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3 293화 위그드라실 (3-2)
나는 붉은 초승달 아지트로 향하는 길에 방송을 다시 활성화했다.
그리고 활성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게꼬수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어어!! 나온다!!!
“어우, 깜짝이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밤중에?”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당연하지! 내가 잠이 오게 생겼냐! 야, 딸딸이 쳤지!?
송출하자마자 하는 소리가 또 딸딸이다….
“…아니, 제가 이런 숲에서 뭐하러 딸딸이를 칩니까? 한봄도 있는데.”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꺼져 나쁜 놈아… 내가 니 딸딸이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
도대체 왜 이런 곳에서 딸딸이를 친다는 계산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게꼬수의 애환이 담긴 아쉬움에 나도 모르게 웃으며 붉은 초승달의 아지트로 향했다.
나는 보리스를 만나서 간단하게 설명한 뒤에 몇몇 가지 물품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저 녀석에게 사용했던 예의 마비약입니다.”
=====
*메두사의 머리카락 마비 독*
보는 것만으로도 석화를 걸어버린다는 희대의 미녀로 알려진 메두사의 머리에 달린 뱀의 독을 가루로 만들었다.
한 꼬집 정도를 흡입하면 하루 동안 눈 하나 깜박이지 못할 정도로 강한 마비에 걸린다.
단, 육체 공격을 받으면 다시 회복한다.
=====
나는 아이템을 보면서 채팅 대화로 흥겹게 이야기했다.
“캬…. 이거 물건이네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돌덩이 만들기 귀찮은 상대한테 쓰는 독이네.
메두사는 시선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석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런 메두사라도 눈을 일정 시간 이상 마주쳐야 하고, 만약 상대가 도주하거나 반항할 때 사용하는 게 바로 머리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뱀이라고 한다.
“이건 딱 봐도 만들기 쉽지 않겠네요. 일단 챙기고….”
나는 마비 독 가루를 챙긴 뒤, 보리스에게 말했다.
“잘했어. 그리고 하나 필요한 게 있어.”
“…? 어떤 겁니까?”
나는 동굴 안에 슬며시 보이는 한여름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쟤 좀 이걸로 묶어봐.”
나는 보리스에게 포댓자루를 넘겨주며 말했다.
..
..
스으윽! 쓰으으윽!
나는 포댓자루로 멍석말이 당하듯 둘둘 말려져 있는 한여름을 끌고 가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아… 씨발 존나 힘들어….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냐….”
진심이었다.
한여름이 들으라고 하는 연기 따위가 아니었다.
“씨발… 이 새끼 그냥 버릴까?”
연기가 따위가 아니라 진심으로 지금 당장 버려서 몬스터 밥으로 준 뒤 회귀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보리스에게 포댓자루를 넘겨주며 한여름을 끌고 가기 좋게 묶어달라고 했고, 그 후에 내가 구한 듯이 붉은 초승달 격퇴한 것처럼 위장하고 한여름을 구해냈다.
한여름이 등신 얼간이라고 해도 일단 회귀자다.
회귀 사실을 들키거나, 붉은 초승달 녀석들과 내가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만은 피해야하기 때문에 귀찮아도 연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게 구해내면 뭐 하냐? 지금 당장 몬스터 밥으로 주고 싶은 심정인데.
[레나 씨를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냐….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로 워프 소비하는 건 낭비 같아.’
거기다 워프는 이미 내가 써서 왕복할 수 없는 상태다.
레나가 와서 괜히 붉은 초승달 눈에 들어가면 귀찮아진다.
쓰으윽! 쓰으으으윽!
“하아… 하아… 거의 다 왔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너 진짜 의리 있네. 솔직히 니가 저 얼간이 죽여도 그 한봄이라는 애는 전혀 모를 텐데 호구처럼 왜 구해줘?
나는 게꼬수의 채팅에 채널 대화를 하지 않고 일부러 한여름이 들리게 말했다.
“뭐…. 약속은 약속이잖아요. 한봄이 구해달라고 했는데. 구해줘야죠.”
사실 나로서 한여름이 걸린 마비 독의 정체는 몰라야 정상이기에 할 수 있는 연기였다.
설마 뜬 눈으로 정신 차린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나.
그리고 나는 이참에 본심인척하면서 거짓된 속 마음을 일부러 한여름에게 흘렸다.
