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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 나이가 백이 넘는다고?’
아르모니아의 설명에 의하면 예리엘이라는 꼬마의 나이는 130 정도 된다고 했다.
그 정도면 방부제 피부가 아니라, 방부제 그 자체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주의하셔야 할 건 나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수호 님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응? 뭔 소리야? 기록 같은 거 아냐?’
[이 정보는 괴인 수장이 가지고 있던 정보로, 예리엘의 나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합니다.]
‘괜히 말실수하지 않게 조심해야겠네.’
거기다 뭔가 꺼림칙해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다.
예리엘이 싫다기보다는 나를 생각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까이해서 좋은 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에 있었던 박희연과 오진호에게 했던 복수를 떠올렸다.
‘저번처럼 괜한 허튼짓은 하면 안 되겠다.’
그때는 복수심에서 그런 짓을 벌인 거였지만, 이번에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최대한 자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탑에서 지원하는 인물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최대한 숨죽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현성?’
아르모니아의 말에 의하면 굉장한 마법 실력을 갖춘 집단이라고 한다.
괜히 내가 어설프게 의심받을 행동을 하고 다니면 박희연과 오진호 때처럼 쉽게 넘어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뭐, 조심해야지….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마침 저녁이었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툭툭.
“응?”
뒤쪽에서 갑자기 누가 내 허리를 쿡쿡 찔러왔다.
그리고 돌아봤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건….
“오늘 하루 종일 어디 있었어요?”
초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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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견학 끝나고 오자마자 생도 집에 갔다가 와서 회의에 바로 참석한 거라고요?”
“네.”
초서현은 돈가스를 포크로 찍고 한숨을 쉬면서 혼자 구시렁구시렁하기 시작했다.
“바보 같긴….”
“네?”
왜? 내가 왜 바보 같아….
“그럴 때는 거절도 할 줄 알아야죠. 이 부탁 저 부탁 다 들어주면 어떡해요. 일주일간 피곤했을 텐데 사서 고생하긴….”
“하하… 그래도 생도 문제잖아요. 저는 기과 생도 중에 그런 아이가 있었으면 똑같이 했을 겁니다.”
“….”
초서현은 갑자기 입가를 씰룩거리더니 코웃음을 쳤다.
“뭐… 열심히 하는 건 인정하죠.”
그렇게 웃더니, 돈가스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하기 시작했다.
뭐랄까, 애랑 같이 밥 먹기는 기분이었다.
초서현은 내 시선을 눈치채더니,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주… 견학 끝나고 시간 있어요?”
“…? 네, 저는 일만 끝나면 언제나 시간이 납니다.”
“그럼 이번 주, 주말에….”
초서현이 뭔가 말을 하려고 계속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였다.
“안녕.”
“…뭐, 뭐예요. 왜 여기 계세요?”
예리엘이 그녀의 옆에 식판을 놓고 끙끙대며 의자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놀러 왔겠어?”
“으….”
예리엘은 초서현의 식판을 보더니, 무표정으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직도 돈가스를 좋아하는구나?”
“아니!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나는 ‘돈까스 좋아하네?’라고 말한 것뿐인데?”
“아오….”
예리엘은 초서현에게 짓궂게 장난을 친 뒤에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사람과 겸상하게 생겼다.
‘물… 많이 필요하겠다.’
[….]
그녀의 시선 덕분에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아서 수 차례 정수기를 왔다 갔다 하며 물을 떠다 마
“씨… 그 할머니는 갑자기 나타나서….”
초서현은 투덜거리며 기숙사로 향했다.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성수호가 오는 것을 기다렸고, 연락 불통인 상태라 그가 지내는 기숙사로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저녁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고 사정을 듣고 나서 간신히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초서현은 성수호와 같이 식사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호감이 있는 사람과 같이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채워지는 기분을….
그리고 마무리로 활력 안에 감초의 역할을 해줄 약속을 집어넣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예리엘이 나타나면서 초서현은 생일에 관한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하아… 생각해보니까. 견학 복귀는 일요일이고, 생일은 토요일인데….’
만나서 하루 종일 노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이 외출해서 밖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저번 약속을 핑계로….
하지만 이렇게 타이밍을 놓쳐버리니 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씨… 좀 더 빨리 말했으면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초서현은 견학 전부터 말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민을 하면 할수록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시간이 다가가오는 만큼 부담감도 더 증가했다.
그 결과, 최악의 상황에 도래한 것이었다.
같이 만나자는 이야기는커녕 생일에 관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초서현이 기숙사에 도착할 때쯤, 성수호와 있을 때 얻었던 활력을 전부 소진했다.
초서현은 그렇게 힘없이 침대에 누웠을 때 마침 다른 한 명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현이는 아예 답도 없고….’
