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59화 (260/898)

 하지만 그림자에 들어가는 마나는 이미 서지은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녀가 집중하면 할수록 오히려 마나는 그녀의 부름에 비웃듯이 더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안돼!!”

 하지만 상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서지은의 그림자를 보면서 오로라를 보는 것처럼 신기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처음 보는데, 신기한 능력이네.”

 “어?”

 사르르….

 그림자는 상대방에게 닿기도 전에 먼지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서, 설마… 제어가 된 건가?’

 자신의 그림자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서지은은 알 수 없는 듯이 그림자 건너편에 남자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와서야 상대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서지은 생도?”

 “서… 성수호 교관님?”

 “그래, 나다. 그런데 왜 여기에 혼자 있는 거니?”

 “그… 그게….”

 서지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힘이 풀려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제어를 벗어난 마나가 화가 났다는 듯이 다시 그림자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성수호의 뒤편에서….

 성수호의 뒤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그림자가 그에게 칼날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교관님! 뒤쪽에!”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어…?”

 사르르….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림자는 가루가 되어서 사라져 버렸다.

 성수호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지은에게 다가와서 물어봤다.

 “괜찮니? 다친 곳은 없고?”

 “그… 그게….”

 성수호는 안부를 물어보면서 자신의 등 뒤에 엎고 있는 존재를 살며시 땅에 눕혀 놓았다.

 “성수아… 교관님?”

 “그래, 마나를 너무 사용하셔서 정신을 잃으셨단다. 그것보다 괜찮니?”

 성수호는 아까 있었던 상황을 큰 사건이 아닌 것처럼 서지은에게 다가가서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서지은은 성수호가 다가오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뻔했다.

 “아아….”

 “어어!”

 그러나 그녀가 주저앉으려는 순간 성수호가 그녀의 몸을 낚아챈 뒤에 품에 안으며 걱정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어디 다쳤어? 말을….”

 “죄, 죄송해요. 긴장이 풀려서….”

 하지만 그녀가 긴장이 풀린 것과 별개로 다시 그녀의 내부에 있던 마나가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자신을 안고 있는 성수호의 뒤편에 그림자가 생성되었다.

 그림자는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성수호의 뒤에서 그를 향해 칼날을 휘둘렀다.

 “아… 아!”

 “괜찮아.”

 “…어?”

 사르르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림자는 허무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성수호가 그와 동시에 서지은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침착해. 다급한 마음 때문에 오히려 제어가 안 되는 것 일수도 있으니까.”

 “아….”

 서지은은 성수호의 말대로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아까처럼 뭔가 해보겠다는 게 아니었다.

 성수호가 얹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로 몸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그렇게 수십 초가 지나서야 성수호가 손을 떼고 서지은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좀 나아졌니?”

 “…네.”

 서지은은 거의 평생 잊어왔던 안락함을 느끼며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내부에 요동치던 마나는 어느새 진정되었고, 더 이상 그녀의 통제를 벗어난 그림자는 생성되지 않았다.

 서지은의 발밑에 있는 그림자는 그저 그녀의 몸에 맞춰서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신기한 분이네.’

 처음 그에 대한 기억은 몰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교실이야 누구의 소유가 아니었지만, 몰래 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퍽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집에 찾아오고, 자신을 설득해서 견학을 오게 했다.

 거기다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던 건 그에게 느껴지는 안락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락함이 있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성수호는 그녀가 안정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성수아를 업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빨리 빠져나가자. 지금 여기에 위험한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위험한 녀석이요?”

 “그게….”

 성수호가 뭔가 설명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삐리리….

 “!”

 “…어휴, 깜짝이야.”

 그의 손목에 있던 스마트 워치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며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비록 작은 소리로 울렸지만, 던전에서 울리는 벨 소리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성수호는 바로 손목을 들어 올려서 발신자를 확인했다.

 “아, 예리엘 님이네. 잠시만….”

 성수호는 성수아를 안은 채 낑낑거리며 통화를 받고 대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저예요. 괜찮아요?)

