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7 297화 위그드라실 (3-6)
‘그래! 그거야!’
한여름은 처음으로 성수호가 하는 행동에 속으로 기뻐 날뛰기 시작했다.
지금 성수호가 물었던 질문은 한여름이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었던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일단 시작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내야 해!’
몇 번을 죽어도 좋으니, 한봄의 속 마음을 알고 싶었다.
한봄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한봄이 한여름에게 지랄 같게 대해도 결국 여자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당연히 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문제였다.
‘저 새끼는 안 돼!’
사랑하는 여자를 강제로 빼앗은 남자가 이제는 자기 여동생의 몸을 마음껏 탐한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혐오를 넘어서 증오심을 불태웠고, 증오심이 타오르면서 도저히 단어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감정이 그를 휘감았다.
네토라레 당하는 기분은 절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강단 있던 민하연이 강간당하면서 교태를 부리고, 싸가지없던 한봄이 펠라를 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
그 두 장면이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뇌가 폐수에 잠기다 못해 스며들어서 삭아버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여름의 기분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이 한봄은 핥는 소리를 멈추고 콧소리로 흥얼거리며 대답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흐응…? 굳이 그걸 알려고요?”
“그야, 궁금하잖아. 내 첫인상이 좋지도 않았을 거고….”
“….”
한여름은 막상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더 이상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뭐지? 분명 저 새끼가 약 같은 걸 쓴 줄 알았는데. 막상 대화를 들어보면 뭔가 이상한데….’
모유가 나오는 것을 기점으로 한여름은 성수호가 한봄과 민하연에게 이상한 약물을 먹인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성수호는 레드 소환사가 되어야 했지만, 레드 소환사는커녕 주황색 경고도 먹지 않는 상태였었다.
그렇게 한여름이 의문을 가지는 중에 한봄이 어물쩍거리며 대답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 나중에 알려줄게요. 히히….”
“응? 이러니까 정말 궁금한데?”
“노노노… 나중에 알려줄게요.”
한봄은 말을 회피하며 다시 성수호의 물건을 핥는 소리로 안전지대를 가득 채웠다.
‘씨발…뭔가 힌트라도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깐?’
한여름은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 지가는 대사가 떠올랐다.
(야… 여기 지내는 동안 내가 어떻게든 두 사람 떼어내 볼 테니까. 그 사이에 하연이 언니한테 계속 무릎 꿇고 싹싹 빌면서 용서해달라고 해. 알았어?)
분명 한봄은 저런 말을 하면서 성수호에게 은근슬쩍 다가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 일은 분명 한봄과 처음 만난 회차에서 했던 말이었었다.
다음 회차에서 비슷한 말을 하려는 걸 한여름이 일갈하며 제지했었고….
‘그, 그거야? 설마… 혼자 하연이랑 저 새끼를 떨어뜨리려고 하다가 저렇게 된 거라고?’
한여름이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봄은 원래 한번 결심한 건 행동하고 보는 스타일이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을 때, 점점 한봄의 혀 놀림 소리가 강렬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츄읍… 하읏… 츄릅… 하아… 진짜 아저씨 냄새 너무 좋다.”
“그런가?”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나 원래 남자 진짜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아저씨 냄새는 말도 안 되게 좋아요. 히히….”
한봄은 혀로 핥는 소리를 들려주며 계속 성수호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느새 두 사람의 대화에 정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서로 사랑을 속삭임만 들려올 뿐이었다.
“아저씨,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해요?”
“음…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나는 좀 좋은데?”
“흐응…. 아저씨는 거만하게 앉아 있고, 나는 허리 숙여서 아저씨 물건 빨고 있고….”
한여름은 한봄의 설명을 듣고 나서 지금 두 사람이 어떤 포즈로 행위를 하고 있는지 머릿속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씨발! 그런 자세로 왜 그런 녀석 물건을… 씨발!!’
한여름의 외침에도 두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봄아, 기분 나쁘면 그만해도 돼.”
“흐흐… 그런데 막상 아저씨가 날 내려다보니까 생각보다 기분 좋은데요? 츄으으읍!”
“크으읏!”
