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아는 인터폰에 버튼을 누르면서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지아야, 나야.)
“!!”
윤지아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서 나를 봤고, 나는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거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인데?’
재미있는 상황은 맞지만, 마냥 좋은 상황도 아니었다.
나도 웬만하면 모른 척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사이에서 즐기려고 했는데, 이러면 완전 나가리 되는 꼴이니까.
(지아야, 빨리 문 열어줘. 바로 옆 방에 성수호 새끼 있어. 제발….)
“그, 그게….”
윤지아는 온몸을 떨면서 얼굴이 새파래지기 시작했다.
열어줘도 문제. 안 열어줘도 문제.
‘음… 계획 변경이다!’
[…?]
나는 천천히 윤지아의 뒤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건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가 없네요.”
“하아… 하아… 흐으윽….”
윤지아는 인터폰에 마이크 쪽에 손가락으로 막으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리 윤지아 교관님과 친분이 있어도 이건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네요. 바로 영사관에 가자마자 해고 건과 더불어서 책임을….”
내가 냉정하게 뒤를 돌아서 침대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윤지아는 나를 잡고는 애원하듯 속삭였다.
“그, 그럼 저도…. 서, 성수호 교관님이 저랑 이렇게 된 것도 이야기할 거예요.”
“….”
확실히 그녀가 진심을 담아서 한 이야기라면 절대 흘려들으면 안 되는 내용이었다.
만약 회과 소속의 정식 교관이 보조 교관에 대해 불성실함이나 문제를 제시한다면 나도 고충신과 똑같은 꼴을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야 윤지아가 정말 그런 인간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제가 실수를 한 거네요. 윤지아 교관님을 좋아한 실수를.”
“그, 그런 말뜻이 아닌데….”
윤지아는 내 말에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며 정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와중에도 고충신은 인터폰으로 계속 애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지아야… 진짜 그럴 거야? 나 지금 좆될 각오하고 온 거라고….)
“….”
윤지아는 고충신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결심한 듯 나를 올려다봤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오빠를 용서해주실 건가요?”
좋다. 내가 원하는 그림이다.
나는 고민하는 척하고는 윤지아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네?”
윤지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고, 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니라도 좋아요.”
“…?”
“보아하니 고민혁 씨랑 아직 사귀는 사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내면서 윤지아 교관님의 마음을 얻고 싶어요.”
“아… 흐읍! 츄읍….”
나는 바로 윤지아에게 키스를 하면서 그녀가 가리고 있던 인터폰 마이크에 내 손가락으로 막았다.
마이크가 막힌 상태에서 고충신은 내부의 상황을 모르고 계속 혼잣말을 시도했다.
(하아… 지아야… 저번에는 내가 미안했어.)
“츄릅… 츄읍… 하읍….”
윤지아는 이미 고충신의 말은 귓속에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내 혀를 탐할 뿐이었다.
분명 평소의 윤지아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었지만, 그녀에게 걸린 종속이 그녀가 가지는 죄책감을 완벽하게 성욕으로 상쇄시키고 있었다.
‘크으… 이 성벽 장난 아닌데?’
=====
성벽 : (불륜이나 바람을 피울 때마다 그 죄책감이 성수호에게 향하는 성욕과 호감도로 변한다.)
=====
아까 윤지아가 갑자기 자위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다만 이 성벽은 고충신과 사귀는 동안만 유효할 것 같습니다.]
‘일단 수정 못 하는 게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종속 레벨이 올라가면 또 뭔가 있지 않겠어?’
윤지아가 아무리 고충신을 망가뜨릴 재료라고 해도 그녀를 마냥 버릴 생각은 없었다.
나를 사랑해주는 데다가 이렇게 예쁜 여자를 내가 무작정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윤지아는 나와의 키스로 자물쇠가 풀리면서 내 입안에 혀를 계속 집어넣었다.
고충신이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욱 과감하게 키스를 해왔다.
나는 인터폰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누른 상태로 윤지아에게 속삭였다.
“지금 마이크 막혀 있어요.”
“아….”
“고민혁 씨 일은 제가 어떻게든 숨겨드릴게요.”
“그, 그럼 일단 오빠를 돌려보내고….”
“그런데 제가 지금 윤지아 교관님 모습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아….”
윤지아는 내 말을 듣고 나서 바로 고개를 숙여서 내 하복부를 바라봤다.