“그래야 나중에 이런저런 플레이할 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쓰레기네 ㅋㅋㅋㅋㅋ
“나중에 한여름이 잘못할 때마다 봄이 엉덩이 때리는 플레이해봐야겠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ㅋ미친놈 ㅋㅋㅋㅋ
“기가 센 애라 엉덩이 때리는 맛이 있을 거 같지 않아요?”
“….”
한여름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게꼬수의 말은 듣지 못하겠지만, 내 목소리를 아주 잘 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목소리만 들려도 한여름이 빡치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한여름이 깨어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건 최소한의 보상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살려줬는데, 이 정도는 골려줘야지 수지타산이 맞지.’
사실 살려준 것도 그냥 한봄을 내 여자로 만드는 계획 중의 하나였지만, 이 멍청한 놈이 그걸 알 리가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은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쓰으으윽!
“하아… 진짜 버리고 싶다.”
나는 그렇게 짜증이 뒤섞인 말을 내뱉으며 날 기다리는 한봄이 있는 곳을 향해 열심히 한여름을 끌고 갔다.
..
..
내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내부에서 숨어있던 한봄이 바위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나를 보며 달려들었다.
“아저씨!”
“헤엑… 헤엑…. 아무도… 헤엑… 없었어? 헤엑….”
“여기에 아무도 안 왔었어요. 그런데 나보다 아저씨 상태가….”
내가 땀 범벅을 하고 있으니 한봄이 달려와서 자기 손으로 내 땀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근 두 달 만에 만난 한봄.
한봄 입장에서는 하루 동안 사라져서 걱정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두 달 만에 보니 정말 반가움이 용솟음치듯이 솟아올랐다.
나는 바로 한여름을 끌고 오던 끈을 놓고 한봄을 끌어안았다.
“흐익! 아, 아저씨?”
“하아… 정말 보고 싶었어.”
“뭐, 뭐예요…. 닭살인데?”
말은 그렇게 말했지만, 실실 웃는 것을 보면 다행히 마음에 드는 대사였던 것 같았다.
나는 끌어 앉은 상태로 한봄의 체취를 한참 맡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누구 왔었어?”
“아뇨. 다행히 구석진 동굴이라 누가 들어올 생각도 없나 봐요. 그런데… 아저씨, 오빠는요?”
“후우… 저기.”
“…응?”
한봄은 어두운 동굴 내부 때문에 나만 시야에 뒀지만, 내 손짓에 드디어 포댓자루로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돌돌 말린 포댓자루 구멍으로 상대방을 확인했다.
“아저씨… 오빠 설마…?”
“아, 죽은 건 아닌 거 같아. 아까 보니까, 숨은 쉬더라고.”
“휴우….”
“봄아, 일단 잘 모르겠는데. 혹시 회복 스킬이나 상태 이상 해제 스킬 좀 사용해볼래?”
“네!”
나는 한여름을 안전지대로 끌고 간 뒤 그 안에서 돌돌 말려있는 포댓자루를 풀어서 한여름의 정상적으로 눕…히려고 했다.
“하으… 미치겠네….”
“하아… 으엑….”
한여름을 정면으로 눕히려는 순간 나는 한봄을 끌어안고 뒤로 후다닥 대피했다.
지금 한여름의 몸에 손끝 하나 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기 시작했다.
포댓자루에 돌돌 말려있던 한여름은 토쏠림을 유발하는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봄아, 잠깐 기다려.”
“네?”
나는 한여름에게 다가가려는 한봄을 저지하고 바로 연금술 목록을 확인했다.
전에 본 적이 있던 녀석이 있었는데, 마침 기억이 나면서 바로 연금술 재료를 생성해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병을 기울여서 한여름에게 솔솔 부었다.
촤아아앗!
스산한 바람 소리와 함께 한여름에게 묻어있던 이물질과 악취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봄은 그 모습에 놀라서 내가 다 사용한 약병을 보며 소리쳤다.
“와! 아저씨! 그거 뭐예요?”
“아, 연금술 목록에 있던 건데 몸에 뿌리면 몸은 샤워하듯이 깨끗해지고, 옷은 빨래한 듯이 뽀송해지는 물건이야.”
“엥? 그걸 왜 지금 사용하는 거예요? 전에는요?”
“그런데 이거 마나 소모가 너무 심해.”
“아….”
한봄도 그제야 수긍하며 내 말을 이해해줬다.
“솔직히 저 녀석한테 이런 물건 쓰고 싶지는 않은데, 봄이 니가 더러운 거 만지는 게 싫어서 그냥 썼어.”
