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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44화 (345/898)

〈 344화 〉 344화 위그드라실 (3­52)

* * *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남은 시간은!?’

[1분 40초… 지금 수호 님께서 계신 동굴과 연결된 곳으로 추측됩니다.]

건너편에 있는 동굴임에도 연결된 것을 보면 구멍 줄기들이 얼마나 크게 뻗어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실감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민하연은 지금 구멍 안으로 더 파고들 수도 없고, 구멍을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짜 죽음을 앞둔 상황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미친 듯이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세 명의 여자가 와서 조용히 내게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다행히 이쪽은 아니에요. 광폭화라길래 뭔가 날뛰는 건가?”

“….”

내가 조용히 침묵하자 한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묻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하연이가 위험한 거 같아요.”

나는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정을 설명해줬다.

지금 케르베로스가 누군가가 있는 구멍을 막아서서 못 나오게 막고 있다는 것과 그 안에 인물들이 누군지 추측하듯 말했다.

“아, 아니겠죠. 그냥 화난 걸 수도 있잖아요.”

“아뇨. 아무리 광폭화라고 해도 이유 없이 저렇게 구멍을 팔 리가 없어요.”

“어, 언니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지금 그룹으로만 따지면 저기에 하연이가 있을 확률이 높아요.”

“시간이 긴 구멍일 수도 있잖아요! 아니! 언니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한봄은 부정확한 희망 회로를 정당화 시키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한봄의 투정을 여유 있게 받아줄 처지가 아니었다.

“만약 하연이가 있다면요? 거기다 시간도 우리처럼 1분 남짓도 안 남았다면요?”

“그… 그건….”

한봄은 갑자기 머릿속에 내가 한 말들을 실제로 그려내는 건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한봄의 대답 대신 들려온 건 박진희와 박선희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만약 그렇다면 어쩌죠?”

“저희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저쪽에 몰려 있는 민하연 일행이 희생한다고 우리가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있는 장소는 위치상 탈출구와 제일 먼 곳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과 탈출구 사이에 있는 케르베로스는 민하연 일행이 있는 구멍 쪽을 틀어막고 있었다.

탈출구로 가기 위해선 무조건 케르베로스를 지나야 했다.

케르베로스의 광폭화된 후에 집중력이 올랐지만, 시야가 줄어들었다.

아마 나에게 질문을 던진 두 여자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케르베로스 뒤로 몰래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케르베로스가 현재 바로 앞에 있는 민하연 일행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뒤로 몰래 지나가는 존재를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두 여자의 입에서 그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다.

“….”

“….”

그저 내 말을 기다리며 결정을 기다릴 뿐이었다.

나는 몇 초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겁의 세월을 거치는 기분을 느끼며 고민한 것을 세 사람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짧고, 굵게, 핵심만 말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박선희와 박진희는 멍하니 토끼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고, 한봄은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안 돼요!”

“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어요.”

“안돼! 나는 절대 이거 동의 못 해요! 어차피 할 거라면 내가 하는 쪽이 나아요! 어차피 나는!”

나는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올 대사를 막기 위해 수면을 사용했다.

분명 한봄은 뒤에 회귀에 관해 이야기를 했을 것이 뻔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날 거예요.”

“아, 아저… 씨….”

고꾸라지는 한봄을 바로 몸으로 감싸 안으며 그녀를 지탱해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머리 위에 주황색의 보석이 나타난 뒤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를 경고 보석을 신경 쓰지 않고, 한봄을 박진희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한봄 씨, 부탁할게요.”

“…살아오실 수 있는 거 맞죠?”

내 계획은 분명 세 사람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건 내가 하는 행동이 그만큼 위험천만하기 때문이다.

나는 박진희에게 한봄을 넘겨준 뒤 웃으며 말했다.

“네, 밥 사주기로 했잖아요. 저는 약속은 꼭 지킵니다.”

“…믿을게요.”

박진희는 허탈하게 웃으며 한봄을 등에 업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 박선희도 박진희의 옆에 철석같이 붙어서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몇 초의 차이로 민하연이 죽을 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일이 꼬여서 여기 있는 세 여자까지 전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나는 바로 구멍 밖으로 뛰쳐나온 뒤 바로 전력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내가 뛰는 방향은 출구가 아니었다.

