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자신을 들어 올렸던 괴생명체에게 시선이 갔다.
초서현의 다리를 들어 올렸던 괴생명체는 가슴이 뚫린 상태였고, 옆에 송아라와 싸우던 녀석도 마찬가지로 가슴팍이 뚫려 있었다.
“저놈 머리를 뚫려도 다시 살아나요! 방법이!”
“괜찮습니다. 일단 저 두 녀석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 그걸….”
성수호는 초서현의 말에 대답하는 것보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가슴팍! 이 녀석들 가슴에 보라색 보석이 박혀 있어요! 그걸 완전히 박살 내세요!”
성수호의 말을 들은 주위의 생도와 교관들은 바로 그의 말대로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주위에 있던 괴생물체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초서현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성수호를 보면서 말했다.
“이걸 어떻게….”
“그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송아라 생도! 지금 다른 교관님이랑 합세해서 교무실 쪽으로 향해!”
지금 무슨 이유인지 울렸어야 할 경보등이 일정 울리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는 일찍 잠든 교관이나 생도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다른 교관님들이랑 알람 방송을 하든 대처해 줘!”
“네!”
송아라는 내 말을 듣고 부상자를 수습하며 다른 교관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초서현에게 말했다.
“초서현 교관님, 일단 교문 쪽으로 가주세요!”
“네? 교문은 왜요?”
“지금 거기로 아까 봤던 녀석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거기서 지금 성수아 교관님 혼자 막고 있어요.”
초서현은 순간 성수아의 이름이 들리자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다시 평정을 찾고 말했다.
“알았어요. 그럼 같이!”
“아뇨. 저는 갈 곳이 있어요.”
“…어디요?”
성수호는 검지로 위를 가리키면서 웃었다.
“옥상이요.”
***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운이 좋아서 망정이지….’
[초서현이 공격 한 번에 당하지는 않겠지만, 분명 적지 않은 피해를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옥상으로 가는 중에 우연히 초서현, 송아라 일행과 맞닥뜨렸고, 초서현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었다.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거네. 솔직히 옷 입고 있는 놈들 가슴팍에 약점이 있는지 뭔 수로 알겠어.’
나와 성수아는 정문에서 괴생명체를 맞닥뜨리고 분명 머리에 화살을 제대로 박아 넣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살아나서 다시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성수아의 불 마법 덕분에 옷이 불타면서 가슴팍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내가 그것을 쏴서 정문에서 만났던 괴생명체를 죽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처리한 한 마리를 기점으로 영사관 주변 벽을 넘어서 괴생명체가 한두 마리씩 영사관 내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영사관 내부에서 들려오는 비명들….
(성수호 교관님! 여기는 제가 맡을게요! 다른 사람들한테 저 녀석들의 약점을 알려주세요!)
(성수아 교관님은요?)
(전 일단 여기로 계속 오는 녀석들을 막을게요!)
벽을 타거나 정문으로 들어오는 녀석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성수아 혼자서도 막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지금 당장은 성수아도 약점을 알고 있는 상황.
나는 정문 쪽을 성수아에게 맡기고 말했다.
(옥상으로 가면서 알릴게요. 옥상에 올라가서 활로 엄호할 테니, 좀만 기다리세요!)
한두 마리 처치하려고 계속 지면에 있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일단 옥상에 올라가면 성수아의 엄호를 포함해서 주변에 들이닥치는 녀석들을 사격으로 맞출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옥상을 올라가는 도중에 만난 생도나 교관들에게 괴생명체의 약점을 알려줬다.
나는 그렇게 계단을 오르며 투덜거렸다.
‘엘리베이터… 다리 아파… 숨차….’
[….]
능력을 올리다 보면 체력적인 부분이 개선되겠지만, 20여 층이나 되는 건물을 계단으로 쉽게 오르는 건 아직 무리였다.
거기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게 투덜거릴 때, 간신히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아… 하아…. 좋아, 훤히 보이네. 하아….”
나는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살펴봤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건물 밖이 저 정도면 안은 더 심각하겠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내가 할 일을 해야 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마과 쪽을 도와줘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게, 저쪽은 뭐 손쓸 도리도 없이 당하고 있네.’
기과 쪽은 몸을 날리며 전투를 벌이는 반면에 마과 쪽에서는 생도들뿐만 아니라, 교관들도 달려드는 괴생명체를 쉽게 내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특성상 전면에서 싸우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다.
