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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20화 (221/898)

 초서현이 보여주는 모습도 그저 친한 동료가 사라졌다는 생각일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판단은 옥상에서 산산이 무너졌다.

 성수호와 초서현은 평소에 성수아의 앞에서 보여주지 않는 알콩달콩한 모습을 옥상에서 연출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친분이 느껴지지 않던 두 사람이 어느새 연인처럼 노닥거리는 모습이….

 그리고 그 순간 성수아는 초서현이 또 자신의 옆에 사람을 뺏어간다고 생각했다.

 옥상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성수아는 불이 꺼져 있는 스마트 워치를 뚫어지게 보면서 속삭였다.

 “왜 나한테는 전화를 안 하는 건데….”

 성수아는 결국 밤새 성수호의 연락을 기다리다가 한숨도 자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 퀭한 눈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성수호를 찾았다.

 스마트 워치를 보는 모양새가 딱 봐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불안감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나…? 아니면… 언니?’

 성수호의 모습은 분명 둘 중의 한 명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수아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돌아보는 성수호는….

 “안녕하세요.”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성수아는 성수호에게 사정 설명을 듣고, 같이 식사하고, 같이 게임에 접속했다.

 성수아는 쓰러질 거 같은 몸을 부여잡고 성수호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녀에게 게임은 목적이 아니었다.

 그냥 어린 모습의 성수호와 같이 있는 게 행복했다.

 간혹 어린아이들을 보면 모성애가 젖어 드는 성수아였지만, 과하게 접촉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결국 남의 아이였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대체재가 생겼다.

 성수아는 어린 모습의 성수호와 둘만 있는 순간 다시 마음에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행복해….’

 하지만 그렇게 밀려들어 온 행복감이 사흘간 쌓여있던 긴장감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그리고 그 녹아내린 긴장감이 그녀에게 선사한 건 강제 취침이었다.

 “…어?”

 분명 조금 전까지 성수호와 대낮에 하하 호호 웃으며 놀던 성수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밤이었다.

 그리고 성수아의 시선에는 어두운 밤을 환하게 해주는 달과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린 성수호가 있었다.

 성수아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지, 지금 몇 시인가요!?”

 성수아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자책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야…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낸 건데….’

 성수아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퍼져나갔다.

 아침부터 억지로 게임을 하자고 붙잡았는데, 오히려 혼자 중간에 자버린 것이었다.

 ‘화내면 어쩌지….’

 성수아는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 성수호의 눈치를 봤다.

 혹시라도 그가 화내거나 불만이 생기는 것이 무서웠다.

 자신의 욕심으로 성수호가 혹시라도 초서현에게 마음이 넘어가는 게 무서웠다.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성수호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수아 교관님, 죄송합니다.”

 “…네?”

 성수아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더욱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호, 혹시 이제 하기 싫다는 거 아니겠지!?’

 종일 불안감에 휩싸였던 성수아는 모든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을 때, 성수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생각해보면 저 찾느라고 고생하셨는데, 피곤하신 와중에도 저를 신경 쓰신 거로 보여서요….”

 “괘,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성수아는 속으로 안도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수호는 성수아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성수아는 나무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고 했다.

 성수호는 그녀가 혹시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별 탈이 없어 보여서 무릎베개를 하고는 자신도 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성수아는 그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성수호는 자고 있는 성수아를 놓고 게임을 나갈 수 있었다.

 어차피 VR 속에서 큰일이 일어날 리 만무했다.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고 성수아를 옆에서 계속 돌봐줬다.

 성수호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성수아에게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말했다.

 “제가 이번에 너무 신세를 졌으니까, 나중에 원하는 거 하나 들어드릴게요.”

 “…원하는 거요?”

 “네,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 들어드릴게요.”

 성수호는 성수아가 자신을 찾아다니느라 너무 고생한 게 미안해서 뭔가 부탁이라도 들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성수아는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성수호를 보면서 생각했다.

 ‘…역시 좋은 사람이야.’

 성수아는 그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나중에 꼭 부탁할게요.”

