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다.
‘뭘 선물해줘야 하나….’
초서현의 생일은 토요일인 내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에게 선물할 만한 물건을 고민만 할 뿐, 결정하지는 못했다.
관계를 생각하면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물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선물도 상대방을 실망시키기 딱이었다.
지금 초서현과 내 관계가 그런 사이였다.
아슬아슬한 줄을 타면서 건너가는 그런 사이.
‘실용성? 사치품? 아니면 그냥 꽃?’
[방에 놓고 계속 볼 수 있는 장식품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거 좋네.’
굳이 귀찮게 사러 갈 필요는 없었다.
정말 특별한 물품이 아닌 한 에넬로 만들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간단한 사치품이라면 에넬로 만들 수 있어서 편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그 장식품을 뭐로 줘야 할까.’
산 넘어 산이다.
‘정 안되면 제주도 돌하르방 장식품이라도 줘야 할까?’
[…만들어달라고 하셔도 안 만들어드릴 겁니다.]
‘….’
왜? 그거 귀여운데….
결국 밤새 생일 선물을 고르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
..
..
나와 성수아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아수라장이네요.”
“도대체 무슨 일이신지….”
그동안 반마다 정해진 던전으로 실습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오늘은 마과 생도 전부와 교관들이 전부 큰 공터에 모였다.
정작 우리를 이곳에 부른 예리엘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다들 무슨 일인가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마침내 예리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공터에 있는 단상에 올라가서 연설하듯이 마이크에 입을 대고 읊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 그저 괴수나 때려잡는다면 견학으로써 아쉬운 부분이 많겠다고 생각했어요.”
“….”
“그래서 오늘은 좀 특별한 던전을 경험시키고자 이 자리에 모이게 한 겁니다. 그건 바로….”
예리엘은 주위를 쭉 흩어보더니, 눈매를 올리며 말했다.
“미로 던전입니다.”
“…?”
생도들은 예리엘의 말을 이해 못한 채 교관들에게 질문했고, 교관들은 예리엘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생도들에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쪽은 성수아가 설명을 시작했다.
“저도 들어보기만 했는데, 여기가 그 던전이 있는 곳인가 보네요.”
“어떤 곳인가요?”
“미로 던전… 특별한 건 없고, 그냥 미로 같다고 해서 미로 던전이라고 불리는 편이에요.”
다른 던전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내부 구조가 계속 변경되고, 기믹이 좀 많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다만 괴수의 숫자가 적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설명해줬다.
“대부분 선발대가 들어가서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서 저도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아마 선발대가 아니면 미로 던전은 거의 경험할 일이 없을 거예요.”
성수아의 설명이 마무리되자, 단상의 있던 예리엘이 입을 열었다.
“자, 다들 설명을 충분히 들었을 거로 생각해요.”
예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지금 들어갈 미로 던전은 탐사를 많이 해서 괴수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기믹도 많이 파괴된 상태라고 했다.
원래 괴수들이나 기믹의 수준도 하급 수준인데, 없다시피 하니 그만큼 안전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번에도 현성들이 동행할 테니,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처해주실 거예요.”
생도들과 교관들이 그 말에 안심하며 긴장을 푸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진행하면 재미없겠죠?”
“…?”
예리엘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던전에 소정의 상품을 넣어 놨어요. 몇몇 분들은 기대 이하겠지만, 생도들에게는… 좋아할 만한 것을 넣어놨으니 다들 의욕을 내서 찾아주길 빌게요.”
그 말과 함께 생도들이 웅성거리며 의욕을 내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였다.
“소풍 온 기분이네요.”
“그러게요. 예리엘 님도 생각보다 즐거우신 거 같아요.”
우리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주위는 술렁이고 있었고, 단상에 있던 예리엘은 모든 사람의 반응에 흡족했는지 얕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시작하죠.”
..
..
미로형 던전.
다른 던전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입구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입구가 많은 만큼 던전을 헤매다가 엉뚱한 입구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한 곳이었다.
예리엘은 우리와 같이 던전에 들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나랑 현성들은 길잡이 역할을 하지 않을 거예요. 다들 길치들이기도 하지만….”
“하하….”
“나도 상자를 숨겨 놓으라고 지시만 했을 뿐이고,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르고.”
예리엘이 말한 소정의 상품은 딱 봐도 눈에 띄는 상자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괜히 바위 뒤에 숨겨 놓거나, 땅속에 파묻어서 헷갈리게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거 길이 한 두 갈래가 아닌데?’
[지금까지 경험했던 던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가끔 한두 갈래 정도 나오는 던전과는 다르게 계속해서 길이 갈라지며 위치의 혼동을 주고 있었다.
‘아르모니아, 혹시 모르니까. 기록 좀 해줘.’
[현재 지도로 계속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복된 길을 갈 염려는 없으실 겁니다.]
‘오케이.’
그렇게 지도를 기억하며 생도들을 이끌며 던전을 진행했다.
