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29 329화 위그드라실 (3-38)
나는 나침반을 몇 차례 확인한 뒤, 뒤를 돌아서 파티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일단 이쪽으로 가보죠.”
내가 가리키는 방향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과 달랐다.
당연하지만 나침반의 가리키는 방향은 중앙 마을이었다.
분명 우리가 초기에 알아낸 사실은 마을의 형태가 삼각형 구도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는 건….
“처음 마을 쪽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60도를 틀어서 진행한다면 도착한다는 이야기지.”
굳이 정확할 필요는 없었다.
마을 근처에 가까워지게 되면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게 된다.
가령 나무와 수풀이 높낮이가 달라지고, 사람이 다니는 길목이 눈에 띄게 된다.
무엇보다 길을 잃어도 나침반이 있는 한 이미 방문한 마을은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갈 걸 그랬네요.”
박선희의 말대로 그랬다면 훨씬 효율적인 구성이 됐을 것이다.
우리가 왼쪽 마을로 갔다면 삼인방이 이미 방문한 오른쪽 마을을 올 때 그녀들의 나침반을 이용하면 됐을 테니까.
“이것도 경험이죠. 이런 사소한 것에서 경험을 쌓아야 나중에 큰 실수를 안 하죠.”
사소한 실수야말로 인생을 거쳐 갈 때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다.
“자, 다들 다시 오지 않게끔 다 챙기셨나요?”
다들 민하연의 말에 인벤토리를 보며 확인을 시작했고, 얼마 후 그녀를 보며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출발하죠.”
..
..
“와… 진짜 좋다.”
“그러게, 한국에서 이런 곳은 없잖아.”
“있어도 못 가겠지?”
다들 숲으로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의 긴장감은 금세 사라졌다.
발자취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삼인방은 지하 수로가 아닌 숲으로 온 것에 후회하는 모습을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던전의 메케한 냄새와 답답한 풍경.
그에 비해서 숲은 폐에 있는 노폐물이 싹 씻겨 나갈 것 같은 청정한 공기와 쾌청한 하늘이 우리를 반겨줬다.
비교 불가의 영역이었다.
거기다 이곳은 대한민국은커녕 지구상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의 자연, 그 자체를 보관하고 있었다.
불안한 것과 별개로 그런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
한여름은 주변을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서서 사주경계를 하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불안하겠지.’
여기서 유일하게 레드 소환사에게 곤욕을 치른 인물.
전 회차에 엄청난 수모를 겪은 탓에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순탄하게 보리스와 만났긴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내가 중간에 난입하는 바람에 원하는 걸 손에 넣기는커녕 다시 붉은 초승달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포함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헛소리하는 것보다는 저렇게 불안해 떨면서 사주경계 해주니까 편하네.’
그렇게 우리는 한여름의 사주경계를 받으며 마을로 진행할 수 있었다.
첫날은 주변 풍경을 보는 것과 동시에 조심하며 이동했던 것과 달리 둘째 날은 다들 빠르게 이동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는지 발걸음 속도를 높여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안전지대가 있었긴 하지만, 결국 누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다들 빨리 마을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으로 서둘러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저기 마을 맞죠!?”
“네, 맞는 거 같아요. 빨리 가죠!”
사흘이 걸릴만한 거리를 이틀 만에 주파한 것이었다.
이미 자취를 감춘 태양이 아닌,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이 우리를 마을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을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사사삭! 사사사삭!!
“꺄아아악!”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이동 소리에 다들 혼비백산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보인 건….
“뭐지? 돌 굴러가는 소리였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음… 일단 마을 근처에 왔으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진행하죠.”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 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삼인방과 한봄이 손에 랜턴들 들고 주위를 경계했고, 나와 민하연은 활을 들어서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눈에 띄는 건 없었다.
“…? 뭐지? 쉬고 있던 몬스터였나?”
“다행이다. 나는 레드 소환사일까 봐 걱정했어.”
그렇게 간신히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완전히 저물어서 자취를 감춘 상태였었다.
“다행이다. 마을에 불빛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뻔했어.”
“그렇게 어설픈 초저녁이었으면 진짜 지나쳤을 수도 있겠다.”
다들 안도하며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관으로 향하면서 의문이 드는 점이 꽤 있었다.
“사람이 많네?”
소위 우리가 NPC라고 부르는 존재들이 밤중에도 많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생겼고….”
거기다 오른쪽 마을에는 평범한 인간이 돌아다녔다면 왼쪽 마을 주민은 인종이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너무 뚫어지게 보지는 말아요. 괜히 시비 붙을 수도 있겠어요.”
“네.”
여관을 찾을 때까지 시선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큰 시비가 붙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관 주인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머, 손님이네? 진짜 오랜만이구만.”
“혹시 방 있나요?”
“그럼, 넘쳐나서 문제일 정도지.”
우리는 바로 방으로 안내받고는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 여기 징표 얻는 방법 아시나요?”
