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르모니아를 상대로 말해본 결과 싼뿌리 게임은 윤지아에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그 결론 덕분에 침묵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아! 좋은 생각이….’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야….’
내 말을 자른 아르모니아에게 황급히 설명했다.
‘침몽 하자고 침몽….’
[탁월한 생각이십니다.]
‘….’
나중에 에넬 다 모으고 너랑 쌀뿌리 게임할 거야.
그리고 계속 싸주마.
나는 속으로 복수심을 다지며 옆에 윤지아를 흘깃 쳐다봤다.
어제 일로 나랑 단둘이 있는 게 불편해서 그런지 창밖을 보면서 최대한 내 쪽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지금 상태로 보면 내 옆에서 무방비로 잘 것 같지는 않지?’
[그럴 것 같습니다.]
‘크… 그럼 수면 걸어야겠네. 아 우리 에넬 얼마나 있어?’
[15만 에넬 정도가 있습니다.]
‘응? 그렇게 많나?’
[조디악에서 이번 시간 배율을 바꿔준 것에 감사하다고 주당 지급 에넬을 10만으로 변경했습니다.]
슈트라의 배속이 빨라져서 에넬의 수입량이 늘어서 전반적인 지원을 늘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에넬은 일일이 내가 계산하기 귀찮아서 아르모니아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 필요할 때 몇 에넬이 있는지 알려달라고만 해놓은 상태였다.
‘좋아…. 슬슬 10 이상도 올릴 수 있겠다.’
일단 내게 제일 중요한 건 마법력이었다.
내 모든 스킬은 마법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하물며 활을 쏘는 것조차도….
‘일단 마법력 12까지 올리고 나머지 5만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남겨 놓자.’
[알겠습니다.]
‘그럼 수면이랑 침몽 들어가자~’
나는 창밖을 보는 윤지아에게 수면을 걸고, 바로 침몽으로 연계해서 그녀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
..
윤지아의 꿈에 들어가자마자 본 건 윤지아가 요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흥~ 흐흥~”
“….”
사람은 보이는 대로 행동한다고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는 윤지아의 모습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꿈속에서도 저렇게 기분 좋게 요리를 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도 요리를 좋아할 가능성이 컸다.
거기다 식탁에는 그녀가 차린 구첩반상이 떡하니 차려져 있었다.
‘…설마 혼자 저렇게 해 먹나?’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먹을 음식의 양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바로 해결됐다.
“오빠! 밥이 됐어!”
“응, 갈게.”
그 말과 함께 주방으로 고충신이 들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오… 지아야, 진짜 맛있겠다!”
“정말?”
윤지아는 그 말에 환하게 웃으며 고충신과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서 유일하게 분위기에 섞이지 못하는 건, 은신을 하고 있는 나뿐이었다.
‘…씨발, 깽판 칠까?’
나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깽판을 쳐야 윤지아가 고충신을 혐오하게 될까….
그런데 두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내 파괴욕을 잠시 가라앉혀줬다.
“오빠, 이번 일… 꼭 해야 해?”
“응, 정말 중요한 거야.”
“그런데 왜 경비를 그것도 몰래 가서 하는 거야?”
“…비밀이야. 혹시라도 괜히 호기심 갖지도 말고.”
“…알았어.”
윤지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에이… 윤지아도 고충신이 몰래 온 이유는 모르는 거네.’
거기다 대화 내용들을 추려서 정리해보면 윤지아는 교단에서 말단에 속하는 직원에 불과했다.
즉 아는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중에 고충신 꿈속에 들어가 봐야겠다.’
일단 다음 목표는 정해졌다. 고충신의 꿈속에 들어가는 것.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파괴욕을 끌어올리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위 환경이 바뀌고, 윤지아가 홀로 방에서 VR 헤드기어를 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응? 게임하나?’
윤지아는 치마 형태의 파자마를 입고 있었고, 혼자 침대 위에서 흠칫거리고 있었다.
‘…흐흐.’
VR에 빠진 윤지아의 몸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눈요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궁금한 그곳!
‘오!! 노팬티!’
덕분에 윤지아는 노팬티로 자는 유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홍빛이 감도는 윤지아의 보지는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할까? …아냐, 레나 같은 케이스가 흔하지는 않지.’
아직 어색한 사이에 강간 시뮬레이션 돌려버리면 자칫 윤지아의 마음속에 나는 드림레이퍼(Dream Raper)로 남게 될 수도 있었다.
거기다 즐기는 건 최대한 현실에서 즐기고 싶었다.
그냥 욕구를 배출하는 섹스는 꿈에서도 가능하지만, 내 배덕감을 완벽하게 채우는 욕구는 결국 현실에서의 섹스니까.
