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41화 (342/898)

EP.341 341화 위그드라실 (3-50)

[다행히 안전하게 빠져나갔습니다.]

‘휴… 다행이다.’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 안도하는 한숨을 본 옆에 있던 한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봄 씨는 괜찮아요?”

“전 쌩쌩하죠.”

한봄은 억지로 쓴웃음을 지으며 최대한 내게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한봄과 막 합류한 상태였었다.

아르모니아의 지시대로 따르니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인 사실이 있다면 한봄은 유일하게 우리 중에서 케르베로스와 직접 맞닿은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가 만난 건 직접적인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소리를 들은 것이 전부였었다.

“언니 괜찮을까요? 아까 도망치라고 해서 도망치긴 했는데….”

“괜찮아요. 지금 생존자 숫자 안 줄었잖아요.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하아… 제발….”

한봄은 내 말에 바로 설득되어서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

0:40:00

생존자 : 7명

[죽음의 눈], [죽음의 코], [죽음의 귀], [죽음의 환청], [죽음의 환각]

죽음의 환각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죽음의 모습이 당신을 현혹하기 시작합니다.

=====

산 넘어 산이 아니라, 산 넘었더니 태평양이 맞이하는 기분이었다.

저 환각이라는 건 뭘까? 환청조차 뭔지 아직 판별이 안 된 마당에 뭔가 새로운 것이 생기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뭐, 어차피 하연이 무리가 근처에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 누군가를 만나면 무조건 의심하고 보면 된다는 거네.’

[근처에 다다르면 제가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아르모니아가 아니! 라고 하면 그냥 괴물 새끼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진짜 불안에 떨고 있는 건 내가 아닌, 내 주위에 있는 파티원들이었다.

다들 쉽게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보는 알람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었다.

나는 그런 세 사람에게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자, 가죠.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어요.”

“아! 네!”

그나마 이 중에서 재깍재깍 대답하는 건 한봄이었다.

그녀는 아직 케르베로스는 제대로 대면하지 않아서 그런지 두려움이 있을지언정 최대한 밝게 행동하고 있었다.

‘…살아남더라도 그 괴물 얼굴 정도는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째서입니까? 이왕이면 안 보는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위에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 봄이 정도면 트라우마로 평생 짊어지는 게 아니라, 극복하려고 노력할 테니까.’

케르베로스가 아무리 무서워도 결국 잡히지 않고 버틴다면 한번 얼굴을 보고 견디는 것도 미래를 위해서 좋다고 판단했다.

케르베로스를 마주하면 이성이 죽어본 경험이 담긴 상처가 남겠지만, 그 상처가 굳은살을 만들면서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모니아가 설명하는 길로 진행하는 중이었다.

박선희가 내 옆에 붙으면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슬슬 얼마 남지 않았다면 구멍을 최대한 이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말씀 맞긴 한데… 그건 보류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왜요?”

“아직 우리가 모두 뭉친 게 아니잖아요.”

만약 우리가 구멍을 이용했는데, 그 구멍 갈림길 중에 하나에 민하연 그룹이 들어온다면?

하필 쫓기는 상황이라면?

죽는 거다.

들어가자마자 10초 남았다는 표식이 남아봐라. 절망뿐이다.

마지막까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 그렇네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아뇨. 오히려 의견을 낼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내주세요. 저도 모르는 좋은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네.”

나는 박선희의 대답을 들으며 계속 진행했다.

그렇게 진행하고 있을 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는지 내 뒤에 있던 한봄이 입을 열어서 옆에 있던 여자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어떤 거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난이도를 이해할 수 없어서요.”

그녀가 말하는 건 불합리함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한봄은 여관 쟁탈전을 벌이면서 위층에서 내려온 소환사들과 대치한 전적이 있었다.

비록 물리적인 대치가 아닌 언쟁뿐이었지만, 그 언쟁을 통해서 그들의 실력이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실력과 성향만 놓고 보자면 도저히 이 디펜스를 깼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상하지 않아요? 아저씨가 그 위층 녀석들 백 명을 묵사발 낼 정도로 쎈데 그 괴물 나타나기 전에 웨이브 막판도 간신히 깼잖아요.”

“하긴… 이상해요. 수호 씨 없었으면 우리도 진작에 중간에 죽었겠지만… 그 사람들은 끝까지 깼을지 정말 의문이에요.”

사실 나도 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2층으로 올라가는 난이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였다.

거기다 아르모니아도 이상하다고 말했을 정도였고….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서 박선희와 박진희가 두려워했던 것도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고작 1층에서 저런 괴물을 만난다면 2층은 도대체 어떤 괴물이 존재할지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

미지의 공간에 뭐가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그녀들을 지배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일단 깨죠. 깨면 모든 것을 알 수 있겠죠.”