그리고 진행할 때마다 생도들은 보물을 찾아야겠다는 열망을 보이며 다급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교관님! 이쪽으로 가봐요!”
“거기로 가면 아까 돌아왔던 길이다.”
“아하….”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수아가 나를 보며 물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그쪽은 아마 바깥쪽으로 향할 거예요.”
“아아….”
이런 식이었다.
다들 집중한다고 해도 던전 안에 들어오고 나니 방향 감각이 서서히 잃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에 비해서 나는 눈앞에 아르모니아가 띄워준 지도를 혼자 보면서 계속 선두에 섰다.
그런 나를 보면서 생도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와… 성수호교관님, 이 정도면 네비게이션인데?”
“대박, 그런 쪽에 능력 아닐까?”
“나도 그런 능력 있으면 갖고 싶다.”
마과 생도들은 대부분 방향성이 약한 편에 속했다.
마법이라는 재능을 가져서 그런지 기억력 쪽에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는 반면에 방향성은 완전 꽝인 경우가 허다했다.
처음에는 길을 잘 기억하다가도 어느 순간 방향이 헷갈리며 그 기억이 오히려 엉망이 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해서 기과 생도들의 기억력은 마과 생도에 비해서 저조한 편이지만, 방향성이 뛰어난 편에 속했다.
즉, 여기 있는 녀석들 모두 길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성수아와 예리엘을 포함해서….
“와, 성수호 교관님, 대단하시네요.”
“그러게… 부럽네.”
“하하….”
예리엘이 마련한 보물을 찾는 것과 별개로 다행히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을 계속 걸어 다니면서 우리는 한 가지 큰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이거 흩어져야겠는데요?”
지금 이미 몇몇 다른 마과 생도들이나 교관들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은 흩어져서 찾아보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럼 두 개의 조로 나눠보죠.”
“그럼 일단 성수아 교관님이랑 저랑 그룹을 나눈 다음에 생도들을 배치해야겠네요.”
그리고 예리엘은 내가 있는 그룹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괴수나 기믹이 적더라도 혹시 모를 사태가 일어나면 내 쪽이 좀 더 불리할 테니까.
“그럼 예리엘 님이 옆에 계시니, 지은이는 성수호 교관님을 따라가는 게 좋겠다.”
“네….”
나를 보며 의문스러운 눈빛을 날리는 서지은은 조용히 내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단 성수아 교관님께서는 최대한 일직선으로 가주세요. 저는 지나치지 않는 장소 위주로 진행할게요.”
“네, 그럼 이따 봬요.”
그렇게 우리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탐색을 계속 진행했다.
..
..
예리엘은 생도들과 함께 내 뒤를 따라오면서 중얼거렸다.
“이건 계산 미스네. 설마 이렇게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일 줄이야.”
“하하… 제가 좀 길잡이에 익숙해서요.”
만약 선발대라면 제대로 된 지도를 만들어서 꼼꼼하게 체크하며 탐색했겠지만, 지금 이 던전에 들어온 생도나 교관들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답파를 완료한 던전을 빠르게 진행해서 상자를 찾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내야 했고, 지도를 만들거나 꼼꼼하게 뭔가 살피기에는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지도가 알아서 체크해 주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일이 없었고.
‘이거 찾은 지 꽤 된 거 같은데, 생각보다 안 나오네.’
[던전의 규모를 생각하면 오래걸려야 하겠지만, 또 찾는 인원의 숫자가 많은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보물 찾는 것보다 빨리 끝내고 탑에 가서 초서현 생일 선물 고르고 싶은데….’
그렇게 의욕을 떨어뜨리며 선두에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동굴 앞쪽에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공간에서 뭔가 검은 형체가 흔들흔들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다른 그룹인가?’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부자연스럽다는 것이 너무 눈에 띄었다.
아무리 못해도 세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인데, 움직임이 사람과 좀 다르다는 게 눈에 띄었다.
제대로 중심을 못 잡는 녀석… 그리고 네발로 바닥을 기는 녀석까지….
형체가 시야에 들어오고 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거… 저번에 그놈들 맞지?’
[…맞습니다.]
온몸이 보라색으로 뒤덮인 인간 형태의 괴물 세 마리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르모니아, 화살!’
나는 즉시 초전도체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1단계로 발사했다.
파아앙!
화살은 노란 빛길을 그리며 괴생명체에게 날아갔고, 한 마리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
짧은 단말마와 함께 한 마리가 쓰러졌고, 나머지 두 마리를 향해 화살을 쏘려는 순간이었다.
“신기한 능력이네요.”
“네?”
예리엘이 내 옆에서 오른팔을 들어 올리더니, 앙증맞은 손은 꼭 쥐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__!!”
“__——!!!”
달려오던 괴생물체 두 마리가 허공에 띄워졌고, 순식간에 같이 뭉쳐지더니 더 나아가서 뭉개지기 시작했다.
