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33 333화 위그드라실 (3-42)
나는 민하연과 한봄을 따로 객실로 불러서 아까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당연히 루시엔에 관한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
그거 말하면 정말 귀찮아질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혹시 몰라서 마을 밖을 확인해봤고, 우연히 몬스터를 발견해서 잡았다는 식으로 설명해줬다.
내 말을 듣고 민하연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우연인가? 속담이랑 비슷한 상황이네.”
사실 여기서 의도한 바와는 다르겠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은 이곳에서도 통용된다는 이야기였다.
분명 힌트를 얻었고, 해결했지만 마냥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사시사철 주위를 경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네.”
낮과 밤, 그리고 모든 환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세상.
낮이라고 안전하지 않고, 밤이라고 조용하다는 법이 없는 세상.
그걸 몸소 깨달을 수 있는 곳이 바로 1층이었다.
그렇게 민하연의 말에 공감하는 중에 한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까 걘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거지?”
“아… 한여름?”
“응.”
내가 증표를 찾고, 내일 당장 출발하자는 말을 하자 한여름의 표정을 절망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대강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아마 회귀 지점이 변화되는 것 때문 아닐까?”
“아… 하긴 언니랑 아저씨도 올라오고 나서 바뀌었다고 그랬지?”
한봄은 그저 회귀만 경험한 터라 회귀 지점이 바뀌는 건 경험하지 못한 상태였었다.
사실 오늘 이렇게 내 객실에 모인 이유는 아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뿐만은 아니었다.
바로 진행에 관한 주제.
“…다음층 진행할까?”
다음 층으로 진행하냐 마냐에 관한 이야기를 위해서 모인 것이었다.
민하연의 말에 나를 포함 한봄도 선뜻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나야 속 시원하게 ‘가자!’라고 외칠 수 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지금까지 잘 쌓아왔던 내 이미지를 깎는 행동일 뿐이었다.
설득을 해야 한다.
두 사람에게 가야 하는 명분을 만들어줘야 했다.
망설임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민하연과 한봄이 내게 시선이 쏠리자, 나는 계속 말을 이어서 했다.
“만약 다음 층에 갔는데, 정말 그 부분에서 고정되고, 재수 없게 한여름만 회귀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
“….”
“하지만 여기서 또 회귀한다면… 한봄 씨 혼자 고생할 거 아냐.”
“아….”
민하연은 내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한봄은 당황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 나는 괜찮은데….”
“괜찮긴…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면 모를까 나도 여러 번 겪으니까 힘들더라.”
“….”
회귀라는 게 좋긴 하지만, 자기가 의도해서 회귀하는 게 아닌 강제로 끌려다니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의 기억이 계속 초기화된다면 더욱더….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마무리되었다.
“앞으로 진행하자.”
내 말에 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를 다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까지는 불안해했지만, 결국 그 불안이 계속 머문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회귀 자체가 내가 컨트롤하는 것이지만, 두 사람은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괜히 좀 더 여유를 가지자고 했다가 오히려 봄이까지 우리랑 같이 휩쓸리면… 결국 우리 모두 다 기억을 잃는 거니까.”
“응… 나도 그건 싫어.”
그렇게 두 사람을 설득 시키고,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보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누가 할까?”
“어제 언니가 했으니까, 오늘은 내가 하면 안 돼?”
“….”
내 하복부는 행복하지만, 언젠가 분명 복상사하지 않을까 싶은 밤이었다.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열쇠가 있더라도 결국 중앙 마을에 들렀다가 다시 던전에 진입해야 해서 오랜 시간 진행할 것을 고려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만 여기서 고민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이제 제발 그만해! 이제 주황색 경고도 없어졌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한여름의 포박에 관한 문제였었다.
한여름의 머리에 있던 주황색 경고 보석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었다.
분명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고, 주황색 표식이 사라졌다면 굳이 묶을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전적으로 여자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녀들이 불안했기 때문에 포박하자는 의견을 냈던 것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삼인방은 따로 의견을 조율하고는 우리에게 와서 결과를 이야기해줬다.
“일단 이번에는 포박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후우….”
한여름은 세 여자가 말한 결과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삼인방이 허락했다면 내가 나서서 굳이 억지로 묶을 이유도 없었다.
삼인방은 슬슬 한여름을 질질 끌고 다니는 것보다 빨리 진행하는 게 더 이롭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나는 한여름을 보면서 간단하게 명령을 내렸다.
“야, 던전 들어가서 허튼짓하지 말고 우리 뒤로 바싹 따라와 알았냐?”
“흥….”
저놈의 콧방귀는….
한여름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날은 오늘까지였다.
내일 낮이 되면 계약도 만료가 될 것이고, 나는 계약에 따라서 내가 가진 보석들을 한여름에게 넘겨줘야 한다.