일단 깨면 분명 뭔가 알게 될 것이다.

조디악에서 온 정보와의 부조화를 따져보면 이 디펜스는 문제가 있어도 단단하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깨는 것보다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면….

‘마지막은 뭐가 나올까….’

솔직히 40분을 버티는 것보다 20분 후에 무슨 수식어가 나올지 두려웠다.

정말 깨라고 만들어놓은 건가 싶은 난이도라면 마지막에 진짜 절망을 안겨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수식어가 나올 가능성도 컸다.

거기다 진짜 문제는 케르베로스의 상태였다.

처음에는 그저 걸으며 우리를 느긋하게 찾던 녀석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다급한 건지 미친 듯이 휘젖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환청 덕분에 우리 귀에 괴물의 발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

박진희가 지금 상황을 상기시켜주려는 듯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구멍도 이제 거의 안 보이네요.”

“….”

대부분 연결통로가 닫혀서 그런지 박진희의 말대로 구멍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보였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안전한 것은 아르모니아의 GPS 덕분이었다.

지금 구멍들의 개수를 따져보면 아마 내가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지 않았다면 진작에 구멍이 없어졌을 가능성도 컸다.

구멍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대략 10~20분 사이.

두 번만 잘 활용하면 생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지금 있는 구멍들도 민하연이 지금 있는 구멍과 연결되어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나를 제외하고 뒤에 따라오던 여자들은 슬슬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구멍은 거의 보이지 않고, 만약 이대로 진행하다가 케르베로스와 마주한다면 도망할 곳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간혹 발견한 구멍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응?”

저기 끝에서 사람의 인형이 비치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듯한 여자.

아무리 멀리 있어도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연이네?”

“언니다! 언니!”

그렇게 부르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민하연이 우리를 발견하고 웃으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귓속을 바늘처럼 헤집는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호 님! 피하셔야 합니다! 민하연이 아닙니다!]

‘응? 하연이잖아? 응? 뭐, 뭐지?’

나는 내가 말해놓고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저 멀리 민하연에게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아르모니아는 더 큰 소리를 내지르며 내 정신을 일깨워줬다.

[민하연은 다른 장소에서 이동 중입니다!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엥? …어! 자, 잠깐! 내가 왜 멍청하게 이런 생각을!’

순간 아르모니아의 말을 듣고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면서 옆에서 달려가려는 한봄의 팔을 확 붙잡고 뒤로 달리며 외쳤다.

“다들 뛰어!!!”

“아, 아저씨!”

“흐억! 수, 수호 씨!?”

“빨리 뛰라고!”

“아! 네!”

나는 뒤에 봐뒀던 동굴을 떠올리며 한봄의 팔을 힘껏 붙잡고 뛰었고, 잠시 뒤를 돌아봤다.

민하연이었다.

당황하며 우리를 헐레벌떡 쫓아오는 민하연.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가 알고 있는 민하연이었다.

그리고 뛰어오는 자태와 좁혀 오는 거리… 도저히 케르베로스가 환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당황하며 달려오는 민하연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다시 정면을 보며 저 멀리 보이는 구멍을 향해 달렸다.

“꺄아악!”

“빨리 들어가! 빨리!”

그렇게 도착한 구멍을 향해 한봄을 던지다시피 넣고, 바로 뒤에 달려오던 박선희와 박진희가 들어갈 수 있게 비켜줬다.

두 여자가 헐레벌떡 들어가는 사이에도 민하연은 거의 눈앞까지 와서 우리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뭐야! 왜 피하는 거야! 나야! 나라고!”

“….”

분명 민하연의 목소리였다.

또 현혹된 나는 머리를 휘저으며 두 사람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민하연이 도착할 타이밍이 되는 순간이었다.

콰와앙! 쾅! 까가강! 캉!

하아아앍! 캬아아악!!! 끼아아아악!!!

세 마리의 개의 목소리가 우리 귀에 망자의 비명처럼 들리면서 우리를 죽음으로 끌고 가지 못한 것을 원통해 하듯 울부짖기 시작했다.

벽을 긁어대며 어떻게든 우리를 붙잡겠다는 의지.

쾅! 콰콰캉! 콰콰쾅!!

꺄아아아악!!! 끼아아악! 컹! 커컹!

거대한 초록색 불꽃이 넘실거리는 두 개의 앞발이 동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나는 위협을 느끼고 바로 구멍 안쪽으로 헐레벌떡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이는 한봄은….

“하악… 뭐… 뭐야… 저, 저게 뭐야… 저게….”

“자, 일어나요! 빨리!”

“아, 아저씨… 저, 저거… 괴, 괴물이!”

“빨리 일어나!!”

“히익! 네, 네!”