“징표에 대해서 아는 거 보니까, 이미 다른 마을에서 왔나보구만. 그럼 알겠지만,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없네.”
사실 다들 어떤 대답이 나올지 알고 있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여관 주인도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의 대답만 해줄 뿐이었다.
“예전에는 징표를 구해서 파는 소환사들도 많았는데, 지금은 직접 구해야할 거야.”
“혹시 오래 걸려요?”
“음… 간혹 오래 걸리는 사람 중에는 여기서 한 달 이상 머물기도 했었지, 아마?”
다들 한 달이라는 말에 기겁하며 여관 주인을 쳐다봤다.
하지만 여관 주인은 금세 손을 휘휘 저으며 웃었다.
“그야 오래 있었을 때의 이야기지. 그냥 여기가 편하다가 눌러앉는 녀석들 말이야.. 내 입장에서는 그런 녀석들이 돈이 돼서 기억에 남는 것뿐이고.”
“아하….”
“뭐, 그것도 예전 이야기네.”
“그럼 혹시 하나 더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 마을 사람들이 이상하던데요. 왜 그런 거예요?”
민하연의 질문에 여관 주인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상할 거 없어 당신들 입장에서는 밤의 주민들도 결국 위그드라실의 주민이나 마찬가지니까.”
“밤의… 주민?”
“자세한 이야기는 내가 할 수 없는 처지이지만, 지금 자네들이 있는 이 마을은 밤에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되네.”
심플하게 밤, 낮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낮처럼 돌아다니는 존재들이 많았으니까.
“이 마을에 소환사가 들어온 지 오래돼서 신기한 것 뿐일 거야. 그 녀석들도 평범한 마을 사람 대하듯이 하면 될걸세.”
“아하….”
“그럼, 여기 식사 놓을 테니 원하는 게 있으면 또 시켜주게.”
“네.”
다들 여관 주인의 말에 안도했고, 여관 주인은 우리에게 저녁을 차려준 뒤 떠났다.
다음에 또 뭔가 물어보려면 음식을 더 시키든지 하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그 후 바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일단 사냥이네.”
민하연의 말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자 최고의 수단이었다.
“맞아. 언니 말대로 일단 잡다 보면 분명 힌트가 나올 거야.”
다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다음 날을 위해서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취침했다.
..
..
나는 저물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제대로 된 대답을 못 한 채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잡았다.
그것도 나와 민하연이 작정하고 나서서 씨를 말릴 각오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순식간에 처치해버렸다.
그런데도 원하는 아이템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살짝 의기소침해진 상태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신기한 눈으로 거리를 보기 시작했다.
“와… 진짜네. 낮에 사람 하나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밤에는 엄청나게 돌아다니네.”
박선희의 말대로 아까 점심때까지는 버려진 마을처럼 조용했던 마을이 저녁이 되니 좌판을 깔고는 장사를 하는 존재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주민들도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며 식료품을 사는 존재들로 가득했다.
다들 그렇게 신기한 눈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목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뭔가 독특한 몬스터라도 있으면 잡겠는데, 다 이미 봐왔던 녀석들이었어.”
“그러게… 아예 싸그리 없앴잖아. 저번처럼 뭔가 독특한 녀석이 나온 것도 아니고….”
이번에는 저번 마을에서 봤던 새 모양의 몬스터처럼 독특한 형태와 행동을 보이는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힌트 없이 진행하려고 하니, 다들 다시 불확실성에 중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마을 주변에 다른 던전 같은 거 없을까?”
“이번에야말로 채집으로 얻는 거 아닐까?”
“혹시 멀리 있나?”
다들 자기 의견을 내면서 서로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그나마 유효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 바로 한봄이었다.
“일단 각자 돌아다녀 볼까요? 혹시 마을 주민 말고 다른 소환사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봄이 말대로 각자 흩어져서 찾아봐요.”
“네.”
다들 그렇게 대답한 뒤 무리를 지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삼인방은 평소대로 세 명이 그룹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나를 포함한 네 명이 같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중에 내 눈에 띄는 녀석이 보였다.
‘…저 새끼는 굳이 없어도 될 거 같은데.’
한여름은 아까 사냥에서도 그렇고 전투에 쥐뿔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알아서 싸우라는 식으로 명령했더니, 한여름은 계속 내 시야를 방해하며 오히려 사냥을 방해할 뿐이었다.
고의라면 쓰레기이고, 실수라면 멍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오늘 별 성과가 없자 기분 좋게 웃기까지 했었다.
지금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것도 내가 명령하는 게 아닌, 내가 혹시라도 민하연이나 한봄에게 하는 짓을 감시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여름이 내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걸 보고 싶나 봐.’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흐흐흐….’
[….]
나는 바로 한여름과 한봄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나눠서 진행하죠. 여기는 대부분 상점이 건물이 아니라 좌판 형식이니, 효율만 따지면 또 나누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네.”
“….”
한봄의 시원한 대답과 다르게 한여름은 인상을 구기며 나를 미덥지 않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여름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였다.