‘이왕 들어온 거 뭔가 정보라도 찾았으면 좋겠는데….’
치마를 놓으려는 순간 그녀의 선홍빛 고간이 습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알 수 있었지만, 윤지아의 모습도 이상한 점이 보였다.
“흐읏… 하아… 하으….”
“…?”
VR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있는 윤지아가 흠칫거리며 몸을 경련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뭔가 싶어서 그녀의 상태를 보고 있을 때, 윤지아가 자그마한 숨을 내뱉으며 헤드기어를 벗기 시작했다.
‘시방!’
나는 놀라서 침대 밑으로 몸을 숙여서 바로 은신을 사용했다.
“하아… 후우… 흐으….”
다행히 들키지 않았는지 윤지아는 폐에 담긴 공기를 크게 내뱉으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렇게 누워있던 윤지아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삐죽 내민 상태로 중얼거렸다.
“하아… 나는 오빠가 잘 못해도 상관없는데….”
“….”
나는 윤지아의 꿈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침몽과 수면을 풀었지만, 아직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나지막이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고충신 기질 좀 띄워줘.’
[…? 알겠습니다.]
갑자기 잠에서 깨자마자 하는 내 말에 의문을 가진 듯하면서도 즉각 고충신의 기질을 띄워줬다.
수많은 기질을 일일이 확인해봤고, 내가 원하는 기질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완벽주의자], [ [조루]-
‘…최악의 상성이네.’
성관계를 가질 때 절대 있으면 안 되는 기질 두 개가 떡하니 고충신에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꿈에서 했던 말이 사실은 맞나보네.’
[어떤 꿈이었습니까?]
‘일단 엄청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건 없고….’
윤지아가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 그나마 쓸모 있는 게 딱 하나 있었다.
두 사람이 아직 현실에서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점….
어떤 의미에서 정말 중요한 정보였다.
‘관계를 VR로만 가지는 거 같았어.’
[굳이 사귀고 있는데, 그런 행위를….]
‘저 완벽주의자 때문인 거 같아.’
조루에 완벽주의자.
절대 만나면 안 되는 기질이다.
남자들에게 가끔 있는 질환 같은 기질이 저 두 가지다.
차라리 조루만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지아 성격이면 그까짓 것 못해도 계속 같이 노력했을 테니까.
문제는 고충신은 그런 과정을 절대 겪고 싶어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물며 게임 스타일만 봐도 이길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녀석이니까.
초심자를 학살하며 느끼는 우월의식과 여친까지 내몰면서 이기려는 승부욕.
‘제일 병신 같은 행동이긴 해도 나도 조루였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
막상 나도 성관계를 하면서 위로받을 것을 떠올리니 온몸에 털이 송송 빠지는 느낌이었다.
‘남자란 자고로 여자를 천국에 보내줘야 하는 숙명을 지닌 존재니까.’
[….]
꿈속의 일이 얼마나 과거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고, 정확한 것도 아니니 윤지아 처녀설은 아직 이론에 불과했다.
다만 고충신의 기질에 저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보면 윤지아 처녀설을 어느정도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단 VR 안에서 했으면 심기체 처녀는 아니네….
[…심기체 처녀가 무슨 뜻입니까?]
‘심기체 처녀!!!’
마음 심(心)! 마음속에 다른 두 명 이상의 남자를 품지 아니해야 처녀이고.
재주 기(技)! 쓸데없는 성기술로 정신을 오염시켜서는 아니해야 처녀이며.
몸 체(體)! 남자를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순수한 처녀막을 가지고 있어야 처녀다.
[….]
‘그것이 심기체 처녀!’
[오늘도 쓸데없는 지식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전혀 감사하지 않은 마음을 받는 것 같지만 중요하지는 않았다.
‘뭐… 사실 나는 처녀 주의자는 아니라서 심기체 처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냐.’
[중요하게 여기실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그냥 처녀도 먹고, 비처녀도 먹으면 그만이잖아.’
[….]
둘 다 먹으면 그만이지 뭐하러 이것저것 따지고 보겠나….
다만 처녀면 레어도가 급상승한다는 것 정도?
NTL 게임에 처녀, 비처녀는 반반씩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거부감도 들지 않기도 하고….
‘일단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윤지아는 현실 경험은 없고, 거기다 VR 속에서도 제대로 흥분을 못 느끼고 있나 봐.’
[VR은 특성상 오감을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해서 불만스러울 것 같습니다.]
‘응, 고충신은 그게 훨씬 낫다고 착각하는 것 같고.’
