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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30화 (231/898)

 ‘하아… 오늘 그렇게 실수해놓고 다른 거 한다고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오늘 그녀가 저질렀던 행동을 생각하면 쉽게 내뱉을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강탈자에게 피해를 준 마당에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탈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건 저한테 허락 맡지 마시고 하세요. 좋아하는 거 하셔야죠.”

 “하하….”

 윤지아는 웃으며 생각했다.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충신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분명히 한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니, 이런 말을 할 분위기를 형성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강탈자는 지속해서 윤지아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는 어필을 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고충신에게 귓속말이 들려왔다.

 (지아야! 아까 내가 그 녀석 죽인 거 봤어? 크아~)

 (….)

 (지아야? 내 말 안 들려? 지아….)

 윤지아는 고충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친구창에 보이는 빨간색 버튼을 터치했다.

 <벌레학살자님을 차단했습니다.>

 평소에 온화했던 윤지아도 지금 당장 그와 대화 하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물며 지금 그녀가 화가 난 이유는 오늘의 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어제는 전화 한 통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 놓고….’

 평소에는 화를 내면 곧잘 사과해오던 고충신은 어제 분노에 잠긴 상태로 윤지아를 내팽개쳐버렸었다.

 ‘…한동안 얘기하고 싶지 않아.’

 윤지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강탈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서 강탈자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가봐야겠네요. 내일 접속할 수 있으면 접속하겠습니다.”

 “네~ 쉬세요~”

 윤지아는 강탈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그가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후… 그럼….”

 자신도 나가려고 준비하려는 순간이었다.

 (지아야! 왜 그래!? 화났어?)

 (하아….)

 (아니, 그런 걸로 왜 화를…)

 아까처럼 빨간색 버튼을 터치했다.

 <버그킬러 님을 차단했습니다.>

 윤지아는 메시지를 보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아! 다음에 같이 할 캐릭터 골라봐야지.”

 그녀는 흥얼거리며 캐릭터 창을 열어서 외형이 괜찮은 캐릭터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

 고충신은 VR 헤드기어를 벗어 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 씨발!”

 (이런 씨발!! 제발 좀 조용히 해!!)

 “……씨발.”

 고충신은 옆방에서 울려 퍼지는 고함을 듣고 조용히 침묵했다.

 원래 성격이라면 상대방 따위는 배려하지 않고 티격태격하는 그였지만, 영사관 안에서 트러블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괜히 분란을 일으키면 자기 처지만 난처할 뿐이었다.

 “….”

 다행히 옆방에 있던 자가 고충신의 기숙사 방으로 쳐들어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진정이 되고 나서야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니, 그거 좀 부탁했다고 차단을 해?’

 고충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몰래 반입한 기기를 손바닥에 투영시켜서 윤지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윤지아는 메시지에 아무런 답변도 없었고, 하물며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고충신은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날아갈 듯 기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지아가 갑자기 자신을 차단했고, 연락조차 받지 않자 쾌감은 바로 불쾌감으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작 그거 가지고 나를 이렇게 대한다고?’

 윤지아는 지금까지 말을 잘 들어오던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반항심을 보이자 고충신도 자존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거기다 윤지아는 지금 교관 전용 기숙사에서 기거하는 중이었다.

 고충신이 직접 가서 부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하아… 씨발…. 일단 일주일 정도 지나면 풀리겠지….’

 무엇보다 윤지아와는 어차피 교단 견학에 동행하기로 결정된 상황이었다.

 ‘씨발… 아까 기분 존나 좋았는데, 하아… 기분 잡치네.’

 고충신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

  기과 교무실에서 미소를 지으며 초서현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초서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갔다 와요.”

 “네, 문제없이 진행하겠습니다.”

 “그것보다 몸조심해요….”

 “하하… 알겠습니다.

 초서현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짧은 대사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 후 경비과에 가서 혹시 모를 문제가 있나 한 번 더 검토한 뒤 영사관 정문으로 향했다.

 생도와 교관들이 수업하느라 그런지 교정에는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았다.

 평소에 북적이던 교정이 조용하니 예전에 다니던 학교 일이 떠올랐다.

 ‘캬… 예전에 일찍 조퇴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는데.’

 [무슨 이유로 조퇴를 하셨습니까?]

 ‘아~ 한정판 게임이 아침 10시에 발매를 시작한다고 해서, 선생님한테 말하고 조퇴했어.’

 […그걸 그냥 보내줬습니까?]

 ‘아니,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냥 갔지.’

 […그건 조퇴가 아니라 무단결석 아닙니까?]

 내가 그 행위를 조퇴라고 부르기 전에는 그건 다만 하나의 무단결석일 뿐이었다.

 내가 그 행위를 조퇴라고 불러주었을 때, 무단결석은 내게 다가와 조퇴가 되었다.

 ‘그러니까, 조퇴야.’

 [….]

 내가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며 정문으로 향하고 있을 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라면 사람들 사이에 묻힐 작은 음량이었지만, 지금 이 조용한 교정에서는 노이즈캔슬링 되는 것처럼 대화 소리가 또렷하게 내 귓속에 들려왔다.

 “아니! 왜 연락을 안 받는 건데!”

 “오빠… 그게 할 말이야?”

 “아씨… 별것도 아닌 걸로….”

 “….”

 딱 봐도 연인이 다투는 내용처럼 들렸다.

 그런데… 목소리가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은신으로 몰래 숨어서 두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고충신과 윤지아.

