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5화 〉 345화 위그드라실 (353)
* * *
“으으….”
민하연은 몰려오는 두통을 견디며 힘겹게 눈꺼풀을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눈썹에 추가 매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본능대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비치는 건 회색으로 물든 벽돌로 가득한 지하수로였다.
“으으… 여, 여긴 어디야?”
“으윽… 괘, 괜찮으세요?”
“혜… 혜은 씨? 여, 여긴?”
민하연은 눈에 힘을 주며 시야의 초점을 길게 맞추기 시작했다.
다들 민하연처럼 누워있다가 머리를 감싸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박진희, 박선희와 한여름도 있었다.
그리고 한봄은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누워서 색색거리며 자고 있었다.
그렇게 둘러보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없다.
“수호! 맞아! 수호!!”
“진정하세요.”
“혜은 씨! 수호… 혜, 혜은 씨, 머리 위에….”
“….”
민하연은 잘못 봤나 싶어서 눈을 한참 비빈 다음 다시 집중에서 손혜은의 머리 위를 바라봤다.
그녀의 머리 위에는 주황색 보석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제야 민하연은 모든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혼자 돌발행동을 하는 순간 머리로 가해진 충격.
그리고 돌아봤을 때, 보인 얼굴.
“서, 설마… 여기….”
“네, 저희 탈출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민하연은 흥분한 상태로 손혜은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다.
순간 박진희와 박선희가 사태를 파악하고 민하연을 말리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왔고, 정작 민하연에게 멱살이 잡힌 손혜은은 침착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렇게 실랑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손혜은의 간절한 말 한마디가 그녀의 증오를 잠재웠다.
“하연 씨를 그렇게 위험하게 둘 수 없었어요. 미안해요.”
“흐으윽… 어떻게… 그렇게….”
민하연은 갈피를 잃은 증오심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울고 있을 때, 허공에서 갑자기 요정이 튀어나와서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탈출구를 나온 인간이 6명!?”
다들 놀란 표정으로 요정을 보는 와중에도 한 명이 요정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전혀 놀라지 않고 요정에게 달려가서 그의 앞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한 명! 나머지 한 명 어디 있어!?”
“한 명? 흐어… 설마 한 명 더 있었습니까?”
요정은 민하연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절레거리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저희를 곤란하게 만듭니까…. 중간에 적당히 타협해서 끝내시지….”
“…뭐?”
성수호의 목숨 때문에 다급한 마음을 가지던 민하연도 요정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등바등하며 살아왔더니, 그냥 죽으라니….
파티원들이 증오의 눈을 하며 요정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요정이 허공에 손짓하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 남은 시간. 20초….”
다들 조금 전까지 있었던 불만을 감추고 요정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5초….”
절박한 마음에 양손을 잡고 기도를 올리는 민하연.
“10초….”
그리고 모두가 염원하듯 민하연의 어깨에 손을 올려서 눈을 감는 파티원들….
“5초….”
그 와중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켜쥔 한여름.
그리고 마무리.
“종료.”
“….”
다들 염원하는 눈빛을 가지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비치는 건 아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장소와 인물들이었다.
다들 주변을 둘러보더니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이기 시작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하연 씨….”
“흐아아아앙!!”
민하연이 그렇게 절망에 빠져서 울부짖을 때였다.
“…뭐죠!? 오류인가?”
“…?”
다들 무슨 소린가 싶어서 요정을 보는 순간이었다.
파아아앗!
“크으읏!”
“또 뭐야!”
갑자기 한 구석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모든 초점을 앗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빛은 금세 거둬졌고, 다른 사람의 시야도 금세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나온 장소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기다렸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씨… 꼬리뼈로 떨어진 거 같아.”
***
‘좋아! 역시 효과가 좋네.’
캬아아아앙! 키야아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케르베로스를 놓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광폭화다 뭐다 하지만, 오히려 데미지가 들어가는 덕분에 내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효율적인 공격 방식은 그저 머리를 맞추는 게 아니었다.
‘일단 발을 묶어야지. 발바닥 아프면 제까짓 게 달려올 수 있겠어?’
바로 달려오는 케르베로스의 발바닥에 화살을 꽂아준 것이었다.
2단계로 발 자체에 큰 타격을 줄까 했지만, 오히려 화만 돋워서 더 속도를 내리라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2단계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마나 소모가 심했다.
그렇게 케르베로스의 발을 잠시 묶고 달려가는 중에 아르모니아가 신호를 줬다.
[수호 님, 지금 모든 인원이 탈출구로 나갔습니다.]
‘뭐야? 하연이가 그냥 나갔어?’
솔직히 다른 인물은 큰 걱정이 없었지만, 민하연이 과연 순순히 나갈지는 의문이었다.
