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 챙그랑!!
어두운 형체는 전면 유리를 내리치며 한방에 박살 내버렸다.
파아아앙!
그 순간 바람 회오리가 느껴지면서 창문 파편과 함께 앞에 있던 괴생명체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공중에 불길이 솟아나면서 옆에 있던 성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수아가 만들어낸 불길로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바람 마법으로 괴생명체를 창문 채 내친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일단 확실한 건 하나였다.
우리를 덮친 녀석인 인간이든 괴수이든 싸워야 한다.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활!’
[알겠습니다.]
그 순간 내 우측면에 접이식 활이 하나 튀어나왔다.
아르모니아가 상황에 맞게 준비해준 활이었다.
비록 평소에 영사관에서 쓰는 활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성수아가 옆에 있는데 커다란 활을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성수아가 만들어낸 불길로 일단 시야가 확보됐다.
다다다닥!
나는 차량으로 달려오는 괴생명체를 향해 활을 쐈다.
차 안이라 자세는 나오지 않았지만, 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일단 평범한 거 한 발 쏴보자!’
쏴아악!
내가 쏜 화살은 파공음을 날리며 괴생명체를 향해서 날아갔고….
탱!
괴생명체에게 닿은 화살은 산산조각나면서 그녀석을 잠시 주춤거리게 할 뿐이었다.
성수아가 괴생물체가 주춤하는 것을 보고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일단 안 되겠어요! 돌진할게요!”
그녀가 세게 누른 가속 페달과 함께 차량이 앞으로 솟구치듯 달려 나갔다.
콰앙!
차량은 괴생물체를 들이박으며 돌진했고, 괴생명체는 성수아의 마법으로 차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위쪽으로 튕겨 나갔다.
성수아는 차를 돌진해서 두터운 주차 차단기를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돌진하고 나서 영사관 내부로 들어오니, 건물 불빛으로 주변을 식별할 수 있었다.
“일단 내리죠!”
“네.”
성수아는 차에서 내린 뒤 아까 우리를 습격했던 존재가 있던 쪽을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이거 폐차해야겠는데?’
차를 보면서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
‘왜? 비싼 차잖아. 아깝잖아….’
성수아의 차는 이미 보닛과 전면 유리창을 노잣돈 삼아서 요단강을 건넌 상태였다.
하지만 정작 차의 주인인 성수아는 차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영사관 출입문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까 우리를 덤볐던 괴생명체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와요! …사람?”
형체는 일단 사람이었고, 사람의 옷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이 검보라색으로 뒤덮여 있어서 과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____—!”
괴수들의 목에서나 나올 거 같은 괴성을 울부짖으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냥 궁술로는 어림도 없네. 아르모니아! 초전도체 화살!’
그 즉시 내 손에는 화살이 쥐어져 있었고, 나는 즉시 괴수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성수아는 전방을 주시하며 나에게 소리쳤다.
“성수호 교관님! 저 녀석에는 활이 통하지….”
타아앙!
나는 일차적으로 약한 마법진을 생성해서 화살을 쏘았다.
파악!
“_—!!”
그렇게 날아간 화살은 괴생명체의 머리 정중앙을 꿰뚫었고, 괴생명체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
성수아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먹혀서 다행이네요.”
성수아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긴장을 풀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화살이 굉장히 잘 먹히네요.”
“하하….”
“일단 정체를 알아봐야겠어요. 아마 형태를 봐서는 괴인이 아닐까 싶지만….”
그 순간이었다.
나는 정면으로 보면서 성수아에게 물었다.
“그… 성수아 교관님….”
“…네?”
“그 괴인이라는 녀석… 머리가 뚫려도 잘 걸어 다니나요?”
“아뇨. …일단 저렇게 움직이지는 않아요.”
아까 대갈통에 화살이 박혔던 괴생명체는 머리에 피가 줄줄 흐른 채 일어나고 있었다.
***
챙! 깡!
“이 녀석들 평범한 피부가 아냐! 전면에서 싸우지 마!”
영사관 3학년 송아라의 외침이었다.
송아라는 거무튀튀한 인간 모습의 괴생명체와 싸우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수준으로는 안 돼!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아!’
송아라뿐만 아니었다. 주위에 있는 생도들의 공격이 일절 통하지 않고 있었다.
괴생명체의 압도적인 방어력에도 불구하고 생도들이 지속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기동성 때문이었다.
‘방어가 높은 대신에 느려. 일단 거리를 잘 재면서….’
그렇게 괴생물체를 견제하는 중에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끄아악!”
“꺄아아아악!”
뒤편에서 원거리로 지원해주던 생도들에게 다른 괴생명체가 달라붙은 상태였다.
기동성이 낮다는 건 어디까지나 송아라 같은 근거리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원거리 생도에게 달려든 괴생명체들은 순식간에 생도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며 지속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아라는 소리치면서 원거리 생도 쪽으로 달려갔다.
“이놈 좀 맡아줘! 나는 뒤에 애들 쪽 커버 할게!”
“응!”
하지만 송아라가 이미 도착했을 때는 생도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태였다.
‘두 마리… 젠장!’
송아라의 기준으로 두 마리는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싸울 수 있었다.
문제는 부상자.
부상자를 놓고 현재 괴생명체들과 싸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건 송아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송아라가 아니었다.
‘망설일 상황이 아냐!’
그녀는 자신이 다치는 계산을 하면서도 괴생명체에게 달려들었다.
송아라는 진심으로 괴생명체에게 검격을 날렸고, 검격을 맞은 괴생명체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송아라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챙! 깡!
“—___—!!”
“시끄러!”
