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39화 (240/898)

 ***

 “하아아암….”

 남자 생도 한 명이 크게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그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 옆에 있던 여자 생도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졸려… 그냥 한 명씩 불침번 서면 되지 않나?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오진호와 박희연 그룹은 이동 중에 슬슬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텐트를 치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 나섰고, 근처에 괜찮은 장소를 골라냈다.

 동굴 구석으로, 한쪽으로만 경계를 서도 되는 굉장한 장점이 있는 장소였다.

 문제는 그 장점을 깡그리 무시하고 두 명씩 불침번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더욱더 최악은….

 “크어어엉….”

 “스으….”

 두 명의 영웅은 불침번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이었다.

 “하아… 가뜩이나 독기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졸리기까지 해….”

 “어쩌겠어. 솔직히 저기 두 분이 다 처리했잖아. 탐색하는 동안에는 버틸 만하잖아.”

 “맞아… 솔직히 피곤한 게 낫지. 저쪽은 괜찮을까?”

 “그 보조 교관님이 좀 괜찮은 분이긴 해도… 역시 보조 교관이잖아. 그쪽 애들은 고생하고 있을걸?”

 생도의 말대로 성수호의 그룹에 있는 생도들은 편하게 자지만 전투에 대한 피로는 이쪽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쌓여 있었다.

 아무리 성수호가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원거리에서 지원하는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텐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

 “헉!”

 “힉!”

 두 생도는 오진호의 짜증이 섞인 중얼거림에 놀라서 바로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두 사람의 사과 소리에도 대답하지 않던 오진호는 숨소리와 함께 엉뚱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멍청한 활쟁이 새끼… 변명만 많아서는…. 크어어엉….”

 “…휴우.”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니, 평소에는 얌전한 분이 잠버릇은 장난 아니네.”

 “나 저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렇게 보니까 좀 깬다….”

 “난 오히려 박희연 영웅님이 잠꼬대하고 코 골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짜 얌전하게 주무시네.”

 남자 생도의 말대로 박희연은 숨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자고 있었다.

 “스으….”

 두 사람은 한참을 텐트 쪽으로 눈을 돌리다가 다시 경계를 위해 정면을 주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사삭….

 “헉!”

 “왜, 왜 그래? 뭐 나타났어?”

 여자 생도의 놀라는 소리에 남자 생도가 덩달아 놀라면서 바로 일어나서 무기를 쥐었다.

 남자 생도는 다른 사람들을 깨워야 하나 고민하면서 정면을 주시했지만, 어둠 속에서는 딱히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뭐 본 거 아냐?”

 “그… 뭐, 뭐가 지나갔는데….”

 “대기해봐. 너는 바로 깨울 준비 하고.”

 “응.”

 여자 생도도 바로 일어나서 자세를 잡았다.

 여자 생도의 상태를 확인한 남자 생도가 전등을 들고 조심스럽게 어둠 속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 차례 뒤져본 뒤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투덜거렸다.

 “에이… 아무것도 없잖아.”

 “아닌데… 분명 뭔가 본 거 같은데….”

 “혹시… 귀신 아냐?”

 “그, 그런 말 하지 마….”

 “지금까지 던전에서 죽었던 영웅들의 한이….”

 “아씨! 하, 하지 말라고….”

 남자 생도는 작게 웃으면서 계속 여자 생도에게 장난을 걸었다.

 ***

 [수호 님, 레나 씨와 베아트리체 씨로부터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을 듣고, 기지개를 켜면서 흥얼거렸다.

 ‘좋아~ 가보자.’

 내 쪽으로 망토를 쓴 두 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망토를 뒤집어쓴 두 명의 얼굴은 아무리 자세히 보려고 해도 도통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두면 동일 인물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내 시야에 어느 정도 들어오자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한 사람은 기품있는 걸음으로 조심스레 걸어오는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촐랑대는 느낌이 강하다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기품있는 걸음걸이를 보여준 인물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 잘 부탁할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냥 불침번 서는 건데 뭘….”

 내가 허탈하게 웃자, 두 인물은 망토를 목덜미 뒤로 넘기면서 정체를 드러냈다.

 레나와 베아트리체였다.

 레나는 망토를 뒤로 넘긴 뒤에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근처에 있는 괴수들은 최대한 정리했습니다. 다른 쪽 텐트까지 가는 동안에는 별 탈 없으실 겁니다.”

 “고마워.”

