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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35화 (236/898)

***

“찹쌀떡 좋아하세요? 찹쌀도넛 좋아하세요?”

“…네?”

창피함에 몸서리치던 윤지아는 성수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서 그를 바라봤다.

성수호는 양손에 당구공만 한 떡과 빵을 들고는 다시 물었다.

“둘 중에 어느 거 좋아하세요?”

“저, 저는… 아, 아무거나….”

“원하는 거 골라보세요.”

윤지아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배가 고픈 상태라고 해도 저 작은 빵과 떡을 받자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하는 건 또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받자.’

윤지아는 호의를 거절해서 생기는 불편함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었다.

나중에 뭔가 보답을 하더라도 일단 받기로 마음먹었다.

“그, 그럼 저는… 빵을….”

“드세요.”

성수호는 웃으면서 윤지아에게 빵을 건네줬고, 윤지아는 성수호의 눈치를 보면서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공복 소리도 우렁차게 울리는 동굴인 만큼 포장지 뜯는 소리도 유달리 크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윤지아의 뇌는 공복의 지배를 받으며 바로 찹쌀도넛을 먹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며 먹기는 했지만, 그녀의 입 안에 달콤하고 짭조름한 빵과 찹쌀이 퍼져나가면서 식욕 제어가 풀리면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아….”

아쉬워하는 윤지아를 향해서 성수호가 웃으면서 떡을 건네줬다.

“어…? 그….”

“드세요. 저는 괜찮아요.”

“그, 그렇지만….”

거부하는 윤지아의 손과 다르게 그녀의 눈은 이미 떡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사우론의 눈처럼 그녀의 손을 끌어당기는 찹쌀떡.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성수호가 그녀의 손에 떡을 쥐여줬다.

“드세요.”

“으으….”

결국 ‘절대찹쌀떡’에게 지배된 윤지아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떡까지 완전히 입 속에 넣은 상태였다.

‘하아… 창피해….’

윤지아는 사실 던전에 들어올 때부터 배가 고픈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성수호가 내민 빵과 떡에 순식간에 정신을 지배당하며 허겁지겁 먹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혼자 다 먹었다는 사실이었다.

“죄, 죄송해요….”

“네? 드시라고 드린 건데 왜 죄송해요.”

성수호는 웃으면서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윤지아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휴… 그래도 먹으니까, 살 거 같네.’

그렇게 던전을 진행하는 중에 괴수들을 또 한 차례 마주했고, 성수호는 순식간에 괴수들을 죽였다.

윤지아는 아까까지 배고픔에 크게 집중하지 못했었지만, 성수호의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진짜 어디서 뵌 거 같은데….’

첫날 성수호와 대화를 나누고 분명 어디서 봤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도통 어디서 봤는지 떠올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의 활 솜씨를 보면서 머릿속에 어설프게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활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헷갈리네….’

윤지아는 현실에서 그와 만난 행적으로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윤지아의 스마트 워치에 불이 들어오면서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 워치를 보고 나서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괴수들의 사체를 확인하는 성수호의 눈치를 봤다.

‘하… 위험하니까, 연락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윤지아는 고충신의 통화를 수신 거절하며 그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남겼다.

-위험하니까, 그만해. 나 잠시 기기 끌게.-

윤지아는 고충신에게 잠시 미움을 받더라도 기기를 끄는 쪽이 옳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스마트 워치를 끄는 순간 성수호가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꽤 많이 걸어왔네요. 잠시 쉬다 갈까요?”

“네.”

성수호와 윤지아는 사체에서 떨어진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앉아서 쉬기 시작했다.

윤지아는 성수호를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디서 봤더라….’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는 찰나에 윤지아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갑자기 배가 차서 그런가… 졸리네….’

그렇게 윤지아는 벽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윤지아! 빨리 몸 대라고!”

 “하아….”

 윤지아는 고충신의 고함을 듣고, 크게 한숨을 쉬면서 상대방의 스킬 범위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게임은 워오레.

