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331화 (332/898)

EP.331 331화 위그드라실 (3-40)

“혹시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루시엔의 행동을 보며 그녀와 좀 더 할 수 있겠다는 상쾌한 기분과 함께 의문도 같이 품어졌다.

‘뭘까?’

[아마 임무랑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혹시 나랑 같이 더 있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

왜 침묵하죠? 나랑 같이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

아르모니아는 내 희망 회로에 재를 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갑자기 행동을 변화하는 것을 보면 임무와 연관되었으리라 추측합니다.]

‘나랑 같이 있고 싶은 연관은….’

[너무 긴 침묵은 좋지 않습니다.]

‘….’

내 말을 무시하고 빨리 진행하라는 아르모니아의 닦달에 나는 적당히 밀고 당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 때문이신가요?”

“이 주변에 레드 소환사가 많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뭐랄까 교묘하게 내 질문에 말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쯧… 안 되겠다 적당히 맞장구 쳐줘야겠다.’

괜히 말 돌리면서 대화를 길게 끌어보려다가 오히려 적대심만 부추길 가능성이 컸다.

“하긴 저도 예전에 레드 소환사가 적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을 사이사이에 레드 소환사도 넘쳐나고 중앙 마을도 위층에서 내려온 소환사들로 가득하죠.”

“흠….”

“이왕 가시는 거면 던전을 경유해가시는 게 어떠신가요?”

일단 나는 그녀가 호의를 느낄 수 있는 조언을 내미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그녀가 나와 적도 아니었고,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위층에서 내려온 존재에게 호감을 사는 일이 되는 거니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오히려 독특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저희는 던전 입장이 불가능합니다.”

“엥? 정말요?”

“네, 그렇습니다.”

내 물음은 앞에 있은 루시엔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도 묻는 것이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ㅇㅇ 위그드라실에서 태어난 주민들은 던전 못 들어감.

“왜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뭐, 대충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냥 못 들어간다고만 알면 돼.

“…?”

공략에 힌트처럼 말해줄 수 없는 게 아니라, 말하기 싫어하는 분위기였다.

게꼬수는 입만 뚫리면 신나서 이야기하는 양반인데, 저렇게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더는 몰아붙이지 않았다.

나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루시엔에게 말했다.

“그럼 더 조심해야겠네요. 최근에는 줄어든 거 같지만, 그래도 조심은 하셔야 할 거 같아요.”

“…? 줄어든 이유를 아십니까?”

“아… 제가 본거지 한번 쑥대밭 만든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건지 잘 안 보이더라고요.”

“….”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 사기꾼 새끼

“사기꾸우운? 전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뻥은 아니었다. 진짜 내가 쓸어버리긴 했으니까.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ㅋ인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세계 녀석들이나 참 재미있네.

루시엔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는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짧은 침묵 후에 나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단하시군요. 당신의 행동은 길을 헤매는 다른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리고 그중에 한 명이 제가 되겠군요.”

“하하….”

칭찬에 독특한 수식어를 잘 쓰는 인물… 메모….

“혹시 다른 마을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을까요?”

“네, 어려울 거 없죠.”

나는 내가 1층에 올라오고 나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현재 마을의 상태를 대강 알려줬다.

루시엔은 특히 중앙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는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이유가 있었어.”

“…?”

“아무것도 아닙니다. 혼잣말 죄송합니다.”

루시엔은 그렇게 말하며 벤치에서 일어서면서 우아한 각선미를 내게 자랑하며 고개를 숙였다.

“귀찮으셨을 텐데. 제 질문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귀찮긴요. 그러고 보니까, 이제 떠나시는 거 같던데.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아까 말씀해주신 다른 마을에 들를 예정입니다.”

“아하… 위치 아시나요?”

“…제가 1층을 온 것이 처음인지라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럼 제가 알려드릴게요.”

“…배려 감사합니다.”

루시엔은 입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지만, 표정에서는 큰 감정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원래 저런 성격인가 싶었지만, 아마 남자의 배려를 경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루시엔 정도면 분명 다른 소환사들이 꽤 추근댔을 것이다.