 ***

 나는 환하게 웃는 성수아를 보면서 통신을 했다.

 ‘…괜찮아진 거 같지?’

 [일단 집착과 질투심 기질이 사라졌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두 가지 기질이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 피로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수호 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을 생각하면 주의해야 합니다. 부정적 기질은 언제든 다시 발현될 수 있습니다.]

 그 만능이라는 에넬도 부정적 기질을 지우는 건 가능해도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에게 기억이 남아있는 한 분명 또 부정적 기질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재하는 게 환생 시스템이다.

 망가진 주인공의 육체와 기억을 버리고, 그의 기능을 다른 육체로 온전히 보내는 시스템.

 하지만 성수아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그 시스템은 생존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도 없다.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겠네.’

 나는 속으로 반성하면서 성수아와 좀 더 게임을 즐기다가 게임 속 집에 돌아가서 성수아와 같이 잠을 청했다.

 ..

 ..

 다음 날, 아침.

 원래라면 오전 식사를 하고 바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오전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교관들은 회의실로 모이라는 공지를 받았다.

 회의는 원래 자주 진행되지도 않고, 급한 경우에만 교장이 정식 교관들을 소집해서 공지해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오늘 진행되는 회의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참여했다.

 나만 참여하는 건 아니고, 보조 교관들도 전부 참석한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참여하고 나니까,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거 너무 심한데?’

 [아마 보조 교관들이 회의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교관들은 전부 편하게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나를 포함해서 나머지 보조 교관들은 일제히 서서 회의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관들은 회의실에 편히 앉은 상태로 투덜대기 시작했다.

 “회과는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네….”

 “누구는 아침 시간이 남아돌아서 나오나….”

 그들의 말처럼 지금 앉아 있는 교관들은 전부 기과와 마과 소속이었다.

 회과 소속의 교관은 단 한 명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습격 때 회과는 아예 피해가 없다고 했죠?”

 “응…. 초강현… 그 양반이 다 싹 쓸었다고 그러더라.”

 “햐….”

 교관들은 조금 전까지 회과를 욕하던 것과 다르게 초강현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칭찬처럼 들렸지만, 말에는 시기와 질투가 조금씩 묻어있는 게 느껴졌다.

 철컥.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회의실에 문이 열리자 다들 수군거림을 멈추고 문을 향해 바라봤다.

 인상이 험악한 덩치 큰 남자와 오피스룩을 입고 있는 여성이 들어왔다.

 교장과 그의 비서였다.

 교장은 상석에 앉자마자 바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오늘 이렇게 모두 모이게 한 건 다름이 아니라, 직원 보충 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직원 보충? 그냥 뽑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영사관 직원을 아무나 뽑을 수 없지….”

 교장의 말은 간단했다.

 부랴부랴 직원을 어느 정도 충원하기는 했는데, 부족한데다가 관리자급을 뽑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반 직원이야 신원 파악을 하고 뽑으면 그만이지만, 관리자급은 간단하게 뽑기 힘들다는 게 교장의 말이었다.

 교장의 말을 들은 성수아가 보조 교관들을 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 설마 저분들을….”

 “오늘부터 당분간 보조 교관님들을 배치해서 관리자와 직원들의 빈자리를 메꾸기로 했습니다. 한동안 귀찮더라도 부탁합니다.”

 보조 교관들의 표정이 마냥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당연한 이야기였다. 야근하게 생겼는데 좋을 리가 없지….

 “일단 담당마다 관리자 쪽은 교관분들의 추천을 받을 테니, 오늘 안에 교관분들께서 추천해주신 분을 최대한 거기에 맞게 배치해보겠습니다.”

 교장은 무의미한 회의를 더 진행하고 나서야 회의장을 나올 수 있었다.

 ..

 ..

 나는 혼자 기과 교무실로 향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귀찮아….’

 교장은 다른 교관들을 보내고 나서, 보조 교관들만 모아놓고 추가 설명을 해줬다.