나는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보석들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흐흐… 내가 진짜 보물을 건네주마.’
내가 인벤토리를 보며 웃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가 내 등을 툭툭 쳐댔다.
뭔가 싶어서 뒤를 돌아서 확인해보는 박선희였다.
“저희 준비 다 끝났어요.”
“네, 기다리시면 저희 쪽도 준비 끝나는 대로 말씀드릴게요.”
민하연과 한봄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인벤토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던전 자체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워낙 꼼꼼한 것을 좋아하는 여자들이다 보니 실수 없이 확인하려고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민하연과 한봄을 보며 웃고 있을 때, 옆에서 박선희가 툴툴거리며 입을 열었다.
“너무 대우가 다른데요?”
“네?”
“저도 좀 신경 써주세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박선희는 ‘우리’가 아닌, ‘저’라는 단수로 표현하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삼인방과 선을 긋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떠나서 박선희가 갑자기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하하하…. 저 두 사람이랑 우연히 팀을 자주 해서 그렇지, 여러분들도 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흐응…. 너무 티 나게 차별하시잖아요. 섭섭해요.”
박선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내 마음속에 있는 바람기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주의할게요.”
박선희도 여자는 여자네….
언젠가 박선희가 먼저 들이밀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삼인방은 회귀 전에 한차례 내게 유혹을 걸어왔던 전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회차는 이런저런 사건이 복합적으로 일어나서 그런지 내게 접근할 타이밍이 없어서 그동안 조용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죄송하면 하나 부탁해도 돼요?”
“네, 말씀하세요.”
“다음 층에 안전하게 도착하면 따로 비싼 밥 사주시면 안 돼요?”
박선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그래도 전처럼 협박성을 내지르지는 않네.’
[아마 그건 무리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일 겁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때도 나름 괜찮았는데.’
전회차에서 박선희는 한봄과 하는 모습을 가지고 민하연에게 말하겠다고 협박성 멘트를 날리며 다가왔었다.
사실 말이 협박이지 결국 본심은 나를 유혹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시츄에이션 중의 하나였었다.
박선희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당돌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일단 이번 회차는 바빠서 신경 못 썼지만, 역시 신경 써주는 게 좋겠지?’
[종속이 걸려있는 여성은 어떤 경우든 수호 님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 그럼 그거 어때?’
[…?]
나는 내가 생각한 것을 아르모니아에게 말했고, 아르모니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서 대답했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인원수 제약 같은 거 없어?’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한번 계약하면 파기는 불가능합니다.]
‘어차피 우리 쪽에서 뭔가 해줘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습니다.]
‘좋아….’
그렇게 아르모니아와의 대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박선희에게 말했다.
“네, 약속할게요. 비싼 거로 사드리죠.”
“오호. 기대할게요.”
나를 향해 해맑게 웃는 박선희를 보면서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박선희 씨.”
“네.”
“혹시 제가 외부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 아시나요?”
..
..
나는 그 후에 박선희뿐만 아니라. 손혜은, 박진희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왠지… 수호 씨 엄청 세더라.”
“하긴 활도 민하연 씨보다 잘 쏘고, 거기다 이상한 능력도 팍팍 쓰길래 그렇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해주시는 거예요?”
내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세 사람에게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여러분들도 저처럼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갈 수 있어요.”
“그… 그렇겠죠?”
“괜찮으시다면 제가 소속되어 있는 곳에 소속하는 게 어떤가 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나는 민하연과 한봄을 꼬셨을 때와 비슷하게 이야기를 주도했다.
일단 실력과 마음가짐이 검증이 된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을 NTL 코퍼레이션 소속으로 둔다면 관리가 편해질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삼인방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야 고맙죠.”
“생각해보면 여기도 강제로 끌려왔는데, 수호 씨가 거쳐왔던 세계에 가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그녀들에게는 손해가 없다는 것을 상기 시켜준 것이 그녀들의 설득을 금세 끌어낼 수 있는 요인이 되었었다.
그렇게 그녀들에게 간단한 사원증을 만들어준 뒤였다.
손혜은이 내게 몸을 밀착하더니, 흥얼거리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번 도움만 받아서 죄송한데요?”
“하하, 괜찮아요. 저도 매번 도움받았잖아요.”
“후후… 다음 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시간 내주세요. 밥 한 끼 쏠게요.”
“하하… 감사합니다.”
“저, 저도….”
이 삼인방과 다니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회귀를 거쳐도 다가오는 방식이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박선희가 먼저 저돌적으로 다가오면 그 뒤에 손혜은이 자극받아서 움직이고, 그 뒤에는 박진희가 소심하게 다가오는 것.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과적으로 자기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았다.
‘회귀자가 왜 씹사기인지 알겠네.’