 같이 팀을 짜고 봇에 온 상태였다.

 하지만 고충신이 윤지아에게 하는 행동은 같이 게임을 하는 동료를 넘어서, 연인에게도 하면 안 되는 언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좋아… 좋아!!”

 “으….”

 고충신의 외침과 함께 상대편에 있던 한 명이 쓰러졌다.

 윤지아는 상대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강탈자.

 비록 게임 캐릭터였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자신 때문에 쓰러져서 죽어가고 있었다.

 ‘하아… 그냥 날 공격하시지.’

 윤지아가 강탈자의 시선을 뺏는 사이에 고충신이 강탈자를 죽였다.

 계속되는 반복에도 강탈자는 윤지아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고충신은 계속 윤지아를 향해서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쾌락을 느끼는 미치광이처럼 외쳤다.

 “윤지아! 다시 몸 대!”

 “….”

 윤지아의 표정에 고충신에 대한 애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고충신의 말을 잘 따랐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강탈자에 대한 죄책감은 한없이 증가해갔다.

 그렇게 게임을 해대던 고충신과 윤지아의 눈에 어느 순간 강탈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크하하~ 지아야! 니 덕분이야! 니가 몸 대줘서 이길 수 있었어!”

 “하아… 오빠 말 좀….”

 윤지아의 귀에 고충신의 말은 전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상대방을 사랑해도 저런 말을 듣게 되면 있던 애정도 증발해서 분노의 용암을 토해낼 것이다.

 그나마 윤지아라서 참고 있는 것이었다.

 ‘…싫다.’

 윤지아는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친구창에 회색으로 칠해진 강탈자 아이디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

 ..

 그 죄책감을 지우지 못한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서 일주일이 지났다.

 윤지아는 시무룩한 얼굴로 요리를 하면서도 고충신의 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 와중에 윤지아의 머릿속에는 고충신의 외침이 계속 떠올랐다.

 -몸 대!-

 “하아….”

 쾅!

 그렇게 한숨을 쉬면서 음식을 전부 차리자, 집 안에는 현관문이 부딪치는 큰 소리와 함께 고충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씨발!”

 “오, 오빠?”

 윤지아는 바로 현관문으로 가서 고충신을 마중했다.

 고충신은 거친 호흡을 내쉬며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빠, 왜 그래?”

 “씨발!”

 “오빠! 욕 좀 하지 말고… 대답을….”

 윤지아의 말에도 고충신은 한참을 진정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드, 들킨 거 같아….”

 “응? 뭘?”

 “나 몰래 잠입한 거! 그거 관리자 그 새끼한테 들린 거 같아….”

 “아….”

 윤지아도 그제야 고충신이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분명 중요한 일이라고 들었다.

 만약 들키면 그날로 자신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는 것까지….

 윤지아와 고충신은 거실에 앉아서 한참을 침묵으로 상황을 유지했다.

 윤지아는 자신의 입장에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침묵을 유지하던 고충신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윤지아에게 말했다.

 “지아야.”

 “응?”

 “너… 그 관리자랑 친하지?”

 “어… 그냥 대화를 나누는 정도?”

 윤지아는 바로 고충신의 말을 이애했다.

 친한 것을 빌미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시켜보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데…. 그래도 오빠 상황을 생각하면 나라도….’

 윤지아는 고충신에게 쌓여있는 불만과 별개로 그를 돕기 위해 뭔가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럼 내가 가서 좀 부탁을….”

 “아냐! 그냥 부탁한다고 들어줄 새끼가 아냐!”

 “뭐? 그치만 그거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

 고충신은 짧은 침묵을 유지하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윤지아에게 말했다.

 “지아야….”

 “응?”

 “니가 몸 좀 대주라.”

 “…뭐?”

 윤지아는 자신이 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

 “그 새끼 분명 너한테 관심 있었던 거 같았어. 분명 니가 꼬시면 바로….”

 “오빠! 그게 지금 할 소리야!?”

