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17 317화 위그드라실 (3-26)
찌걱… 찌걱… 찌걱….
“하앙… 성수호… 나쁜 새끼… 나중에 두고 봐… 하앙!”
한여름의 뒤통수에서는 민하연의 신음이 흘러 들어왔고.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하앙! 아, 아저씨! 좋아! 이거 너무 좋아!”
저 멀리 있는 텐트 안에서는 한봄이 동굴의 내부를 울릴 정도의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전부 여과 없이 깨끗한 음질로 모든 것을 감상하고 있었다.
└우리는 민하연의 자위도, 한봄의 섹스도 너무나도 바랐던 사람들이야.
그야말로 한편의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행복할 수 없었다.
└그런데… 씨발 이런 식은 아니라고.
한봄은 철천지원수에게 따먹히는 중이고, 민하연은 두 사람의 섹스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하고 있었다.
한여름에게 절망적인 상황.
그리고 그런 한여름에게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건 그의 채널을 보는 존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진짜 고맙다. 내 평생 이런 좌절감은 아마 다시는 맛보지 못할 거 같다.
└좌절은 나를 성장시킨다! 무, 무소윳!
└저놈의 무소유 ㅋㅋㅋㅋㅋ
한여름의 귓속에는 여인들의 신음이 아름답게 흘러들어왔지만, 그의 눈 앞에는 멸시가 담긴 채팅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씨발 보여주기라도 하라고!
└맞아! 최소한 엿보기는 해줘야 할 거 아냐!
└민하연 때도 그렇고 이 새끼는 엿보는 것도 못 하는 머저리였네.
‘닥쳐! 이 개새끼들이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감히 나한테 저런 말을 해!? 니들도 나중에 가만히 두지 않겠어!’
하지만 그들의 귓속에 한여름의 울분이 쌓인 복수의 다짐이 닿지는 않았다.
만약 닿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한여름이 그들에게 본심을 내뱉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유는 심플했다.
<1만 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병~신~->
<5천 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네토라레 전문 채널->
<2천 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장르가 이렇게 바뀔 수가 있냐? ㅋㅋㅋㅋㅋ>
..
..
말 같지도 않은 멘트로 한여름의 정신을 파괴하고, 거기다 그런 멘트로 후원을 하며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나중에 정상적으로 대화할 수 있더라도 포인트를 주는 녀석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무슨 미션? 뭔데?’
한여름은 귓속에 들려오는 한봄과 민하연의 신음을 견뎌내면서 포인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포인트야! 씨발… 회귀해도 능력치는 계승돼! 능력만 올리면… 미션 내용이…’
<새로운 미션이 등록되었습니다. -민하연이 먼저 임신시키기- 100만 포인트>
<새로운 미션이 등록되었습니다. -한봄이 먼저 임신시키기- 70만 포인트>
└역시 정실은 민하연이지.
└ㅈㄹ ㄴㄴ 한봄 모유 봐봐 이미 모성애가 한가득하여야.
└우리 하연이는 스펙이 달라 스펙이! 가슴의 질이 다르다고!
└그런데 임신의 기준 뭐냐? 임신을 하는 거? 아니면 낳는 거?
└당연히 임신테스트기에 새겨진 두 줄을 먼저 보여주는 게 정석 아닙니까?
└시발 너는 내가 인정한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씨발 새끼들이!!! 감히 나한테 저런 미션을 내걸어!? 죽여 버리겠어! 성수호 죽이고 나서 너희들도 같이 옆에서 죽여주겠어!!!’
한여름이 그렇게 증오가 담긴 복수의 다짐을 하는 중에도 상황은 전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찌걱… 찌걱… 찌걱…!
“흐읏! 하앙… 좋아… 짜증 나… 그런데… 하아앙!”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하아앙! 아, 아저씨! 거기! 깊어! 진짜 좋아앗!”
민하연의 행동도 가뜩이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한봄의 신음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처음이어야 하는 한봄의 행위가 전혀 처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처음 맞나?
└처음이지 않을까? 내가 볼 때는 저 성수호라는 녀석이 개 쩌는 좆을 가지고 있는 듯
└민하연도 처음에 강간당하다가 헐떡인 거 보면 그런 듯?
└내가 볼 때는 몸에서 페로몬이 흘러나오고, 좆에서 미약이 흘러나오는 걸 거야.
└그게 인간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우스도 그런 능력은 없었어 미친놈아 ㅋㅋㅋ
찌걱! 찌걱! 찌걱찌걱찌걱!
“하앙! 하읏! 하아앙! 좋아! 이거 너무 좋아! 아저씨 자지 너무 좋앗!”