[하지만 그만큼 변수를 정확히 재지 못하면 더 위험한 상황에 몰리는 것 같습니다.]
‘한여름처럼?’
나는 그렇게 통신으로 말하며 속으로 웃었다.
한여름은 너무 단순해서 회귀자가 자기 말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거기다 변수가 생겨도 그 변수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회귀는 절대적인 능력이지만, 너무 허접한 자에게 능력이 주어진 결과였다.
그렇게 삼인방의 일도 마무리되자 저 멀리서 민하연과 한봄이 내가 있을 곳으로 와서 말했다.
“저희는 준비가 다 됐어요. 세 분도 준비됐나요?”
“네, 다 했어요.”
“자, 그럼 슬슬 출발할까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지하 수호 입구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는 내내 민하연은 내 옆에 달라붙어서 어 옆구리를 쿡쿡 찔렀고, 한봄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지하 수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한봄이 하늘을 보면서 우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흐아… 또 태양이 그리워지겠네요.”
한봄은 특히나 습한 곳에 적응을 못 해서 그런지 더욱더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한봄을 보면서 민하연이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끝날 거야. 힘내자.”
“응.”
그렇게 두 사람은 격려의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애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붕 떠서 혼자 서 있는 녀석.
‘한여름… 진짜 상태 왜 저러냐?’
포박당하지 않고 있음에도 진짜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이면 계약이 마무리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저렇게 불안해하는지 의문이었다.
‘어차피 이번 회차에 층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겠지?’
[아무리 빨리 진행한다고 해도 중앙 마을을 경유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한여름은 층을 오르기 전에 자살할 것입니다.]
‘하… 진짜 아깝다.’
이번 회차는 진짜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회차였었다.
그 말은 한여름에게는 진짜 최악의 결과를 낸 회차였다는 의미였었다.
한여름과 나는 완벽한 대칭점이었다.
어느 한쪽이 플러스가 되면 한쪽이 마이너스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존재.
그렇게 한여름과 더러운 시선을 교환하는 중에 한여름이 갑자기 내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야, 내일이면 끝나는 거 알지?”
“알아.”
“어차피 던전 들어갈 거 지금 주면 안 되냐? 계약은 어차피 유지 될 거 아냐. 그냥 가지고만 있을게.”
한여름의 목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촬영용 보석.
만약 내가 명령한다면 그 보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여름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한여름에게 보석을 넘겨주면서 말했다.
“좋아.”
“지, 진짜 주는 거야?”
“난 약속은 지킨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보석 한 무더기를 한여름에게 건네줬다.
한여름은 내가 건네준 보석을 받더니,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흐….”
“도대체 그놈의 보석이 뭔지…. 아까 말했다시피 계약 끝날 때까지 그거, 네 소유 아냐.”
“알았어. 알았다고.”
한여름이 기분이 좋으니까, 내 기분이 다운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기간 늘려놓을걸….’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어차피 한여름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을 테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보석 내용 보는 한여름의 표정을 보고 싶네.’
나는 한여름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몰래 실실 웃으며 다른 멤버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들어가죠.”
한여름을 포함해서 다들 내 말에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 같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던전 내부로 전송되면서 화려한 빛이 우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이 거둬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 그럼 가볼…. 뭐야? 여기 어디야?”
분명 지하수로였다.
하지만 던전 내부는 내가 익히 기억하고 있던 던전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다.
분명 처음 들어올 때라면 뒤가 막혀 있는 일직선 통행로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곳은 사방이 뚫려 있는 공터였었다.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어디야?”
“선희 씨, 오른쪽 마을에서 진입하셨을 때도 이런 모양이었나요?”
“아, 아뇨! 그때는 그냥 뒤가 막혀 있는 일직선 터널이었어요.”
지금까지 던전 진입은 지하수로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뒤가 막혀 있는 터널이 있는 장소로 이동되는 방식이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방이 어두운 공간으로 뒤덮인 공터였었다.
다만 목소리가 전부 울리는 탓에 지하수로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들 당황하는 사이에 공터 중앙에 갑자기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악!
“뭐, 뭐야?”
다들 당황하는 사이에 초록색 빛이 점점 사그라들었고, 공터 중앙에는 사람 크기의 거대한 초록색 보석이 놓여 있었다.
매혹적인 매력을 띄는 보석임에도 다들 보석에서 거리를 두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거리를 벌리자, 보석 위에 갑자기 숫자가 띄워졌다.
24:00:00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석 위에 숫자를 보고 있을 때, 내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타이머?”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23:59:57
확실하다. 타이머였다.
그리고 그 타이머가 작동되는 순간 저 멀리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끄에에에…. 끼에엑!
분명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었다.
“다들 준비해요! 뭔가 오고 있어요!”
지금 우리에게 몬스터가…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의 몬스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