 “그러면 어떡해!!”

 고충신은 고함을 지르고 나서 윤지아에게 매달려서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지아야…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눈 감고 대주면 안 될까?”

 “하아… 이게 지금 무슨….”

 “나, 이대로는… 진짜 죽을지도 몰라….”

 고충신은 선즙을 터트리며 윤지아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윤지아는 고충신에게 평생 보지 못했던 눈물을 보면서도 전혀 그에 대해 불쌍함이 생겨나지 않았다.

 ‘지금 울고 싶은 건 나야.’

 화가 나면서도 이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결국 윤지아는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윤지아는 그런 여자였다.

 “내가 가서… 어떻게든 해볼게.”

 “하아, 진짜 고마워 지아야.”

 고충신은 갑자기 소파에 걸터앉으며 추잡한 미소를 보이며 방정맞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뭐가?”

 “지아, 너 아직 처녀잖아. 그 새끼 환장하고 달려들 거 같지 않아?”

 ..

 ..

 윤지아는 눈을 뜨자마자 식은땀을 훔치며 기운 빠진 숨소리를 내쉬었다.

 “하아… 하아….”

 “괜찮으세요?”

 “여긴?”

 윤지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사태 파악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윤지아의 정신으로 상황을 파악하기보다는 성수호의 대사로 인해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괜찮으세요? 무슨 꿈을 꾸셨길래 이렇게 땀을….”

 “아….”

 윤지아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꿈이구나. 오빠가 그럴 리가 없지.’

 윤지아는 숨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차리고는 성수호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이런 상황에서 잠이나 자고….”

 “괜찮아요.”

 성수호는 웃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일단 쉬세요. 그 상태로 가다가 오히려 몸 상하시겠어요.”

 “으으… 네.”

 윤지아는 땀을 닦으며 성수호를 유심히 바라봤다.

 성수호는 혼자 멀뚱히 서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는 성수호에게 고마움과 죄책감이 동시에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충신이 윤지아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지아야, 니가 몸 좀 대주라.)

 분명 고충신이 했던 말은 꿈속에서 일어난 비현실적인 대사였다.

 하지만 윤지아는 최근 고충신의 태도나 불평을 떠올리면서 현실과 꿈이 계속 강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하아… 아냐, 오빠가 그럴 사람은 아냐.’

 윤지아의 이성은 두 상황을 연결 시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이미 감성에 지배된 윤지아의 머리는 두 인물을 계속 섞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실의 고충신과 꿈속의 고충신이 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윤지아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대사가 읊어졌다.

 ‘…진짜 싫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윤지아 본인도 알지 못했다.

 ***

 윤지아가 깨어나고 나서, 그녀가 정신을 차리는 동안 주변을 살펴봤다.

 그렇게 살펴보고 있을 때,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말을 걸었다.

 [의외입니다. 침몽으로 자극이 강한 행위를 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저것도 충분히 자극적이잖아.’

 나는 윤지아의 꿈속에 들어가서 고충신의 탈을 쓰고 그녀의 마음에 계속 상처를 줬다.

 연인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았다.

 고충신은 전에 윤지아에게 비슷한 행위를 시킨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게임 속 환경에서 물밑작업을 했고, 그 후에 현실이라는 환경에서 미끼에 걸린 윤지아를 낚아챘다.

 하지만 나는 그 상태에서 다시 그녀를 풀어줬다.

 ‘일단 계속 이렇게 가자. 꿈속에서 하는 거? 좋지. 그런데 역시 나는 천천히 점령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봐.’

 윤지아를 먹고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계속 낚아도 내 미끼에 환장하고 달려드는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입 속에 바늘이 꽂혀도 나만 바라보는 그런 여자.

 그리고 고충신은 그녀를 낚는데 나에게 지대한 도움을 주는 낚싯대와 미끼가 되어주는 것이고.

 내가 그렇게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윤지아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나에게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그럼 갈까요.”

 나와 윤지아는 다시 던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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