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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행 방향인 척하면서 다른 그룹이 있는 방향으로 계속 던전 탐색을 진행했다.
윤지아나 송아라, 나머지 멤버들은 피곤한 얼굴을 하면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서 그런지 하품조차 하지 않고 내 뒤를 잘 따라왔다.
내가 그렇게 진행하고 있을 때, 송아라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괴수가 밤에는 적은 편인가 봐요.”
“아니면 이미 지나간 길이라서 없는 걸 수도 있겠지?”
“아! 그럼 이대로 가면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송아라는 내 말에 맞장구쳐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게끔 계속 이야기를 진행했다.
송아라의 의문이 담긴 말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다른 그룹을 찾게 되더라도 아무런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도움이 되는 녀석이야.’
…머리만 기르면 참 좋을 텐데.
여자로 보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머리카락만 기르면 외모, 스펙 모든 면에서 졸업하자마자 주목을 받을 정도로 예뻤다.
그렇게 주목받으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영웅이 된 시점에서 편한 것은 포기해야했다.
차라리 주목받으며 성공하는 쪽이 편하다면 편할 수 있겠지.
‘뭐… 본인 선택인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다른 그룹이 있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향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멀리서 주황색의 빛깔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송아라가 소리쳤다.
“아! 저기 있어요!”
우리는 송아라의 말과 동시에 그쪽으로 뛰어갔다.
다른 그룹의 생도들은 우리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다행이다.”
“괜찮니?”
“네, 저희는 괜찮아요. 그런데….”
생도들은 아까 통화로 알려줬던 요약을 빠짐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들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얼굴을 짓기 시작했다.
“나머지 부분은 문제없지?”
“네… 텐트도 무사하고 짐도 그대로예요.”
나는 이미 사정을 전부 알고 있었지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눈을 감고 침묵했다.
다들 내 얼굴에 집중하는 게 느껴졌고, 나는 눈을 뜨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일단 다들 불침번을 정한 다음에 쉬어라.”
“…네?”
“서, 성수호 교관님. 두 분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찾겠습니다.”
“네?”
윤지아뿐만 아니라, 송아라, 그리고 다른 생도들에 경비원들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일단 저 혼자 찾아보겠습니다. 만약 상대가 그 정도로 강하다면 생도들과 같이 가면 위험해요.”
“성수호 교관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맞아요! 정말 강하면 그만큼 같이 뭉쳐서….”
“조용!”
“읏….”
나는 송아라에게 일갈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여기는 던전이야. 큰 소리에 괴수들이 또 오면 상황이 안 좋아져.”
“죄송합니다….”
“괜찮아. 일단 내 말을 들어라.”
“…그건 싫어요.”
“….”
한 번에 말을 들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무모한 짓이었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처럼 보일 것이다.
송아라의 말에 윤지아도 거들어주기 시작했다.
“맞아요, 성수호 교관님. 정 찾아야겠다 싶으면 일단 같이 자고 나서 찾아도….”
“안 됩니다. 두 분이 그런 위험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빨리 찾아봐야 합니다.”
“그럼 지금 같이….”
“그것도 안 됩니다. 저희는 생도들의 안전도 우선해야 합니다.”
“….”
윤지아와 나, 둘 중의 한 명은 입장상 생도들과 꼭 붙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웅들의 위험을 무시할 수 없으니, 결국 둘 중의 한 명이 찾으러 가야 하는 처지였다.
결국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면 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윤지아의 어깨를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윤지아 교관님. 생도들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쉰 다음에 생도들과 같이 출구를 찾으세요.”
“….”
윤지아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오히려 대답을 원하지 않았던 인물이 대답을 해왔다.
“그럼 저라도 갈래요.”
“안돼.”
“하지만….”
“마지막이다.”
“으….”
나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어떠한 표정들보다도 노기를 뿜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얄팍한 동료애로 다른 애들까지 난처하게 만들 셈이냐?”
“그, 그런 게 아니라….”
“송아라 생도, 니가 빠지면 내일 다른 생도들이 출구를 찾을 때 얼마나 애를 먹을지 생각해봤어?”
“….”
나는 송아라를 최대한 몰아세우면서 모든 인원에게 설득을 시도했다.
그렇게 한참을 내몰고 나서 표정을 풀고 말했다.
“너희는 지금 수업하는 게 아니야. 이건 실전이다.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서 행동하는 일은 없도록 해.”
“…네.”
송아라뿐만 아니라, 다른 생도들의 표정에서도 수긍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윤지아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윤지아 교관님. 애들… 잘 부탁드립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저한테 연락하시고요.”
“…네. 성수호 교관님도 문제가 생기면 꼭 연락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나는 모여있는 인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생도들의 증언에 따라 박희연이 향했다는 방향으로 서둘러서 달려갔다.
