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58화 (259/898)

 달려오는 기세에서 내 몸을 반토막 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효과가 있는 걸 보니까. 한 발 더 쏘면 되겠다. 아르모니아, 화살!’

 [네!]

 즉시 초전도체 화살이 생성되었고, 나는 즉시 가볍게 당겨서 1단계로 화살을 발사했다.

 파아아앙!

 이번에도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노란 빛길을 만들며 괴생명체에게 날아갔다.

 목표는 가슴.

 지금까지 괴생명체들은 가슴에 있는 보라색 보석을 부수면 즉사했었다.

 그건 분명 저 녀석도 마찬가지일 테고….

 ‘자, 그럼… 해결을….’

 내가 그렇게 유유자적 화살을 쏘고, 활을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파지직!

 “…응?”

 분명 화살은 괴생명체의 가슴을 관통하고 저 멀리 날아가야 했다.

 그런데….

 ‘어… 존나 위험한 상황인가?’

 괴생명체는 멈춘 다음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맨손으로 낚아채서 그 자리에서 박살을 냈다.

 “—__—_____——!!!”

 “어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괴성이었다.

 녀석은 달려오는 것을 멈춘 채 괴성을 내질렀고, 내게 갑자기 팔을 뻗더니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어두운 장소에서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칼날들이 내 쪽으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솨사사사사삭!

 “아니, 씨발 마법까지 쓴다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가 아니었다.

 괜히 피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온몸이 전부 분해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나는 즉시 해체술을 발동시켜서 날아오는 검은 칼날들을 최대한 무효화시켰다.

 최대한….

 사삭!

 “크읏!”

 많은 칼날에 빠른 속도.

 치명타가 적용될 곳의 칼날들을 간신히 해체술로 없앨 수 있었지만, 내 반응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몇몇 군데는 칼날이 내 몸을 베어낸 뒤 지나갔다.

 [지금 당장 회복하겠습니다!]

 ‘빨리!’

 나도 모르게 다급함에 아르모니아에게 소리쳤다.

 내 몸에 있는 상처들이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지만, 그것보다 상대방이 더 빠르게 반응했다.

 “__—__——!!”

 “이런 씨!”

 어깨에 베인 상처가 전부 아물기 전에 있는 힘껏 활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성수호 교관님!”

 콰가가강!

 “__—___—!!!”

 괴생명체의 등 뒤로 엄청난 양의 불덩이가 쏟아졌고, 내게 한 눈이 팔렸던 녀석은 온전히 불덩이를 뒤집어쓰며 쓰러졌다.

 성수아는 허공에서 보드를 타는 거처럼 거칠게 바람을 몰면서 내 쪽으로 날아왔다.

 “하아… 하아… 괘,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저 녀석을!”

 “일단 피해요! 지금 다치셔서 오히려 위험해요!”

 “자, 잠깐!”

 저기요? 저 지금 낫고 있는 중인데요!?

 성수아는 내 말을 무시하고 나를 끌어안고 바람을 타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예리엘이 썼던 마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예리엘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면 성수아는 바람 위에서 보드를 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아르모니아!’

 [네!]

 ‘성수아 팬티 검은 색이야!’

 [….]

 개쩐다….

 팔랑거리는 성수아의 치마 속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저 청순한 여자가 검은색 속옷을 입을 줄이야….

 나는 괴생명체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고맙다… 너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

 괴생물체는 불덩이를 뒤집어쓴 채 우리를 보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_——!!!”

 “….”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저 상태로 바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영사관에서 처음 보라색 괴물들을 만났을 때도 보통 괴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놈들은 상식적으로 강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일반 몹 사이에 정예 몹이 아니라, 그냥 갑자기 보스가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내 화살을 맨손으로 잡아채질 않나, 성수아의 마법을 직방으로 맞고도 일어나질 않나.

 하지만 녀석이 어물쩍거리며 일어나는 사이에 성수아의 마법으로 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우리는 그 괴물의 시야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

 예리엘은 던전을 빠져나온 뒤 모여있는 교관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각자 다들 인원 체크하도록.”

 “네!”

 교관들은 예리엘에 말에 평소에 보여주던 설렁한 모습이 아닌 딱 부러진 모습을 보여주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예리엘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역시 안 보여….’

 다른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에 두 사람을 믿고 떠났지만, 지금 이 장소에는 성수호와 성수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차에 같이 타면서 친해졌던 생도들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안 되겠어. 일단 다시 들어가서!’

 예리엘은 인원 체크를 교관들에게 맡기고 다시 던전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던전 안에서 생도들과 교관이 나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나왔다.”

 “그 녀석들… 도대체 여기에는 또 어떻게 나타난 건지….”

 예리엘은 안도하는 작은 한숨과 함께 생도들에게 다가가서 안부를 물었다.

 “다들 무사하니?”

 예리엘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생도들과 교관을 보며 인원을 확인했다.

 ‘…응?’

 그런데 분명 있어야 할 사람이 세 명이 보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이 안 보이는 거 같은데?”

 “아하하…. 중간에 제멋대로 행동을 해서….”

 예리엘은 생도들에게 질문했지만, 질문에 답을 한 건 생도들이 아닌 퀭한 얼굴의 교관이었다.

 교관은 생도들을 뒤에 두고 예리엘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생도 한 명이 튀어나와서 예리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예리엘 님! 지금 안에 교관님들이랑 지은이가!”

 “자, 잠깐만! 내가 설명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조용!”

 “허억!”

 예리엘의 일갈에 교관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

 예리엘은 표정을 풀면서 생도에게 물었다.

 “차근차근 설명해보렴.”