그런 남자들에게는 진짜 호의도 있었겠지만, 거짓된 호의도 존재했을 것이다.

나는 루시엔을 오른쪽 마을 방향에 뚫려 있는 출구까지 안내한 뒤 나침반을 보면서 그녀에게 방향을 알려줬다.

“이쪽으로 쭉 가시면 오른쪽 마을, 그리고 저쪽으로 향하면 중앙 마을로 가게 돼요.”

“그럼 일단 중앙마을부터….”

“아, 이왕 둘 다 갈 거라면 오른쪽 마을부터 가는 것을 추천할게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루시엔은 분명 굳게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지만, 그녀의 표정 안에 미세한 의심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바로 그녀에게 입을 열면서 해명했다.

“저희가 오른쪽 마을에서 여기까지 걸어왔거든요. 그런데 오면서 그사이에 레드 소환사를 못 봤어요.”

이왕이면 검증된 구간부터 통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였다.

“보니까, 오른쪽 마을은 밤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거 같았어요. 저희는 몰라도 루시엔 씨라면 그쪽에서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추천했어요.”

“…그렇군요.”

거짓은 아니었다.

이왕 알려주는 거 최대한 상세하고, 안전한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유는 심플하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올? 벌써 꼬시는 거임? ㅋㅋㅋㅋㅋ

“헐… 어떻게 아셨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니…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미친놈아 ㅋㅋㅋㅋㅋ

솔직히 내가 한 말은 진담 반, 농담 반이 섞인 말이었다.

“지금은 불가능하고요. 혹시 또 만날지 모르잖아요. 나중에 만날 걸 생각하면 일단 도와주는 게 무조건 답이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쟨 불가능. 외모만 따지면 니가 먹은 애들도 만만치 않지만, 이 엘프는 철통보지임.

“….”

당신… 하연한테도 그 말 했거든?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해도 이 양반이 믿어줄 리 만무했다.

회귀 전에 했던 말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양반 말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일단 지금 만나는 짧은 시간으로는 절대 꼬실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일단 게꼬수가 저렇게 말한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이다.

‘회귀… 할까?’

[그건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다고 해도 저 엘프는 이 시점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회귀한다는 건 너무 시간 낭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

[그녀는 지금 한여름과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겠죠….

아르모니아도 평소에 내가 여자에게 눈을 돌려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는 편이었다.

하짐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유가 넘쳐나거나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 루시엔이라는 여자는 타겟도 아니고, 도움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오케이. 이 여자는 일단 넘길게. 그래도 볼 건 봐야겠지?’

[알겠습니다. 기질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루시엔의 머리 뒤에 기질창이 둥둥 뜨기 시작했다.

=====

이름 : 루시엔 룩스솔리스

-기질-

[무술], [원칙주의자], [정의로움], [헌신적], [높은 추진력], [고지식]….

무술 하위 라인

[검술 32], [궁술 25]….

=====

위층에서 내려와서 레벨 저하가 있음에도 무술 레벨이 저 정도라는 건 위층에서 엄청난 실력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내 눈에는 실력 못지않게 다른 성격적 기질도 눈에 들어왔다.

‘와, 엄청난 여자다….’

[그동안 보여줬던 행동은 거짓이 아닌, 내면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따먹고 싶다. 회귀하고 싶어졌어.’

[….]

농담이 아니라, 저렇게 기질창을 보니까 더욱더 열의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예전에 귀족녀들도 그렇고, 삼인방도 그렇고 그녀들도 주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괜찮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진짜 사랑하는 여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벽이었다.

꼬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넘어서서, 넘볼 수 없는 벽 같은 여자들.

그런 존재가 바로 내가 지금 사랑하는 여자들이었다.

세상에서 최고의 여자는 외모가 1순위이지만, 그와 더불어서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특히 NTL의 묘미가 그런 벽을 넘어서거나, 허물었을 때의 쾌감이기도 하고.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지금 루시엔에게 나는 그저 지나가는 인간 5정도 되는 위치일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진짜 나중에 먹는다.’