왠지 민하연이라면 내가 파티에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남겠다고 억지를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가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동시에 그냥 날 버리고 갔나 하는 섭섭함도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가게 된 경위를 알자마자 바로 안도할 수 있었다.
[손혜은이 그녀를 기절시키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다행이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알 여유는 없었지만, 대충 해결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선택을 해야 했다.
‘아르모니아.’
[네, 금방 워프를….]
‘아냐. 잠깐 대기해줘.’
[…?]
원래의 계획은 간단했다.
다른 파티원이 나갈 수 있게 내가 미끼가 된 다음 최대한 떨어지면 워프로 나만 탈출구까지 보내는 것.
만약 도망가는 게 실패할 것 같으면 중간에 아르모니아가 강제로 워프할 예정이었지만, 다행히 광폭화 덕분에 내 화살이 어느 정도 먹혀서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케르베로스는 발바닥에 박혀 있는 화살을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다시 다를 노려보더니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가 나서 달려오는 것과 별개로 아까에 비해서 속도가 많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었다.
‘한 발 쏴보자.’
[….]
궁금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저 괴물에게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 있는지….
1단계와 2단계는 큰 차이가 있었다.
1단계는 케르베로스의 내피를 뚫을 수는 있었지만, 결국 관통할 정도의 파괴력을 내진 못했다.
과연 내가 가진 2단계로 저 괴물을 어느 정도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집중했다.
‘아르모니아. 마나 탈진 대비해줘.’
[…알겠습니다.]
안전에 대한 보장이 걸려있다고 해도 무리한 행동을 하는 것에 별로 탐탁지 않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 시험해봐야지 비상시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는 화살을 활시위에 건 상태에서 바로 2단계 마법진을 활성화했다.
양옆에 한 줄… 그리고 두 줄….
1단계는 이미 여러 번 사용해봐서 어느 정도 감이 잡힌 상태인 것에 비해서 2단계는 마법진을 두 줄 활성화한 것만으로도 영혼이 출타하는 것처럼 맥을 못 추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마나가 빨려 나가는 순간 저 멀리서 들려오는 케르베로스의 울음소리와 마나 회복이 나를 확 깨워줬다.
쿠에에에엥엑! 끼아아아악!!
내 영혼을 집어삼키기 위해서 달려오는 존재.
모든 생물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세상과 소통하는 것에 있어서 기본이 되고, 중심이 되는 부위.
‘쏜다!!!’
나는 녀석의 눈에 초점을 맞추며 힘차게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튕기며 놓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동굴에 있는 벽을 찢을듯한 파공음이 터져나가며 거대한 노란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파아아아아앙!!
‘크읏!’
눈앞에 작은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내 동공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이 아픈 것과 동시에 온몸에 있는 근육들이 터져 나갈 것 같은 격통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런 격통들은 내가 쓰러지자마자 바로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르모니아가 회복해준 것 같았다.
하지만 귓속에 들리는 이명 덕분에 현재 상황을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각종 소리가 섞여서 지저분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구분 못 한 채 간신히 일어나서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노란빛이 걷히고, 내 눈에 보이는 건….
콰쾅! 콰콰코캉! 콰콰코카쾅!!!
캬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주변 벽에 미친 듯이 부딪히며 난동을 피우는 케르베로스의 모습이었다.
화가 난 모습이 아니었다.
딱 봐도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치는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보였다.
‘응? 저기 바닥에 뭐가 있는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내 눈에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형체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수호 님! 능력 검증은 됐습니다. 이제 워프를….]
‘아냐! 대기해봐!’
[!?]
나는 바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빛나는 형체를 향해서 뛰어갔다.
케르베로스를 아직도 통증으로 날뛰는 중이었고, 다행히 빛나는 형체가 떨어진 곳이 내 쪽에 가까워서 어떻게든 다가갈 수 있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버티며 간신히 빛나는 형체 도달해서 집어 들었다.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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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의 안구*
죽은 자들이 안치된 지옥의 수문장, 케르베로스의 한쪽 눈.
이미 죽어서 혼이 없는 존재에게도 공포를 심어주고, 육체라는 껍데기가 없는 자유로운 영혼조차 속박하는 존재, 케르베로스.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언데드, 혼령 계통의 종족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 (단, 신과 반신처럼 상위 존재의 명령에는 무효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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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개 쩌는데? 다른 쪽 눈도 뽑아볼까?’
그렇게 기대감에 차올라서 케르베로스를 향해 활을 또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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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0
생존자 : 1명
[죽음의 눈], [죽음의 코], [죽음의 귀], [죽음의 환청], [죽음의 환각]
죽음이 고통으로 인해서 광폭화가 풀렸습니다.
죽음의 이동속도가 200% 감소합니다. 죽음의 완력이 300% 감소합니다. 죽음의 집중력이 500% 감소합니다.