 ..

 ..

 “성수호 교관은 성수아 교관을 찾으러 들어갔고, 서지은 생도는 습격받는 도중에 마법 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헤어졌다는 말이지?”

 “네….”

 “생도가 없어진 것을 알고도 교관이 억지로 지시해서 외부로 나온 것이고?”

 “그, 그게 예리엘 님! 저, 저는 그 생도 담당이 아니라서…!”

 예리엘은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공중에 붕뜬 채 교관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질책은 이따 갔다 와서 하겠어. 생도한테 문제가 없기를 기도를 하는 게 좋을 거야.”

 “으윽….”

 예리엘은 그를 잠시 노려보더니, 바로 던전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한참 나를 잡고 바람을 타고 이동하던 성수아가 어느 시점부터 휘청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착지하고는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성수아 교관님! 괜찮으세요?”

 성수아는 숨을 몰아쉬면서 새하얘진 얼굴로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보여주고 있었다.

 가뜩이나 아까 사용한 마법들도 마나를 꽤 소비했는데, 조금 전에 도주에 사용한 마법은 그중에서 최악의 효율을 자랑할 정도로 엄청난 마나를 소비하고 있었다.

 그냥 성수아가 마나가 많아서 여유롭게 쓰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아 있던 마나를 통째로 끌어 써서 위기 상황을 모면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마나가 여유로웠으면 그렇게 몰리지도 않았겠지.’

 [일단 긴급한 상황인 만큼 레나 씨를 대기 시켜놓겠습니다.]

 ‘…그렇게 해줘.’

 자는 레나를 깨우긴 싫지만, 죽으면 더 큰 일이니까.

 될 수 있으면 부르지 않는 상황이 오면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레나를 대기 시켜놓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성수아의 마법 덕분에 확실히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지금 녀석의 발걸음 소리는커녕 울음소리 한 톨 들려오지 않았다.

 일단 도주는 완벽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제 진짜 문제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하아.”

 “성수아 교관님, 일단 숨을 고르세요.”

 성수아는 마나 탈진에 걸려서 내 말도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듯싶었다.

 거친 숨결, 새하얘진 얼굴, 그리고….

 ‘검은 브라….’

 [….]

 식은땀에 점차 전염되듯 젖어가는 성수아의 셔츠는 서서히 안이 비치기 시작했다.

 소나기에 맞은 듯이 젖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여자의 옷이 비치니 흥분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좆을 마음대로 활개 치게 놔둘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간단한 대답도 제대로 못 하는 성수아를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다.

 “읏샤.”

 “읏… 하아, 하아, 제가 혼자서… 하아, 하아….”

 “제가 어떻게든 밖에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업히세요.”

 “하아, 하아….”

 성수아는 내 말에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등에 업힌 뒤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

 아니, 힘이 빠진 듯싶었다.

 성수아는 내 등에 커다란 가슴 도장을 콕 찍으며 기절해버렸다.

 ‘승차표가 확인되었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

 ***

 “_—__-!!”

 괴생물체의 괴성이 동굴을 울리며 서지은의 귓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동굴 한켠에 몰래 숨어 있던 그녀는 아까 일을 조심스럽게 떠올렸다.

 성수호 교관을 따라가던 그녀는 다른 생도무리와 만날 수 있었다.

 성수아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성수호는 그녀를 돕겠다는 명목으로 다른 교관에게 생도들을 부탁하고 금세 자리를 떠났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교관님이라고 해도 다 그분 같지는 않구나.’

 자신을 이끌던 교관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괴생명체 무리에 혼비백산하더니,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듯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시 하나 없이 그저 도망치기 급급한 그의 태도에 생도무리도 아수라장이 되었고, 결국 최악의 사태로 번지기까지 했다.

 ‘…내가 괜히 나선 걸까?’

 서지은은 목숨보다 다른 생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급한 마음에 마법을 사용해버린 것이었다.

 초반에는 분명 도움이 되었었다.

 서지은의 마법은 괴생명체의 항마력에 어느 정도 뚫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한창 전투 중에 또 발작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의 그림자가 괴생명체가 아닌, 생도들을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서지은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느끼며 한탄했다.

 ‘차라리 나만 공격하지….’

 서지은이 영사관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신이 다칠까 봐서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두려웠던 것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무릎 위에 양팔과 고개를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어머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실종된 아버지와 병상에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울먹이는 순간이었다.

 “_—_——!!!”

 “읏!”

 실수로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자기 말을 감지한 것인지, 괴생명체가 자기 쪽으로 달려오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서지은은 손을 움켜쥐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부탁이야….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서지은은 마나를 끌어내서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기류가 어느 순간 흐트러지더니, 아까와 같은 발작이 다시 일어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발….’

 하지만 괴생명체는 서지은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그녀를 발견한 괴생물체는 괴성을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서지은은 포기하고 팔에 힘을 풀면서 자신의 통제에 벗어난 그림자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림자의 시선은 괴생명체가 아닌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끝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눈을 감고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파아앙! 콰직!

 “-___——!!”

 “응?”

 달려오던 괴생명체가 노란 빛줄기에 관통되더니,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니?”

 “자, 잠시만요!”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서지은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그림자에 공격당할 것이라는 걱정이 먼저 들기 시작했다.

 “지금 오시면 안 돼요!”

 “응?”

 서지은의 옆에서 그녀를 노려보던 그림자는 갑자기 온몸에 칼날들을 무장하고는 도와준 상대에게 시선을 돌려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서지은은 그 모습을 보면서 온몸에 힘을 주며 그림자를 회수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제발! 제발!!’

 구해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큼은 절대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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