흉측한 모습으로 올라온 내 자지를 보고는 윤지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내 품에 안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와 동시에 다리를 구부려서 그녀가 내 자지를 구멍에 넣을 수 있게 자세를 잡았다.
윤지아는 성벽이 발동된 탓인지 쾌락에 젖어서 미소를 지을 뿐 전혀 죄책감을 느끼는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마이크로 들려오는 고충신의 목소리는 윤지아에게 흥분제로 작용하고 있었다.
쾌락에 굴복한 얼굴이었지만, 입 밖으로는 다른 말이 나오고 있었다.
“오, 오빠를 돌려보내고 나서….”
“저는 윤지아 교관님과의 사랑을 다음으로 미루고 싶지 않아요.”
“흐… 그, 그럼 최대한 빨리….”
윤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내 귀두를 천천히 자신의 구멍에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품에 안겨서 자신의 내부로 깊숙이 집어넣기 시작했다.
“끄읏… 흐으읏!”
“크읏, 그럼 움직이겠습니다….”
“네…. 하읏! 하앙! 하아앙!”
나는 최대한 마이크에서 손을 떼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며 윤지아의 보지를 맛봤다.
굉장히 불편한 자세였지만, 윤지아는 벽에 등을 기대고는 하복부를 들어 올려서 내 자지가 자유롭게 왕복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하앙! 하아앙! 하응!”
“크읏!”
윤지아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옆에서 흘러나오는 고충신의 목소리를 흥분제 삼아서 신음을 내뱉었다.
(지아야… 제발… 뭐라고 대답 좀 해봐….)
“하앙! 하아앙! 좋아! 이거 좋아!!”
윤지아의 바람기 섹스는 오히려 그녀의 자궁을 내려앉게 했고, 자궁은 음문에 굴복하듯 터질 듯 맥박이 뛰었다.
나는 그런 윤지아의 자궁에 자지를 깊숙이 박으면서 입을 열었다.
“윤지아 교관님! 갑니다!”
“나도! 나도 갈 거 같아요! 하아앙!!”
그렇게 그녀의 자궁에 아침 정액을 배출하고 나서 그녀의 귓속에 속삭였다.
“윤지아 교관님… 아직 영사관에 가려면 몇 시간 더 남았다는 거 알죠?”
“하아… 하아….”
나는 마이크에서 손을 떼고 나서 윤지아에게 눈빛을 줬다.
윤지아는 쾌락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인터폰을 향해서 말했다.
“하아… 하아… 오빠….”
(응? 지아야… 너….)
고충신은 잠시 침묵하더니 낮게 깔린 음성을 내뱉었다.
(설마 울었어?)
“하아… 하아… 그게….”
(설마 밤새도록 운 거야?)
그래 울긴 울었지. 다리 벌리고 내 자지를 받아내면서 울어대긴 했지.
나는 속으로 낄낄 웃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계속 지켜봤다.
“하아… 오빠… 나 지금 만나기 힘들어.”
(…알았어. 지아야.)
고충신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마이크를 통해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미안해. 나… 다시는 너한테 그런 짓 안 시킬 거야. …사랑해.)
나는 윤지아의 입술에 체액이 담긴 강렬한 키스를 했다.
“흐읍… 츄읍… 츄릅….”
(지아야?)
입술을 뗀 윤지아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사랑해….)
뚝.
“하… 하하….”
고충신은 통화가 끊긴 인터폰을 바라봤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밤새 울었던 모습 보여주기 싫었나? 부끄러워하긴….”
고충신은 미소와 함께 검지로 코를 쓱쓱 비비며 그 자리를 떠났다.
박희연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폐에 공기를 터질 듯이 담고 내뱉으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힘들어….”
그녀는 밤새 잠 한숨 자지 못한 채 교단에 있는 각종 부서에 불려 다녔다.
거친 질타를 해대는 부서가 있는 반면에 가볍게 정황을 묻는 부서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박희연은 단 한 가지 사실만 꼭꼭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
‘여자 두 명에 남자 한 명… 분명 나랑 대화했던 새끼야. 죽여줄게… 가랑이에 달린 것부터 시작해서 갈아주겠어.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해줄 테니까.’
교단이 자신들에게 칼을 휘두른 존재들을 적당히 봐주면서 넘어갈 리 없었다.
박희연은 교단이라면 분명 잡아낼 것이라고 확신했고, 최소한 정체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어떠한 법이 가로막더라도 남자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그렇게 눈에 살기를 담으며 오진호가 있는 병동으로 향했다.