 두 사람이 담벼락과 건물 사이에 들어가서 다투고 있었다.

 “나 이틀 동안 너한테 계속 연락했어. 아무리 화났어도 연락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냐?”

 “….”

 “하아… 말 좀 해보라고….”

 윤지아는 분명 어제도 나랑 게임을 즐겼었다.

 그런데 고충신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게임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연락도 차단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건 나한테 절호의 기회였다.

 “지아야… 그러니까… 하아… 그날은 내가….”

 “뭐야?”

 “헉!”

 “힉!”

 방금까지 사랑싸움을 하던 고충신과 윤지아는 내 목소리를 듣고, 거리를 벌리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서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두 분 무슨 일이시죠?”

 고충신은 그 짧은 시간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동공이 빅뱅처럼 터져나갈 것 같았고, 윤지아도 당황한 상태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두 사람…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아… 그, 그게….”

 고충신이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는 순간 윤지아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제, 제가 뭘 떨어뜨려서 이분께서 찾아주고 계셨어요!”

 “흠…. 정말?”

 고충신에게 묻자, 그가 바로 황급히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

 “네, 네! 무, 뭘 떨어뜨렸다고 해서, 찾아주고, 이, 있었습니다!”

 “아! 차, 찾았어요! 감사합니다, 그럼!”

 윤지아는 허겁지겁 뭔가 땅에서 줍는 행위를 하더니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고충신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이탈했다.

 누가 봐도 의구심이 들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침 남아 있던 고충신도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보이리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녀석일수록 빨리 자리를 이탈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고….

 “그, 그럼 저도 이만!”

 “잠깐….”

 “큿! 네….”

 나는 고충신을 불러세우고 그에게 다가가서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렇게 좀 보다가 그가 들을 수 있게 조용히 물었다.

 “혹시 교관님한테 수작 부린 건 아니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흠… 그래.”

 나는 고충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입가를 올리며 말했다.

 “혹시라도 이상한 짓 하다가 걸리지 말고…. 알지? 만약 교관님한테 집적거리다가 걸리면 해고로 안 끝나.”

 “…네.”

 “좋아, 가자.”

 나는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고충신에게 여러 차례 경고가 섞인 잔소리를 귀에 피가 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입했다.

 비록 피는 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정문에 도착하니 나와 동행할 생도 6명과 윤지아, 그리고 경비원 두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각 인원을 이동시킬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윤지아는 고충신과 내 눈치를 살피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는 윤지아를 신경 쓰지 않고, 교단에서 마중을 온 인물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갑자기 인원이 늘어나서 미쳐 차량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나와 윤지아, 그리고 6명의 생도를 위한 차량은 고급 SUV 두 대였다.

 하지만 경비원들의 차량까지는 갑자기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평범한 승합차를 준비했다고 설명해줬다.

 “알겠습니다. 자, 다들 타세요.”

 “네~”

 생도들은 내 말을 듣고 자유롭게 원하는 SUV에 타기 시작했다.

 서로의 친분이 적용된 건지 한쪽에는 4명, 나머지 한쪽에는 2명이 탄 상태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와 윤지아는 같은 SUV에 탑승하게 되었다.

 “허….”

 나는 차량에 들어와서 내부를 보자마자 감탄을 내뱉었다.

 내가 익히 봐오던 SUV와는 차원이 다른 내부였었다.

 운전석과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고, 내부에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마련되어있었다.

 무엇보다 고급 리무진처럼 내부에 이런저런 간식거리들이 즐비해 있었다.

 거기다 술까지….

 ‘아니, 무슨 그냥 애들 데리고 가는데 이 정도까지….’

 [아마 원래는 교단 소속 영웅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차량 같습니다.]

 ‘오… 괜히 영웅들이 영사관으로 오기 싫어하는 게 이유가 있었네.’

 학교 선생님 대접과 국빈급 대접.

 아무리 영사관에 애정이 있다고 해도 이런 격차가 있다면 쉽게 의욕을 낼 리 만무했다.

 그야 교단이니까, 이 정도 대우를 해주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게 차량에 탑승한 뒤 내부로 조용한 음색으로 방송이 나왔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조용히 울리며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나는 시트에 앉은 상태로 창밖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영웅하고 싶다.’

 […수호님의 입장상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그냥 하고 싶다는 말도 못 하냐….

 잠시 영웅들의 삶을 단출하게 느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속으로 쓸데없는 계산기를 굴리고 있었다.

 ‘아예 내가 직접 교단에 들어가서 음모를 파헤치면 어떨까?’

 […그 전에 신분이 발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 나 괴인 단체 소속이지.’

 조디악 도움으로 몰래 잠입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그야 내가 직접 괴인과 접촉하거나 단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결국 내가 영사관에 잠입할 수 있었던 건 괴인 단체의 루트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그런데 이쯤 되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를 여기에 잠입시켜준 녀석은 누구야?’

 [그건 저도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기밀로 부치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필요하다면 정보를 넘겨주겠다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임무에 도움이 되면 알려주겠지만, 그게 아니면 그냥 대충 넘기라는 이야기였다.

 ‘뭐… 괜히 아는 척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내가 누군지 아는데, 나는 상대가 누군지 모르니 찝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옆에 인물도 다른 이유로 찝찝해하는 눈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거 생각보다 되게 신경 쓰이네….’

 윤지아는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며 계속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뒤쪽에 동행하고 있는 생도들 때문에 선뜻 아까 이야기를 입에 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윤지아와는 어색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며 교단에 도착할 때까지 결국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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