‘아르모니아, 어느 쪽이든 문제가 생기면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나는 백 미터 정도를 뛴 후 바로 몸을 돌려서 바로 아르모니아가 활과 화살을 소환해줬다.

내가 들고 있는 활은 그동안 써왔던 허접한 나무로 만들어진 활이 아닌, 영사관에서 생도들이 사용하는 지급용 활이었다.

지금은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눈치를 볼 상황도 아니었다.

그저 모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단 기본 1단계 한발!’

나는 바로 아르모니아가 만들어준 활에 초전도체 화살을 끼우고 케르베로스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다.

타아앙!

화살이 지나간 자리는 노란색의 얇은 빗김을 만들며 엄청난 파공음이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착지점에는….

파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앙!!!!

내가 쏜 화살의 소리보다 더 큰 비명이 동굴을 무너뜨릴 듯이 울려 퍼졌다.

내가 쏜 화살은 세 개의 머리 중에 왼쪽에 있는 녀석의 관자놀이에 박혔다.

나는 맞춘 화살을 보고는 케르베로스와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의 머리에 꽂혀 있는 화살은 인간으로 치자면 그냥 나뭇조각이 박혀 있는 모습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인간도 나무 조각이 박히면 짜증을 부리듯, 케르베로스는 광폭화된 상태로 빡친 표정으로 변화하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기 시작했다.

인제야 정확하게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초록색 침을 질질 흘리며 몸에 지옥불이 화르르 타오르는 형체.

독특하다면 가운데 머리를 제외하고 양옆에 있는 대가리는 전부 눈을 감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나를 바라보던 가운데 머리가 고개를 크게 위로 젖히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아오오오오오오오오!!!!

‘좋아. 반응한다!’

모든 생명체에게 도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그나마 나에게 질문을 던진 두 여자는 아마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케르베로스 뒤로 몰래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머리 치면 누구든 기분 나쁠 수밖에 없지.’

머리는 창조주인 부모도 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케르베로스는 바로 옆에 있던 구멍이 아닌 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좋아! 효과가 있어!’

나는 바로 효과가 있음을 직감하고 다시 1단계 강도의 초전도체 화살을 쐈다.

***

캬아아아아악!!!

“뭐, 뭘까요?”

“….”

민하연과 손혜은.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크게 파여 있는 구멍 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세 사람을 죽이려고 구멍을 파헤치던 케르베로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다른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버렸다.

조금 있으면 무너지는 암울한 상황이었음에도 두 사람은 이 상황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민하연은 고개를 뒤로 돌려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분노한 얼굴을 하며 한여름을 보면서 타박하기 시작했다.

“야, 한여름. 미쳤어?”

“시, 실수야. 실수라고.”

“뭐? 그게 실수라고?”

세 사람은 조금 전까지 조용히 동굴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출구에 거의 다다를 때쯤에 갑자기 광폭화 알람이 떴고, 민하연과 손혜은은 절박한 마음을 안고 동굴 밖을 조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 탈출구와 케르베로스를 담을 수 있었다.

민하연은 케르베로스, 손혜은은 탈출구.

세 사람이 고개를 빼꼼 내민 출구는 탈출구와 케르베로스 사이에 있었다.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케르베로스는 으르렁거리며 주변을 둘러볼 뿐, 민하연과 손혜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민하연은 숨을 최대한 고르며 조용히 속삭였다.

(다행이에요. 뭔지 모르지만, 난폭해진 만큼 시야가 좁아진 거 같아요.)

(그럼 이대로 조용히 출구로 가죠.)

완벽했다.

동굴이 무너지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들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1초 전까지는 말이다.

콰당!

(끄아아악!)

(….)

(….)

경직한 채 한여름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쳐다도 보지 않던 민하연과 손혜은은 조용히 침묵하며 모든 것이 지나가길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그 기도는 단 1초 만에 허상으로 보답했다.

끼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세 마리의 괴수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며 민하연이 있는 구멍으로 직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은 죽으리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살 수 있었다.

갑자기 다른 곳으로 뛰어간 케르베로스.

“한여름… 나가서 보자.”

“시, 실수라니까….”

민하연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경멸은 모두 담아내며 한여름을 바라봤다.

바람을 피워도, 병신 같은 짓거리를 했을 때도 화나긴 했지만,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 나온 그의 실수는 민하연의 심연보다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혐오까지 모두 끌어올려 버렸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손혜은이 조용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하, 하연 씨. 일단 가요.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상한데….”