“이제 깨어날 때가 된 거 같은데….”
그렇게 오진호가 지내고 있는 병실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어딨어!!”
“응?”
박희연은 오진호의 목소리를 듣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병실로 들어갔다.
오진호의 팔은 아직 원상 복귀를 시키지 않은 상태로 괴이하게 덜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진호는 자기 팔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박희연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박희연! 어딨어! 내 물건 어디 있냐고!!”
“무슨 소리야?”
“구슬!!”
박희연은 오진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처음으로 구슬에 관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있었던 사건부터 오늘 오진호를 만날 때까지 모든 시간 동안 구슬에 대해서는 단 일도 생각하지 않았던 박희연이었다.
“그거… 나도 모르겠는데?”
“씨발! 모르면 다야!! 그게 얼마나 비싼 건 줄 알아!?”
“….”
박희연은 오진호의 질책에 환멸을 느끼며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내가 그 꼴을 당하면서까지 구해줬는데. 지금 나한테….’
박희연은 기쁜 마음은 사라지고, 울컥하는 마음이 끓어오르며 오진호와 말다툼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 구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지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구해? 구해줬다고!? 이런 병신 같은 팔을 만들어 놓고, 구슬도 잃어버려놓고 구해줬다고!?”
“….”
박희연은 오진호의 고함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니가… 니가 어떻게 그렇게….”
“씨발!! 구슬! 구슬 빨리 찾아와!!”
박희연의 울상에도 오진호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평소에 보여줬던 차분하고 자상한 모습의 오진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박희연의 눈에 오진호는 오로지 괴이한 팔을 지닌 난동을 피우는 인간형 괴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니가 알아서 찾아봐!”
박희연은 그대로 병실의 문을 박차고 나갔고, 그녀의 뒤에서는 오진호의 욕설이 담긴 외침이 들려왔다.
“돌아와! 내 구슬 찾으라고 씨발!!”
***
“오진호 영웅님은 괜찮으신가요?”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요.”
박희연은 오진호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인상을 찡그리면서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생도들을 바라보는 박희연은 다시 표정을 풀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일주일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비록 중간에 사건이 있어서 고생했지만, 결국 너희들도 언젠가 경험할 일이라는 걸 명심해.”
박희연의 말에는 어느 정도 변명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생도들에게는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기도 했다.
생도들의 입장에서도 그런 큰일은 분명 언젠가 겪는 날이 올 것이고, 그런 경험을 해봤으므로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박희연은 그렇게 설명을 끝내고 생도들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다들 스마트 워치 내밀어봐.”
“…?”
생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팔을 내밀었고, 박희연은 생도들이 내민 손 사이로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위치 시키며 연락처를 건네줬다.
박희연은 연락처가 전부 넘어간 것을 확인하며 팔을 거뒀다.
“일주일뿐이지만 이렇게 같이 만날 수 있었던 건 분명 인연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나중에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 싶은 순간에 연락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오오….”
박희연이 이번 견학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생도들이 그녀의 실력과 위치를 낮게 평가하는 건 아니었다.
교단의 영웅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다들 애들처럼 촐싹대기 시작했다.
“자! 그럼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생도들은 박희연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차량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생도들을 보면서 윤지아와 같이 박희연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량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이었다.
“잠깐만요.”
“네?”
“잠깐 이야기 좀 해요.”
박희연은 그 말과 동시에 몸을 돌려서 걸어갔고, 나는 윤지아의 눈치를 보면서 그녀를 따라갔다.
얼마 가지 않아서 두 사람만 있다는 걸 확인한 박희연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연락처 주세요.”
“아… 일단 지금 스마트 워치가 망가져서 그 연락처를 계속 쓸지 모르겠네요.”
아마 박희연이 연락처를 달라고 한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감시.
나머지 하나는 종속.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스마트 워치는 망가진 상태였고, 영사관에서 다시 지급하면 연락처가 그대로라는 보장도 없었다.
박희연은 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기더니 주머니에서 빳빳한 종이 하나를 꺼내서 내게 건네줬다.
“…이거요.”
“명함인가요?”
“네. 필요하면… 연락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
“하하… 감사합니다.”
이로써 감시보다는 종속의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감시가 목적이었으면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안달했을 테니까.
“꼭 연락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나를 멀뚱히 바라보는 윤지아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