문자를 잘 읽지 않고, 대답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초서현은 스마트 워치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게 뭐냐. …다들 나랑 있기 싫은 건가?”
초서현은 어느새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일기당천을 추구하며 세상을 살아왔던 초서현도 막상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쓸쓸할 때, 곁에 아무도 없으니 뼈가 아려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긴 소매의 티셔츠를 걷어서 자기 팔에 난 무수한 상처들을 확인했다.
“…그래, 이런 거 보면 기겁하고 도망하겠지.”
초서현은 자책감과 침울함, 그리고 서글픔이 온몸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초서현이 지금까지 남자를 멀리해 왔던 건 혹시라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런 상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건 그녀로서 상상도 하기 싫었다.
초서현은 팔뚝에 무수한 상처들을 보면서 울먹이며 속삭였다.
“차라리 날 죽이지 그랬어요….”
그렇게 눈가에 눈물이 고여서 흐르는 순간이었다.
띠리리….
“…응?”
흐릿한 시야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팔목에 감싸져 있는 스마트 워치의 화면이 빛나면서 누군가 전화를 걸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반대쪽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나서야 통화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서현은 조심히 통화를 받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초서현 교관님?)
“크읍… 네, 저예요.”
초서현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헤실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과 별개로 아까까지 울먹인 것 때문에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상대방은 바로 캐치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혹시 우신 건…)
“아, 아뇨! 울긴 누가 울어요! 바, 발가락이 선반에 찧어서 아파서 그랬어요!”
(…그것도 운 거 아닌가요?)
“흥! 무슨 일이에요! 용건이나 말하세요….”
초서현은 심통 맞은 얼굴로 투덜거리듯 말했지만, 스마트 워치에 귀를 기울이며 상대방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침묵이 흐르며 초소현을 초조하게 만들더니, 스마트 워치에서는 잔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에 하셨던 말씀처럼 심심해서 전화했습니다.)
“흐, 흐흫….”
(…?)
“크, 크흠! 뭐… 심심하면 어쩔 수 없죠!”
그 후 초반에 잠시 서먹했던 대화와 다르게 한번 물꼬가 튼 초서현의 입방정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간 있었던 일들은 일목요연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나태해진 모습의 생도들을 빡세게 굴렸다는 게 주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봤을 때는 시간이 이미 3시간이나 흐른 상태였었다.
“아… 벌써 시간이… 미안해요. 내가 너무 붙잡았죠?”
(응? 설마요. 즐거웠는걸요.)
“….”
초서현은 눈을 감고 한없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분명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그걸 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못했다.
‘이런 거 좋아하는 애들 이해를 못 했는데….’
초서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떨리는 입술을 최대한 쭉 내밀며 벌렸다.
“그… 그….”
“…?”
“그, 그럼 잘 자요.”
“네, 초서현 교관님도 주무세요. 그럼….”
뚝.
<통화 상대 : 성수호 보조 교관 -통화 시간 : 3시간 12분->
초서현은 스마트 워치에 떠 있는 성수호와의 통화 내역과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것만으로 충분해…. 괜히 더 친해지면 멀리 떠나가 버릴 테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 워치를 꼭 손에 쥔 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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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탑의 본거지인 상아탑이란다.”
“우와!!”
참고로 저 ‘우와!!’라는 감탄사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아탑.
이름만 들으면 왠지 고풍과 고딕이 한데 뭉쳐서 고성의 분위기를 띄울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대식으로 어우러진 유리 벽과 하얀 벽.
상아탑의 끝부분은 하늘에 닿을 듯 높았고, 그 높이를 지탱하기 위해 땅에 내리박은 1층은 대형 공원 수준으로 넓기까지 했다.
이건 지나가다가 못 본 척하고 싶다고 해서 못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한창 차에 나와서 상아탑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성수아가 피식 웃으며 툭툭 쳤다.
“혹시 처음 보세요?”
“네.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네요.”
생도들도 나름 감탄사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나만큼은 아니었다.
애들이야, 티비나 인터넷으로 이미 꽤 많이 봐 왔을 테지만, 나는 진짜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교단이 부지가 넓고, 못 본 곳이 많아서 그런지 일단 시설은 탑이 웅장해 보이네.’
교단의 부지를 전부 둘러봤다면 또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내 눈에는 탑의 승리였다.
성수아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각자의 방을 배정받고 나서 생도들과 함께 그녀를 따라다니며 시설에 대한 안내를 받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탑에 정식 입단하게 되면 각자의 방과 연구실 하나씩을 받게 될 거란다.”
각자의 방과 연구실을 제공, 그리고 성과에 따라서 탑에 위층으로 올라가게 되면서 더 좋은 시설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교단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마 마법사의 대우는 탑이 더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도들은 저마다 소풍 분위기를 내면서 싱글벙글 웃으며 성수아의 뒤를 따랐다.