“크읏! 한봄 씨는 보지랑 모유 둘 다 맛있네요!”
“그, 그런 표현은! 하으응!”
텐트 안에서는 어느 순간 점액질의 마찰과 동시에 성수호의 모유 빠는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쮸웁, 츄으읍!”
“흐아앙! 가슴 빨면 안 돼! 하아앙! 이상해!”
한봄의 절규 같은 신음이 들여왔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쾌락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여자를 먹어왔지만, 저렇게 쾌락에 쩔어 있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에게 섹스 스킬은 언제나 얼굴이었다.
그의 물건이 만족시키지 못해도 얼굴이 여자의 마음을 만족시켜줬다.
여자의 쾌락을 올려서 정복감을 느끼는 게 아닌, 자기 정액을 자궁에 주입해서 도장 찍는 것으로 만족감을 느끼던 그였다.
정복감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은 한낱 스쳐 지나가는 만족감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달랐다.
그는 한봄의 육체와 정신을 전부 쾌락이라는 욕조에 담가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성수호… 하앙… 거기… 좀 더 깊잇!”
찌걱! 찌걱! 찌걱! 찌걱찌걱찌걱!!
“하으읏! 하아앙! 아저씨! 나 갈 거 같아! 갈 거 같아앗!”
“그럼 맞춰서 싸줄게!”
“안돼! 안에는! 하으앙!”
한봄은 거절의 대사를 뱉었지만, 그 대사의 톤은 쾌락과 허락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봄의 허덕임에 민하연이 중얼거리며 세차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안돼… 사정은 안 돼… 막아야 하는데! 그런데! 하아앙!”
민하연은 말만 막아야 한다고 할 뿐, 자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성수호의 사정 신호를 듣고 나서 더욱더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아앙! 이런 거 처음이야! 하앙! 자위 너무 좋아!!”
정신 나갈 것 같은 분위기에 한여름은 점점 뇌와 하복부가 터질 듯이 혈류가 엉망진창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안돼! 막아! 하연아! 지금 막아야 한다고!! 봄이야! 니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한봄이라고!!!’
어느 순간 한여름의 뇌세포는 파괴되어 단백질 덩어리가 되어 하복부로 흘러갔고, 그의 하복부에 있던 쾌락 덩어리가 그의 머릿속에 휘젓기 시작했다.
그의 발기하는 모습을 본 채널의 존재들은 그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헐… 발기함?
└ㅋㅋㅋㅋㅋㅋㅋㅋ이 새끼 원래 이런 성향이었나 본데?
└훗… 내 가운데 팔의 흑염룡이….
└미친 ㅋㅋㅋㅋㅋ 흑염룡이 아니라, 백탁룡 아님? 하얀 액체 뿌려댈 거잖아 ㅋㅋㅋㅋㅋ
└씨발 우리가 섹스하는 것도 못 보고, 그냥 맨눈으로 남자 새끼 발기하는 걸 봐야 함?
다들 조롱과 더불어서 자책하는 멘트를 날리며 계속 포인트를 후원해줬다.
하지만 포인트의 후원에 한여름에 대한 걱정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포인트의 수치가 그를 더 열받게 만들 뿐이었다.
<1,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이걸로 콘돔 사서 나중에 애들 피임시켜줘->
<1,000포인트 후원해주셨습니다. -3층에 가면 오나홀 같은 것도 팔걸? 너는 포인트나 모아서 그거라도 써라.->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라고! 개새끼들아! 그만해! 그런 식으로 포인트 보낼 거면 그만하라고!!’
고작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 포인트를 주며 한여름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있었다.
노숙자가 아닌 이상, 푼돈에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어떤 인간이든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게 한여름이라면 더욱더.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싼다! 한봄씨! 쌀게요!”
“하아앙! 안돼! 안에는! 하아아앙!”
“크으읏!”
“하아아앙!”
텐트 안에서 퍼지는 두 사람의 강렬한 신음과 함께.
“흐으으읏!”
민하연의 절정에 다다르는 소리가 한여름의 좁은 귓구멍 안으로 동시에 비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두 소리에 섞여 있는 쾌감이 한여름의 신체를 자극했다.
└이것이 무소윳….
└ㅋㅋㅋㅋ그만 좀 해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여름도 무소윳!
└씨발 진짜 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기분 드러운데, 저 새끼 드립 때문에 나가지를 못하겠네 ㅋㅋㅋㅋㅋ
‘씨발!!!!’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뒤통수로 느껴지는 달콤한 여성들의 향기와 대조되는 자기 코앞에 흘러넘치는 역겨운 냄새를….
***
“후우… 후우….”