아까까지 간단한 혀 놀림 소리만 들려왔지만, 서서히 한봄의 찐득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츄읍, 츄르읍! 쮸읍…. 츄릅, 츄읍….”
“크읏! 하아… 봄아… 장난 아냐. 니 입보지 최고야….”
성수호의 말에 발끈한 한여름이 다시 집중하지 못하고 욕설을 속으로 내뱉기 시작했다.
‘씨발 새끼가! 한봄한테 그런 말을 해!? 주, 죽여 버리겠어!!’
성수호는 한봄이 펠라를 받으면서 그녀의 입술을 자위 대용품 취급했다.
지금 성수호가 한봄을 대하는 행동은 한여름도 익히 해본 경험이 있었다.
‘씨발 새끼가 내 동생을 그런 취급해! 다른 여자도 아니고!’
바로 언제나 자신이 먹고 버리던 여자들에게 했던 취급이었다.
저속한 말로 여자의 자존심을 격하시키며 자신의 정복감을 끌어올렸던 행동이었다.
성수호는 그런 비슷한 행동은 한봄에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한봄의 행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더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츄읍, 츄릅, 츄르릅, 츄읍!”
“크으읏! 싼다! 봄아, 쌀게!”
“츄으읍! 흐으읍!”
성수호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안전지대 안에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희미한 신음이 한여름의 하복부에 피를 쏠리게 했다.
‘나중에… 진짜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겠어… 성수호….’
그의 다짐과 함께 텐트 안에서는 한봄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아저씨 너무해.”
“미안, 내가 너무 심했지?”
“흥….”
한봄의 콧소리와 함께 성수호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하하… 정말 미안해. 나도 모르게 기분에 취하다 보니까….”
“기분… 좋았어요?”
“어! 진짜 최고더라!”
성수호의 과장된 리액션.
‘미친 새끼….’
한여름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저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허접한 리액션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건 한여름의 입장이었다.
한봄은 그 허접한 리액션에 만족하며 웃기 시작했다.
“흐흥…. 기분 좋으면 나중에 또 해줄게요.”
“오오!”
‘씨발….’
그렇게 한여름의 욕설과 함께 성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자기 전에 본격적으로 해볼까?”
“흐흐, 나야 환영이죠.”
그렇게 두 사람의 교접이 시작되었다.
‘제발… 제발 그만해….’
***
한여름을 끌고 가기를 사흘.
나와 한봄은 원래라면 이미 마을 도착했어야 했을 시간이지만, 한여름을 끌고 가다 보니 마을에 언제 도착할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어설프게 안전지대를 발견하면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쉬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체되고 있었다.
이대로는 일주일이 걸려도 프리뭄(1층 중앙 마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마을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슬슬 시험해볼 것도 다 해봤고, 회귀시켜볼까.’
[어떻게, 베아트리체를 이용하실 겁니까?]
회귀를 위해서는 한여름을 죽여야 한다.
그리고 죽일 때는 절대 나와 같이 회귀하는 인물의 손을 거쳐서 죽이면 안 된다.
가령 지금은 나와 한봄.
이유는 레드 소환사가 되는 순간 능력치가 반토막이 되기 때문이다.
레드 소환사가 되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레드 소환사 기록은 위그드라실에 저장되는 기록일 것이고, 회귀한다면 알아서 삭제될 것이다.
하지만 능력치는 순수하게 본인의 자원이었다.
몸이 다른 곳에 간다고 해서 그 능력치가 다시 원상 복귀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회귀 전에는 절대 레드 소환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위그드라실 안에 있는 베아트리체도 능력치가 깎일 가능성이 컸다.
‘아냐, 아무리 그래도 베아트리체로 시험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애한테 너무 곤란해지잖아.’
[알겠습니다.]
이건 시험해볼 가치가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는 해볼 만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중에 에넬 풍족해지면 그때는 시험해볼 만하겠다. 능력치 깎인 거 복구하면 그만이니까.’
그럼, 우리에게 남은 한여름을 죽일 방법은 두 가지다.
몬스터의 밥으로 주거나, 레드 소환사 밥으로 주거나.