“헤헤….”
우리 봄이… 그렇게 해맑게 웃기도 하는구나.
그렇게 한여름을 깔끔하게 만들고 나서야 한봄이 나서서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아… 안 되나 봐요. 도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내 스킬로는 풀리지 않아요.”
한봄은 그래도 가족이라고, 한여름이 저렇게 식물인간처럼 지내고 있으니 침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진짜 착하네. 지 오빠가 그렇게 몇 번을 팔아먹었는데, 저렇게 걱정을 해주네.’
[한봄 입장에서는 진짜 식물인간처럼 보이니,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타인에게는 절대 굽히지 않지만, 가족에게는 굽어살피는 기질을 가진 한봄.
싫어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한봄이 저 마비를 못 풀 줄 이미 알고 있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쓰레기네 ㅋㅋㅋㅋㅋ 알면서 시킨 거야?
“그렇다고 안 시킬 수는 없잖아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한봄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봄아, 걱정하지 마. 일단 마을로 데리고 가서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자.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아, 아저씨….”
한봄은 나를 올려다보며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한봄을 잠시 놓고 한여름을 다시 포댓자루에 돌돌 말기 시작했다.
“일단 다시 아까처럼 하고, 마을로 돌아갈 때 데리고 가자.”
“네.”
그렇게 완벽하게 한여름을 포댓자루에 돌돌 말아서 묶어서 외부의 소리만 들리고,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위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소리 하나는 시원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한여름을 완전히 돌돌 말고 나서 눈물을 글썽이는 한봄을 껴안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 울리지 않게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까.”
“흐읏… 저 이미 울고 있는데요?”
한봄은 너무 침체한 분위기를 잠시 풀어보려는 건지 나를 올려다보며 슬며시 입가를 올렸다.
한봄의 눈가에 살짝씩 톡톡 맺히는 눈물을 보며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럼 다른 이유로 울었다고 하자.”
“…네? 흐읍!”
나는 바로 고개를 내려서 한봄의 입술을 강탈했고, 바로 그녀의 입 속을 혀로 리드미컬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봄의 혀 놀림.
“츄읍… 츄읍, 츄르릅, 하읍….”
바로 내 목덜미를 끌어안으며 점차 열기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키스를 하며 한봄의 엉덩이를 크게 쥐며 생각했다.
‘흐흐흐… 거기서 귀 쫑긋 세우고 잘 듣고 있어라. 아까 널 끌고 오느라 지친 나에 대한 포상이니까.’
***
“봄아, 넣을게.”
“하으… 하아… 아저씨… 그냥 그런 말 하지 말고 넣어요. 나한테 그런 허락 맡을 필요 없으니까.”
한봄의 신음이 담긴 소리에 한여름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씨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리고 그의 비명에 맞춰서 좌절하는 존재들….
└하아… 좆같아… 그런데 좆을 꺼내고 있는 나.
└ㅋㅋㅋㅋㅋ포기해 그럼 편해.
└뭘 포기하라는 거죠? 영상을? 아니면 네토라레 당하는 한여름을?
└보여줘!!! 씨발, 네토라레 당해도 되니까 봄이 짬지좀 보여달라고!!!
채널의 존재들은 저마다 이미 포기한 듯이 성수호가 아까 했던 혼잣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진짜 저 성수호라는 녀석 난 놈인가 보다.
└아까 보니까, 그렇게 착한 놈도 아니더만….
└나 아까 개 충격받음 ㅋㅋㅋㅋ 씨발 한여름 깨어있는 줄도 모르고 그런 쓰레기 같은 소리를 하는 녀석을 좋아하다니.
└봄이는 그런 거 모르잖음 ㅋㅋㅋ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한봄에게 알려줄 수 있는 인물은 단 한 명이었다.
‘안돼!!! 그 새끼 니가 생각하는 그런 녀석이 아냐!! 씨발!! 한봄!!! 정신 차리라고!!!’
그리고 한여름의 지옥에서 울리는 듯한 속마음을 모르는 한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굴 안에 목소리를 퍼트렸다.
“아저씨… 나… 사랑해요?”
성수호는 한봄의 말에 화답하듯 웃는 소리와 함께 즉답했다.
“그럼, 너만큼 소중히 대해주고 싶은 여자는 지금까지 없었어.”
“헤헤….”
그 후 두 사람의 끈적한 행위가 시작되었다.
한여름의 외침과 함께….
‘속지 마!!! 속지 말라고!!! 한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