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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53화 (354/898)

〈 353화 〉 353화 새로운 휴가 (1)

* * *

푸른색으로 뒤덮인 장소에서 문이 열리면서 무표정의 여자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은색 머리에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인 함장복을 입고 있는 여자.

나는 그 무표정의 여자를 보며 웃었다.

“다녀왔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와 아르모니아는 바로 워프실을 나온 뒤 집무실로 향하며 대화를 나눴다.

“수호 님, 어째서 한여름을 더 몰아붙이지 않으신 겁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 또 회귀하면 우리만 곤란해지잖아.”

나는 민하연과 한봄, 두 여자와 함께 쓰리썸을 하며 즐겁게 살을 섞는 모습을 한여름에게 훤히 보여줬다.

한여름이 보는 위치였다면 민하연과 한봄의 표정과 중요 부위가 잘 보였을 것이다.

사실 중간에 문을 박차고 나가서 한여름의 파렴치한 관음증을 두 여자에게 보여줄까 고민했지만, 고민만 하고는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한여름… 분명 그 보석 계속 간직하고 있을 거야.”

나는 분명 봤다.

한여름이 본인 눈으로 민하연과 한봄의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었다.

그녀들의 음부에서 흘러내리는 내 정액을 보면서 촬영하는 그 모습.

“좋은 장면을 찍은 보석도 챙겼겠다. 아마 당분간 회귀할 생각은 없을 거야.”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는 민하연과 한봄과 좀 더 즐긴 뒤 두 여자가 완전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바로 함선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이번 일의 대화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집무실에 도착했고,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르모니아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 전에 말씀드린 휴가에 관한 보고입니다.”

“휴가? 어디로 정했어?”

“유원지입니다.”

느긋하게 며칠 묶는 곳이 아닌, 하루 동안 화끈하게 놀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르모니아의 선택이 좋았다.

비올라가 유원지에 가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금 가려는 장소가 조디악와 성전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세계입니다.”

“…그럼 좀 위험한 거 아냐?”

막 주인공들이 탄생해서 막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라고 했다.

나 혼자 가는 거면 상관없지만, 비올라를 데리고 가는 것이라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디악 측에서 저희가 가는 날 최대한 얌전히 지내겠다고 답변을 주었습니다.”

“하긴… 한쪽이 나서지 않으면 한동안 조용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격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어디까지나 그 지역의 수준에 맞춘 단어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막 신생 주인공들이 대립하는 장소입니다. 만약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겨도 레나 씨를 동행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좋아! 그럼 언제 출발하는 거야?”

“워프 에너지를 완전 충전하고 출발할 것이기에 30시간 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케이.”

“그럼 내일 준비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가 그렇게 대답하며 내 집무실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갈 때는 최대한 예쁘게 차려입어~”

“….”

아르모니아는 뒤통수로 난처한 기색을 보여준 뒤 조용히 내 집무실을 나갔다.

..

..

‘…이거 난처하네.’

나와 비올라, 레나는 각자 준비를 마치고 아르모니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올라는 푸른색의 현대식 원피스를 입고 갈색 머리를 나풀거리며 주변을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진짜 가보고 싶었어요!”

평생을 지하 궁전에서 지냈던 비올라는 얌전하게 지내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덕분에 함선 내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뛰거나 큰소리를 치지 않는 편에 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랬던 비올라가 오늘 얼마나 기쁜지 몸짓과 말투로 주변에 보여주고 있었다.

“유원지! 유원지!”

이곳에 있던 티비에서나 보던 곳을 진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방방 뛰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레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레나는 평소에 입던 메이드 복이 아닌, 상의는 베이지색의 가디건과 찐한 청색을 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소에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메이드 복을 입을 때도 모델 같던 몸이 지금은 완전체가 되어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번에 가면 분명 모델 제의받는다. 안 받으면 그 세계관에 있는 놈들 눈이 썩은 거겠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그녀의 몸을 보며 칭찬하면 할수록 레나는 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런가 싶었는데, 그녀의 중얼거림으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이렇게 몸이 부각 되는 옷은… 아무리 그래도….”

여자란 자고로 피부가 드러나는 곳은 얼굴 뿐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레나.

생각해보면 레나의 메이드 복의 치마 길이는 기다란 다리 끝에 있는 발목까지 완벽하게 숨길 정도로 길게 수선되어 있었다.