보라색의 괴생명체 두마리는 순식간에 농구공만한 고깃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생도들도 마찮가지였다.
하지만 예리엘은 괴수를 처치했다는 안도감이 아닌, 불안감이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상해요.”
“네?”
예리엘은 자신을 보고 놀라는 나와 생도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괴생물체 쪽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저 녀석들… 항마력이 보통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금 예리엘 님은….”
“그건 어디까지나 출력을 세게 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저 존재들… 생도들뿐만 아니라, 교관들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녀석들이에요.”
저 괴생명체들을 가볍게 농구공으로 만든 사람의 말이니 믿을 만한 정보였다.
“아까 녀석들, 영사관을 침입했던 괴생명체와 똑같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한 두 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군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던전 내부에 크고 작은 외침과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예리엘은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깨물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예리엘은 지금 우리를 책임지는 입장과 동시에 이 던전에 있는 모든 인원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는 인물이었다.
아까 실력으로 봐서는 그녀가 빠르게 나선다면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를 놓고 가는 것도 여의찮은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예리엘을 향해서 말했다.
“예리엘 님, 생도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좋아요. 아까 보여줬던 실력… 믿겠어요.”
예리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전에는 꼬마 마녀였는데, 이제는 꼬마 마법 소녀가 됐네….’
공중에 붕붕 떠 있던 예리엘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최대한 생도들의 안전에 신경 쓰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성수아에게 연락해서 만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내 대답과 함께 붕 떠 있던 예리엘은 비명이 들리는 곳으로 순식간에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생도들은 예리엘의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불안감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저번에 그놈들이면 내 마법 하나도 안 통하는데….”
“나 화속성이라 관통형 마법 못 쓰는데….”
마법사에게 무서운 건 당연히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일 것이다.
그나마 마법사끼리 싸운다면 상대의 마법도 자신이 가진 항마력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렇게 근접으로 달려드는 녀석들이 항마력도 높은 데다가 기과 생도 수준의 무력을 가지고 있다면 마법사에게 그만큼 위협이 되는 녀석들도 없을 것이다.
거기다 지금까지 재능으로 커버했던 것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은 생도들의 자존감을 확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
가뜩이나 시한폭탄 같은 서지은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지은도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얼추 들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법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오히려 그 마법이 아군에게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도 모르는 압박감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을 것이다.
일단 스마트 워치로 전화를 걸면서 생도들에게 지시했다.
“일단 다들 주위 경계를 해라. 나는 그동안 성수아 교관님과 연락할 테니. 뭔가 보이면 바로 나한테 말해.”
“네!”
다들 위기감에 들어서 그런지 평소에 보여줬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성수아 교관님. 지금 괜찮으신가요?”
(…?)
성수아의 반응을 봐서는 아직 그 괴생명체를 마주하지 않은 듯싶었다.
아까 일어났던 일들과 더불어서 지금 예리엘이 사건 수습을 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는 사실까지 모조리 설명해줬다.
(맙소사…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저희는 빨리 만나서 생도들을 외부로 대피시켜야 할 거 같습니다.”
(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요?)
성수아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멋쩍은 듯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애초에 시작부터 내 주도하에 탐색을 진행하다 보니,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오고 있었다.
나는 성수아에게 들은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과 갈림길의 숫자를 토대로 위치를 대강 파악한 뒤 말했다.
“생각보다 머네요. 저희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괜히 엇갈릴 수도 있으니까요.”
(네, 여기서 대기할게요. …조심하세요.)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는 생도들을 안심시키면서 서지은에게 다가갔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모두 최대한 나한테 붙어 있어라.”
“저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왜?”
“저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어요. 차라리 제가 따로 행동하는 쪽이….”
나는 바로 손을 들어 올려서 주먹을 쥔 다음 서지은의 정수리에 꿀밤을 먹였다.
쾅.
“하으끄읏!!”
“….”
고작 해봐야 꿀밤이었지만, 생도들의 표정은 내가 무슨 서지은에게 뺨을 때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생도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서지은을 다그쳤다.
“지금 그게 할 말이냐.”
“그, 그아… 그치만… 제가…. 하끄읏!”
나는 말대꾸하는 서지은에게 다시 한번 약하게 꿀밤을 먹였다.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 내비치는 서지은을 보면서 한소리를 했다.
“지금 너는 생도다. 무슨 용기를 가지고 희생한다고 하는 거면 가상하기라도 하지, 지금 교관을 옆에 두고 미덥지 않다고 그렇게 내빼면 내가 뭐가 되냐.”
“그, 그런 게 아니라….”
서지은은 정말 아팠는지 지금까지 보여줬던 차분함은 사라지고, 눈물을 찔끔 흘리며 정수리를 손바닥을 꼭 누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서지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때려서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서 그랬다.”
“그…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자, 그럼 출발하자.”
나는 생도들을 이끌고 성수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발걸음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