아무리 조루라고 해도 일단 오감이 둔화하면 쾌감도 비례해서 둔화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쾌감이 줄어도 고충신은 완벽한 상태에서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VR로 연습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정말 실패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런데 VR 속에서 무슨 행위를 하는지는 정확히 못 봐서 좀 더 알아봐야 할 거 같아.’
일단 그 부분은 지금 급하지 않았다.
윤지아와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계속 이렇게 붙어 있을 예정이니 천천히 알아가기로 했다.
..
..
나는 경비원들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와… 경비원들 데리고 온 건 신의 한 수였다.’
말이 경비원이지 같이 온 세 명은 쉴새 없이 허드렛일을 도맡고 있었다.
교단에서 보낸 영웅들의 잔심부름부터 생도들의 안위까지….
던전을 진입하는 내내 맡은 경비 일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잡심부름을 계속 하고 있었다.
[만약 저들이 없었어도 저 일을 대신할 인원이 보충되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모르잖아….’
만약 그런 게 없었으면 저 일을 내가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이 소름이 오소소 뿌리 내렸다.
나중에 연차가 있는 보조 교관들한테 물어볼까 진지하게 고민까지 하게 됐다.
거기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생필품이 들어있는 짐까지 메고 있었다.
‘…와, 저 세 명 날 죽일 듯이 바라보는 거 실화?’
고충신이 아니더라도 이런 일을 하는 건 마냥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거기다 그들이 진짜 힘들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와… 그리고 듣기만 했지만, 독기가 생각보다 쎈데?’
[다행히 치료하는데 에넬이 많이 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던전 독기.
던전에 입장하기 전에 영웅 두 명이 생도들에게 설명한 것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며 강조한 것이었다.
나와 생도들은 수업 시간에 말로만 들어본 존재였다.
던전에는 저마다 독기가 존재하고 그 독기들이 뭉쳐서 몬스터가 탄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독기가 뭉쳐져서 몬스터가 만들어지는 건지, 독기로 인해 공간을 비틀어서 몬스터를 현대로 끌고 오는 건지는 아직 밝혀진 사실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독기가 인간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인이 절대 던전에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캬… 애들도 정신을 못 차리네.’
경비원들뿐만 아니라, 생도들도 던전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식은땀을 흘리며 쩔쩔매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 두 영웅과 윤지아, 그리고 나였다.
영웅 중에 여자가 발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버틸 만해?”
“네… 아직 버틸 만합니다.”
생도 중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송아라가 입을 열어서 자신감을 보여왔다.
다만 자신감과 별개로 지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숨기지 못했다.
“처음이라 아마 힘들 거야. 하지만 이것도 익숙해지면 나중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기면서 할만해지니까. 계속 익숙해지도록 노력해봐.”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고작 영사관 졸업으로 여러분들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워주는 게 아니니까요.”
침착한 남자는 표정을 굳히고 잔잔한 말투로 생도들을 압박했다.
상극의 성격으로 보이는 두 남녀는 침착하게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던전을 계속 진행했다.
‘햐… 이렇게 수준 낮은 던전의 독기가 이 정도면 더 큰 곳은 장난 아니겠네.’
[상태 이상 스킬을 배워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응, 조금 여유 생기면 나중에 배우자.’
그나마 생도들과 경비원들이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던 건 윤지아 덕분이었다.
윤지아가 계속 경비원들과 생도들에게 상태 이상 해제를 걸어주고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교단이 괜히 최고의 길드로 군림하고 있는 게 아니네.’
내가 교단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지금 상황을 겪으면서 느낀 것이었다.
교단의 인원 대부분은 회복사, 힐러로 구성되어 있었다.
영사관의 회과 졸업생을 모조리 자신의 소속으로 만드는 집단.
그들이 왜 이렇게 회과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영사관에 천문학적인 기부를 하는지… 이제 좀 알 거 같았다.
던전 내부에 독기는 익숙해지면 버틸 수 있지만, 완전히 면역되는 건 아니었다.
지금 선두에서 룰루랄라 걸어가는 영웅들도 독기가 잔뜩 낀 대형 던전에 진입하면 회복사의 도움이 절실해지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고 했다.
내가 에넬의 도움으로 독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전진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윤지아가 걱정하는 눈빛으로 물어왔다.
“괜찮으신가요?”
“네, 저는 괜찮아요. 다른 분들 신경 써주세요.”
“….”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윤지아.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선이 두 개가 더 꽂혔다.
선두에 있던 두 영웅도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처럼 보조 교관인 자들이 던전에 진입해본 경우는 흔하지 않은 편일 것이다.
대개 10000등 이상으로 넘어가는 존재는 영웅으로 취급하지 않고, 그런 자들은 대개 던전에 가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들의 표정이 의아한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