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210화 (21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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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인트블루는 접속하고 나서 게임은 하지 않고 그저 나에게 상담을 부탁해왔다.

 상담의 내용은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였다.

 “언제나 잘 된다는 법이야 없기는 한데… 오늘은 유독 힘들어 보여서요.”

 “음….”

 “혹시 같은 남자이시니까,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조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평소에 굉장한 성과를 내던 남자친구가 최근 실수로 일에 지장이 생겨서 의기소침해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확한 내용을 알려준 건 아니고, 평소와 다른 분위기의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묻고 있는 것이었다.

 “평소에 워낙 잘하는 편이라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혼자 두세요.”

 “네? 아무 말도 하지 말고요?”

 “그냥 평상시처럼 필요한 말만 하고 일에 관한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세요.”

 내 말의 요지는 간단했다.

 남자들은 의기소침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수를 보여주는 걸 싫어하니, 그 기간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필요한 대화 위주로만 하는 게 좋다고 설명해줬다.

 “만약 하려는 일이 또 잘 풀리면 그때 칭찬해주면 그만이에요.”

 “…맞는 말씀 같아요.”

 세인트블루는 내 말에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조언에 아르모니아가 의아한 듯 말을 걸어왔다.

 [버그킬러를 싫어한 것 아니셨습니까? 굳이 저런 조언을….]

 ‘사실 나도 대충 말한 거야.’

 […?]

 ‘남자라고 남자 전부를 아는 게 아니잖아.’

 세상에 남자가 남자를 잘 안다는 말만큼 의미 없는 말이 없다.

 사람 관계에 정답 따위는 없다. 정말 정답 같아도 그게 훗날 치명적인 오류가 담긴 정답일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니까.

 사실 내가 저렇게 말한 이유는 버그킬러라는 녀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인트블루가 그 녀석과 적당히 거리감을 뒀으면 해서 한 말이었다.

 정말 운이 좋으면 버그킬러가 쌀쌀해진 세인트블루에게 폭탄을 던져서 진짜 헤어질 수도 있는 법이고….

 ‘그건 내 상관할 바는 아니지.’

 나는 그렇게 속으로 흥얼거리며 세인트블루에게 말했다.

 “일단 머리나 식힐 겸 한판 하시죠.”

 ***

 “후우….”

 어두운 공간이 한 여성의 숨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성수아는 기숙사 내부를 둘러본 뒤, 하이힐을 벗고 기숙사 내부로 천천히 들어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 어질러져 있던 기숙사 내부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그녀는 식탁에 힘없이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일은 한가지 뿐이었다.

 남자의 손길.

 성수아는 성수호의 손길을 받으며 최대한 입 밖으로 신음을 내뱉는 것을 참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성수아는 고개를 흔들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신 차리자….”

 성수아는 천천히 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건 뒤에 샤워실에 들어갔다.

 그녀는 온수로 몸을 적시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또 눈을 감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좀 더 다른 부위를 해도 될까요?)

 (그럼요. 마음대로 해주세요.)

 꿈속에서 어린 모습의 성수호가 자신을 마사지하던 상황이 떠올랐다.

 성수아는 어떻게든 머릿속에 들어온 그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혐오감이나 공포감 때문이 아니었다.

 죄악감이었다.

 평소에 VR 속에서 성수호를 보면서 이런 아이를 낳고 싶다는 감정이 매번 치솟아 올랐다.

 비록 VR이 진실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그 장소에서만큼은 진실처럼 느껴지곤 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자식 같이 느꼈던 성수호와 그런 행위를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지만 죄책감과 별개로 그녀의 하복부 안에서는 뜨거운 혈류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음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줄기로 적셔지고 있는 그녀의 음모는 아름다운 모양으로 잔털 하나 없는 상태였다.

 언제나 준비했다.

 혹시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길이 자신의 몸을 비추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꼼꼼히 관리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눈길이 자신의 나체에 도달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만진 사람은 본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외간 남자였다.

 성수아는 그런 외간 남자를 생각하며 자신의 음모 아래로 손이 갔다.

 그리고 작은 봉우리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이었다.

 “후우… 이러면 안 돼.”