송아라는 인상을 찡그리며 괴생명체에게 검격을 날렸다.
두 마리의 괴생명체가 송아라를 향해서 검보라색의 팔을 휘둘렀다.
파악!
“으윽!”
그녀의 방어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지금 당장 피하면 편하게 싸울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괴생명체들이 부상자를 향해 달려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젠장…. 이대로는….’
두 마리가 다시 송아라에게 덤벼드는 순간이었다.
콰직! 빠아악!
괴생명체 한 마리의 뒤통수 쪽으로 칼이 날아와서 꿰뚫었고, 나머지 한 마리는 누군가가 내리찍으며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바닥에 처박힌 괴생명체 위에 착지한 여자는 고개를 들어 송아라에게 물었다.
“괜찮냐?”
“초서현 쌤!”
“일단… 이놈부터 처리하자!”
초서현은 자신의 발밑에서 괴성을 지르는 괴생명체의 머리에 남은 하나의 단도를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__——!”
“시끄러! 빨리 죽어!”
콱! 콱!
초서현은 인상을 눈썹을 찡그리며 두 차례 더 머리에 단검을 내리꽂았다.
“….”
“흐….”
초서현은 두 개의 단도를 뽑아낸 뒤, 허공에 단도를 휘두르며 핏물을 씻어냈다.
“괜찮냐?”
“네… 아! 뒤에 애들이!”
“걱정하지 마라.”
초서현의 말과 동시에 다른 교관이 달려들어서 괴생명체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송아라는 초서현과 다른 교관을 번갈아 보면서 감탄했다.
‘역시 진짜 영웅은 달라….’
피를 흘리며 폭풍 같은 숨을 몰아쉬는 생도들과 다르게 교관들은 괴생명체를 여유롭게 상대했다.
다만 다른 교관은 초서현처럼 단번에 제압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송아라는 부상자를 돌보면서도 옆에 서 있는 초서현에게 시선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에 있었던 사격장에서 성수호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초서현 교관님을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그분은 온종일 너희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분이다. 그런 분을 귀엽다는 식으로 말하면 실례겠지?)
(내가 볼 때는 여기 있는 교관 분 중에 그분만큼 책임감 있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너희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헌신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력하고 계신 분이야.)
송아라는 다시 부상자를 돌보면서 반성했다.
‘…다음부터는 장난치지 말아야겠다.’
언제나 가볍게 생각했던 존재가 순식간에 진짜 영웅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송아라는 반성한 뒤, 다시 초서현을 향해서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초서현이 밟고 있는 괴생명체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쌤! 밑에 안 죽었어요!”
“뭐!?”
괴생명체는 초서현의 발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뭐야! 머리를 관통당하고 살아난다고!?’
한 번의 일격으로 처치했다고 생각한 괴생명체가 자신의 다리를 힘껏 붙잡고 일어서자 초서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괴생명체의 손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초서현은 검격을 휘둘렀다.
슈우욱! 챙! 깡!
‘젠장! 자세가 너무 안 좋아!’
초서현은 매달린 상태로 두 괴생명체의 공격을 끊임없이 받아냈다.
하지만 하체에 전혀 힘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손들을 전부 쳐내는 것뿐이었다.
‘이 상태로는 제대로 된 공격을! 크윽!’
그녀가 방어에 집중한 사이에 초서현의 발목을 괴생명체의 손이 점점 움켜쥐기 시작했다.
“쌤!”
송아라가 남은 한 마리에게 붙어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아라의 공격은 어디까지나 잠시 저지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다.
한 마리의 시선을 뺏긴 했지만, 남은 한 마리가 초서현의 다리를 붙잡은 채 도통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일단 빈틈을 보이더라도 팔을 베어 내야 해!’
그렇게 생각한 초서현은 곡예를 돌듯 작은 몸을 회전시켜서 양손에 든 단도를 힘차게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괴생명체의 팔에 그어냈다.
하지만 온몸을 실어서 머리를 찔렀을 때와 다르게 괴생명체의 팔에는 베어진 자국이 남은 수준이었다.
‘뭔 놈이야! 머리는 그렇게 쉽게 관통당하던 녀석이!’
초서현은 이빨을 갈면서 판단했다.
‘애초에 생각을 잘못했어! 일단 머리를 노려서…!’
초서현이 머리를 노리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황한 초서현은 벗어나겠다는 생각만으로 꽉 채우느라 다른 쪽 팔을 순간 신경 쓰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망할!’
초서현이 단도를 들고 머리를 공격하는 순간 옆으로 검보라색의 팔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 순간 초서현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팔이 과거에 자신을 학대하던 자의 팔과 교차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공포감에 순간 눈을 감아버렸다.
짧은 찰나의 순간 주위가 멈춘 것과 같이 느려졌고, 홍미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쓰레기 년!)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어도!)
(모든 게 너 때문이야!)
‘아냐! 나는! 아냐!!’
그녀는 자신에게 뻗어오는 손이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파아앙! 퍼억!
“——___——__!!!!”
“—____!!”
“끄아앗!”
콰당.
초서현의 귓속에는 괴생명체의 비명이 들려왔고, 그녀는 바닥에 나자빠졌다.
초서현은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너무 환한 조명에 잠시 시야를 찾을 수 없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온 남자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고 초서현을 향해 걱정이 스며든 표정으로 물었다.
“초서현 교관님, 괜찮으세요?”
“….”
초서현의 눈에는 성수호가 비치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초서현의 시야에는 아까까지 자신에게 손찌검하려는 여자가 아닌 성수호가 서 있었다.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멍하니 보던 초서현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고마워요.”
“다치시지 않았어요?”
“네, 괜찮아요.”
초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