민하연이 선뜻 나가지 못하는 건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괴수는 이미 멀찍이 달려간 상태.

광폭화한 상태에서 페이크를 쓰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더욱더 믿을 수 있었다.

민하연이 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지? 아까 소리 분명 어디서 들었던 거 같은데….’

민하연이 골똘히 생각하며 출구를 나오는 순간이었다.

“하연 씨!”

“혜은아!!”

“어!? 진희랑 선희!?”

출구 밖으로 나온 민하연과 손혜은의 눈에 보이는 건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는 파티원들이었다.

민하연은 순간 흠칫했지만, 환각이나 환청 증상이 없어진 마당에 그녀들을 경계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진희의 등에 눕혀서 눈을 감고 있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봄아!”

민하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봄을 업고 있는 박진희에게 달려왔지만, 박진희는 그녀가 다가오자마자 소리쳤다.

“하연 씨! 봄이 씨는 괜찮아요! 잠시 기절한 거예요! 일단 빨리 뛰어요!”

“어, 어디로요?”

“어디긴요! 탈출구로요! 빨리!”

“아!”

다들 박진희의 다급한 말에 바로 수긍하며 박진희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붉은색을 띤 거대한 문.

사람이 과연 저 문을 움직일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달려가는 중에 민하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민하연은 박진희의 옆에 따라붙으면서 물었다.

“잠깐! 수, 수호는 어디 있어요?”

“….”

“못 봤어요? 그럼 다들 먼저 가세요! 저는 마지막까지 찾아볼….”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에요!”

박진희는 민하연에게 일부러 사정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한봄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진희는 사정 설명을 하는 순간 이성을 잃고 성수호를 구하러 가겠다고 억지를 피울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박진희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캬아아아악! 끼에에엑! 타아아앙! 콰아아아앙!

지금껏 보지 못했던 괴수의 울음소리와 더불어서 이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포격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민하연은 저 멀리서 보이는 케르베로스의 뒷모습과 소리를 듣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찰나의 생각에 잠겼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아까 소리….’

분명 들었던 소리였다.

포격과도 같은 소리를 자랑하며 날아오는 화살.

자신을 구해준 노란 빛.

그리고 그 빛을 쏜 사람.

민하연의 머릿속에는 단 한 사람이 떠올랐다.

“수호!? 혹시 지금 수호 저기에 있어요!?”

“그….”

“뭐야! 지금 설마 수호 놓고 온 거예요!?”

“하연 씨! 사정은 이따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여기를 나가는 게 중요해요!”

“안 나가! 저는 수호 구하러 갈 거예요! 저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냐!”

박진희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분명 수호 씨는 하연 씨가 빨리 탈출하길 원할 거야. 하지만 어떻게….’

박진희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도 민하연은 그동안 인벤토리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활을 꺼낸 뒤 소리쳤다.

“다들 가! 나는 당장 가서 도와줄 거야!”

“야, 민하연!”

다들 곤란한 표정을 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민하연을 닦달하는 인물이 있었다.

“지금 네가 간다고 뭐가 바뀔 거 같아?”

“뭐!?”

“어차피 죽을 놈이야! 네가 가면 너만 개죽음이라고!

“놔! 놓으라고!!”

민하연은 잠깐이지만 포착해버렸다.

한여름의 미소를….

‘이 새끼 지금 위층에 올라가서 회귀 지점 바꾸려는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여기서 죽이는 게!’

민하연은 순간 위험한 판단을 하며 한여름에게 진심으로 화살을 꽂기 위해 활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빡!

둔탁한 타격음 소리와 함께 민하연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에는 창대로 자신을 친 손혜은이 눈에 들어왔다.

“혜은… 씨… 왜….”

“나가면 꼭 사과할게요.”

손혜은의 머리 위에 주황색 보석이 떠다니면서 그녀가 한 행동을 상기시켜줬다.

‘미안해요. 하연 씨가 어떤 마음인지는 알아요. 하지만… 저를 구해준 당신을 여기서 죽게 놔둘 수 없어요.’

미움을 넘어서서 증오로 대한다고 해도 손혜은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었다.

손혜은은 바로 기절한 민하연을 들쳐멘 뒤 소리쳤다.

“자, 빨리 나가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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