 “네, 지금 일단 괜찮습니다. 상황이….”

 성수호는 성수아와 있었던 일과 더불어서 서지은을 만난 일까지 예리엘에게 보고를 했다.

 하지만 성수호는 마법 발작에 관한 사실을 입에 담지 않았다.

 (혹시 지금 상태에서 제가 말한 위치 찾을 수 있겠어요?)

 “음… 일단 예리엘 님의 말씀을 정리해서 추측해보자면… 예리엘 님께서는 지금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70도 정도 꺾어서 오시면 저희가 만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정말 그쪽 말대로 가서 만나면 제가 정말 큰 보상을 해줄게요.)

 “하하….”

 (일종의 내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세요.)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한 말 같았지만, 효과는 좋았다.

 예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통화를 끊었다.

 성수호는 예리엘과 통화를 마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던전 내부에서는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 가자.”

 “그….”

 “…?”

 서지은은 앞장서서 가려는 성수호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까… 발작 이야기는 왜 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

 서지은은 그의 말에 속으로 실망하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는 서지은의 발작 같은 건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식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그녀를 되돌아보지 않고 앞장서서 걸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일은 생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거다. 그 치부를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려고 교관을 하는 게 아니야.”

 “아….”

 “자, 빨리 가자. 지금 여긴 오래 있을 곳이 못 돼.”

 “…네.”

 서지은은 미소를 지으며 성수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창 성수아를 업고 열심히 예리엘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뒤쪽에서 속삭이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감사합니다.”

 “응?”

 서지은이 나를 보면서 다소곳한 포즈로 감사의 인사를 해왔다.

 갑자기 뜬금없는 상황이었지만, 아까의 일에 관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듯싶었다.

 다만 애매했다.

 목숨을 구해준 일 때문인지, 마법 발작에 관한 건지, 예리엘에게 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존나 멋있어서 그런가?’

 [….]

 ‘왜? 멋있어서 감사하다고 할 수도 있잖아.’

 [….]

 여보쇼? 말 좀?

 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니 서지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 다 감사드려요. 오늘 있었던 일 전부요.”

 “설마 꿀밤 맞은 것도 포함이니?”

 “푸웃…. 아뇨. 그건 좀 아팠어요.”

  아까부터 조용하고, 음산했던 분위기가 잠시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마냥 웃고 떠들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과하게 어두울 필요도 없으니까.

 그렇게 다시 걸어가는 중에 서지은이 물어왔다.

 “아까… 마법 혹시 성수호 교관님께서 해주신 건가요?”

 “반쯤 맞다고 할 수 있지.”

 “…그렇군요.”

 서지은은 표정이 한층 밝아지면서 계속 물어오기 시작했다.

 “혹시 어떻게 하신 건가요? 무효화 같은 건가요?”

 “음… 비슷한데, 솔직히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 아냐.”

 “….”

 살짝 실망한 듯한 기색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알려줄 수 없다기보다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정확하겠네.”

 “아….”

 에둘러 말했지만, 대충 이해는 했을 것이다.

 실제로 마법 같은 경우에는 슈트라에 비하면 체계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슈트라 같은 경우에는 학문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아서 마법력이 있다면 노력해서 배울 수 있는 반면에 이쪽 세계는 재능인들 만의 리그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렇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배웠는지 본인도 모르니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거기다 내가 사용한 해체술은 일단 그녀가 배우기 굉장히 까다로웠다.

 마법진을 배워야 한다.

 기본적인 마법진의 체계를 배우려고 하면 성수아나 서지은도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마법진 구사….

 나도 슈트라에서 마법진 구사를 작용시키는 팔찌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물품은 이쪽 세계에서 개발된 것도 아닌데다가 함부로 만들어서 줄 수도 없었다.

 [만약 함선 소속이 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외부 세계의 물질… 그것도 그 세계에 큰 변혁을 일으키는 물건은 다른 세계에서 만들려고 하면 천문학적인 에넬이 소모됩니다.]

 ‘예이~’

 CEO님께서 알려주신 정보.