“야, 괜한 허튼짓 하지 말고 조용히 한봄 씨나 따라다녀 알았지?”
“뭐? 내가 왜….”
“입 다물고.”
“….”
“여동생이 밤길 돌아다니는데, 옆에서 조용히 지켜주라는 의미야 알았지?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우리 여름이.”
“으드드득!”
이빨 나가겠다. 이놈아.
한여름은 내 명령을 듣자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아니라, 샷건에 맞은 것처럼 박살 나는 표정을 시원하게 보여줬다.
내 명령이 담긴 속삭임을 들은 한여름은 얌전히 한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한여름의 시선은 한봄이 아니라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 민하연과 같이 있는 나를 본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침, 내 옆에 서 있던 민하연은 노점상 주인과 대화하고 있었다.
“혹시 증표 얻는 법 아시나요?”
“…그건 포인트를 줘도 알려줄 수가 없어. 우리는 당신들 사정에 끼어들 권한이 없거든.”
“후우….”
민하연의 아쉬운 한숨, 그리고….
몰캉.
“…!”
“응? 왜 그러나? 뭐 사려고?”
“아, 아니… 그… 구, 구경 좀 할게요.”
“뭐… 쓸데없이 만져서 상품 가치만 떨어뜨리지만 말게.”
“네… 흐으….”
나는 그녀의 당황스러운 시선을 무시하고 노점상 주인이 보이지 않는 시선에서 엉덩이를 계속 주물러줬다.
‘…유레카.’
[전혀 상관없는 단어입니다.]
‘분위기 깨긴….’
나는 민하연의 엉덩이를 열심히 주무르면서 뒤를 힐끗 돌아봤다.
악귀다.
한여름의 표정이 한편의 공포 영화에서 나올 법한 악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민하연의 튼실한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을 때, 게꼬수가 채팅창으로 웃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미친놈이냐? 갑자기 왜 엉덩이를 주물러.
“한여름 보여주려고 그러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개 쓰레기 ㅋㅋㅋㅋㅋㅋ
“쓰레기라뇨. 저 보세요. 얼마나 자비롭습니까?”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뭐요? 자비라는 단어의 뜻이 바뀌기라도 했나?
“섹스씬은 못 보여줘도 이렇게 만지는 거 보여줘서 대리만족 시켜주잖아요. 먹방 같은 거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너는 내가 아는 한 역대급 쓰레기인 듯 ㅋㅋㅋㅋㅋㅋ
게꼬수의 심한 말에도 내 입에서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한여름의 굴욕적인 표정을 디저트 삼아서 민하연의 엉덩이를 즐겁게 주물러줬다.
특히 근래에 삼인방과 같이 다니느라 눈치를 본 것도 있고, 층을 오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섹스는커녕 제대로 된 스킨쉽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탓에 민하연도 지금 당장 내 손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민하연은 오히려 내가 만지는 것보다 주위에서 혹시라도 이 상황을 들킬까 싶어서 걱정하는 눈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유명인으로 지낸 탓에 주변에 사람이 있는 곳에서 이런 외설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에 오히려 죄악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걱정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마을과 다르게 왼쪽 마을은 밤에도 주민들이 꽤 돌아다니고 있었고, 주민 중에 몇몇이 우리를 보고 속닥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요즘 소환사들은 예의가….)
(대낮도 아니고, 밤중에 저런 짓을 하다니… 애들 보면 어쩌려고….)
대낮에는 되나요?
이상한 대사가 있어 보였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내 눈에는 한여름의 악귀 같은 표정과 민하연의 수치스러운 표정뿐이었다.
나는 청바지를 입고 있는 민하연의 고간 사이로 손을 넣기 시작했다.
“자, 잠깐… 보, 보고 있어….”
“조금만 더 만질게.”
내가 그렇게 강하게 어필하며 민하연의 고간 사이로 손가락을 침입하는 순간이었다.
파악!
“커엇!”
그녀의 고간을 침입하던 손가락은 엄청난 외부력에 의해서 당겨지며 실패했다.
그리고 내 손목에는 엄청난 압력과 함께 민하연의 엉덩이에서 떨어져서 그녀의 엉덩이를 향해 불쌍하게 까딱거릴 뿐이었다.
‘씨발 설마 한여름 이 새끼가?’
지금, 이 순간 내 손목을 당길만한 사람, 내가 아는 한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 성희롱을 막은 죄를 단단히 물을 생각으로 내 손목을 잡은 존재를 보는 순간이었다.
하얀빛이 감도는 피부, 얇은 손가락, 그리고 이어지는 얇은 팔… 그리고… 이어지는….
‘…유레카.’
[지금은 단어에 맞게 사용한 것 같습니다.]
삐쭉 튀어나온 기다란 귀.
“그대가 한 행동을 뒤에서 지켜봤다. 여성의 중요 부위를 함부로 만지다니 수치스러운 줄 알아라.”
진짜… 진짜 엘프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