죽음의 내피의 두께가 50%로 증가합니다. 죽음의 방어력이 40%로 증가합니다. 죽음의 시야가 50% 증가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탈출구가 생성되었습니다. 탈출구로 탈출하면 제한 시간 동안 버티지 않아도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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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화 수식어가 사라지고, 그동안 쌓여 왔던 수식어들이 다시 설정되어 버렸다.
[수호 님! 일단 두께와 방어력이 올랐다면 아까와 같은 공격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빨리 워프를….]
‘잠깐만!’
그 순간이었다.
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한쪽 눈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은 초록색 눈물인지 피인지를 흘리며 감고 있었다.
아까는 흥분상태에서 무작정 나를 달려왔던 것에 비해서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노려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도 슬슬 익숙해져서 그런지 저 케르베로스의 시선을 정확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아니, 눈깔 하나 뽑혀서 그런가?’
나는 지금까지 자세히 보지 못했던 케르베로스의 형태를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가운데 머리는 한쪽 눈을 잃은 채 초록색의 피눈물을 흘리며 남은 한쪽 눈으로 나를 매섭게 노려봤고, 나머지 양옆의 머리들은 전부 눈을 감은 상태였었다.
오른쪽 머리는 코를 벌름거리며 주위에 냄새를 맡고, 나머지 왼쪽 머리는 귀를 파닥거리며 주변의 소리를 감지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딱 보니까, 가운데 녀석이 메인이고, 나머지가 후각이랑 청각을 담당하나 보네.’
[수호 님?]
‘저 녀석… 왠지 아까랑 다르게 겁 좀 먹은 거 같지 않아?’
분명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있었다.
“흐읍!”
내가 빠르게 활을 들어서 공격하는 시늉을 하자.
끼이이이잉!
가운데 머리가 살짝 겁에 질려서는 고개를 돌려서 나머지 한쪽 눈을 돌려버렸다.
‘오오… 이대로 대기하면 워프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겠는데?’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엥?’
가운데 녀석이 고개를 돌리고 낑낑거리자, 옆에 있던 두 마리가 갑자기 가운데 녀석에게 이빨을 들이밀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캬아아앙!
딱 봐도 양옆에 있는 녀석들이 가운데 녀석을 질타하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내분인가?’
[아마 눈에 보이는 녀석은 공포를 느끼지만, 나머지 두 존재는 보이지 않으니 수호님의 위력을 정확하게 체감하지 못해서 저러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직접적인 고통을 받은 건 가운데 머리뿐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제 시간은 30초가 채 남지 않은 상황.
어차피 이대로 위협하며 시간을 끈다면 굳이 워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휴… 그래도 이 정도면 끝난 거나 마찬가지겠네.’
하지만… 언제나 입이 방정이었다.
가운데 있던 녀석이 한껏 닦달받더니, 어쩔 수 없는지 다시 나를 노려보며 달려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아….’
[…수호 님.]
‘일단 약하게라도 나머지 눈깔이나 맞춰보자.’
2단계, 그것도 마법진 한 줄이 아닌 두 줄을 이용해서 간신히 눈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이왕이면 두 쪽 다 얻으면 좋겠지만, 지금 내가 가진 마나로는 2단계는 더 이상 무리였다.
‘일단 쏜다!’
나를 자신만만하게 활시위를 놓으며 내게 달려오는 케르베로스의 남은 하나의 눈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가운데 머리는 내가 쏜 화살에 움찔하더니, 눈을 바싹 감아 버렸다.
그리고는….
콰직!
캬아아아악!!
눈꺼풀 위에 화살이 맞았다.
‘좋아. 그럼…. 응?’
분명 멈추리라 생각했던 케르베로스가 속도를 줄일 생각 없이 오히려 속도를 내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아르모니아!!!!! 워프!!!! 워프!!!!’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쏴아아악!
형형색색으로 늘어지는 빛깔들이 춤추는 풍선 인형처럼 현란한 춤을 추더니….
콰당!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야!”
나는 바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나면서 구시렁거렸다.
“아씨… 꼬리뼈로 떨어진 거 같아. 커억!”
내가 투덜거리는 사이에 갑자기 누군가가 내게 달려들어서 껴안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상태에서 안기는 포옹이라 당황했지만, 이내 내게 달려든 여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꿈 아니지!?”
“하하… 내 꼬리뼈가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닌 거 같은데?”
“이 나쁜 자식아! 흐으으윽….”
“…미안.”
나는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고 있는 민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건 나를 바라보며 울고 웃는 삼인방과….
‘살려준 은인한테 저런 표정을 짓다니, 나중에 교육 좀 해줘야겠네.’
나를 노려보며 이빨을 꽉 물고 있는 한여름의 모습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