윤지아는 송아라에게 상태 이상 회복 스킬을 사용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자, 됐단다. 한동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감사합니다….”
송아라는 윤지아의 말을 듣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윤지아는 송아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걱정되니?”
“…네.”
“….”
윤지아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수호가 만약 정식 교관이었다면 이 정도로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구출하기 위해 떠난 성수호는 실력이 좋다고 해도 보조 교관이었다.
거기다 상대는 정식 영웅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상대였다.
‘…교관이라는 신분을 들이밀어서 막았어야 했을까?’
윤지아는 당시에 성수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끌려가듯 명령을 듣게 되었다.
윤지아가 태생이 남에게 의지하는 성격이라고 해도 보조 교관에게 이렇게 끌려다니지는 않았다.
그런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성수호는 윤지아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그리고 그런 윤지아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말을 따랐다.
‘예전에 만났던 적이 있는 분인가? 그래도 그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분이라면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윤지아는 다시 한번 이질적인 기억을 더듬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우연히 떠오른 건 지금 상황과 전혀 상관없는 고충신이었다.
‘하아… 갑자기 오빠 생각나니까, 화나네….’
윤지아는 최근 꿈에 시달리고 있는 덕분에 고충신 생각만 하면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분명 꿈이었지만 자신에게 죽어달라고 했던 고충신의 행동이 머릿속에서 겹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꿈에서는 고충신과 더불어서 활을 쏘는 캐릭터의 모습을 하는 강탈자도 계속 등장했다.
‘…잘 지내고 계시려나.’
근래에 꿈으로 인해 컨디션이 안 좋았고, 바쁜 탓에 접속을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최근에 성수호와 더불어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인연이 끊길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니까, 목소리가 비슷한 거 같은데….’
윤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고 불침번에 집중했다.
‘이럴 때 딴생각하면 안 되지. 집중하자.’
***
“하악… 하악… 거기 서!”
박희연은 오진호의 잘린 팔을 들고 괴한의 뒤를 쫓고 있었다.
박희연의 옷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고, 그녀가 들고 있는 팔은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긴급 용이긴 하지만 상급 포션이 있어. 완전히 괴사하지 않으면 일단 붙일 수 있어. 저 새끼만 잡으면!’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하물며 상대는 오진호를 들쳐멘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박희연은 다급하게 쫓는 상황에서도 서서히 냉정함을 되찾기 시작했다.
‘혹시 한 명이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한창 가볍게 뜀박질을 하던 괴한은 막다른 길에 몰렸고, 멈춰선 다음에 가볍게 뒤를 돌았다.
그 모습을 본 박희연은 바로 자세를 바로잡고 괴한을 향해서 검 끝을 들어 올렸다.
“하아… 하아… 씨발 나한테 도망칠 수 있을 줄 알았냐?”
“….”
“너, 어디 소속이야? 아니지, 그딴 거 물어본다고 알려줄 거 같지는 않고….”
박희연은 괴한에게 시선을 집중하면서 그가 들쳐멘 오진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애초에 그녀가 이렇게 쫓아 온건 괴한 때문이 아닌, 오진호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당장 그 남자만 놓고 가. 그럼 더는 쫓아가지 않을 테니까.”
“….”
“너, 내가 어디 소속인지 모르는가 본데…. 내가 교단 소속이거든? 지금이라도 떠나면 최소한 목숨은….”
박희연이 그렇게 부탁이 담긴 협박을 감행하고 있을 때였다.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터벅, 터벅, 터벅….
박희연은 잠시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살며시 틀어서 뒤쪽을 확인했다.
망토를 쓴 괴한 두 명이 여유롭게 서 있었다.
‘…씨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 명을 상대로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두 명이 더 늘어났다면 상황은 종료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뒤쪽에 있는 괴한 중의 한 명은 망토를 뒤집어서 썼지만, 외적인 부분이 다른 게 티가 났다.
박쥐 날개에 고양이 꼬리….
박희연은 괴한들을 향해서 중얼거렸다.
“씨발… 역시 괴인 새끼들이었냐….”
이런 짓을 벌이는 건 십중팔구 괴인의 소행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희연은 포위된 상태로 이를 갈면서 물어봤다.
“너희들 무슨 목적이야.”
“….”
박희연의 말에 괴한 세 명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아… 그래, 애초에 대화가 되는 새끼들이 아니지. 너희들 모두 죽을….”
박희연은 죽을 각오를 하며 검을 바로 잡으며 덤벼들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
박희연은 잡음이 섞인 전자파 목소리를 듣고는, 두 명이 서 있는 곳으로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망토를 쓰고 있는 괴한들의 외형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하물며 성별도 구별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망토가 닿지 않은 하체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박쥐 날개를 가진 녀석은 여자, 그 옆에 키가 큰 녀석은 남자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랑 싸운 새끼는 여자 같고….’