아주 잘 차려진 밥상이다.
딱히 보상이 없더라도 두 부류라면 한여름의 목숨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사실로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레드 소환사. 즉, 붉은 초승달은 내가 지금 당장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보리스라는 아직도 날 경계해서 그런지 명령이 없다면 필요 이상으로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그 덕분에 붉은 초승달이 지금까지 근처에도 다가오지 않은 것이겠지만….
그럼 선택지는 하나인데.
‘그런데 몬스터는 좀 불안한데.’
한여름의 마비독은 일격에 죽지 않고 공격당하면 즉시 독에서 풀리는 상태 이상이었다.
왠지 지금 한여름이라면 죽고 싶어서 환장할 거 같지만, 막상 죽음을 앞두면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거기다 몬스터들 사이에 던져 놓기도 쉽지 않고….’
대놓고 한여름이 깨어있을 때 몬스터 무리에 던져 놓고 오는 것도 문제였다.
아무리 나랑 한여름이 악연이라고 해도 내가 한여름을 죽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렇게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한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아르모니아.’
[네.]
‘케이블 타이 좀 만들어줘.’
***
크르르르….
‘으으으… 뭐야?’
한여름은 귓속으로 들려오는 동물의 목울림 소리에 깨면서 정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보이는 장면은 자신을 향해 코를 대며 킁킁 거리고 있는 늑대들이었다.
자신이 살던 세계의 늑대가 아니었다.
거무튀튀한 색을 띤 몬스터였다.
몬스터 뒤편에는 검은색으로 칠해진 하늘과 커다란 달이 배경으로 달려 있었다.
‘뭐야!? 씨발, 이 새끼가 왜 여기에!’
분명 한여름은 조금 전까지 성수호와 한봄의 애정행각에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중이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졸음이 몰려왔고, 한여름은 기쁜 마음에 잠을 시원하게 받아들였다.
더 이상 두 사람의 행위를 듣고 있기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을 뜨자 보이는 장면은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리는 몬스터의 주둥아리었다.
캬아아아아!
몬스터는 한여름이 일어난 것을 확인한 뒤 바로 그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끄아아악! 씨발 꺼져!!”
공격을 당하는 것과 동시에 마비가 풀렸고, 그는 생존본능이 앞서면서 무기를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끄아아악! 뭐, 뭐야! 왜 묶여 있어!?”
분명 마비가 풀이면서 한여름의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그의 손과 발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뒤로 묶여 있는 손은 그저 손목만 묶여 있는 게 아닌,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전부 묶여 있었고, 발목은 가는 끈이 몇십 줄에 걸쳐서 묶여 있었다.
└드디어 NTR물 탈출이다!!!
└휴… 한여름이 진짜 병신이라 다행이다. 어설프게 강했으면 계속 강제로 봤어야 했잖아.
└나는 서서히 익숙해서 그런가? 한봄 따먹을 때는 볼 만하더라.
└이참에 나도 그쪽으로 옮길까?
└나도 옮길래! 여자 꼬시는 거 존나 개 쩌는 녀석 같던데.
채널의 존재들은 저마다 한여름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채팅으로 축하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채팅창을 보면서 한여름이 소리쳤다.
“도대체 뭐야! 이게 무슨 일인지 말이나 해달라고!”
자고 나니 갑자기 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분명 누군가가 꾸민 짓이었다.
채널의 존재들은 마지막으로 몸부림치는 한여름의 모습에 자기들인 본 장면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명은 한줄 요약이 가능했다.
└아까 냥냥 거리는 애가 데리고 오더라.
└성수호, 걱정말라구! NTR 남은 냥냥소녀가 처리했으니! 한봄을 마음껏 먹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여름은 조소가 담긴 채팅창을 보면서 소리쳤다.
“사, 살려줘! 살려 달라고!!”
하지만 채팅창에 누구도 한여름의 목숨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에 축포를 터트릴 뿐….
그리고 채팅창에 올라오는 기쁨의 메시지 너머로 여러 마리의 몬스터들이 한여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캬아아아!
“씨바아아알!”
한여름은 간절히 빌고 빌었던, 그 소원이 이루어지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