[부디 그때까지 좋은 결과를 계속 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나는 가까스로 한여름 살인 충동(강제 회귀)을 억누르며 루시엔에게 아이템을 건네줬다.

“이것 받으세요.”

“이건?”

나는 여분의 텐트와 식량을 건네주며 말했다.

“보니까, 여기서 여관을 제외하면 상점을 이용하는데 꽤 곤란하셨을 텐데. 텐트랑 식량을 구하셨나요?”

“식량은 여분이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대로 텐트는 없었습니다.”

진짜 거짓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이긴 한 것 같았다.

“가지고 가세요.”

“아닙니다. 이런 호의를 받을 이유가….”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억지로 쥐여주며 말했다.

“어제 식사 대접받았잖아요. 딱히 이걸로 이상한 요구할 생각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

“제가 사는 세상에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냥 지나쳤다가 안 좋은 소식 들으면 제 마음이 안 좋아질 거 같아서 그래요.”

“…그렇군요. 배려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거절하면 억지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 속담을 들먹이니 그게 먹힌 모양이었다.

‘조상님… 당신들의 지혜, 감사합니다. 꼭 봐주십쇼! 부디 나중에는 옷깃을 넘어서서 속살도 스치는 사이로 발전시켜보겠습니다!’

[….]

내가 그렇게 다짐하며 그녀를 배웅을 마무리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이만….”

“잠시만요.”

“네?”

루시엔이 나를 갑자기 멈춰 세우더니, 곰곰이 뭔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나침반을 이용해서 10분 정도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요?”

“어… 그러죠.”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루시엔은 일정한 거리를 안내받아서 더욱더 정확한 방향을 알고 싶다고 설명하며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갑자기 게꼬수가 채팅창으로 웃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기질창을 보면 이상한 짓을 할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10분 정도 걸어가는 것쯤은 전혀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하지만….

‘뭐지? 부탁을 서슴없이 하는 여자는 아닌 거 같았는데….’

[분명 선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의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레나 씨를 출격상태로 준비시키겠습니다.]

‘…응.’

나는 거기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루시엔과 나란히 걷고 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풀 쪽에 소리가 들려왔다.

사사삭!

그 순간이었다.

나란히 걷던 루시엔이 순식간에 활을 들어서 화살을 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수풀 속에서 정체 모를 몬스터가 화살에 맞은 소리와 함께 고막을 찌르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파악! 끼에엑!

명중했다.

‘역시 엘프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맞추네.’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루시엔이 몸을 돌려서 내게 말했다.

“몬스터가 나온 마당에 더 이상 배려를 받았다가는 민폐를 끼칠 수 있겠군요.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 좀 더 도와드릴게요.”

아까 10분 정도라고 했지만, 아직 2~3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갑자기 저렇게 말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가시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아하….”

“언젠가 뵌다면 받았던 배려에 대한 보상을 꼭 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루시엔은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서 발 빠르게 자리를 이탈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더니 또 게꼬수가 웃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래요? 뭐가 웃겨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 아무것도 아님.

“…뭐지?”

나는 그런 루시엔의 뒤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수풀 뒤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뒤 돌아갈 준비를 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엥? 그냥 가려고?

“…? 그럼 뭐해요? 여기서 딸 쳐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으아아앙!! 쳐줘!! 딸쳐!!! 딸딸딸!

…빈말인데, 진심으로 듣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마을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진짜 가려고?

“…?”

뭔가 싶었다. 딸딸이에 잠시 현혹되어서 흥분했을 때와 다른 느낌의 채팅이었다.

뭔가 아쉬워하는 느낌?

‘…그러고 보니까 아까 몬스터 잡았지?’

나는 뭔가 쎄한 느낌을 받으며 아까 잡았던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오밤중에 수풀 사이에서 죽은 것이라 찾는 애를 먹었지만, 아까 들렸던 소리를 추측해서 몬스터가 죽었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몬스터가 아닌, 땅에 꽂혀 있는 화살이었다.

이미 몬스터는 죽어서 형체가 사라진 상태였었다.

하지만 몬스터가 떨어트린 것으로 추측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아이템은….

“…찾았다.”

증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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