‘저정도면 그냥 신비 현상 감지가 아니라 유령 퇴치할 수준인 거 같은데?’
고스트버스터즈 키즈 버전처럼 보이는 건 착각인가?
내가 그렇게 꼬마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자, 야구모자 소녀가 내 시선을 눈치채고는 남자에게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보여줘도 괜찮아?”
“아… 괜찮을 거야… 어차피 이게 뭔지도 모를걸?”
“그런데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긴 머리 여자애의 말로 대충 저 기계들을 남자애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장비들을 남자애가 만든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
그야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이 정도까지 오니 궁금해서라도 저 꼬마들이 뭘 하는지 알고 싶었다.
마침 비올라는 야경에 푹 빠진 상태…. 나는 꼬마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아르모니아에게 말했다.
‘아르모니아, 혹시 기질창 보는 거 지금도 가능해?’
[가능합니다. 다만 에넬을 사용하는 중요 기능이라 시간이 걸립니다.]
‘아, 그럼 됐어.’
간단하게 볼 수 있던 함선과 다르게 오래 걸린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휴일이 끝나간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 또 일을 시킬 이유가 없지.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내 말을 신경 쓰지 않고 통신으로 말했다.
[시간이 걸리는 건 어디까지나 실시간이 안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에넬 사용 승인을 하는 것뿐입니다. 승인되면 바로 수호 님에게 기질창을 띄우게 설정하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이제 내가 막는다고 막아질 것 같지 않았다.
어느새 우리가 타고 있는 관람차 칸이 꼭대기에 올라갔다.
맨 꼭대기에 올라가는 순간 야구모자 소녀가 나를 바라보며 갑자기 눈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어쭈?’
화가 난다기보다는 웃기는 상황이었다.
우리 때문에 회전 관람차를 타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되었는데, 오히려 내게 적대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꼬마일세…. 보여주기 껄끄러워서 그런가?’
화를 낸다기보다는 보지 말라는 무언의 암시로 이해했다.
나는 더 이상 시비가 붙어봤자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며 고개를 돌려서 비올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어때? 예뻐?”
“네! 이렇게 예쁜 건 처음이에요.”
“….”
내가 그렇게 비올라와 오붓한 대화를 나누며 창밖을 보고 있는 동안에도 야구모자 소녀의 시선은 계속되었다.
그에 비해서 다른 두 꼬마는 계속 기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하고 있었고….
‘거참… 웃긴 녀석일세. 아! 그럼 이거 어떨까나.’
나는 속으로 미소가 지어지며 비올라와 창밖을 같이 보다가 그녀의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응? 수호 씨?”
“조용… 애들이 듣겠어.”
“네? 흐읍… 츄읍….”
나는 야경을 바라보는 비올라의 입술에 조용히 키스하며 야구모자 소녀를 힐끗 바라봤다.
“!?”
소녀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며 양손을 입을 막고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애는 애네.’
더 과격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골려주고 싶었지만, 다른 애들도 있는 마당에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조용히 비올라와 키스를 하며 그녀의 열기를 끌어 올린 뒤 입술을 떼어냈다.
“예쁘다. 그치?”
“하으… 네. 정말 예뻐요.”
비올라는 키스로 한껏 분위기에 취한 상태로 다시 유원지를 밝히는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담긴 야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런 비올라의 뒤에서 껴안은 상태로 다시 야구모자 소녀를 바라봤다.
“!?”
야구모자 소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이번에는 눈싸움을 붙일 생각도 못 하고 기가 죽어서는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당돌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역시 꼬마는 꼬마였다.
‘이건 재미있네.’
나는 꼬마에게 이겼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고는 꼬맹이들의 행동을 다시 유심히 관찰했다.
그 순간이었다.
[이제 기질창이 보이실 겁니다.]
‘뭐 하는 애들인지나 좀 봐줄까나.’
나는 꼬마들 머리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기질창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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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아
[에테르 LV 1], [강인함], [당돌함], [부주의], [공격성], [보살핌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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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수
[에테르 LV 1], [의존적인], [휘둘림], [성실함], [친절], [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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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모자 소녀는 강수아. 긴 머리카락에 얌전한 소녀는 신지수.
나는 기질창을 보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저건 뭐지?’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응? 아르모니아, 너는 안 보여?’
[기본적인 통신장비만 이용하는 중이라 수호 님의 시야를 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나는 바로 이해하며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자애 두 명 있잖아. 무슨 에테르라는 기질이 들어 있는데? 저건 뭘까?’
[…에테르라고 하셨습니까?]
‘응.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열심히 기계를 조작하는 남자 꼬맹이를 보면서 통신으로 말했다.
‘…쟤 기질창 보이지 않는 건 오류가 아니겠지?’
남자 꼬맹이 머리 위를 아무리 쳐다봐도 내가 원하는 기질창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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