‘뭐, 나중에 다른 세계 가려면 또 익숙해져야지.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건데….’

제일 큰 문제가 눈에 띄었다.

“베아트리체 씨! 뭐부터 탈래요?”

“나는 후룸라이드 타고 싶다냐!”

“….”

보라색과 주황색이 석인 머리카락을 하고 방방 뛰는 여자.

베아트리체는 그동안 입고 있던 고스로리 복장을 벗어 던지고 위에는 긴 팔 티셔츠에 멜빵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입던 고스로리 복장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파닥거리는 고양이 귀, 파닥거리는 박쥐 날개, 고양이 꼬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파닥거리는 꼬리.

문제는….

‘꼬리랑 귀는 어떻게 숨기겠는데. 날개는 어째?’

귀는 모자에, 꼬리는 바지 안에 넣어서 숨길 수 있다고 하지만 날개는 도저히 답이 없었다.

‘일단 아르모니아가 생각이 있으니까, 허락해줬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모니아를 기다렸다.

그렇게 다들 기다리는 중에 저 멀리 철판 바닥에 구두가 부딧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복도 끝으로 시선이 갔다.

은색으로 된 단발머리, 평소와 같은 무표정, 그리고 평소와 같은 겸손한 걸음걸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르모니아였다.

분명 아르모니아였지만, 아르모니아가 아니었다.

상체에는 하얀색의 가디건을 걸치고, 분홍색으로 된 무릎을 드러내는 치마.

지금까지 몸 어디에도 걸치지 않았던 반지와 귀걸이같은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아르모니아는 섹시한 몸매를 부각하며 걸어온 뒤 외모와 상반된 말투로 우리에게 격조가 있는 말을 입에 담았다.

“준비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

..

“예쁘네.”

“…감사합니다.”

아르모니아는 내 말에 평소와 비슷한 표정과 말투로 대답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침묵이 있었다는 것 정도?

“평소에 그렇게 입지.”

“복장은 규정에 맞춰서 입어야 합니다.”

“그래, 그래.”

즉, 분위기에 맞춰서 옷을 입고 왔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나는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나누며 앞에서 방방 뛰어다니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비올라와 베아트리체를 바라봤다.

“세상에! 진짜 커!”

“와! 유원지는 마왕성보다 크구나!”

느그 마왕님이 들으면 섭섭해하겠다.

나는 베아트리체의 등을 보면서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쳐다보는 게 날개에 신경 쓰여서 그런 건 아니겠지?”

“그저 머리 색이 독특해서 시선을 끄는 것 일 겁니다.”

내가 걱정했던 베아트리체의 등 뒤의 날개는 인식 방해 기능을 써서 충분히 감출 수 있었다.

다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반인에게는 무리 없이 못 보게 할 수 있지만, 지금 내가 임무를 맡는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언제나 쓸 수 없는 능력이라고 했다.

“처음에 세뇌 써서 임무 투입한다고 했던 게 이거구나.”

“그렇습니다. 일반인 사이에서 신분 위장을 하는 데에는 유용한 기능입니다.”

조디악에서 위장 신분을 잘 제공해 준 덕분에 쓰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임무에 쓰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런 건 꼭 기억해 놔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앞에 걸어가는 레나에게 시선이 갔다.

“….”

레나는 세련된 패션을 하고는 주변을 계속 둘러보며 경계했다.

레나가 세상 밖에 나올 때는 이미 세상은 위험한 전쟁터였다.

안전한 집 밖을 나오는 심정일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었다.

비올라, 베아트리체, 레나, 아르모니아.

이 여자들에게 쏠리는 시선이 레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와… 모델들인가?)

(개쩐다. 여기 촬영있나?)

(그냥 놀러 온 거 같은데? 한번 대시해볼까?)

(야, 야…. 레벨이 너무 다르잖아.)

엄청난 이목 덕분에 레나의 경계는 더 삼엄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천천히 레나에게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레나, 침착해. 여기 위험한 곳 아냐.”

“하지만 제가 경계를 소홀히 하면….”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대응해도 늦지 않아. 여기는 마족도 없고, 심지어 너처럼 강한 애가 우후죽순 태어나는 곳도 아냐.”