 일단 교장은 모든 보조 교관이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괜히 한두 사람 빠지면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보조 교관 중에서도 일반 직원과 관리자를 따로 뽑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관리자는 임의로 결정하는 게 아닌, 다른 교관들의 추천을 받아서 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으로 뽑혀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까지 해왔다.

 보조 교관들끼리도 당연히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

 실력에 맞게 중책을 맡기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초서현과 성수아에게 부탁하면 관리자 직책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책임이 늘어나잖아….’

 [그래도 명령을 듣는 쪽보다는 내리는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하긴….’

 뭘 하든 간에 일단 해야 한다면 명령을 내리는 쪽이 훨씬 낫다.

 무엇보다 교장도 보조 교관들을 혹사하는 처지라 그런지 빈자리를 잘 채워주면 짜잘 자잘한 문제는 대충 넘어가 주겠다고 말했다.

 거기다 수당뿐만 아니라, 휴가와 복지도 더 챙겨줄 테니 한동안 부탁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건 몰라도 휴가는 땡기네.’

 민하연과 한봄 만나고 싶으면 휴가 쓰고 위그드라실이라도 갔다 오면 되니까.

 그런데 막상 이렇게 손익 계산을 해보니 웃긴 점이 하나 있었다.

 ‘아니, 관리자는 그냥 교관한테 부탁하면 되는 거 아냐?’

 […교장도 영웅 출신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에라이….’

 하긴 고귀하신 영웅들께서 그런 잡일을 하시지는 않겠지~ 시방….

 말이 관리자지, 교관들의 처지에서는 그냥 직원과 다를 바가 없는 존재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관리자 좀 해주시라고 하는 순간 바로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영사관 교관도 귀찮아하는 인간들이니까….

 내가 투덜거리며 기과 교무실로 향하고 있을 때, 먼발치에서 경비원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인원은 7명.

 선두에 있는 자가 나머지 6명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여기 교내에는 위급할 때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이 있는데, 작동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아까 교장이 말했던 새로 뽑은 직원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지나치려는 순간 갑자기 시선이 느껴졌다.

 ‘…응?’

 경비 중의 한 명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꼬라보는 녀석은 170 후반쯤 되는 키에 꽤 괜찮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유심히 보는 느낌이었는데, 점차 노려보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었다.

 ‘게이 새끼인가?’

 고개를 돌려서 경비원의 시선에 신경을 끊고 다시 갈 길 가려는 순간이었다.

 [수호 님.]

 ‘응? 왜?’

 [다시 뒤를 돌아봐 주시길 바랍니다….]

 ‘…?’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서 아까 경비원들을 다시 바라봤고….

 나를 노려보는 녀석의 머리 위에는 다른 경비원들에게 없는 무언가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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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 고충신

 -기질-

 [마법], [이기주의], [게임중독], [충동심리], [교활함], [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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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과 교무실에 가는 내내 아르모니아와 통신을 주고받았다.

 ‘저 새끼, 왜 여기 있는 거지?’

 [보아하니 뭔가 또 꿍꿍이가 있어 보입니다.]

 ‘신원 파악 잘했다고 자랑하더니 영사관도 결국 별거 없네….’

 철저한 보안의 기술력이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그걸 뚫는 기술력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만 하더라도 영사관에 있는 괴인 단체 스파이가 꾸며서 들어올 수 있었던 거니까….

 고충신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졌던 그 녀석의 소속은 경비였다.

 딱 봐도 이제 막 입사한 듯 보였다.

 문제는 저 녀석의 진짜 소속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말 괴인 단체 아냐?’

 [일단 조디악 측에서는 딱히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고 합니다.]

 ‘거참….’

 괴인 단체가 한 개의 집단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개의 단체가 있지만, 괴인 단체의 수장이라는 녀석을 중심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몇 개의 단체는 통제를 벗어나는 일도 빈번하여서 모든 사건에 대해서 완벽히 아는 것을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하물며 그 당시에 죽었던 망토 녀석들 또한 조디악 측에서 모르는 인물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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