한봄은 내 불호령과 함께 울먹이며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세우고는 일어서서 내 팔을 꽉 붙들기 시작했다.

나는 엄청난 소음 사이에 있는 박선희와 박진희에게 말했다.

“자, 빨리 가죠!”

“네!”

두 사람은 한봄과 다르게 굳은 표정으로 바로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미 한 차례 공포를 경험해서 그런지 다행히 수월하게 두 사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케르베로스는….

아오오오오옹!!! 갸아아아악!! 끼에에에엑!!

동굴에 지진을 내듯 울음소리를 내며 우리를 놓친 것을 분해하듯 울음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우리를 그 억울함을 뒤로 하고 동굴 안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하아… 하아… 네. 그, 그런데 도대체 뭐였죠? 누가 봐도 민하연씨가 있을 장소가 아닌데, 홀린 듯이 바라봤어요….”

“저도 갑자기 정신이….”

박선희와 박진희 두 사람도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현기증이 몰려오듯 머리를 붙잡기 시작했다.

“…아마 그게 환각인 거 같아요.”

환각이라고 하길래 나는 그저 착각을 일으키는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 다른 개념이었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민하연이 다른 존재라는 의심하는 기관 자체가 상실된 것처럼 완전히 민하연이라고 믿어 버렸다.

뛰어오는 모습과 형태.

분명 민하연이었다.

나도 사실상 아르모니아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씹어 먹혔을 것이다.

‘아르모니아, 고마워.’

[뭔가 이상을 감지해서 다행입니다.]

아르모니아는 갑자기 내 행동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내 정신을 깨우기 위해 큰소리로 외친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나중에 그런 일이 있으면 또 부탁할게.’

나는 그렇게 감사를 표하며 옆에 내 팔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한봄을 바라봤다.

“하악… 무, 무서워…. 저, 저런 거… 아, 아저씨… 무, 무서워….”

똑같았다.

박선희와 박진희가 케르베로스와 마주할 때와 비슷했다.

나는 구멍의 남은 시간을 체크하고는 옆에 서 있던 박진희와 박선희에게 부탁했다.

“그… 미안한데, 3분 정도만 자리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저희는 떨어져 있을게요.”

두 사람은 바로 내 말을 이해해준 뒤 나는 바로 한봄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한봄에게 한 말은 두 여자에게 했던 말과 비슷했다.

지금 두려움도 언젠가 익숙해질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행히 한봄은 금세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정하기 시작했다.

“후우… 고마워요. 아저씨.”

“뭘요. 자, 빨리 진짜 하연이 찾으러 가죠.”

“히히, 네.”

그렇게 한봄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

한여름은 앞에서 허겁지겁 달려가는 민하연을 쫓으며 속으로 절망하기 시작했다.

‘아, 안돼. 이대로는 진짜 클리어할지도 몰라!’

=====

0:41:15

생존자 : 7명

[죽음의 눈], [죽음의 코], [죽음의 귀], [죽음의 환청]

당신은 현재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구멍에 있습니다. 붕괴까지 남은 시간 1분 15초.

=====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른 관점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파티원은 아직도 40분이나 남았냐고 불안에 떨었지만, 한여름은 이제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입장에서 이 보스전은 깨도 문제이고 깨지 않아도 문제였다.

‘씨발 이러다가 진짜 깨자마자 다음 층 가는 거 아냐? 안돼! 그, 그것만큼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민하연을 쫓고 있을 때, 저 멀리 출구의 존재를 알리는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민하연은 출구의 위치를 파악한 뒤에 멈춰 선 뒤에 고개를 살며시 돌려서 한여름과 손혜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최대한 조용히 걸어가요. 그리고 이제부터 최대한 대화는 줄일게요.”

“네.”

구멍 붕괴까지 남은 시간은 40초.

천천히 간다면 크게 문제가 없는 거리였다.

하지만 한여름은 지금 당장 구멍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상태였었다.

‘지… 지금이 기회겠지?’

한여름은 지금까지 위층을 올라가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무수히 떠올리며 생각했다.

하지만 성수호의 계약에 묶인 상태로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그나마 그가 계획한 게 있다면 딱 한 가지였다.

‘그래…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거뿐이야.’

한여름은 민하연과 손혜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인벤토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래,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해.’

선두에 있던 민하연이 구멍 밖을 빼꼼 쳐다보더니, 조용히 손짓으로 나오라고 신호를 주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신중을 기하며 밖으로 나왔고, 민하연과 손혜은은 나오자마자 조용히 다른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여름이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구멍은 에너지를 다 쓴 것처럼 천장에서 벽돌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면 될 거야.’

벽돌이 겹겹이 쌓이며 막히는 구멍 안에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두 개의 반원 아이템이 어둠 속에 파묻히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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