 성수아는 입술을 꽉 다물면서 하복부에서 용솟음치는 열기를 꾹꾹 누르며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

 ..

 성수아는 오후 수업을 마치고 성수호와 같이 교내 주차장으로 나왔다.

 대부분 차량이 기스 하나라도 나면 성수호의 연봉을 갖다 바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수준의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성수아는 그런 차량 중에 한 대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의 차량 앞에 서서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하려는 순간이었다.

 성수호가 차를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 차가 정말 좋아 보이네요.”

 “후후… 빨리 타세요.”

 성수아는 차 안에서 두리번거리는 성수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어른 같다가도 이럴 때는 아이 같아…. 재미있는 사람이야.’

 그런 그와 함께 차를 타고 ‘동물의 마을’을 구매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게임 하나 구매하기 위한 것치고는 굉장히 거추장스러운 상황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VR 게임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차로 대략 한 시간 정도 몰고 가서 도착한 곳은 게임을 사는 곳이라기에는 엄청난 층수를 가지고 있는 건물이 서 있었다.

 성수아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성수호를 데리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성수호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있는 엄청난 숫자의 층 버튼을 보면서 물었다.

 “몇 층으로 갈까요?”

 “일단 1층으로 가서 안내를 받아봐요.”

 성수아는 성수호와 함께 1층에 있는 안내대로 향한 뒤에 문의했다.

 안내원은 게임 구매는 모든 층에서 자유롭게 되니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설명해줬다.

 성수호는 그 말에 놀라서 성수아에게 물었다.

 “설마 여기 건물 자체가 게임샵인가요?”

 “후후… 게임샵이라기 보다는 VR 시스템을 담당하는 건물이에요.”

 VR 게임은 그냥 길거리에서 살 수 있는 간단한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VR 기기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구매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런 결과 이렇게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커다란 건물을 놓고 모든 시설을 이 안에 넣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성수아가 나머지 설명을 마저 해줬다.

 “여기서 VR 체험도 할 수 있어요. 모든 게임이 다 있어서 일단 체험해보고 사는 것을 본사에서도 권장하고 있고요.”

 “와… 그럼 이 건물 자체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부를 판매하기 위해서 운영하는 곳인가 보네요.”

 “네, 맞아요.”

 워낙 비싼 기기인 만큼 본사에서도 판매를 위해서 이런 큰 건물을 두고 체험관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20층 이하는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나머지 위층은 게임 외에 상업적인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 사람은 방문 목적은 순전히 게임 구매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2층에 가면 됐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이 아닌 20층에 도착했다.

 분명 게임 구매는 전 층에서 가능하다고 설명을 들었던 터라, 성수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성수아에게 물었다.

 “어… 소프트웨어 구매는 2층에서도 가능하지 않나요?”

 성수호의 물음에 성수아는 싱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왕 온 김에 다른 것도 체험해봐요.”

 ..

 ..

 대부분 VR 체험이라고 되어 있는 장소는 어느 정도 오픈된 구조였다.

 가령 이 건물에 들른 사람들이 돌아다니다가 비어 있는 의자 같은 곳에 앉아서 VR을 이용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성수아와 성수호가 있는 곳은 다른 곳처럼 훤히 오픈된 장소가 아니었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으로 두 사람이 앉아서 편하게 VR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성수호는 밀폐된 공간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역시 돈 많은 사람들한테는 대우가 다르네요.”

 대부분 밖에서 체험하는 것에 비해서 이런 공간을 내어준 건 성수아가 이미 VR 기기를 구입한 내역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도 기업이니까요.”

 판매 증진의 목적도 있는 기업인 만큼 재구매가 쉬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성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아서 VR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접속했다.

 그 모습은 본 성수아도 덩달아 옆에 앉아서 VR에 접속을 시도했다.

 그렇게 접속한 성수아의 눈에는 바로 성수호가 보였다.

 평소에 VR 안에서는 어린 모습만 봐왔던 터라 오히려 이렇게 보고 있자니 아쉬움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아쉬움과 함께 꿈에서 봤던 어린 성수호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안돼.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성수아는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왕이면 다른 것도 체험해볼래요?”