 “그런데 왜 굳이 이렇게 귀찮게 하냐냥? 그냥 그 이동마법 쓰면 바로 갈 수 있는 거 아니냐냥?”

 베아트리체가 말하는 이동마법은 워프를 말하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마왕성을 이용할 때만 워프를 사용해본 게 전부였고, 기능의 제약이 뭔지도 모르기 때문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에 쓸 수 있는 한도가 있어.”

 “그렇구나냥….”

 “자, 그럼 안내해줘.”

 “알았다냥.”

 나는 망토를 쓴 뒤,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오진호와 박희연 그룹이 있는 텐트로 향했다.

 베아트리체의 뒤를 따르면서 쓰고 있는 망토를 이리저리 만져봤다.

 대충 만져봐도 형편없는 옷감 재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엇다.

 ‘이런 쓰레기 재질이 개당 1만 에넬이라니….’

 [대신 능력은 확실합니다.]

 전에 영사관에 침입한 녀석들이 쓰고 있던 인식 저해 망토였다.

 녀석들이 쓰던 걸 빨아서 쓰는 건 아니고, 당시에 봐놨던 아이템이라 에넬로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개당 1만 에넬이라는 거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어느 세계든 신분을 감추는 기능은 굉장히 유용합니다. 기질로 올리면 좋겠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망토 수준으로 레벨을 올리려면 엄청난 에넬이 소모될 것입니다.]

 ‘거기다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도 못 만났고?’

 나는 속으로 웃으며 베아트리체를 따라갔다.

 중간에 괴수들을 싹 쓸어놔서 그런지 가는 길에 괴수들을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만나더라도 은신으로 최대한 피해 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가서야 저 멀리 밝은 불빛을 찾을 수 있었다.

 거리상 우리가 지내는 텐트와 멀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서 헤매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마침 도착하니 생도 두 명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다.

 나는 은신으로 최대한 조용히 다가간 뒤에 두 생도를 수면으로 재우면서 베아트리체에게 속삭였다.

 “베아트리체, 망 좀 봐줘.”

 “알았다냥.”

 레나가 근처에 있는 괴수들을 전부 처리해놨다고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니까.

 나는 텐트를 살펴보며 오진호와 박희연이 자는 곳을 확인했다.

 ‘일단 귀찮아도 두 녀석 꿈속에 모두 들어가 보자.’

 일단 수면은 굳이 걸 필요가 없으니, 마나가 모자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오진호부터….’

 일단 항마력이 있는 오진호에게 침몽 마법진을 생성하고 침몽을 시전했다.

 ..

 ..

 “그 말이 사실이야?”

 “그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오진호는 웬 수상쩍은 남자와 밀폐된 방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한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사탕만한 크기를 지닌 구슬이 놓여 있었다.

 오진호는 구슬을 살살 만지며 중얼거렸다.

 “기믹을 만드는 아이템이라니….”

 “다만 원하는 기믹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무작위야. 당연히 던전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그게 어디야? 그것만 해도 충분히 엄청난 녀석인데…. 그거 말고는 다른 조건은 없어?”

 “마나 소모가 심한 편이야. 그야 너쯤 되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랜덤성과 큰 마나 소모. 그래서… 얼마야?”

 오진호는 눈을 치켜올리며 구매 의사를 내비쳤다.

 수상쩍은 남자는 손으로 턱수염을 쓱쓱 매만지더니, 입가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백.”

 “씨발….”

 일단 남자가 말한 백이 백만 원은 아닐 것이다.

 최소 0이 네 개는 더 붙은 단위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오진호는 구슬을 살살 만지면서 포기하기 싫은 눈빛으로 계속 바라봤다.

 남자는 턱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내 성격 알지? 흥정하면 바로 거래 종료야. 너니까, 그나마 싸게 주는 거라고?”

 “하아… 좋아. 그런데 진짜 맞지?”

 “별걱정을 다하는군. 내가 사기 치는 거 봤어? 혹시라도 문제 있으면 연락해”

 남자는 웃으면서 오진호에게 구슬을 넘겨주고는 방을 나갔다.

 그 후 장소가 던전 내부로 바뀌었고, 주위에는 오진호와 박희연 그리고 아까 던전에 진입했던 멤버들이 던전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걸어가던 오진호는 주머니에서 아까 받은 구슬을 살짝 꺼내서 매만지더니, 생도들에게 기믹을 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기믹이 터질 때마다 오진호의 표정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던전 내부가 진동으로 흔들리자 오진호가 얇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좋아….”