그 소풍 분위기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성수아 교관님과 함께하는 소풍.
하지만 정작 이 중에서 유일하게 침착한 표정과 점잖은 몸짓으로 차분히 따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저 나이 때면 좀 촐싹거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 그 정도 유명세를 지닌 부모를 뒀다면 이런 시설은 자주 와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긴… 서주호? 진짜 유명하더라.’
초서현과 통화를 마치고 서주호에 대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영웅들조차 영웅으로 추대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돈도 많은데, 경영에도 재능이 있었고, 심지어 영웅으로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자.
거기다 아내도 영웅으로서의 실력과 아내로서의 내조가 뛰어났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하지만….
‘아빠는 죽고, 엄마는 병상에서 식물인간이라…. 안타깝네.’
서주호는 인명을 구하다가 실종됐고 그의 부인은 몇 년 전에 돌연 정신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상태라고 한다.
분명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 모든 것을 잃은 불우한 아이.
거기다 자기 능력까지 제어가 안 되는 상황.
주위에서는 그녀의 심리가 불안정해져서 능력이 활개를 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다.
탑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서가(徐家) 측에서는 단호하게 거부를 하는 상황.
그리고 검색 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지금 서가를 책임지고 임시로 운영하는 자가 바로 이세형, 바로 기철호였다.
즉, 거부한 건 서지은이 아니라, 기철호의 의사가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집사라는 놈이 뭔가 있어 보인단 말이지.’
서주호가 죽고, 그의 아내가 그룹을 유지하고 있던 차에 돌연 식물인간이 됐다.
주위에서는 남편이 죽어서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자기 몸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다가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기질만 안 봤더라면 나도 속았을 테니까.’
기철호.
내가 의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담당하는 생도의 주위에 이상한 놈이 있으니 신경이 거슬리긴 했다.
이세현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니, 굉장히 유능한 인물로 서가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표현되기까지 했었다.
그런 녀석이 옆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줄은 서지은 본인은 알고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서지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때, 서지은이 살며시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
나는 뻘쭘하게 고개를 돌려서 웃었다.
“와…. 상아탑 멋있네.
“….”
왜? 멋있지 않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성수아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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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도들을 모두 방에 보낸 뒤에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와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첫날은 역시 편하네.”
마과 견학도 첫날은 교단과 다르지 않았다.
탑을 둘러보며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을 최대한 생도들에게 보여주면서 탑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전반적인 공공시설은 교단이 압승이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높이를 자랑하는 상아탑은 연구실, 개인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실력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면 탑으로 가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교단과 탑에는 큰 벽이 존재했고, 마과 생도들도 교단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분명 존재했었다.
대우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머무는 단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그나마 이번에 탑이 좀 더 나은 상황 중의 하나인 것이 바로 마과에 있는 모든 생도가 탑으로 견학을 왔다는 사실이었다.
생도들도 현성들이 직접 온다고 하니, 탑에 가고 싶다고 아우성을 쳤다고 한다.
무엇보다 교단에서 일어난 사건 덕분에 영사관도 이번 마과 견학에서 교단을 조용히 제외하기도 했다.
아마 어느 정도 협의가 있었겠지만….
내가 그런 부분은 정확히 알 도리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교단이나 영사관 문제를 신경 쓸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귀찮네, 하필 그 여자가 나랑 같은 조래….’
[주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기질이 있는 만큼 뭔가 의심을 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성들이 각자 마과 한 반을 맡아서 지도하기로 했는데, 성수아와 내가 맡고 있는 마과 7반을 예리엘이 맡게 되었다.
가뜩이나 불안해서 가까이하기 싫었는데, 한번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니 쉽사리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괴인 소속이라는 것만 들키지 않으면 되는데….’
[일단 수호 님은 인간이기도 하고, 말조심만 한다면 들킬 염려는 없습니다.]
이쯤 되니까, 한 가지 궁금한 사실이 떠올랐다.
‘그런데 들키면 우리 그냥 임무 종료인가?’
원래 임무는 초강현의 멘탈을 박살 내서 주인공의 역할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초강현 얼굴은커녕 머리털 하나 못 본 상태인데, 만약 여기서 내가 괴인 단체라는 것을 들키면 사실상 끝이 아닌가 싶었다.
[최종 목적에 도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만약 들키거나 초강현의 멘탈을 박살 내는 것이 불가능하면 차라리 빨리 손 터는 쪽이 낫다는 이야기였다.
임무는 많고,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이 세계가 갑자기 뒤집힐 일은 없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가고 싶네.’
이미 두 여자와 꽤 많은 정이 들어버렸고, 버리고 가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성수아와 초서현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띵동!
“응? 누구지?”
혹시 예리엘인가 싶어서 긴장하며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잠시 시간 되시나요?”
성수아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