 “그거 좋죠.”

 성수아는 성수호 옆에서 게임 리스트를 쭉 훑어보면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

 “음… 저는 슈팅이나 리듬만 아니면… 웬만하면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럼….”

 성수아는 차분히 리스트를 내리며 보던 중에 동물의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제일 무난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따가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밑으로 내리려는 순간 동물의 마을 글자 옆에 빨간 마크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성수아는 빨간 마크를 보면서 잠시 옆에 있는 성수호를 힐끗 바라봤다.

 그는 어두운 공간을 둘러보면서 딱히 리스트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VR 내부 공간은 다 비슷비슷하네요.”

 “하하….”

 성수아는 동물의 마을 옆에 있는 마크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나서 다시 리스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

 ..

 성수아와 성수호는 그 뒤로 3시간가량을 VR실 안에서 게임을 체험해봤다.

 대부분 짤막하게 플레인 게 전부였지만, 몰입도가 생기는 VR 게임 특성상 두 사람은 충분히 만족하면서 VR실을 나올 수 있었다.

 성수아는 VR실을 나오자마자 성수호에게 말했다.

 “저는 일단 게임 좀 구매할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성수호는 성수아의 말을 듣고 신기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성수아는 성수호의 시선이 다른 곳에 팔린 사이에 20층에 있는 소프트웨어 구입처로 가서 게임을 샀다.

 “본인 인증 완료됐습니다. 즐거운 플레이 하시길 바랍니다.”

 “저….”

 성수아는 판매원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고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은 혹시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들릴까 싶어서 속닥거리며 물어봤다.

 성수아의 질문에 직원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 질문에 답해줬다.

 “네, 일단 동물의 마을은 전체이용가이지만, 성인 버전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성수아의 게임 구매를 마치고 나서 그녀의 차를 타고 영사관으로 향했다.

막상 이렇게 여자 차를 얻어타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창피한 건 아니지만, 뭐랄까… 얻어타는 느낌이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기 면허 위조하는데 몇 에넬 들어?’

[차라리 면허를 따시는 수준이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젠장….’

슈트라쯤 되는 중세 시대와 다르게 이런 세계는 보안의 개념이 달라져서 쉽게 위조할 수 없다고 했다.

괜히 어설프게 위조했다가 걸리면 진짜 큰일 나는 거고….

[어디까지나 면허를 따는 쪽이 유리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차량입니다.]

사실 면허는 귀찮아도 따면 그만이지만, 진짜 중요한 건 차량이었다.

영사관 교관이 소형차 타고 돌아다녀 봐라.

차량을 통제하는 경비조차 비웃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차 옆에서 팔을 걸치면서 성수아에게….

(타시죠.)

하는 순간 온화한 성품을 지닌 성수아의 미간도 와락 꿈틀거리지 않을까 싶었다.

‘흥, 괜찮아. 나한테는 함선이 있잖아.’

[함선은 제 소유입니다.]

‘…너 잘났다.’

흥, 어차피 모든 게 끝나면 너도 내 꺼다. 그럼 함선도 내 꺼가 되는 거지.

그렇게 자격지심을 풀풀 풍기면서 입술을 내밀고 있을 때쯤 영사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평소와 많이 달라 보였다.

출입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검문소에 불이 전부 꺼진 상태였다.

‘뭐지? 밤이라 그런가?’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의문이 들었다.

밤일수록 출입 통제가 엄격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영사관이라면….

그리고 나와 같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었다.

“이상해요. 이 시간이라고 해도 저렇게 불을 꺼놓는 때는 없는데….”

“평소에는 저렇지 않나요?”

“네, 저도 밤에는 자주 외출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그 순간이었다.

쾅!

“꺄악!”

“뭐야!?”

순간 차 보닛을 뭉개며 검은 인형이 착지했다.

어둠에 감싸인 이곳에서 유일한 불빛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였다.

유일한 불빛이었던 헤드라이트는 앞에 착지한 정체불명의 존재에 의해서 박살이 나면서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전면 유리 밖에 있는 존재가 사람인지 괴수인지 분간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와 성수아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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