나는 레나를 최대한 설득하며 그녀를 진정시켰고, 다행히 내 말에 수긍하며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괜찮아. 처음 오는 세상이잖아. 당연한 거지. 자, 비올라, 베아트리체. 여기서 단독 행동하다가 미아되면 큰일이니까. 꼭 붙어 있어야 해.”

““네!””

“자, 들어가자.”

내가 그렇게 네 명의 여자를 이끌고 유원지 입구를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뭐야? 저 남자는?)

(와… 진짜 안 어울린다.)

(설마 저기 여자들 중에 남친 아냐?)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해라…. 최면 세뇌걸었으면 모를까….)

…씹 새끼들이 지금이라도 레나 맛을 보여줄까?

하지만 여기서 감정에 휘둘릴 내가 아니었다.

“후우… 자, 들어가자.”

우리를 그렇게 유원지 입구를 들어서기 시작했다.

..

..

“야호오오!”

“흐캬아아악!”

“흐으읍!”

즐겁게 비명, 그냥 비명, 입 다물고 비명.

나는 바이킹을 타며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 여자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와… 진 빠지네.”

내가 놀 때는 전혀 몰랐는데, 보호자의 입장으로 유원지에 오니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정 힘드시면 잠시 산책하시면서 쉬셔도 됩니다. 제가 감독하겠습니다.”

“아냐. 그러면 너만 힘들잖아. 그리고 너도 같이 어울려.”

우리 함선 식구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로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르모니아였다.

그런 그녀가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보호자 역할만 하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이렇게 나오게 한 것도 스트레스가 있다면 좀 풀라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바로 앞을 보면서 말했다.

“…저는 지금 이대로면 충분합니다.”

“…?”

가끔 아르모니아는 알 수 없는 말을 하지만, 이럴 때 더 질문해봤자 분위기만 깨는 느낌이라 조용히 침묵했다.

어느새 세 사람이 바이킹에서 내려서는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와! 진짜 재미있다!”

“나, 나는 가, 간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냥….”

“마, 말을 처음 탔을 때의 기분이 드는군요.”

나는 그렇게 소감을 말하며 대화를 나누는 세 사람을 향해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자, 이제 점심 먹….”

콰당!

“크억!”

“캬읏!”

점심 먹자는 말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옆구리로 쇳덩어리가 부딪힌 것처럼 강렬한 충격이 전해져왔다.

다행이라면 내가 고꾸라질뻔한 것을 내 옆에 서 있던 아르모니아가 잡아서 부축해줬다는 사실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크어… 괘, 괜찮아.”

아니, 사실 존나 아파.

나는 아르모니아의 부축을 받으며 자세를 잡고는 나를 향해 날아왔던 물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물체라고 생각했던 존재는 그냥 물체가 아닌 생물체였다.

“아이씨… 아파.”

“…꼬마?”

웬 초등학생쯤 되는 성별 구별이 애매한 꼬마가 바닥에 엎어진 채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었다.

캐쥬얼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있는 아이였다.

나는 매의 눈으로 바로 성별을 구별할 수 있었다.

‘여자네. 머리 길이가 짧아서 구별이 애매하지만, 내 눈은 못 속이지.’

하지만 여자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모든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성별이 여자라고 해도 꼬마는 여자로 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송아라나 서지은이 아무리 예뻐도 여자로 보이지 않을 정도니까.

나는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는 꼬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괜찮니?”

“아….”

“아?”

“아저씨 때문에 놓쳤잖아요!”

꼬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뛰어가는 꼬마 뒤로 또 다른 꼬마 두 명이 튀어나와서는 그 아이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 놈은 진짜 남자 새끼였고, 다른 한 아이는 기다란 머리를 흩날리며 힘겹게 달리는 여자아이였다.

“아저씨! 비켜보세요! 천천히 가! 그러다가 또 넘어지겠어!”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를 또 밀치고 뛰어가는 남자 새끼와 그런 내게 급하게 사과를 한 뒤 다시 뛰어가는 머리 긴 여자아이.

내 이마에… 지렁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씨….”

“수호 님, 참으시길 바랍니다. 상대는 아이들입니다. 무엇보다 오늘 같은 날 화를 내봤자 손해입니다.”

“하, 하, 하…. 그래… 참자.”

그래… 오늘은 웃어야 하는 날.

“하, 하, 하…. 오늘은… 좋은 날.”

“….”

그렇게 나는 조커 같은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이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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