그런 만큼 교관들도 전면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녀석들을 쉽게 제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숫자….
‘확실히 기과랑 비교해서 마과는 생도도 교관도 너무 적네.’
특출난 재능을 기반으로 하는 마과 특성상 생도도 적고, 교관도 적은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마과 건물 입구 쪽으로 화살을 쐈다.
내가 쏜 화살은 입구를 탈출하던 생도를 쫓던 괴생명체의 가슴팍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리고 나오는 족족 괴생명체의 가슴팍을 맞춰서 계속해서 죽였다.
생도 몇 명이 어리둥절하더니, 내 쪽으로 보면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잘 알아차렸으면 좋겠네.”
중요한 건 지금 구해준 녀석들이 약점을 잘 알아차리느냐다.
사실 건물 안에 있는 괴생명체도 처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문제는 영사관 건물 전부가 견고한 유리로 창문을 제작해놨다.
덕분에 내 화살이 관통은 하겠지만, 통과와 동시에 파괴력이 약해져서 오히려 다른 쪽으로 비켜나갈 수도 있었다.
‘이건 조준력도 어쩔 수 없지.’
조준력은 일단 쏘기 전에 발동하는 패시브 스킬이라 저런 창문을 통과하는 변수까지 계산이 안 됐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과 주변이나 기숙사 주변에서 도망치는 생도들을 도우면서 화살을 쐈다.
그렇게 수 분간 쏘고 나니 현기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이거 마나, 진짜 문젠데?’
평소에 소규모 전투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는 마법이지만, 이런 식으로 지속해서 사용하니 바로 바닥이 났다.
[회복시켜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내 몸에는 마나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몸 안에 피가 제대로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이거 한 발 한 발은 세서 좋긴 한데, 마법력 올려서 마나 통 좀 올려야겠다.’
[저도 그렇게 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화살을 이용하고 나서 공격력은 충분….]
‘이런 씨발!’
파아앙!
나는 욕설과 함께 허공을 향해 화살을 쐈다.
비록 초전도체를 활용한 마법이 담긴 화살이 아니었지만, 화살은 시원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아가 아무도 없는 바닥에 떨어졌다.
[….]
‘….’
그리고 10초간의 침묵.
아르모니아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무슨 일이신지….]
‘…파리.’
[….]
‘씨발!! 좆같은 파리 새끼가 내 눈앞에 돌아다녔다고!!’
나는 발광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거지 같은 파리가 없는가 하고….
그렇게 파리를 찾아보고 있을 때, 아르모니아의 통신이 들려왔다.
[수호님, 성수아와 초서현 쪽이 상황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후우….’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듣고, 파리에 관한 생각을 지으며 활시위를 당겼다.
***
VR 훈련실 내부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끄아아악! 이 씨발 새끼가!! 끄아아악!”
“뭐야? 미쳤어?”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발광하자, 주위에 있던 존재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는 남자까지 포함해서 주위에 있는 인물의 숫자는 5명.
겉으로 봐서는 모든 인물이 동일 인물처럼 보일 정도로 똑같은 망토를 두르고 얼굴을 완벽히 가리고 있었다.
망토 안은 어둠으로 드리워져 있었고, 아무리 안을 보려고 해도 얼굴 부분은 어둠으로 감싸져 있었다.
그들의 시야가 어디로 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고개는 소리를 지른 망토남에게 가 있었다.
“지금 VR 캡슐 훔쳐 가겠다고 광고하는 건가? 제정신인가?”
“그게 아냐!! 씨발… 밖에… 밖에 상황이 안 좋아!”
“젠장…. 아직 멀었나?”
“네, 해체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지금 구조를 파악하고 있지만, 내부 구조가 복잡한 터라….”
나머지 4명은 캡슐을 열심히 해체하고 있었다.
감독자처럼 보이는 자는 소리를 지른 남자에게 물었다.
“바깥 상황, 말해 봐.”
“그게….”
금방 전까지 소리를 지르며 발광했던 남자, 고충신은 자기가 봤던 것을 여과 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분명 시작은 본인들의 계획처럼 아수라장을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급격하게 정리가 되었고, 특히 기숙사 옥상 쪽에서 교관 한 명이 순식간에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새끼가 내 파리… 아니, 추적기를 박살 내는 바람에 나도…. 끄에엑….”
“토하지 마라. 증거물 남는다.”
남자는 고충신의 말을 듣고 고민에 잠긴,듯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는 조용히 읊조렸다.