 “….”

 나는 그 즉시 오진호의 꿈에서 나와서 바로 박희연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

 ..

 박희연은 스마트 워치로 통화를 하면서 짜증이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엄마… 좀 그만해.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인간이랑 선을 봐.”

 (니 나이를 생각해!)

 “?? 내 나이 이제 28살인데?”

 (이제 너 서른이 코앞이야!)

 “하아… 나이가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나, 선 볼 생각 없어.”

 그 후로 박희연은 스마트 워치로 엄청난 길이의 잔소리를 끊김 없이 들어야만 했다.

 한참을 잔소리로 귀에 고통을 받던 박희연의 귀에 질문이 섞인 목소리가 들어왔다.

 (너, 혹시 남자 있냐?)

 “…몰라.”

 (있지!? 있네!)

 “하아… 몰라. 그런 거 아냐.”

 박희연는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선 안 볼 거니까. 끊어요.”

 (야! 너 끊으면 죽는….)

 박희연은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바로 스마트 워치의 전원도 꺼버렸다.

 그 후 장소는 방에서 던전 입구로 바뀌었다.

 오진호와 같이 던전을 나오고 나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은 나에 대한 불평불만이었다.

 “짜증 나네….”

 “너무 티 나게 행동하지 마.”

 “그치만….”

 “내가 해결할 테니까. 그동안만 참고 버텨.”

 “흐응… 알았어.”

 조금 전까지 짜증이 서려 있던 표정을 짓던 박희연은 바로 환하게 웃으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

 ..

 “크어어엉….”

 두 번의 연속된 침몽을 사용하고 나왔을 때, 나를 반긴 건 오진호의 코골이 소리였다.

 ‘이 새끼 때문이었네. 코골이 새끼….’

 [무슨 꿈이었습니까?]

 ‘그게….’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꿈속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부 설명해줬다.

 [아마 말씀하신 무작위성 때문에 계속 발동시킨 것 같습니다.]

 ‘일단 범인은 잡았고….’

 그런데 잡으면 뭐 하나, 어차피 이거 일러바친다고 내 말을 들어줄 교단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사관에 말하자니 괜히 내 입장만 곤란해질 뿐이었다.

 오히려 교단이 영사관에다 나를 자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컸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내 입장상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게 현명했다.

 그런데….

 ‘시발, 현명한 건 현명한 거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내가 좀 짜증 나는데?’

 일단 이 녀석들의 행동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얘들은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영웅의 위치가 그만큼 큰 권력을 가지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가 살던 곳의 기준으로 이 녀석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게 문제였다.

 소위 영웅이라고 불리는 자 중에, 특히 교단에서 지내는 녀석들의 심리는 내가 생각하는 일반인의 생각과 완전 다르다는 것이었다.

 죽음을 오가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고, 그 대가로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거기다 소속까지 좋으면 무슨 일이 생겨도 웬만해서 커버를 쳐주기까지 한다.

 특히 교단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언론을 통제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단체라고 설명해줬다.

 ‘그런데 얘들은 막강한 거랑 막무가내랑 헷갈리는 거 같은데?’

 [그만큼 문제가 생겨도 전혀 탈이 없어서 일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의 목적은 생도들의 존경심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나와 자신들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생도들에게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려는 것뿐이었다.

 ‘시발… 내가 나대면 얼마나 나댔다고 죽일 것까지 생각하고 그런 짓을 벌이는 건지….’

 거기다 이 녀석들 막상 보니, 윤지아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나와 윤지아… 더 나아가 생도들이 죽더라도 그 사실을 숨기고, 매장하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이끌었던 생도들만 티끌 하나 상처 없이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것이었다.

 과정은 그림자 뒤에 숨기고, 결과만 찬란한 빛으로 내비치려는 것이었다.

 일단 대충 사태는 파악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 녀석들 만나자마자 또 기믹 날리고 곤란하게 만들 거 같은데….’

 분명 지금 상태로 두 그룹이 합류하면, 불만을 느끼면서 다시 기믹을 터트릴지도 몰랐다.

 지금은 그래도 조합이라도 좋은 편이었지만, 만약 윤지아와 생도들만 떨어지게 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었다.

 ‘아르모니아.’

 [네.]

 ‘두 명의 기질 좀 띄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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