 가령 양쪽 세계에서 비슷한 성능을 이끌어내는 물질이 있다면 그건 비슷한 에넬의 값을 치러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마법진 구사에 쓰이는 팔찌같이 비슷한 부류의 물건이 없는 세계에 그 물건을 만들려고 하면 막대한 에넬을 소모하게 된다고 했다.

 ‘이야… 용사 새끼는 비올라한테 쓸 촬영 보석도 얻었잖아? 그때 에넬 엄청나게 썼겠네?’

 결과는 좆망이었지만….

 서지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재차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교관님 아니었으면 전 거기서 끝났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하면 하나 부탁 좀 해도 되겠니?”

 “?”

 “그….”

 나는 전부터 계속 알아봐야지 했던 것을 서지은에게 물어봤다.

 “여자들은 뭔 선물을 좋아할까?”

 “….”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대화였지만, 서지은은 내 말을 듣고 즉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무고개가 시작되었다.

 만난 지 얼마나 된 분인가요? 직장 동료인가요? 외모 치장을 좋아하나요? 의미 있는 선물이 좋나요?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 정도 호감이 있나요?”

 “꽤?”

 “….”

 나는 함부로 호감도에 대한 느낌을 정확하게 발설하지는 않았다.

 선물 추천받다가 괜히 상대방을 추론하게 만들어버리면 나만 곤란하니까.

 서지은은 눈을 감고 내 옆을 따라오며 고민한 끝에 한가지 물품을 말해줬다.

 “오르골 어떠세요?”

 “아하….”

 딱 어울리는 선물이었다.

 초서현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을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비싸지 않으면서 장식품으로 효과도 내고, 거기다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의미도 있는 편이고….

 [어울리는 선물 같습니다.]

 ‘좋아. 이제 그럼 디자인을….’

 그렇게 중요한 디자인에 관한 질문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__——__….”

 “…망할.”

 분명 거리가 있는 곳에서 들려왔지만, 우렁찬 소리가 우리가 서 있는 벽면까지 울리며 퍼져왔다.

 거기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다른 존재와 목소리가 다릅니다. 그 녀석입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직 예리엘은 만나지 못했고, 성수아는 기절한 상태, 거기다 서지은까지 보호하는 상황.

 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갑자기 한 가지 문제점은 해결이 되었다.

 “성수호 교관님, 저 내려주세요.”

 “응?”

 “어?”

 성수아가 갑자기 일어나서 내 등에서 내려온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빨리 피해요.”

 “어… 언제 깨어나셨나요?”

 “그… 바, 방금 전에 소리 듣고 깼어요. 빨리요.”

 성수아는 핏기가 가신 얼굴을 지우고, 다시 청초한 얼굴로 돌아온 상태였다.

 비록 평소와 다르게 머리가 흐트러지고, 속옷이 비췄지만….

 우리 셋은 재빠르게 예리엘이 오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_—__———….”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저 녀석은 지금까지 만나온 괴생물체들과는 다르게 네발로 뛰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느린 편에 속했다.

 문제는 도망치는 쪽도 신체적인 능력이 퍽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안 되겠다.’

 나는 통신으로 중얼거리며 달리는 발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내가 갑자기 멈춰서니 성수아와 서지은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같이 멈춰서는 다급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 뭐 하세요? 빨리!”

 “교관님!”

 “…이대로 가세요. 제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게요.”

 딱히 멋있어지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게 되면 분명 잡히는 결말뿐이다.

 성수아는 끌어당기듯이 내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빨리 도망쳐야!”

 “…성수아 교관님, 지금 이대로는 분명 잡힙니다.”

 “그, 그렇게 되면 다 같이!”

 “…지금 성수아 교관님, 그리고 서지은 생도. 다 저한테 방해될 뿐입니다.”

 “그, 그래도….”

 “성수아 교관님, 저희 입장을 생각하세요. 지금 옆에 있는 생도를요.”

 성수아는 내 말을 듣고, 입술을 깨물면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내 말대로 성수아는 마나 탈진을 이미 겪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서지은은 마법 발작까지 일으킬 수도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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