“너는 따라오고, 나머지는 대기해라. 밖에 대기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해결하고 오겠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라.”
“네.”
고충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명이 동시에 대답하고는 다시 VR 캡슐 해체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너는 일단 나를 따라와라.”
“시발….”
고충신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망토를 쓴 자를 따라갔다.
***
초서현은 물밀듯 밀려 들어오는 괴생명체들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
“아니, 아직 안에 상황 정리 안 됐나? 이거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지는데?”
초서현의 말대로였다.
초반만 하더라도 성수아 혼자서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괴생명체들이 다른 곳에서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칫 입구 하나 틀어막겠다고 나섰다가 되려 전 방향에서 적을 맞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성수아는 머리카락에 땀방울이 맺힌 채 힘겹게 말했다.
“하아… 하아… 조, 조금만 버티면….”
“야! 너 일단 빠져!”
초서현이 오기 꽤 전부터 이미 마법을 난사하며 이곳을 지켰던 성수아였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해서 성수아의 마나도 무한이 아니었기에 서서히 그녀의 안색으로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괘, 괜찮아요.”
“괜찮긴!”
초서현은 그렇게 소리치면서 정면에서 덮쳐오던 괴생명체의 머리를 찔러서 기절시킨 뒤, 다른 손에 단도로 옷을 베어서 바로 명치 쪽에 달린 보라색 보석에 칼을 박았다.
문제는 그 뒤였다.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녀석들로 인해서 한놈 한놈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상태였다.
설상가상 성수아 쪽은 누가 봐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야! 빨리 빠져! 그대로는 방해만 되니…! 조심해!!”
“윽! 꺄악!”
괴생명체가 성수아를 덮쳤고, 성수아는 바로 마법을 발동시켜서 튕겨내려고 했다.
하지만….
‘마, 마법이 안 나가!’
지금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마법이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초서현도 성수아를 바로 구해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초서현은 바로 앞에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괴생명체의 공격을 무시하고 몸을 숙였다.
‘어우씨! 일단 공격당하더라도 구해야 해!’
초서현이 그렇게 뛰어들고, 괴생명체가 성수아를 물어뜯으려는 순간이었다.
파아아앙!
“뭐, 뭐야!!”
“꺄아아악!”
하늘, 아니 옥상 쪽에서 엄청난 빛줄기가 곡선의 형태로 내려왔다.
황금을 머금은 빛깔은 지천이 떨리는 소리를 내며 성수아와 초서현 쪽으로 날아갔다.
아니, 날아간 자취만 남았다.
눈으로 캐치했을 때는 이미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나간 자리를 휩쓸었다.
초서현과 성수아는 놀란 나머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성수아에게 달라붙어 있던 괴생명체는 이미 몸체가 아예 증발한 듯 깔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성수아와 초서현은 넋 놓고 노란 줄기가 지나간 빛길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이게 뭐냐….”
“마, 마법…?”
노란 빛줄기는 경로에 있던 괴생명체들을 순식간에 뚫고 지나가며 영사관 주위를 감싸고 있는 벽에 작은 터널만 한 구멍을 낸 뒤 끝없이 날아가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초서현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로부터 성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 괜찮으세요?)
(두 분 괜찮으세요?)
초서현은 그 말과 동시에 정신이 번뜩 들면서 다시 달려드는 괴생명체를 피해서 손목에 대고 말했다.
“뭐예요! 지금 그거 그쪽이 쏜 거예요?”
(일단 그건 나중에… 성수아 교관님은 괜찮으세요?)
“….”
초서현은 순간 미간을 꿈틀거렸고, 고개를 돌려서 성수아의 상태를 확인했다.
성수아가 일어나는 모습을 본 초서현은 바로 성수호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다행이네요. 계속 엄호 하겠습니다.)
“…네.”
바로 스마트 워치 화면에는 통신이 종료됐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뭐야? 나한테 통화해놓고 쟤 안부만 묻고 끝? 이런 씨….’
초서현은 속으로 울분을 토하고 나서 성수아에게 바로 달려가서 소리쳤다.
“일단 그냥 여기 있어! 너 지금 상태로 오히려 혼자면 위험해!”
성수아는 그렇게 달려온 초서현에게 고맙다는 말이 아닌 오묘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언니… 성수호 교관님이랑 그렇게 자주 통화하세요?”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초서현은 순간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려는 찰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