너무 티가 나게 빠진 라인은 성별을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곡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박희연의 침묵에 대답하듯 남자가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이야기를 진행했다.
-우리의 목적은 완수됐다. 더는 쫓아 오지 않는다면 살려주겠다.-
“하하하…. 개소리하고 있네. 지금 와서….”
-남자를 살리고 싶은 생각이 없나 보지?-
“으드득….”
박희연의 시선에 오진호가 담겼고, 그의 목에는 괴한이 들고 있는 검이 사선으로 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괴한이 검을 긋는 순간 오진호를 살리기 위해 달려온 박희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희연은 그 말을 듣고 이를 갈면서도 한편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어…. 다행히 저 녀석들도 빨리 빠져나가려는 거 같고….’
박희연은 괜히 시간을 끌면서 괴한들을 잡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오진호를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좋아…. 그럼 빨리 내 동료 놓고 꺼져.”
-그런데, 그건 또 쉽지 않은 문제지.-
“하아…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야?”
조금 전까지 서로를 위해 그만두자고 했던 녀석이 다시 말을 바꾸니 박희연 입장에서 빡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떠나는 동안 네가 동료를 부르는 상황이 생기면 우리도 곤란해지거든.-
“씨발 그럼 통신 장비를 다 가지고 가던가.”
-실력이 좀 좋아 보이던데 우리보다 던전 밖으로 더 빨리 빠져나가면 그것도 의미 없는 행동이 되는 거라서 말이지.-
“아니, 씨발! 그럼 어쩌자는 건데!!”
박희연은 상대방이 자신을 약을 올린다고 생각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박쥐 날개와 고양이 꼬리가 달린 괴한이 박희연에게 뭔가를 던졌다.
박희연은 맞추려는 행위가 아닌 무언가 건네주기 위해 던지는 행위라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날아오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낚아챘다.
투박한 모양의 투명한 병이었다. 크기는 10ml짜리 작은 병으로 안에는 아주 적은 양의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수면제다.-
“…뭐?”
-네가 그걸 마시고 자게 되면 우리는 저 남자를 놓고 떠나겠다.-
“….”
박희연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가 만약 혼자였다면 지금 당장 쌍욕을 받으며 바로 괴한들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목숨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저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일 박희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희연은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너희들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하지?”
-굳이 우리가 네게 이런 제안을 할 정도로 귀찮음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증거지.-
“….”
처음부터 대화 없이 박희연을 죽일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씨발… 도대체 왜 이런 녀석들이 중하급 던전에….’
박희연은 아무런 정보 없이 최대한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애썼지만, 괴한들은 그녀가 이해할 시간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빨리 결정해라. 우리도 바쁘니까.-
“…그렇게 되면 지나가던 괴수한테 먹히는 신세가 되라는 건데?”
-그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해결할 테니. 마지막이다. 괜히 말 돌리면 다음은 없다.-
남자가 말을 마치자, 오진호의 목에 닿아있는 검에서 핏줄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박희연은 주머니에서 상급 포션을 꺼내서는 오진호의 잘린 팔과 함께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최소한 내 동료는 치료하게 해줘. 그전에는 절대 안 돼.”
-…좋다.-
그 말과 함께 남자로 추정되는 자가 턱짓을 했고, 옆에 있던 날개가 달린 괴한이 박희연에게 다가가서 팔과 포션을 받고 오진호에게 다가갔다.
-빨리 마셔라. 그럼 치료하고 바로 떠나지.-
“…씨발.”
박희연은 바로 들고 있던 투명한 병의 마개를 열어서 단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닥에 털썩 주저 누웠다.
연기를 하며 누운 박희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평범한 수면제라면 꽤 오래 버틸 수 있어. 만약 빈틈이 보이면 기습을….’
박희연은 실눈을 뜬 상태로 오진호 쪽을 살폈고, 두 괴한이 오진호의 팔을 가지고 이리저리 붙이려고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일단 정말 목숨을 살리려는 거 같은데.’
그렇게 잠시 긴장을 푸는 순간이었다.
주르르륵.
박희연의 머리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며 그녀의 눈과 코, 입술을 덮기 시작했다.
“푸큿….”
-연기를 해도 그렇게 어설프게 하면 곤란하지. 아무리 초강력 수면제라고 해도 그렇게 즉시 잠들게 할 수는 없다.-
“…큭.”
박희연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고개를 돌려서 상대를 노려봤다.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존재. 망토 안을 뚫어지게 봐도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들 도대체 저런 망토는 어디서…. 잠깐… 안돼… 자면….’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던 박희연은 갑자기 눈이 스르륵 감기기 시작했고, 마지막 음성만이 그녀의 귓속으로 들어오면서 그녀의 자장가가 되어줬다.
-실험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덕분에 실험 재료가 나타나 줘서 다행이네.-
“그…게… 무슨….”
박희연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