“흐으… 하으….”
텐트 안에는 두 남녀의 혼이 나간 듯한 숨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봄의 자궁에 내 모든 것을 쏟아 낸 뒤 여운에 잠긴 채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 5분 정도 지난 상태였었다.
전 회차였다면 진작에 자지를 빼내서 다른 체위로 변경하거나, 서로 껴안고 서로 애정을 나누며 속닥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텐트 밖에는 아직 민하연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마무리 짓고 밖에 나가자니 뻘쭘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밖에서 칼칼한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제까지 나 밖에 두려고?”
“어, 언니!”
“흐억!”
다행히 이 뻘쭘한 상황을 종료시켜준 건 다름 아닌 이 상황을 만든 민하연이었다.
나와 한봄은 몸에 묻은 체액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텐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흡사 긴급출동을 나가는 기동대와 같은 속도였다.
민하연은 나와 한봄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도 자야 하거든? 텐트 내 것이라서 또 못 만들더라.”
“하하… 미, 미안.”
“둘 다 만족했어?”
민하연의 당찬 말에 한봄은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부끄러움을 얼굴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작던 얼굴이 터질 듯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으, 응….”
“그래….”
민하연은 한봄의 모습에 절로 미소를 띠고는 내게 말했다.
“일단 오늘은 봄이랑 같이 잘게. 수호야, 너는 따로 텐트 만들어서 자줘.”
“응.”
“…대답 너무 시원한데?”
“일단 자야하니까….”
이런 일을 쿨하게 넘어가면 민하연이 아니지….
민하연은 삐친 표정으로 툴툴거리며 한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주위에 냇가 있으려나? 좀 씻어야겠는데?”
“아 그건!”
“…?”
한봄은 민하연에게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민하연은 커진 눈으로 내게 다가와 묻기 시작했다.
“세척액? 그런 게 있어?”
“아… 연금술에 있지 않을까?”
나는 모르는 척 연금술 리스트를 뒤져보기 시작했고, 금세 한봄이 말했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일단 급하게 한봄에게 쓸 세척액을 만들어서 그녀에게 건네줬다.
“후우… 그냥 좀 씻겨주는 물건인데, 마나가 장난 아니게 들어가네….”
“미, 미안해요….”
“미안하긴!”
민하연이 내게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일갈했다.
“오히려 이걸로 퉁칠 수 있는 거면 완전히 남는 장사 아냐?”
“하하하… 그, 그렇지.”
세상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세척액 하나로 한봄과 잠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그깟 마나 좀 거덜 나면 어떻겠는가.
그건 나도 동감했다.
그렇게 한봄이 세척액을 이용해서 온몸을 깨끗하게 만들자 민하연이 한봄을 살포시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자자. 수호야, 내일 봐.”
“아, 아저씨 내일 흐앗!”
“누가 보면 다시는 못 만날 사이처럼 작별 인사하는 줄 알겠다. 빨리 들어와!”
“어, 언니! 잠깐만!”
민하연은 한봄을 그렇게 와락 끌어안으며 텐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한동안 텐트 안에서 시끌벅적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던 두 사람은 어느새 속닥거리며 희미해진 음색을 퍼트릴 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나는 뒤를 돌아서 한 존재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죽었나?’
나는 조심히 한여름의 상태를 확인했다.
미소와 불쾌감이 동시에 전해지는 장면이었다.
한여름의 눈가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바지 쪽에는 역겨운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나는 민하연과 한봄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를 내었다.
“한여름… 진짜 고맙다. 니 덕분에 내가 진수성찬을 맛보는구나.”
“….”
내 도발에도 한여름의 눈가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텐트를 친 뒤 그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동굴 안에 있던 보석이 촬영이 가능한 보석이라고 했지?”
“….”
“내용은 관심 없어서 보지는 않았는데….”
나는 보석을 만지작거리며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까 한봄이랑 했던 장면 찍어 뒀으니까. 나중에 거래해볼까? 한 10만 포인트면 사고 싶어서 달려들지 않을까? 크흐흐흐….”
나는 비릿하게 웃으며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움찔.
“응? 설마 깼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여름의 상태를 다시 관찰했다.
하지만 내가 착각을 한 건지 한여름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뭐야? 울고 있는 건가?”
눈물이 좀 더 흘러나온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질질 짜냐. 악몽이라도 꾸나.”
나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니가 무슨 악몽을 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중에 진짜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실실 웃으며 텐트로 들어가며 말했다.
“내가 하연이랑 봄이랑 하는 영상 실컷 찍은 다음에 보여주면서 행복하게 해줄 테니까.”
이번에도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을 뿐, 결국 한여름이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